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문이 열리고, 한 소녀가 떨어진다. 어두운 지하에서 외롭게 살던 '디모'는 그 소녀를 받아내며 뜻밖의 만남을 겪는다. 기억을 잃은 소녀가 이곳을 나갈 수 있도록, 디모는 작은 묘목을 심어 음악을 연주해주기 시작한다.

이 나무가 천장에 닿을 만큼 자라면 소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디모의 자상함에 감동하는 소녀, 그리고 그녀를 돌려보내기 위해 다시 혼자 남는 외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디모. 이 둘의 이야기는 어떻게 끝을 맺을까.

스토리만큼이나 아름다운 음악과 게임을 들고 그들이 돌아왔다. '사이터스(CYTUS)'로 모바일 리듬게임에 큰 족적을 남긴 개발사 레이야크는, 이번 차기작으로 피아노 선율이 가득한 감성을 준비했다. 나무를 키우는 두 사람의 이야기, '디모(Deemo)'가 앱스토어에 인사를 건넸다.




놀라울 정도로 잘 뽑아낸 감성, 그 뒤에는 드러나지 않은 게임성이 숨어 있다. 사실 게임성이야말로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다. '디모'는 사이터스가 구현했다고 평가받는 모바일 리듬게임의 최고점에서, 다시 한 단계 진화를 이끌어냈다.

플레이 화면을 처음 보면 마치 건반 게임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모바일에서 극대화할 수 있는 터치감을 완벽하게 살리고 있다. 터치 판정은 부드럽게 이어지고, '비트매니아'로 대변되는 건반 게임의 UI를 살리면서도 'DJMAX 테크니카'로 널리 알려진 터치형 리듬액션의 특성을 기본적으로 가졌다.

▲ 장면 위주의 감성으로 진행되는 스토리 씬


외형에서는 얼핏 '탭소닉'을 떠올리게 하지만,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 채보의 칸 구분이 없다. 그 어느 위치에라도 자유롭게 건반이 떨어질 수 있는 것. 이것은 손가락이 더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고, 채보 역시 다채로우면서 아름답게 구성된다는 의미가 된다.

전작에 비해 결정적인 진화 포인트가 또 하나 있다. '사이터스'의 일부 곡은 스마트폰을 두 손으로 잡고 완벽하게 플레이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디모'는 엄지손가락 두 개만으로 모든 곡을 만점 클리어하기에 충분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휴대성에서 엄지족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했다는 것은, 곧 대중성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는 이야기다.

▲ 아이폰5 플레이 촬영 - Utopiosphere(Hard, Lv 7)


가장 세련된 '키음'을 구현했다는 점도 언급해야겠다. 리듬게임에 키음을 적용하는 일은 양날의 검이다. 실제 연주한다는 느낌을 주는 데에는 이만한 시스템도 없지만, 비숙련자가 플레이할 때는 불협화음이 일어나기 때문에 음악을 온전히 즐기기 쉽지 않은 약점도 있다. '디모'는 각 노트에 절묘한 밸런스를 잡고 키음을 배치했다. 피아노 음률을 노트에 적절히 배치하면서도, 멜로디 진행을 키음에 크게 의존하지 않으면서 박자가 어긋날 때의 이질감을 최대한 없앴다.

종합하자면, 리듬액션의 주된 게임성인 터치범위 설정과 노트 구분에서 진화를 이끌어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디모'의 노트 시스템은 앞으로 나오게 될 모바일 리듬게임들이 한번씩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곡들이 하나같이 얼마나 아름답고 질이 높은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인정할 것 같다.

▲ 플레이 장면


전작과 마찬가지로 노트 유효 판정은 관대한 편이다. 다만 다른 게임의 '퍼펙트'에 속하는 '차밍' 판정은 눈에 띄게 엄격해졌다. 쉬운 난이도에 상상 초월 고수가 많은 리듬게임 장르에도 불구하고 26일 현재 전곡 만점자가 전세계 4명뿐인 것이 의미심장하다. 기자 역시 리듬게임을 오래 즐겼다고 생각했지만, '올 차밍'을 기록한 곡은 이지 난이도 4곡뿐이었다.

▲ 곡별로 존재하는 일러스트도 볼 거리


하늘 아래 완벽한 게임은 없듯, 단점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숙련자를 위한 곡은 부족하다. 전곡을 플레이하면서 확실하게 '어렵다'고 느낀 곡은 최종곡 'Magnolia' 정도. 그나마도 클리어 기준에서는 전혀 힘들지 않았고, 익숙해지면 점수 상승도 수월하다. 사이터스부터 이어져 온 레이야크의 몇 안 되는 고질적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10m부터 20m까지 올리는 구간에서 점수를 따낼 곡이 부족해 이지나 노멀 난이도를 강제로 플레이해야 하는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추가 팩을 구입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물론 상위권 순위 싸움을 벌이기 위해서는 모든 보면을 필수로 플레이해야 하지만, 엔딩을 보고자 하는 유저들 전부 그런 플레이를 강요받는다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선곡할 때 체계적인 이동이 불가능하고 슬라이드로만 곡을 옮겨야 한다는 점(전곡 해금 상태에서 끝에서 끝 곡을 가려면 스무 번이 넘는 슬라이드가 필요하다)이나, 일시정지 후 재개할 때 구체적인 카운트가 없어서 콤보를 잇기가 쉽지 않다는 점 등 자잘한 문제도 존재한다. 아직은 안드로이드에서 즐길 수 없다는 안타까움도 빠지면 안 되겠다.


▲ 메뉴 화면의 대사와 배경의 분위기는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런 단점이 점수를 낮추는 요소는 되지 않는다. 앞으로 곡을 추가한다면 자연스럽게 보완이 되거나, 간단한 업데이트를 통해 메울 수 있는 것들이다. 단돈 1.99달러에 이 정도로 잘 만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은 감히 행운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간의 모바일 게임을 모두 모아놓고 상대평가를 실시했을 때, 이 게임은 만점을 줄 수밖에 없다.

크지 않은 볼륨에도 불구하고 '디모'는 감성과 게임성, 그리고 선곡이라는 측면에서 더 발전된 경지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리듬액션 장르의 한 통로에서 아직 아무도 닿지 못한 길을 선두에서 걸어가고 있다. 바로 그 점이, 레이야크가 새로 선보일 곡과 다음 신작이 기대되는 이유다.


▲ 총 점수를 다른 유저들과 경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