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즈와 베이가 그리고 애니비아. 이런 챔피언들을 곧잘 다루며 프로 씬에서 '국대 라이즈'라는 칭호를 들었던 사람이 있다. 바로 '훈' 김남훈이다. LCK에서 프로게이머 활동을 하던 그는 중국 LPL의 WE와 VG에서 코치 생활을 오랫동안 경험했다.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WE의 4강 진출을 만들었던 것도 김남훈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챌린저스 코리아의 VSG 감독을 맡고 있다.

약 4년 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감독으로 변신한 김남훈. 그는 새 둥지인 VSG에서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VSG의 김남훈 감독과 VSG에 몸담고 있는 두 명의 코치진, 그리고 10명의 선수들이 만들어낼 2019년은 어떨지, 김남훈 감독에게 직접 물어봤다.


Q. 오랜만에 한국 팬들에게 간단한 자기 소개와 인사를 해달라.

오랜만에 인사드린다. 나를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나는 LoL 1세대 프로게이머 출신이다. 선수로 활동을 하다가 중국 쪽에서 코치 제의를 받고 중국으로 건너갔다. 4년 동안 중국 팀 코치 생활을 하다가 좋은 기회가 와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Q. 중국에서 4년 간 코치 생활을 했다. 한국 팀인 VSG를 통해 국내 복귀를 하게 됐는데?

2017년에 WE에서 롤드컵 4강 진출에 성공을 하고 나서 한국 팀에서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코치 생활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코치 활동을 하는지 배워보고 싶었다. 기회가 잘 닿지 않아서 중국에서 1년 더 코치 생활을 했다. 국내 복귀에 대한 생각은 계속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VSG에서 연락이 와서 곧장 국내 복귀를 하게 됐다.



Q. VSG에서의 첫 행보가 순탄치 않았다. 챌린저스 코리아 승격강등전에서 탈락을 맛봤다.

APK 프린스도 갑자기 로스터를 새로 꾸렸던 팀이었기에 연습 기간은 우리와 비슷했을 거다. 우리가 0:3으로 졌는데 실력적으로 부족했다. 그렇게 마무리를 짓게 되면 안될 것 같아서 회사와 많은 이야기를 했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지금은 내가 처음 생각했던 목표를 향해 잘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Q. 당시 어떤 점이 가장 아쉬웠나?

새로운 선수 다섯 명을 한꺼번에 영입했다. 그러다 보니 팀적인 부분을 개선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선수들끼리 호흡이 잘 맞으면 단기간에 팀적으로 많이 향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 모인 다섯 명은 각자 다른 팀에서 활동했던 시기가 길었다. 기존 팀들의 지역도 유럽과 중국, 한국 등 너무 달랐다. 호흡을 맞추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그 점이 많이 아쉬웠지만, 지금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Q. GC 부산 라이징 스타와 팀을 합치면서 챌린저스 코리아에 합류했다. 기존 GC 부산 라이징 스타 출신 선수들도 대거 합류했는데?

팀 로스터를 구성하고 GC 부산 라이징 스타와 스크림을 자주 했다. 그쪽 선수들의 기량이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KeSPA컵 전에도 그랬는데 실제로 대회에서 좋은 성적까지 거두더라. 영입 욕심이 커졌다. 그리고 당시 GC 부산 라이징 스타의 김동현 코치는 내가 프로게이머를 할 때 같은 팀에 있었던 친구다. 운 좋게도 이야기가 잘 되어서 GC 부산 라이징 스타 멤버들과 함께 하게 됐다.


Q. 기존 멤버들과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세트별로 번갈아 출전 중이다. 어찌 보면 리스크가 큰 전략인 것 같다.

처음에는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다. 멤버를 섞어서 내전을 하다 보니 또 오랜 기간에 걸쳐 팀적인 호흡을 맞춰야 할 것 같았다. 그게 더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든 선수에게 대회 경험을 골고루 주고 싶었다. 팀은 VSG라는 이름 하에 하나지만, 실질적으로는 두 가지 색깔을 내는 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코치들과도 의견을 많이 나눴다.



Q. 주전 경쟁도 소속 선수들의 폼을 끌어올리는데 좋은 자극제다. 아무래도 번갈아 출전하다 보면 거의 매번 대회에 나가게 되니 이런 부분에서 아쉬움도 있을 것 같은데?

표현하기 쉽게 A팀(기존 VSG)과 B팀(GC 부산 라이징 스타 출신)이라고 하면, 그냥 번갈아 출전하는 것이 아니고 그 안에도 나름 방식이 있다. 다음부터는 어떻게 출전할 지 내부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실제로 선수들도 무조건 번갈아 출전하는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최종 목표는 LCK 승격이다. 그걸 위해서는 지금 체제를 유지할 수도 있고 다른 방식이 채택될 수도 있다. 만약 내 평가를 뛰어넘는 실력을 갖추게 되는 선수들이 나온다면, 베스트 멤버 다섯 명을 꾸리고 미리 승격강등전을 준비하려고 한다.


Q. 챌린저스 코리아에 출전 중인 VSG의 경기력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A팀과 B팀의 색깔이 워낙 다르다. 서로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식으로 연습 중이다. A팀 같은 경우에는 초반 라인전을 잘 풀어가기에 그걸 토대로 빠르게 승기를 굳히는 연습을 진행 중이다. B팀은 한타 위주의 경기를 잘 풀기 때문에 그 쪽 강점을 더 살리려고 한다.


Q. 지난 아수라전 2세트에 국내 팀 최초로 정글 케인을 기용했다. 원하던 플레이가 잘 발현됐다고 보는지?

경기를 이기긴 했지만 케인의 특성을 잘 살렸던 경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상대 세주아니를 상대로 너무 무난하게 동반 성장했다. '리안' 이준석의 케인 숙련도가 부족한 것 같은 장면들도 몇 번 나왔다. 그런 부분은 아쉽지만, '리안'이 정글 케인에 대한 연구를 정말 많이 했다. iG의 정글러 '닝'이 LPL에서 케인을 활용했던 경기도 다 챙겨보고 코치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더라. 스크림 결과도 나쁘지 않았던 터라 언제라도 쓰려고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Q. 정글 케인은 아무래도 초반 라이너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 쪽으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라인전이 강한 A팀의 스타일과 잘 맞지 않을지?

'마이티베어' 김민수도 정글 케인을 열심히 연습 중이다. 스크림에서 쓰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하다. '리안' 같은 경우에는 더 일찍부터 정글 케인을 준비했다. 아수라가 아무래도 아마추어 팀이다 보니 라인전이 그리 강력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정글 케인을 꺼냈던 것도 있다.


Q. 밴픽에 대해 선수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는 편인지?

선수들이 하고 싶어 하는 새로운 챔피언을 스크림에 사용할 땐 랭크게임에서 얼마나 플레이를 했는지 보는 편이다. 스크림이나 대회에서 쓰려면 해당 챔피언에 대한 숙련도가 높아야 한다. 그게 기본 규칙 같은 거다. 그 다음에 스크림에서 그 챔피언으로 얼마나 잘 플레이하는지를 파악한 뒤에 대회 경기에 쓸 수 있는지 여부를 보고 있다.



Q. VSG가 2:0 승리를 두 번 하면서 현재 무패 중이다. 언제까지 기세가 이어질 것 같나?

내가 생각했던 방향대로 간다면, 챌린저스 코리아 스프링 스플릿에서 1위를 한 뒤에 승격강등전을 내부적으로 미리 준비하고자 한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지금까진 그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부 분위기가 워낙 좋고 피드백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그러면서도 연습 과정에서는 선의의 경쟁 느낌도 함께 가지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만족 중이다. 코치진도 A팀과 B팀이 번갈아 출전하면 똑같이 번갈아 밴픽을 위해 무대로 올라간다. 코치진 역시 선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도 다같이 정보를 공유하는 등 분위기가 좋다.


Q. A팀과 B팀이 아무래도 다른 팀에 있었다 보니 친해지기 힘든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아무래도 처음에는 끼리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방을 A팀과 B팀 멤버들끼리 섞어서 쓰게 하고 있다. 지금은 알아서 함께 쉬거나 놀기도 하고 밥도 다같이 먹으러 가고 있더라. 뿌듯하고 기특하다.


Q. '윙드' 박태진이 코치로 활동 중이다. 코치직을 처음 맡고 있는데, 대회 시작 전의 '윙드'와 대회 중의 '윙드'는 어떤 차이가 있나?

선수 생활을 하다가 곧장 코치직을 수행하다 보니 아직 많이 배우고 있다. B팀 코치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윙드' 코치가 습득 중이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 팀을 이끄는 방향성이나 선수들에게 어떤 부분을 말해줘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면서 코치에 대한 숙련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선수 출신이라 배움이 더 빠른 것 같기도 하다.


Q. '윙드' 코치를 보면서 자신의 옛날 생각도 많이 났을 것 같다.

나는 코치를 처음 할 때 누군가에게 배웠던 것이 아니라 첫 1년 동안 정말 힘들었다. 중국 선수들도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많이 몰랐다. 언어 장벽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처음 '윙드' 코치가 팀에 합류했을 때 많이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Q. 기존 GC 부산 라이징 스타 코치였던 김동현, 김다빈 코치도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동현 코치와 김다빈 코치는 경력이 있다. 그리고 김동현 코치가 GC 부산 라이징 스타 시절에 김다빈 코치에게 많은 걸 알려준 상태였다. 내가 코치의 기본적인 역할을 알려줄 필요가 없었다. 솔직히 놀랐다. 아직 경기 내적인 걸 데이터화 하는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더라.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알려줬다. 다행히 두 코치 모두 그런 부분에 대한 습득이 빠르다.



Q. VSG의 목표는 아무래도 제2의 그리핀 혹은 제2의 샌드박스 게이밍일 것 같다. 그 목표를 위해 어떤 단계를 설정했는지?

A팀 같은 경우에는 중후반 운영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 다른 팀에서 오래 활동했다가 뭉쳤기 때문에 게임 내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많이 다르다.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피드백 중이다. B팀은 초반 라인전에서 부족함이 있다.

이런 부분은 내전을 통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려고 노력 중이다. 내전에서 A팀의 라인전을 보고 배우면서 B팀의 라인전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B팀의 한타나 운영에서의 강점을 A팀이 흡수할 수 있도록 B팀의 경기나 스크림을 A팀이 뒤에서 지켜보게 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보완된다면 목표치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Q. 2019년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이에 임하는 각오를 들려달라.

4년 만에 국내로 복귀했다. 성과를 올리려고 왔고 어느정도 자신감도 있다. 내가 4년 동안 코치를 했던 경험을 선수들과 코치들에게 전부 알려주고자 한다. 꼭 LCK 승격이라는 목표를 이루고 싶다.


Q. 코치진과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코치진에게 먼저 한 마디 하고 싶다. 아무래도 내가 코치 생활을 오래 했다 보니 게임 내적인 부분에 관여를 많이 하고 있다. 내가 경기와 관련된 부분을 더 이상 터치하지 않는다면, 코치진을 100% 신뢰하게 됐다는 의미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웃음).

선수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은 그런 느낌이 별로 없지만, 결국 주전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 수도 있다. 그래도 나를 비롯한 코치진을 믿어주길 바란다. 우리도 열심히 해서 꼭 선수들이 LCK에 승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마지막에 다같이 웃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