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L, EU LCS, NA LCS, 그리고 남미 리그와 동남아 리그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리그오브레전드 선수들은 세계 각국에 퍼져 있다. 간혹 생소한 팀의 선수 명단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알고 보면 그 선수 중 한국 선수가 있는 일이 드물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2017년이 끝나가는 스토브 시즌에, 한국 선수가 터키 리그로 향한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왔다.

일반적인 게이머들에게 터키의 프로 리그인 'TCL'은 꽤 생소하게 다가오는 리그다. 하지만 1907 페네르바체(1907 Fenerbahçe)는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지난 월드 챔피언십에서, 페네르바체는 터키 대표팀으로 국제 무대에 발을 디뎠다. 결과는 썩 좋지 않았지만, 적어도 터키에 리그가 있으며, 페네르바체라는 팀이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린 것이다.

1월 9일, 김포공항 근처 메이필드 호텔에서 페네르바체를 직접 만났다. 한국e스포츠협회의 중개로 부트캠프를 온 이들과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1년 먼저 터키로 향해 좋은 활약을 보여준 '프로즌' 김태일부터 갓 팀에 합류한 '체이서' 이상현까지. 페네르바체의 선수, 감독과 나눈 대화를 정리해 보았다.

▲ 좌측부터 '탈드린', '체이서', '파데스' 감독, '프로즌', '패든', '저그스팅'


Q. 한국에 부트캠프로는 처음 방문하게 되었는데, 소감이 어떤가?

'프로즌' 김태일: 원해 부트캠프가 여름에 예정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팀이 내외적으로 일이 많아 이제야 올 수 있었다. 같이 온 친구들이 한국 치킨을 굉장히 궁금해했는데, 이제 매일 다른 종류의 치킨을 먹여줄 생각이다.

케스파에서 한국 팀들과 연습할 기회를 많이 주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실제로 얻는 것도 많았다. 우리에게는 굉장히 의미있고 큰 도움이 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탈드린' Berke Demir: 첫 한국 방문인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나 좋다. 이번 기회에 메타에 내 플레이를 적용하고자 많이 노력하고 있고, 그것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Q. 한국에서의 연습은 실질적으로 어땠나?

'저그스팅' Onur Ünalan: 현재 부트캠프를 시작한지 5일정도 되었는데, 모든 점에서 다른 것을 느끼고 있다. 솔로큐도 터키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르고, 팀 플레이 면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전략을 배울 수 있었다.

'탈드린' Berke Demir: 난 그 전부터 다른 지역의 솔로큐를 많이 해봣다. 중국 NA, EU 전부 다 해봤는데, 한국이 플레이 면에서는 가장 수준이 높고, 한국의 게이머들 게임을 존중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들은 승부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있고,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확실히 좋은 경험이다.

▲ 탑 라이너 '탈드린' Berke Demir


Q. 부트캠프에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Pades' 감독: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작년에 보여준 것에 비해 훨씬 나은 수준의 작년 TCL보다 훨씬 좋은 팀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팀원 개개인의 메카닉과 팀 파이트에서의 호흡을 더 향상시키고자 한다.

'체이서' 이상현: TCL과 다르게 한국 팀은 팀 게임 위주로 운영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번 부트캠프로 우리 팀 모두가 이런 '팀 게임' 개념을 확실히 알아가길 기대한다.


Q. '체이서'와 '저그스팅'을 이번 시즌에 영입했다. 이들을 영입한 이유는 무엇이며, 팀에서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나?

'Pades' 감독: 두 선수가 합류하면서 팀 내부적으로 굉장히 많은 발전이 있었다. 드래프트(픽밴), 플레이스타일 양면에서 발전이 있었고, 나는 이런 향상점들이 TCL뿐만 아니라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충분히 통할 거라 예상한다. 두 선수가 모두 공격적인 선수들이기에, 전보다 전략을 능동적으로 펼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 'Pades' 세다르 파데스 감독


Q. 한국 선수들이 이번 스토브 시즌에 TCL에 많이 진출했다. 기존 TCL의 터줏대감으로서 어떤 느낌이 드나?

'탈드린' Berke Demir: 작년에 '프로즌'이 합류할 때, 프로즌이 잘 하면 다음 해엔 한국 선수들이 더 많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런데 진짜로 그렇게 되어버렸다. 아마 TCL은 작년에 비해 더 경쟁적이고, 더 수준 높은 리그가 될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TCL에서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할만한 팀들이 더 많이 나올 수는 있겠다. 우리 팀도 이번 한 해는 굉장히 빡빡하게 리그를 준비하려고 한다.

'프로즌' 김태일: 탈드린이 한 말이 직접 내가 했던 말이긴 하다.(웃음) 내가 터키에 처음 왔을때, 내가 잘 하면 한국 선수들도 이제 터키로 많이 올거라고 말하긴 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보니 한국 선수들이 실제로 꽤 왔다. TCL이 앞으로 더 험난한 리그가 될 것이란 건 자명한 사실인 것 같다. 아마 지금쯤 터키 팀에 합류한 한국 선수들이 한국식 팀 게임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고 있을 테니 말이다. 나 또한 질 생각이 없다. 때문에 우리 팀 또한 호흡을 맞추고, 경기 스타일을 더욱 스마트하게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Q. 여태까지 5일동안 한국에서 지내면서 먹은 음식 중에선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

'패든' Ege Acar Koparal: 삼겹살. 맛있게 먹었다.

'프로즌' 김태일: 터키는 가까운 이슬람권의 영향으로 돼지고기 요리를 찾기가 힘들다. 돼지고기가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 삼겹살을 맛있게 먹은 '패든' Ege Acar Koparal


Q. 지난 월드 챔피언십에서 꽤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당시 경기에서 어떤 것들을 느꼈고, 이에 대한 피드백은 어떻게 이뤄졌는가?

'프로즌' 김태일: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거둔 3승 1패는 사실 운이 좀 좋았다. 실력은 다들 비슷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룹스테이지로 올라오면서 확실히 달라졌다. 일단 라인전 개인 기량에서부터 차이가 있었다. 그간 우리가 만나보지 못한 수준의 선수들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니 뭐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중심을 잡아야 할 나까지 흔들리다 보니 결과가 좋지 못했던 것 같다. 우리가 이길 수 있었던 팀들은 한 번쯤 실수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다시 복구하면 끝이었다. 하지만 정상급 팀들은 그 한 번의 실수를 파고들어 승부를 지어버렸다. 참 많이 배웠다.

'탈드린' Berke Demir: 확실히 그룹스테이지에서 만난 팀들은 당시의 우리에겐 너무 강력했다. RNG나 삼성 갤럭시같은 팀들 말이다. 작은 실수 한 번을 파고들어버리니 우리 플레이가 완전히 봉쇄당하는건 순간이었다.


Q. 의사소통 문제는 어떤가? 서로 이야기가 잘 통하는 편인가?

'프로즌' 김태일: 예전에 다른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다. 터키는 주 언어가 터키어인데, 다행이도 팀원들은 전부 다 영어를 잘 한다. 반면, 난 영어가 약한 편이었는데 내가 말하는 몇몇 단어를 잘 알아들어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했다. 이 친구들도 모국어는 아니다 보니 영어가 다소 느린 편이라 내가 알아듣기 어렵지 않았다.

'저그스팅' Onur Ünalan: 팀 내에서는 세 가지 언어를 쓴다. 봇에서는 터키어 미드 정글은 한국어. 근데 공통적으로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다.


Q. '체이서' 이상현 선수는 팀에 합류한 소감이 어떤가?

'체이서' 이상현: 페네르바체가 터키에서는 명문 구단이라 생활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기대한 만큼 만족스럽다. 다만 터키에 처음 갔을때 음식이 거의 다 채식 위주로 나오더라. 난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또 지내다 보니 입에 맞는 음식도 많아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 얼마 전 팀에 합류한 정글러 '체이서' 이상현


Q. 아무래도 터키 리그는 EU나 NA에 비하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터키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프로즌' 김태일: 일단 한국에서는 내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는 상황이 많았다. 처음 터키에 갔을 때도 똑같은 마인드였는데, 스트레스는 덜 받더라. 왠지는 잘 모르겠다. 똑같은 마음으로 연습을 해도 받는 스트레스가 더 적다고 해야 할까. 일단 일어나는 시간에 대한 압박이 없다.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다들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걸 그렇게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마인드가 다들 스트레스를 안받는 쪽으로 산다. 오히려 그래서 능률이 더 나오지 않나 싶은 생각도 한다.

우린 연습을 좀 늦게 시작하는 편이다. 스크림을 오후 5시쯤 시작하는데, 한국에 있을 때는 점심시간쯤엔 시작했던 것 같다. 근데 어쩔 수가 없다. 우리는 보통 다른 리그의 팀들과 스크림을 하는데, 우리가 요청하는 입장이다 보니 상대 시간에 맞춰 주어야 한다. 때문에 시차가 나서 스크림 시간이 늦어진다. 문제는 다른 리그 팀들도 터키 팀과는 경기를 잘 안해주려 하다 보니, 우리는 상대가 스크림을 취소해도 뭐라 할 수가 없다. 연습 환경에서의 가장 큰 애로상황이 그거다. 보통 스크림을 취소하는 건 꽤 예의에 어긋나는 일인데, 우리는 뭐라 항의할 수도 없다.

생활면에서는 서로 압박 잘 안하는 편 너무 편하다. 오히려 내가 좀 팀원들을 압박하는 편이다. 새벽 세시까지 솔로큐 돌리자 그러기도 했다. 물론 TCL에서만 만족하려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하긴 했다. 하지만 나는 월드 챔피언십 꼭 가고 싶었기에 계속 팀원들을 압박했다. 가끔 팀원들이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따라와 줘서 작년 월드 챔피언십에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 터키 생활에 대해 말하는 '프로즌' 김태일

'체이서' 이상현: 내가 생각하기엔 어느 지역이나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의 환경은 다 비슷한 것 같다. 차이점을 찾기엔 조금 힘들지만, 한국에 비교하면 NA나 터키나 모두 자유롭고 서로에 대한 간섭이 없다. 서로 하고 싶은 것을 존중한다고 해야 할까?


Q. 이번에 한국으로 부트캠프를 오면서, 한국 선수들이 터키 선수들에게 어떤 말들을 해 주었나?

'탈드린' Berke Demir: 프로즌은 항상 EU와 한국의 솔로큐가 다르다는 말을 한다. 팀 플레이가 굉장히 다르다는 말을 많이 했다. 유럽에서는 팀 플레이가 거의 없다. 그냥 개인 플레이의 모임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팀플레이가 워낙 좋아서 솔로큐에서부터 그게 보인다. 문화적으로는 한국과 터키가 비슷한 점이 굉장히 많다. 프로즌 선수가 굉장히 많이 해 줬는데, 지금 생각해 보려니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Q. 마지막으로 감독, 선수 각각의 올해 목표를 들어볼 수 있나?

'저그스팅' Onur Ünalan: 일단 좀 이기고 싶다. 나는 국제 대회 경력이 없기 때문에 MSI를 시작으로 월드 챔피언십 진출, 그리고 8강 정도의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다.

'패든' Ege Acar Koparal: 나도 마찬가지다. MSI, 월드 챔피언십, 그리고 8강까지 이르고 싶다.

'프로즌' 김태일: TCL에 온 한국 선수들에게 지지 않는 것이 일단 목표이고, 국제 대회까지 잘 소화해서 올해를 딱 잘 마무리한 후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하고 싶다.

'Pades' 감독: 이번 한 해는 국제적으로 다른 팀들이 우리 팀을 기억하길 바란다. 작년엔 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올해는 꼭 국제 무대에 페네르바체를 각인하고 싶다.

'체이서' 이상현: 일단 나갈 수 있는 국제 경기는 전부 다 나가고 싶고, 팀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크다. 이번에 온 한국 선수들에게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

'탈드린' Berke Demir
: 지난 월드 챔피언십에서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올해는 꼭 내 실력을 다 보여주고 싶다.






▲ 인터뷰 전, 팀워크를 맞추는 페네르바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