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생명이 짧을 수밖에 없는 이스포츠에서 5년 이상 활약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20대 중반을 넘어간 선수들은 대부분 스트리머나 코치 등으로 전향을 하거나, 생업을 찾아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선수로 활약하는 선수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앰비션’ 강찬용으로, 초창기부터 선수로 활동하면서 포지션 변경과 결혼 등 우여곡절을 겪었음에도 2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소환사 컵을 들어 올리는 쾌거를 거두었다.

북미에도 이런 선수가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초창기부터 활동했던 ‘더블리프트’ 피터 이량 펭(Peter Yiliang Peng)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시즌 1부터 북미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어찌 보면 NA LCS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느낌을 주는 그는 올해 함께한 TSM을 떠나 내년부터 팀 리퀴드와 함께하게 되었다.




비슷한 나이대의 선수들이 미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둥지에서 피터팬처럼 밝은 희망을 품고 있는 더블리프트. 팀 리퀴드의 부트 캠프로 한국을 찾은 그를 인벤에서 만나 볼 수 있었다.





Q. 더블리프트 선수는 TSM의 핵심 선수 중 한 명이었는데 이번에 팀 리퀴드로 옮기게 되었다. 이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는가?

처음엔 CLG에서 함께 했었던 포벨터, 엑스미디와 같이 플레이하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때 북미 커뮤니티에서는 내가 우승과는 인연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CLG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가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승리했을 때의 느낌은 굉장했다.

TSM에서 나왔을 때 나에게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팀에 들어가던지, 단순히 방송을 하면서 돈을 벌던지. 팀 리퀴드는 사실 북미에서 그리 인기 있는 팀도 아니고, 존재감도 떨어진다. 나는 그런 인식을 바꿔놓고 싶다. 사람들이 팀 리퀴드를 응원하고, 우리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


Q. TSM과 팀 리퀴드의 내부 분위기는 좀 다를 것 같은데 어떤 차이가 있다고 느끼나?

TSM에서의 생활은 처음엔 힘들고 어색했다. 게임 외적으로 소통이 정말 나쁜 편이었다. 하지만 게임을 거듭할수록 우리는 이런 부분을 개선해 나갔다. 게임 밖에서는 좋은 친구가, 게임 안에서는 좋은 동료가 된 것이다.

다들 그렇겠지만 새로운 팀에 참여하게 되면 일단은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려고 할 것이다. (팀 리퀴드에서) 우리는 아직 모두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게임에서 패배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서로의 본심이 드러나는) 그런 상황이 되어야 정말로 좋은 팀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Q. 리그 오브 레전드 이스포츠의 초창기부터 활동을 해왔다.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들이 은퇴하거나 지도자 전향을 하고 있는데, 이런 소식을 들으며 본인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포지션 변경이었다. NA에는 좋은 원딜이 많은 편이지만, 정작 좋은 정글러나 서포터는 충분하지 않은 편이다.

삼성의 앰비션 같은 경우, 나이도 많고 결혼도 했지만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정글러의 경우 캐리를 맡는 미드보다 더 (피지컬보다는) 판단력이 중요한 포지션이다. 알다시피 나는 시즌 4 이후부터는 매년 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만약 원딜로 플레이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면 다른 포지션으로의 변경도 고려하고 있다.


▲ "원딜이 하기 힘들어지면 포지션 변경도 고려하고 있어요"


Q. 올해 월드 챔피언십에서 북미의 원딜이 전체적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큰 무대에서 긴장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는 것 같은데 원인이 무엇이라 보는가?

경기 무대에서 심하게 긴장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플레이를 하면서 놀라는 경우는 꽤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원딜과 대화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그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다른 나라의 원딜이 놀라울 정도로 잘 하더라.

이번 월드 챔피언십에서 그들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팀파이트도, 합류도 우리보다 훨씬 잘했고, 예측하지 못한 타이밍에 한타를 깜짝 한타를 걸어오는 경우도 많았다.

분명 내가 국제 무대에서 실수하는 일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플레이오프나 월드 챔피언십 등 어떤 게임을 하더라도 긴장을 하는 편이긴 하다. 물론 그게 경기를 그르칠 정도로 심하진 않다.

그리고 한국 팬들이 (경기력이 좋지 않은) 나를 가리켜 "덥구"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걸 듣기도 했는데, 꽤 재미있었다. 한국인들의 밈은 정말 최고인 것 같다.


▲ "한국 팬들이 붙여준 덥구라는 별명, 저도 압니다."


Q. 더블리프트 선수는 그레이브스 플레이를 하던 시절부터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고 자주 언급되는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북미에선 팀이 패배했을 때 비난의 대상으로 노려지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것들이 스트레스가 되진 않나?

나는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레딧에 글을 올리는 경우도 많았고, 사람들이 보낸 메일에도 일일이 답변을 해줬었다. 그 시절 나는 모든 이들이 신처럼 떠받들어 주는 존재였다.

그러나 2016 월드 챔피언십에서 커뮤니티의 커뮤니티의 다른 측면을 볼 수 있었다. 2주차에 삼성과의 경기에서 우리 봇라인은 룰러와 코어장전을 상대로 유리한 라인전을 가져갔지만, 내가 크라운의 빅토르에게 죽으면서 패배하고 "너 때문에 TSM이 그룹스테이지를 통과하지 못했어!"라며 손가락질 당했다.

나는 레딧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서도 많은 공격을 받았다. 그래도 나에 대해서 험담을 하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그중에서 일부는 맞는 말이기도 했으니까. 이런 부분은 내게 “영웅으로 죽는 것보다는 악당으로 오래 사는 게 낫다”라는 말을 상기시켜 줬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진심으로 증오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나름 재미가 있는 부분이다. 사실 내가 망언을 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라서…(웃음) 그래서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


Q. 새롭게 올레와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듀오 입장에서 올레는 어떤 선수인가?

일단 올레와의 연습은 잘 되고 있다. 그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 부분은 예전 동료인 바이오프로스트에 비해 주도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인데, 바이오프로스트의 경우는 내 생각에 맞춰주는 식의 플레이를 하는 편이었다. 반면 올레는 나름의 경험과 전략적인 식견을 가지고 독자적인 판단을 하는 편이다.

이건 장단점이 있는 부분인데, 웬만하면 듀오가 같은 생각으로 라인전을 해나가는 게 좋겠지만 로밍이 강조되는 메타라면 서포터가 원딜을 놔두고 돌아다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으로는 우리는 그런 측면을 좀 더 갈고 닦아 나가지 않을까 한다. 나는 올레가 자신의 개성을 갖는 것을 원하기도 하지만, 나와의 합을 잘 맞춰나가는 것 역시 바란다. 한국에선 뭐라고 표현하는지 모르겠지만, Inting(무모하게 들어가서 던지는 행위)을 올레가 자주 하는 편이긴 하다.(웃음) 혼자서 1대 5로 장판파를 펼치는 경우가 많다.


Q. 달라진 시즌에서 가장 좋아하는 챔피언은 무엇인가? 그리고 현 메타에서 사기라고 느끼는 챔피언이 있다면?

한국에 처음 와서 임팩트와 올레에게 "한국인들은 이번 시즌에 자야를 잘 안해?"라고 물어봤을 때, "별로 안해"라는 답변을 듣고 놀랬다. 나는 플레이를 할수록 자야가 사기라고 느끼지만, 나 말고는 아무도 플레이를 안하는 것 같다.


Q. 이제 다음 주면 크리스마스 시즌인데 특별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있나?

아마도 여자친구와 함께 하지 않을까? 아니면 가족들과 함께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그리고 NA LCS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개인 방송에도 시간을 할애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