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 소속으로 선수 생활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일은 선수와 팀 모두에게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팀을 떠올리면 그 선수를 생각하고, 선수를 생각하면 그가 소속한 팀이 자연스레 생각나는 것. 누구나 한 번쯤 원하는 일이지만 누구나 쉽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미 대표 게임단 Team Solo Mid(이하 TSM)의 심장인 '다이러스'는 이러한 조건에 가장 부합되는 LoL 프로게이머다. 시즌 초창기부터 올해까지 단 하나의 팀 소속으로 롤드컵에 이름을 올렸고 팀을 위해 싸웠다. 5년이라는 시간, 프로게이머 선수 수명의 전부를 모두 쏟아낸 그가 이번 롤드컵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무대에서 퇴장하는 그가 밝힌 소감에 많은 사람이 감동했다. 또한, 앞으로 그의 행보와 그가 가진 생각들에 대해서도 궁금해했다. 해외 유명 LoL 관련 커뮤니티인 레딧에서 '다이러스'와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이를 통해 그가 가진 앞으로의 계획과 그의 사고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다음은 레딧에서 진행된 '다이러스'의 질의·응답의 일부분이다.



Q. 탑 라인에서 만나본 선수 중에 가장 껄끄러웠던 상대는 누구인가?

올해는 '마린' 장경환이 가장 힘들었다. 작년에는 '세이브' 백영진, 그전에는 '임팩트' 정언영이 정말 힘들었다. 장경환을 상대로 라인전을 이길 뻔한 적이 있었는데, 내 실수로 역전당했다.


Q. 역대 TSM의 베스트 5를 뽑는다면 누구를 말하고 싶나?

'러스트보이'가 팀에 합류했을 때 나는 우리가 시즌 4에서 우승 경쟁에 합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시 우리는 삼성 화이트랑 연습 경기를 자주 했는데 삼성 화이트가 정말 잘했다.


Q. 선수 생활 동안 가장 재미있었고 주변 사람들도 모두 좋아했던 때가 언제인가?

시즌 4에서 레넥톤을 했을 때, 상대가 갱킹을 왔는데 오히려 역으로 두 명 다 잡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문도, 쉬바나 같이 쉬운 챔피언을 할 때도 재미있었다.



Q. TSM에 새로운 탑 라이너로 누가 들어올 것 같은가?

내 머리속에 상상으로 만든 리스트이기에 굉장히 비현실이지만, '지온스파르탄', '플레임', '트레이스', '마린', '썸데이', '후니', '임팩트' 중에 한 명이 팀에 왔으면 한다. 영어 잘하는 선수를 선호하지만, 위의 선수들은 경기력이 매우 뛰어나서 머릿속에 생각났다.


Q. '레지날드'가 팀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레지날드는 팀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밖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가 맡은 일이 많아 가끔 잠이 부족해 보이기도 했다. 레지날드 덕분에 우리 팀은 리그 5위에서 결승전 진출팀이 될 수 있었다.


Q. 은퇴를 발표한 뒤, 팀원들끼리 모여 자축하는 시간을 가졌는가? 은퇴 결심은 언제 했나?

경기 끝나고 패배의 충격 때문에 팀원들끼리 모여 자축하는 시간은 갖지 못했다. 하지만 팀원들의 노력과 헌신에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Q. TSM 팀원과의 관계는 어떤가?

'산토린'은 체육관에서 함께 운동하는 친구다. 항상 많은 대화를 갖진 않지만, 이야깃거리가 있을 때는 언제나 함께 이야기하는 사이다. 나와 '산토린'은 비슷한 삶을 살아 함께 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산토린'은 어리고 빨리 배우기 때문에 내년에 어떤 선수가 될지 기대하고 있다.

'비역슨'은 항상 주인공 같은 친구다. 그는 리더같이 행동하고 선수 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존경할 수 있을 만큼 바른말을 한다. '와일드터틀'은 조용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준다. 시즌 3 때 내가 '레지날드'와 언쟁을 벌인 적이 있는데 '와일드터틀'이 탁자를 치며 화내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와일드터틀'이 이해하면서 잘 지내왔다. 그는 항상 재밌게 살고 싶어한다.

'러스트보이' 함장식은 정말 웃긴 이야기를 잘하고 귀여운 태도를 지녔다. 처음 팀에 왔을 때는 영어를 잘 못 했지만 북미 리그에서 그가 보여준 열정 덕분에 쉽게 어울릴 수 있었다. 시즌 4에서 함장식만큼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서포터는 본 적이 없다.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지만, 그에겐 언제나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다이러스 : 이미 여러 번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지만 아마 이번 질의 응답시간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팬들이 많이 궁금해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아마 이런 일을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재미 혹은 교육을 목적으로 LoL 관련 영상 콘텐츠를 만들 것이다. 프로 선수와 관련된 비평이나 경기 해설을 할 경우엔 최대한 정직하고 친분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 해 휴식을 취하거나 후보 선수로 복귀, 혹은 또 다른 시각으로 TSM을 도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팀 소속으로 뛰는 일은 없을 것 같다. TSM은 내가 이러한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유일한 팀이다. 끝으로 내 마지막 질의·응답에 참여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


'다이러스'와의 질의 응답은 현재 진행 중이며, 관련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