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LTE-A 롤 마스터즈 2014 로스터가 공개됐다. 베일에 싸여있던 각 팀의 선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이 예상한 선수가 그 자리에 있는 경우도 있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가 어느 팀에 영입되는 일도 있었다.

롤 마스터즈는 팀 단위 경쟁이 아닌, 게임단과 게임단의 경쟁이니만큼 어느 한 팀이나 선수가 독주하는 그림은 보기 힘들 듯 하다. 게다가 최근 왕좌에 앉아 있는 SKT T1 K는 핵심 멤버인 '푸만두' 이정현이 건강 문제로 롤 마스터즈 참가가 불투명하다.

왕좌를 노리고 있는 팀들이 새로운 선수의 영입이나 팀 내의 포지션 이동을 통해 전열을 재정비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프로 선수들의 이적이다. 진에어 소속이었던 '아이스베어' 권지민이 '캐스퍼'로 아이디를 바꾸고 SKT T1 K에서 활동하게 됐다. CJ 블레이즈의 '캡틴잭' 강형우도 진에어 스텔스로 이적했다. 그 외 많은 선수의 이적은 아래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아마추어 선수들의 발굴 작업도 한창이다. 그 작업에 가장 열중하고 있는 게임단은 삼성 갤럭시다. 오존엔 '호크' 손예준, 블루엔 '비전' 김대호. 총 두 명의 아마추어 선수를 엔트리에 포함했다. 과감한 결정이다.

롤 마스터즈는 룰은 팀의 리빌딩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친 게임단적인 룰을 채택했다. 특히 3세트 자유 엔트리 제도는 감독들이 상상만 해 봤던 게임단 내 드림팀의 완성도를 측정할 좋은 기회다. 3세트에서 각 팀은 저마다 생각한 최고의 조합을 꺼내 서로 맞붙여 볼 테고, 소위 '깨지면서' 점점 최고의 조합으로 진화할 것이다.

그럼, 이번에 7개의 게임단이 제출한 엔트리를 자세히 살펴보자.



■ CJ 엔투스 - 프로스트는 대격변, 블레이즈는 롤 마스터즈 최강팀 중 하나



[ CJ 프로스트 미드라이너 '코코' 신진영 ]


CJ 프로스트는 롤 마스터즈를 대비해 과감한 선택을 했다. 게다가 현명한 선택이었다. 먼저, 제닉스 스톰에서 눈에 확실히 띄었던 미드 라이너 '코코' 신진영을 영입했다. 지난 시즌까지 있던 '빠른별' 정민성은 은퇴, '갱맘' 이창석, '막눈' 윤하운과는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세 명의 미드라이너가 있다는 것이 시즌 전까지는 굉장한 무기처럼 보였지만, 막상 시즌 중에는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정글러였던 '헬리오스' 신동진과도 이별했다. 대신 KT 애로우즈의 '리라' 남태유를 영입했다. 남태유는 실제 성격도 자신감이 넘치고, 플레이에도 그 자신감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선수다. 아마추어 팀인 CTU 시절에도 프로팀과 게임을 할 때 전혀 주눅이 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CJ 프로스트는 탑과 봇 듀오가 굉장히 강력하다. 하지만 요즘 경기의 핵심인 미드-정글이 모두 바뀌었기 때문에, 시즌 초반은 어쩔 수 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 줄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블레이즈는 걱정할 거리가 없다. 멤버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WCG, NLB를 우승할 때 멤버가 그대로다. 블레이즈와 비슷하거나 더 강하다고 평가되던 SKT T1 K, KT 불리츠, 삼성 오존 모두 멤버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현 상태를 유지하며 팀 호흡을 더 맞춘 CJ 블레이즈가 이번 롤 마스터즈의 최강팀 중 하나라고 말해도 이견이 없을 듯하다.



■ SKT T1 - 이론적으론 문제가 없는 K



[ SKT T1 K 서포터 '캐스퍼' 권지민 ]


섬머, 롤드컵, 윈터. 세 개의 메이저 대회를 휩쓴 SKT T1 K. 너무나 높이 있는 왕좌를 바라보며 이 팀은 도대체 언제 흔들릴지 궁금했던 사람이 많다. '푸만두' 이정현이 건강상의 문제로 롤 마스터즈의 참가가 불투명해졌다. 다섯 명이 너무나 끈끈했던 팀이기에, 만약 이정현이 참가하지 못한다면 SKT T1 K의 강력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정말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선수가 이정현을 대체한다. 바로 '아이스베어' 권지민이다. 진에어 소속으로도 정말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선수고, 현재 솔로 랭크에서도 챌린저 10위권 내의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다. 피지컬적으로는 '푸만두' 이정현에 비해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스킬 명중률, 변수 창출 능력, 맵 장악 능력도 비슷하다.

하지만 역시 호흡이 문제다. 이정현은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K팀과 함께 했다. K팀은 처음 창단했을 때 다섯 명 그대로 정상까지 올라갔던 팀이다. 이정현과 기량이 비슷한 선수가 들어갔다고 해서, 당장 이정현이 있던 K팀만큼 강할 수 없단 얘기다. 권지민은 아마추어 시절 K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 적은 있다. 당시에는 '장병기마스터' 배성웅, '고전파' 이상혁, '지민짱짱123' 권지민이 같은 팀이었다. 그래도 이정현이 있었을 때의 유기적인 움직이 보다는 덜 할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평가다.

K팀은 확실히 전보다 약해졌다. 어느 만큼 약해졌느냐면, 롤챔스 18연승을 하던 팀이 '한 16연승 정도만' 하는 팀으로 약해졌다고 생각한다.

S팀은 팀원의 변화가 없으므로 롤 마스터즈에서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한다. 게다가 최근 2013 한국 야쿠르트 7even 세계 청소년 마인드스포츠 대회에서 나진 소드를 3대 0으로 완파했다.



■ KT 롤스터 - '인섹' 최인석은 은 탑 유지. '제로' 윤경섭의 활약 기대



[ KT 불리츠 정글러 '제로' 윤경섭(좌), KT 애로우즈 탑 '썸데이' 김찬호(우) ]


'카카오' 이병권은 애로우즈로 자리를 옮겼다. 비어있는 정글 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이냐가 가장 팬들이 궁금한 일이었을 것이다. 세체정(세계 최고 정글러) '인섹' 최인석의 정글러 부활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제로' 윤경섭이 불리츠의 정글러로 낙점됐다.

사실 그동안 윤경섭은 미드 라이너로 경기에 임했다. 개인적인 실력은 굉장히 뛰어났지만, 운이 없는 케이스였다. 경기 중에 긴장하는 것도 한몫했다.

윤경섭에겐 좋은 기회다. 불리츠는 굉장히 단단한 팀이다. 미드, 정글, 봇 듀오의 라인전 능력이 좋고 잘 흔들리지 않는다. 윤경섭의 개인 기량을 마음껏 발휘해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정글러 포지션으로 얼마나 많은 게임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포지션이니만큼 숙련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걱정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 문제는 신속히 해결될 거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KT 롤스터에는 뛰어난 정글러가 두 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은 '카카오' 이병권이고, 한 명은 전 세체정 '인섹' 최인석이다. 두 명이 '주입식 교육'으로 윤경섭을 키운다면, 최인석의 화려함과 이병권의 현명함을 동시에 갖춘 정글러로 성장해 롤챔스를 정복할지도.



■ 삼성 갤럭시 - 전략적인 시도를 하면서 미래를 본다



[ 삼성 블루 미드라이너 '다데' 배어진(좌), 오존 미드라이너 '폰' 허원석(우) ]


삼성 갤럭시는 롤 마스터즈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물론 우승을 하면 좋겠지만, 이번 롤 마스터즈가 팀 리빌딩을 생각하는 게임단에는 더 없는 기회라는 것이다.

이번 롤 마스터즈, 큰 그림으로는 다가올 롤챔스 스프링을 위해 아마추어 선수와 전 프로게이머를 영입했다. 총 네 명이다. 먼저 전 프로를 살펴보면 '버스트' 이한길이다. Me5, 미오로 더 알려져 있는 서포터다. 그리고 퀀틱 게이밍으로 북미에서 활동하다가 다시 한국으로 유턴한 '건'(건자) 정건희다. 정건희도 서포터다.

두 명의 아마추어는 굉장히 재능있는 선수들을 영입했다. 미드 피즈로 유명한 '호크' 손예준(아마추어 시절 ID : 호크형), 개인 방송으로 유명한 '비전' 김대호(아마추어 시절 ID : CVmax)다.

게다가 '폰' 허원석과 '다데' 배어진의 자리를 이동했다. 이제 허원석은 오존에서, 배어진은 블루에서 활약하게 된다. 삼성 갤럭시는 이번 롤 마스터즈에서 게임단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해 많은 선수 이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경기를 하면서 점점 최적의 조합을 찾아 낼 생각이다.

예비 멤버가 주전으로 활약하는 것 외에도, 선수들의 포지션 이동까지 고려하는 중이라고 하니, 삼성 갤럭시 경기를 볼 때마다 항상 새로운 느낌을 받을 것 같다.



■ 나진 e엠파이어 - 쓸 카드가 더 생긴 소드. 실드는 전력 보강



[ 나진 소드 정글러 '헬리오스' 신동진 ]


나진 소드는 '엑스페션' 구본택이 한 시즌 쉬기로 했다. 건강상의 문제다. 구본택의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라인전 능력에서만큼은 정상급 선수라고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나진의 미래였던 식스맨, '펭' 윤영민, '윙드' 박태진, '세라프' 신우영도 계약이 만료되어 팀을 떠난다. 재능은 분명 있는 선수들이었지만, 즉시 전력감이 되지 않았다.

소드는 핵심 선수가 나간 것을 빠르게 채웠다. 구본택 대신 '리미트' 주민규(아마추어 시절 ID : TopLulu)가 대신한다. 구본택과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다.

소드의 핵심은 정글이다. '헬리오스' 신동진, '액토신' 연형모를 동시에 영입했다. 스타일이 다른 두 정글러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공격적인 정글러인 연형모를 활용해 갱킹, 다이브 중심의 운영을 할 수 있게 되고, 신동진을 이용해 천천히 스노우볼을 굴리며 봇 캐리를 노리는 기존 나진 소드의 운영까지 사용할 수 있다. 나진 소드를 만나게 되는 팀은 어느 정글러가 출전할지 골머리를 싸매야 할 지경이다.

나진 실드는 롤챔스 윈터 2013-2014 시즌을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팀 최초의 4강. 팀멤버 모두가 많이 성장했다. 다만, 나진 실드에게 한가지 부족했던 것은 역시 다전제 경험. 멘탈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다전제에서 어떤 것이 중요한지 경기 중에 가르쳐줄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와치' 조재걸이 소드에서 실드로 옮기면서 경험에 대한 부분이 많이 해소될 전망이다. 조재걸은 롤챔스 윈터 2012 우승 경험도 있는데다가, 비공식 포함 총 경기 150전에 달할 만큼 베테랑이다. 팀의 중심을 잡아줄 만한 경험이 있다.



■ 진에어 그린윙스 - 선장에서 기장으로 변신한 강형우



[ 진에어 스텔스 원거리 딜러 '캡틴잭' 강형우 ]


'훈' 김남훈, '래퍼드' 복한규, '아이스베어' 권지민 등 팀의 핵심 멤버들과 이별한 진에어 그린윙스. 새 선수의 영입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빠르게 공개된 진에어 그린윙스의 새 선수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바로 CJ 블레이즈의 '캡틴잭' 강형우. 1세대 원거리 딜러로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그다. 최근 블레이즈에서 출전 기회가 적어 진에어로 이적을 결심했다는 강형우의 활약이 기대된다.

강형우가 해야 할 일이 많아 보인다. 자신의 기량을 유지 또는 향상하는 것을 제외하고 말이다. 지금 진에어 스텔스와 팰컨스 모두 리빌딩을 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팀의 불협화음이 당연히 나오는 상황. 그것을 고참 프로게이머인 강형우, 여창동, 김범석 같은 선수들이 잡아줘야 한다.

그 문제를 제외한다면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잡힌 모양새다. 패기있는 신예들, 프로 경험을 했던 선수들이 조화되어 어떤 폭발력을 보여줄 지 감을 잡을 수 없다.

2월 11일(화)에 있었던 배틀로얄에서도 진에어 스텔스는 리빌딩을 막 마친 팀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단단했다. 패배한 경기에서도 쉽게 지지 않고 경기를 끝까지 끌어갔다. 강팀의 조건인 '쉽게 지지 않는 팀'의 흔적이 보였다.

팰컨스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 시즌까지 '미소' 김재훈과 '미스틱' 진성준은 가능성이 충분히 검증됐다. '갱맘' 이창석, '낀시' 김범석의 영입으로 경험과 실력 두 가지를 한 번에 채웠다. 게다가 아마추어 시절 오리아나로 인터넷 개인 방송 리그를 호령했던 '보루나' 김영훈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 IM - 이제는 틀이 잡혔다



[ IM 1팀 정글러 '라일락' 전호진 ]


IM의 가닥이 잡혔다. 1, 2팀 모두 선수들을 균형 있게 잘 채웠다. '라일락' 전호진, '스맵' 송경호, '미드킹' 박용우의 경험이 주 무기인 1팀. 지난 시즌 파란을 일으켰던 2팀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시즌과 그다지 변화가 없다. 2팀의 '피엘엘' 박재권이 '애플' 정철우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기반 다지기에 중점을 뒀다고 할 수 있다. 그 기반에서 피운 꽃이 지난 시즌 IM 2팀이다.

예비 멤버도 없고, 양 팀간의 선수 이동도 없을 듯 보인다. 이번 롤 마스터즈는 어떻게 보면 또 하나의 경험 쌓기다. IM 또한 큰 그림을 롤챔스로 보고 있다.

게다가 지난 시즌까지 스폰이 없던 상태에서 '준시스템'이라는 후원 업체가 등장했다. 선수들 입장에서 조금 더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것.

많은 사람이 IM을 이번 롤 마스터즈의 약팀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팀원의 변경이 없고 팀간의 선수 이동이 없는 상태로 롤챔스 하듯이 마스터즈에 임한다면 의외의 선전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 선수에 대한 과도한 비방 욕설은 통보없이 삭제되며 이용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