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끝나지 않은 전설 '송병구', 팬들이 그의 경기에 열광하는 이유
삼성은 2014년에 기존 감독들이 다 떠나고 새로운 코치진이 필요했다. 빈자리를 채울 후보는 당연히 삼성 게임단의 상징과 같았던 송병구였다. 송병구 역시 안 좋았던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자신이 직접 코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승낙했다. 단,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플레잉 코치로 활동할 수 있게 해달라"는 말과 함께
그동안 많은 플레잉 코치가 있었지만, 대부분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코치 일정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바쁘기에 선수 역할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송병구 역시 한동안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고 다른 플레잉 코치처럼 선수 생활을 포기할 것처럼 보였다. 특히, 감독 역할까지 겸해야 하는 삼성에서 선수로 활동하긴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송병구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입증해나갔다. 한 세트 차이로 본선 진출에 실패하기도 했지만, 지난 2015 핫식스 GSL 시즌3부터 보란 듯이 코드 S에 올라갔다. 그리고 공허의 유산으로 열리는 2016 핫식스 GSL 시즌1에서 다시 한 번 전설이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자신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1의 전설들이 대부분 프로 활동을 그만두었으니 '나도 이만큼 했으면 됐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 송병구는 바쁜 코치 생활과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코드 S로 향했다.
상대는 지난 시즌 GSL 우승자인 이신형이었다. 최근 부진했지만 항상 팀의 에이스로서 자신의 클래스를 스스로 입증했던 선수다. 송병구는 이신형에게도 밀리지 않는 운영 능력을 보여줬고, 분열기 드랍과 암흑 기사로 2:0으로 앞서갔다. 하지만 곧 두 세트를 내주며 2:2 동점 상황이 찾아왔다. 송병구에게는 지난 3일 이제동과 이동녕의 경기처럼 역스윕 당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4세트까지 서로 준비한 전략을 모두 보여줬고, 남은 것은 가장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는 카드를 꺼내는 것이었다.
이신형은 승리를 위해 다수의 해방선을 모았다. 중, 후반 운영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감이 있었던 이신형은 해방선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낸 뒤 상대의 턱밑까지 조였다. 다수의 해방선이 쌓인 테란의 병력과 정면 교전으로는 도저히 승리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많은 프로게이머와 해설자가 해방선을 상대하려면 공중 병력을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송병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경기에 임했다. 우직하게 지상 병력을 모으며 쉬지 않고 견제와 소모전을 시도했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결과를 만들어냈다. 절대로 뚫리지 않을 것 같았던 이신형의 해방선 조이기 라인이 송병구의 지상 병력에 서서히 무너진 것이다. 마치 스타1에서 프로토스가 테란의 시즈 탱크 조이기 라인을 뚫어내는 것 같았다. 당시 테란에게 프로토스의 캐리어에 대한 대처법이 있었지만, 송병구는 우직하게 자신의 상징과 같았던 캐리어를 고집해 테란의 벽을 무너뜨린 바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크래프트의 전설들이 대부분 떠났다. 이제 그들의 모습은 과거의 영광, 멋진 추억으로만 남아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다. 마지막까지 남은 이제동과 송병구마저 은퇴한다면, 팬들 역시 이전 기억을 떠올릴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송병구는 사라질 수 있는 기억을 다시 살려냈다. 많은 이들이 진정한 프로게이머의 자세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송병구에게 박수를 보내며, 동시에 과거의 추억이 더욱 아름다워지게 되는 것이다. 송병구는 다시 한 번 프로게이머로서의 명예를 떠올리게 해줬다.
많은 팬들이 송병구의 승리에 열광하고 있다. GSL 황영재 해설은 "왜 추억이 추억으로 끝나지 않으려고 하죠?"라는 말을 남겼다. 추억 속의 영웅이 다시 돌아와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송병구가 앞으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항상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결과로 만들었던 그가 앞으로 어떤 경기와 코치 활동으로 팬들의 마음속에 기억될지 지켜보도록 하자.
장민영 기자 desk@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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