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왕' 이정훈(MVP)이 네 번째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준우승은 이전의 것들과는 달랐다.

이정훈은 7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린 핫식스컵 라스트빅매치 2014 결승전에서 김유진(진에어)에게 패배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렇지만 눈물은 없었다. 비난이나 안타까움도 없었다. 좌절이 아닌 희망을 찾은 뜻깊은 준우승이었다.

이정훈은 2013년과 2014년을 거치며 '콩라인(준우승을 많이 한 선수들을 일컫는 말)'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어윤수(SK텔레콤)의 대선배다. 스타크래프트2 초창기 수많은 준우승을 차지하며 홍진호의 뒤를 잊는 '콩라인'의 대표주자였다. 스타일리쉬한 경기력으로 결승전에 올랐지만 매번 정종현(무소속)에게 덜미를 잡히며 준우승에 머무른 것이 무려 세 번이었다. 어윤수가 있기 전, 이정훈은 '안타까움'의 아이콘이었다.

이정훈은 그 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리그오브레전드로 종목을 바꿨다가 다시 스타크래프트2로 돌아오기도 했고, 꽤 오랜시간 동안 개인리그에 출전하지 못했던 이정훈이다. '해병왕'이라는 멋진 별명이 서서히 잊혀질 정도로 공백 기간이 길었다. 지난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에서 프라임의 주전으로 꾸준히 출전해 가끔 전성기를 연상케하는 경기력을 뽐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느낌이었다.

이번 핫식스컵 라스트빅매치 2014는 해병왕의 '부활'을 거론해도 괜찮을 만한 계기다. 지난 2013 WCS-GSL 시즌3 챌린저리그 이후 무려 1년 반 만에 출전한 개인리그는 이정훈이 전성기의 경기력을 상당히 회복했음을 증명했다.

예선을 뚫고 본선에 오른 이정훈은 16강 A조에서 김준호(CJ), 김대엽(KT)을 물리치고 조 1위를 차지하며 8강에 올랐다. 8강에서 원이삭(YoeFW)을 격파한 뒤에는 4강에서 2014년 최고의 프로토스로 평가 받는 주성욱(KT)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비록, 결승전에서는 김유진에게 패배하며 첫 국내리그 우승에 실패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이정훈이 보여준 행보는 '해병왕이 돌아왔다'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무려 3년 만에 차지한 네 번째 준우승. 분위기 또한 달랐다.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배했지만 이전과 달리 좌절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앞으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준우승이었다. 800만원의 준우승 상금과 250점의 소중한 WCS 포인트. 이정훈은 2014 시즌 때 단 1점의 WCS 포인트도 확보하지 못했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한 2015 시즌의 시작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