불황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게임시장에서 가장 확실해져 버린 것 한 가지. 지금은 어쨌든 살아남아야 하는 불황이라는 사실이다. 어수선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 넥슨은 올해 초부터 조금씩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러 개발팀을 묶어 몇 개의 본부 형태로 전환시킨 것이었다.

인벤에서는 얼마 전 이 개편된 개발 본부에서 올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개발 3본부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그곳에서 불황이 아니라 지옥의 불구덩이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을 것 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생존왕 한재호 본부장을 비롯해, 마비노기 영웅전의 3번째 디렉터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임덕빈 실장, 정통 FPS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카스온라인2 예정규 실장, 그리고 요즘 가장 잘나가는 LoL과 '맞짱'을 떠야하는 도타2 김인준 실장까지.

이거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할지 막막하긴 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기회가 어디 그리 흔하던가. 한 걸음 한 걸음씩 차근차근 풀어봤다.



■ 넥슨의 차기 성장 동력 '개발3본부' 리더를 만나다

[▲좌측부터 도타2 김인준 실장, 카스2 예정규 실장, 마영전 임덕빈 실장, 한재호 본부장]


많은 분들이 참석하셨는데요. 일단 각자 어떤 게임을 담당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임덕빈 실장 : 일단 저부터 할께요. 저는 마영전의 3번째 디렉터 임덕빈입니다. 아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마영전은 밸브의 소스엔진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제작된 액션 MORPG입니다. 소스엔진의 다양한 기능 덕분에 현재를 기준으로 봐도 액션성이나 비주얼 퀄리티 등에서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예정규 실장 : 카스 온라인2의 디렉팅을 맡고 있는 예정규입니다. 카스 온라인2는 많이들 아시다시피 기존 카스온라인의 후속작으로 개발 중인 타이틀입니다. 밸브 측의 지원을 받아서 카스 온라인 소스를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죠. 무엇보다 전통적인 FPS의 기본에 충실하고자 했고, 여기에 빅시티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합니다.

김인준 실장 : 도타2 퍼블리싱을 맡고 있는 김인준입니다. 도타2는 AoS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의 후속작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 중이고, 한국에서는 베타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로컬라이제이션 작업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각종 사업도 총괄하고 있습니다.

[ ▲ 넥슨 한재호 본부장 ]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은 모두 개발 3본부 소속의 디렉터 분들인가요?

한재호 본부장 : 그렇죠. 현재 개발 3본부에서 맡고 있는 프로젝트는 마영전, 카스2, 도타2가 전부입니다. 넥슨에서는 내부적으로 조직 개편을 종종 하는 편인데요. 지금의 개발 3본부는 올해 초 쯤에 갖춰진 체계입니다.

현재 기준으로 1본부는 마비노기를 위시한 몇 가지 타이틀을 맡고 있고, 2본부에는 카스 온라인1, 버블파이터, 워페이스 등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종종 변경이 있기 때문에 확정된 구조라고 볼 수는 없고요. 다만, 각 본부별 규모는 거의 균등하게 나눠져 있습니다. 총 갯수로 치면 개발 부서만 6~7개 정도 될 겁니다.


한재호 본부장님은 언론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여기서 보게되니 반갑습니다.

한재호 본부장 : 인터뷰는 작년 여름 마영전 시즌2 이후로는 처음인 듯합니다. 사실 그 전까지는 종종 나오곤 했는데 마영전 여름 시즌 이후로 좀처럼 기회가 없었습니다. 특별히 인터뷰를 기피하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기존에 잘 보이는 편이었다가 갑자기 횟수가 줄어드니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알겠습니다. 궁금한 점이 많지만, 맛있는 요리는 나중에 먹기로 하고요(웃음). 계속 질문을 이어하겠습니다.

한재호 본부장 : 네 알겠습니다(웃음).



■ 도타2, 카스 온라인2, 마영전...'밸브'에서 시작된 인연


맡고 계신 타이틀이 모두 밸브사와 연관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각 타이틀마다 밸브와의 관련 정도가 다르신데요. 각각 밸브 측과의 관계에 대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주신다면요?

임덕빈 실장 : 마영전은 밸브의 소스엔진을 채택해 개발된 게임입니다. 초창기 개발 인력들이 소스 엔진을 처음 받아서 세팅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당시를 기준으로 봤을 때 멀티플레이 환경이 잘 구축되어 있으면서도 물리효과가 충실한 엔진이라고 판단했는데요. 마영전이라는 게임이 추구하는 바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인준 실장 : 도타2는 밸브에서 현재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게임입니다. 잘 아시는대로 저희는 이 게임의 국내 서비스를 맡고 있고요. 현재 밸브와 협의를 거쳐 막바지 로컬라이징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정규 실장 : 카스 온라인2는 우선 전작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개발 초창기, 지금의 방향과 완전 다르게 가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했을 때 엔진의 특성 등으로 인해 제약이 많은 편이었는데, '이 제약을 깰 수 있는 방향으로 후속작을 만들어보자'는 계획을 세우게 됐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전작과 다른 길을 가려고 하다보니 조금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포커스를 맞추다보니 겹치는 부분도 많지 않고 해서 부담감이 그리 크지는 않았습니다.


밸브와의 업무를 해보니 어떻습니까? 굉장한 엘리트 조직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한재호 본부장 : 밸브를 보면 조직에 관한 문화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일하는 사람 하나 하나가 관리자이면서 실무를 뛰고 있기 때문에 소통은 굉장히 빠른 편입니다. 근데 이게 처음엔 이해가 안될때가 있습니다. '왜 이렇게 일하지?' '어떻게 일을 하지?'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일을 하다보면 점점 놀라움을 느끼게 되죠.

김인준 실장 :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사입니다. 곳곳에서 들으신 바가 있겠지만, 우선 굉장히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요. 조직의 장이 따로 없고, 조직 체계 자체도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내에서든 외부에서든 만약 업무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면 해당 실무자와 직접적으로 연락을 취해서 일을 진행해야하는 방식입니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거칠 필요가 없고 실제로 개입하는 경우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 서로 간의 오해가 거의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죠.


[ ▲ 넥슨 김인준 실장 ]
그럼 게임에 대해 하나씩 질문을 드릴텐데요. 먼저 가장 뜨거운 도타2부터 질문하겠습니다. 도타2 퍼블리싱을 선택하신 계기는 어떤가요?

김인준 실장 : 잘 아시겠지만, 도타2는 밸브 측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밸브 입장에서는 스팀을 통해 탄탄한 플랫폼을 구축해놓은 상태에서 본격적으로 온라인 서비스에 도전하는 첫 프로젝트이기 때문이죠. 글로벌 동시 서비스라는 점에서도 여러 모로 의미가 있고요.

당시 e스포츠 등을 고려했을 때 밸브 측에서 한국시장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었고, 여기서의 성공을 위해 적절한 파트너를 찾고 있었는데요. 이전부터 밸브와 넥슨 간에는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던 덕분에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게 됐습니다.


도타2는 회사 차원에서의 지원도 많을 것 같고, 그만큼 기대도 받고 있을 듯 한데요. 부담을 느끼시지는 않나요?

김인준 실장 : 부담감을 갖는 거야 모든 프로젝트가 똑같겠죠. 다만 런칭을 바로 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타 프로젝트에 비해 좀 더 가중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을 겁니다. 지금도 공개를 앞두고 대기 중인 영웅들이 많이 있고, 지금까지 나와있는 영웅들을 기반으로 한국형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나 예를 들자면 한국형 컨셉의 영웅 스킨이 있겠네요.


서비스를 준비하시면서 게임의 방향성에 대해 욕심이 날 것 같기도한데요. 가령 '이렇게 개발되면 더 한국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 수 있겠다' 같은 욕심은 없었나요?

김인준 실장 : 게임 자체에 관해서는 좀 더 잘생기거나 예쁜 캐릭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합니다. 도타2에 어두운 이미지의 영웅들이 많은 것은 세계관이나 배경 스토리 자체가 심오하다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영웅들의 이미지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좀 귀여운 느낌이라거나 하는 캐릭터를 선호하시는 분들에게는 안 맞을 수도 있죠.


밸브가 워낙 엘리트만 모아놓은 개발사다보니 커뮤니케이션하기 까다롭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떤 의견을 제안하면 밸브에서 잘 받아들이는 편인가요?

김인준 실장 : 물론입니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모델의 경우에 관해서는 저희 쪽 제안에 귀를 기울이고 잘 받아들여주는 편이고요. 특히 PC방이라던지 한국 특유의 시장 분위기를 잘 모르기 때문에 저희 쪽 의견을 많이 받아주는 편입니다.



■ 같지만 다른 노선을 달리는 개발 3본부의 프로젝트

[ ▲ 넥슨 임덕빈 실장 ]
각자 맡고 계시는 타이틀이 작금의 시장에서 어떤 정체성,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마영전부터 말씀 부탁드립니다.

임덕빈 실장 : 마비노기 영웅전은 라이브 서비스를 꽤 오래 해온 입장을 고려하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시장이 치열하다보니 현상을 유지하는 것만도 굉장히 많은 역량을 필요로 하거든요. 정신없이 나아가다가 어느 순간 돌아보면 기존에 쌓아왔던 것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들을 추구하다가 기존의 결과물들을 미처 신경쓰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더군요.

그래서 앞으로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에 쌓아뒀던 살림살이들을 챙기는데 주력하려고 합니다. 게임의 안정성 부분에 있어서도 많은 항의를 받았지만 막상 현실로 가져와서 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둘 다 놓치고 가는 일 없도록 보다 치열하게 해보려고 합니다.


카스 온라인2는 어떤가요?

예정규 실장 : 카스 온라인2의 가장 주된 방향성은 '새로운 시도'입니다. 개발팀에서는 빅시티라는 아이디어를 내놨고, 이를 접한 유저들이 수많은 의견을 전해주고 있는 상황이죠. 그 의견들을 토대로 다양한 요소들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콘텐츠 업데이트에서 유저 지향적인 성격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의견이 좋다고 생각되면 그 사람의 이름을 달고 아이디어 콘텐츠로 붙이는 겁니다. 즉, 보다 가까운 위치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음, 카스 온라인2의 첫 테스트에서는 전작과 많이 다르다는 느낌은 아니었는데요. 개인적인 느낌일까요?

예정규 실장 : 실제 개발 작업에서는 과감하게 많은 부분을 건드렸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거의 없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사실 똑같다는 말은 긍정일 수도 있고, 부정일 수도 있습니다.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는 것이 긍정적인 의견, 달라진 게 없어서 별로라는 것이 부정적인 의견들의 예인데요. 원래 FPS 장르에서는 간단한 수치 하나만 바꿔도 달라졌음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편인데, 많은 부분을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똑같다는 평을 받았다는 것은 개발팀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매니아가 많은 게임이다보니 요구사항도 많을텐데요?

예정규 실장 : '원한다면 해드리겠습니다'라는 자세를 핵심으로 고려하고는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필터링은 해야겠죠. 하지만 콘텐츠는 반드시 해야하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에 맞는 것들을 위주로 플레이하시면 됩니다. 물론 그것이 가능하도록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려고 노력 중이고요.

콘텐츠를 추가하다보면 FPS 고유의 정통성이 훼손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만, 그 두 가지는 약간 다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성 자체는 정통 FPS를 맞춰 따라가는 것이고, 세부적인 콘텐츠 요소들은 보다 대중적으로, 다양하게 갈 수 있다고 보거든요.


앞으로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새로운 콘텐츠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

예정규 실장 : 현재로서는 빅시티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 해야할 것만 나열해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당분간은 빅시티 한 가지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도타2는 어떻습니까? 지금 유저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데요. 요구사항이 많은 만큼 방향이 엇나가지 않을까 걱정도 드는데요.

김인준 실장 : 도타2의 방향성은 굉장히 심플합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가장 명확한 정체성이자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글로벌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고,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계신 유저들도 많기 때문에 한국 버전에서도 이를 온전히 소개하고 싶다는 욕심이 가장 큽니다. 물론 국내 서비스를 통해 회사 내부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요.

일반적으로 퍼블리싱을 한다고 하면 어느 정도 짜여진 단계적 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뭔가 혁신적인 요소를 넣고 싶습니다. 도타2를 로컬라이제이션한다고 하니 당연하게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넥슨에서 직접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또다른 방향성을 꼽자면, 도타2를 통해서 넥슨이 e스포츠에 적극적으로 임하려는 자세, 그리고 e스포츠를 활성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네요.


로컬 작업 부분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김인준 실장 : 아무래도 기존 유저들의 의견을 리뷰하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위화감 없이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요. 그 때문에 실제 작업은 많은 분들이 나눠서 하지만 최종적인 점검은 한 분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1년 정도 넘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대외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가장 핵심적으로 보고 있는 부분입니다.


작업 분량이 얼마나 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쯤 될까요?

통상적인 AOS 게임의 규모에 비하면 10배 가량의 작업량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각 영웅들의 상황별 대사들을 비롯해 배경 스토리 등등 전체적인 부분을 고려하면 거의 MMORPG에 버금갈만큼 작업량이 엄청나다는 생각입니다.


특별히 가장 어려웠다하는 부분이 있다면?

김인준 실장 : 음... 도타2라는 게임이 지금 선보이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것에는 공감합니다. LoL의 점유율도 있고, 장르 자체가 상당히 보편화되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막상 런칭을 준비하다보니 역시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곳곳에서 느낍니다. 같은 장르의 작품인 LoL이 범접하기 어려울만큼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아무래도 큰 부담이죠.



■ 디렉터의 역할...프로듀서란 무엇인가?

[ ▲ 넥슨 예정규 실장 ]
게임에서 디렉터가 추구하는 방향과 유저가 원하는 방향이 일치할 수는 없을까요?

예정규 실장 :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유저 분들의 의견은 물론 감사하게 듣고 있습니다만, 항상 방향대로 게임을 만들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개발자들이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유저 분들이 그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신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죠. 최초 아이디어의 시작은 디렉터가 맡는 비중이 크고, 이후 유저들의 의견을 받아 발전시켜나가는 쪽이 좋다고 할까요.

김인준 실장 : 많은 분들이 다양한 재미에 대한 의견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들 중에서 방향을 선택하고 이끌어나가는 것은 디렉터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느껴지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유저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것이 맞겠죠. 하지만 새로운 재미를 찾아가고 그것을 가장 먼저 소개해주는 것은 디렉터가 맡아야할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임덕빈 실장 : 마영전을 만들면서 동시에 마영전을 플레이하는 유저 중의 한 사람으로서 김인준 실장님 의견에 공감을 많이 합니다. 모든 의견을 받아들이고 적용해드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보니 부득이 그 중에 선별을 해야하죠. 디렉터는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모든 요구사항을 동시에 만족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보니 상황에 맞춰 좀 더 중요한 일, 보다 시급한 일을 결정하고 그 방향으로 개발실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추진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렉터의 입장에서 가장 갈등하는 시기가 있다면요?

임덕빈 실장 : 제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아무래도 업데이트 플랜을 짰는데 스스로 확신하지 못할 때입니다. 캐릭터, 전투 등과 같은 특정 피처(Feature)를 만들 때 '이게 맞나?' 하는 의문이 자꾸 들 때가 있거든요. '한다 / 안 한다'와 같이 결정을 내릴 것이 분명하다면 좀 낫습니다만, 여러 선택지 중에 어떤 것을 골라야할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가장 갈등이 됩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한 쪽에서 긍정을 하면 다른 어떤 쪽에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현실적으로는 많으니까요.

한재호 본부장 : 맞는 말이라고 봅니다. 저 역시 디렉터를 맡아봤던 입장에서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저 분들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고, 그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디렉터가 해야할 일은 그 중에서도 가급적 많은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을 찾아내 과감하게 진행시키고, 그 결정에 만족하지 못하는 유저 분들과의 커뮤니케이션까지 이끄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모든 디렉터들이 같은 생각일 겁니다.


'유료화'라는 키워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재호 본부장 : 지금 게임업계에 던져진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을 떠올려보면 캐시 아이템 판매에 대한 문제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착한 유료화라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상품 판매가 많이 줄어들고, 유저들에게 매출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트렌드가 되고 있는데요. 회사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돈을 벌어야 다음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꽤나 복잡한 숙제라고 봅니다.

김인준 실장 : 예전에는 게임 콘텐츠과 유료화 정책을 서로 다르게 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지금을 기준으로 보면 '돈을 써도 재미있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돈을 써서 지금 즐기는 게임을 더 재미있게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더 재미있는 게임이 살아남을 것이고, 유료화 역시 그 흐름에 편승해서 보다 재미를 역점에 둔 유료화 정책을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한재호 본부장 : 사는 사람 입장에서 '기꺼이 사주겠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유료화의 방향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개발 부서 측에서도 항상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고, 앞으로 많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으니까요.



■ 넥슨의 만렙 탱커...한재호 이야기

[▲마비노기 영웅전 디렉터 시절 한재호]

디렉터로 일하셨다가 프로듀서가 되었는데요. 업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한재호 본부장 : 그건 조직마다 약간씩 다릅니다. 가장 간단한 비유를 들자면 영화를 들 수 있겠네요. 영화를 만들 때, 영화를 찍는 감독이 디렉터라고 한다면 제작을 위한 제반 과정을 맡는 제작자가 프로듀서가 됩니다. 즉, 실제 게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세부적인 부분을 정하는 것이 디렉터고, 그것을 외부적인 환경과 연결지어서 관리하는 것이 프로듀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금 지원이라든가 외부 협업 등의 문제를 조율하는 것은 프로듀서의 영역입니다. 디렉터가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이랄까요. 가장 간단하게 말해서 디렉터가 게임 개발에 좀 더 편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걸림돌이 될만한 부분들을 체크하고 도맡아주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한재호 본부장님과 관련된 덧글을 보니 '넥슨의 만렙탱커'라는 별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재호 본부장 : 어 사실 만렙탱커는 저 말고도 몇 분이 더 있습니다(웃음). 뭐 저에 대한 질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요. 이부분은 제가 스스로 자초한 업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과거 경력에 대해 알고 계시는 분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으신데요. 과거에 제가 실수를 많이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잘 했으면 욕을 안 먹었겠죠. 지금은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입장입니다. 이젠 프로듀서가 되었으니 저보다는 함께 일하는 디렉터들이 욕을 먹지 않게 하는 것에 더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만렙 안 되게 말려야죠(웃음).


한 본부장님이 프로젝트에 투입되면 부정적인 업데이트가 많다는 여론이 상당히 많은데요.

한재호 본부장 :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개 캐시 아이템과 연관되어서 그런 여론이 많은 편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캐시 정책과 엮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마비노기가 캐시 아이템을 팔기 시작했던 챕터 3 시점부터 투입됐기 때문인데요.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분명하게 밝히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 제가 직접 맡았던 게임은 마비노기와 마영전 뿐입니다.

여론을 보면 그 외에 많은 게임에도 제가 관여한 것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말씀드린 두 개의 타이틀을 제외하고는 결단코 제가 직접 손댄 적이 없습니다.


여러가지 오해에 대해서 입장을 밝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 같은데요.

한재호 본부장 : 그런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죠. 하지만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 될 것 같았습니다. 잘못한 부분을 굳이 풀려고 하기보다는 앞으로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사실이 그렇지 않나요. 이미 만렙탱커가 됐는데 레벨이 내려가는 건 그리 쉽지 않지 않을테니까요(웃음).


새로운 시도를 하더라도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에는 서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한재호 본부장 :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입장을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그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음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것을 서운하다고 느낄 수는 없는 거죠. 제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든, 중요한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이니까요.

마비노기 이후로 뭔가를 추진할 때 생각하는 비중이 훨씬 많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어떤 요소를 도입하려고 할 때, 장기적으로 보면 필요한 부분인데 유저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 고민이 많이 됩니다.



■ 개발 3본부의 임무...앞으로의 이야기


세 분 모두, 디렉터로서 요즘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이번에는 김인준 실장님부터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인준 실장 : 프로젝트 일정과 런칭 방향이 가장 고민입니다. 도타2라는 게임을 어떻게 소개해야 유저들에게 가장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 규모로,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재미의 정점을 찍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죠.

예정규 실장 : 카스 온라인2는 앞서 계속 언급했던 것처럼 빅시티 쪽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넓은 공간을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갈지가 가장 큰 고민이죠. 오픈 때까지 빅시티를 비롯한 게임 전체의 방향성을 끊임없이 고민해야할 겁니다.

임덕빈 실장 : 지금 마영전은 유저 분들이 늘 새로운 것을 원하는 시점입니다. 그리고 개발자들 역시 마찬가지죠. 지난 시즌2에서처럼 언제가 됐든 분명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이끌어가야하는 시점이 올텐데, 그 내용을 계속 고민 중에 있습니다.

단기적인 포인트는 새로움, 신선함을 비롯해 긍정적인 의미의 느낌들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고요. 아마 이 키워드들은 장기적인 측면으로 가더라도 핵심 영역에서 빼놓을 수 없지 않을까요.


장르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회사 내에서 보면 각 실장님들끼리 여러 가지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실제로는 어떠신가요?

한재호 본부장 : 결코 경쟁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말씀하셨다시피 일단 장르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죠. 사내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뒀다거나 할 때면 본부 단위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본부 안에 있는 개발실들은 서로 협력하고 돕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김인준 실장 : 마케팅 등에 관한 예산 배정 같은 것을 두고 경쟁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희 경우는 프로젝트 자체를 기준으로 매겨지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경쟁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마케팅 성과가 좋다거나 하는 부분이 있다면 서로 공유해서 참고하는 분위기죠.


팀을 이끌다보면 업무 분위기가 처지거나 할 때도 분명 있을 텐데요. 그것을 다시 끌어올리는 노하우 같은 것이 있을까요?

임덕빈 실장 : 사실상 개발 업무 외에 개발실 전체 단위로 뭔가 통합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 디렉터 혼자서 개발실 전체를 컨트롤하기는 쉽지 않은 때가 많죠. 물론 단위 조직마다 서로 다를 수는 있습니다.

마영전 개발실 경우는 서로 간에 연령대도 비슷해서 이야기를 나누기가 편합니다. 억지로 만드는 분위기가 아니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곤 하죠. 아무래도 다른 업계에 비해 공통의 관심사를 갖기가 쉬운 편이어서라고 생각합니다.


개발 3본부 기준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한재호 본부장 : 본부 전체의 목표라기보다, 제 개인적인 입장을 말하면 당연히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입니다. 아마 여기 계신 디렉터 분들도 같은 생각일 겁니다.

마영전의 경우 새롭게 준비할 패러다임에서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을 테고요. 카스 온라인2나 도타2는 런칭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니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언제나 최우선입니다.

제 스승과도 같은 선배가 언제 이런말을 해준적이 있었습니다. '디렉터는 게임을 성공시키는 사람이고, 프로듀서는 게임이 실패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저는 이 말을 게임이 잘되면 디렉터가 잘한 것이고, 게임이 망하면 프로듀서가 못한 것이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계신 디렉터 분들은 맡은 게임이 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실 거라고 믿고요. 저는 프로듀서로서 그 아래를 든든히 받쳐주는 역할을 할 겁니다.


앞으로의 각오, 또는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임덕빈 실장 : 디렉터를 새롭게 맡으면서 인터뷰를 할 때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 약속은 항상 잊지 않고 있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유저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칭찬이든 질책이든 관계없이 수많은 유저들이 모일 수 있는 게임이 되는 것이 가장 큰 꿈입니다.

예정규 실장 : 최근 FPS 시장 자체가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위축된 느낌입니다. 카스 온라인2를 통해 굳어있는 FPS 시장에 새로운 활로를 뚫는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인준 실장 : 도타2 자체가 재미있는 게임이니까, 모든 유저 분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겁니다.

도타2의 국내 퍼블리싱을 위한 계약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에 게임에 대한 대중적인 반응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조사해본 적이 있는데요. 당시 재미있는 게임인데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이 있었습니다. 일련의 조사 끝에 한국에 퍼블리싱된다는 소식이 없어서 기다리는 유저들이 많다는 결론을 얻게 됐죠.

그때 느껴졌던 많은 유저 분들의 염원을 이뤄드리는 것이 도타2 담당 디렉터로서 해야할 가장 중요한 임무가 아닐까 합니다.

한재호 본부장 : 개발 3본부는 신규 런칭을 준비하는 2개의 타이틀이 있는만큼 올 하반기에 가장 힘이 실려있는 부서가 아닐까 합니다. 이 게임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 기반을 다져주는 것이 제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