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종로 롤파크에서 치러진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섬머 스플릿 1경기에선 kt 롤스터가 설해원 프린스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다. 특히 2세트에서는 LCK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굉장한 킬 수를 양 팀이 기록하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쫄깃하게 했다. kt 롤스터는 PO를 향한 길을 더욱 자신 있게, 계속 걸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인벤은 kt 롤스터의 탑 라이너 ‘스멥’ 송경호를 만나,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 프로게이머로서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본 질문 기획은 연작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베테랑 프로게이머들에게 그들의 마인드 변화와 비결을 들어볼 계획이다.

다음은 행복하게 웃고 있는 ‘스멥’ 송경호와의 1:1 인터뷰 전문이다.



Q. 먼저 독자분들께 인사 바란다.

안녕하세요, kt 롤스터의 탑 라이너 ‘스멥’ 송경호입니다.


Q. 어느덧 롱런하고 있는 베테랑 선수로 꼽히고 있다.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지금까지의 프로게이머 생활은 전반적으로 어땠던 것 같나?

신인 당시에는 너무 힘들다는 생각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내가 프로게이머로서 잘해 왔구나. 잘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Q. 가끔 생각하면 신기할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의 모습은 신인 시절에 꿈꾸던 모습인가?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가?

신인 시절엔 이렇게 먼 미래를 생각하진 않았다. 그냥 내일을 위해서, 혹은 짧은 미래를 위해서 살아왔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내가 더 신기하게 느껴진다.


Q. 본인에게 있어 여전히 이 일이, 그리고 게임이 너무 재미있다고 가장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

아무래도 승리했을 때. 가장 기쁘고, 내가 노력한 것의 결과를 받는 기분이라 기분이 가장 좋다.


Q. 하지만 거의 누구나 한번은 슬럼프가 오기도 한다. 본인의 슬럼프는 언제였나?

작년, 그리고 올해 초다. 한동안 슬럼프를 겪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항상 모든 것을 프로게이머 ‘스멥’으로서만 생각을 하다가, 인간 송경호로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나는 게이머를 할 때, 그리고 게임을 할 때 굉장히 자신감이 있고,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프로게이머를 다시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굉장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Q. 슬럼프와 별개로 자신에 대한 이미지에도 신경을 안 쓸 순 없을 것이다. 장난이든 진지하게든 안 좋은 꼬리표가 붙었을 때 어떤 마음이 들며, 어떻게 극복하려 해왔나?

예전에는 그런 것들에 대해 신경 쓰며, 모두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이 나의 것이 되었다. 실수도 잘 안 하게 되었다. 항상 조심하며 생활하고, 이젠 그런 것들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진 않는다.


Q. 비난에 대한 본인만의 대처가 있나?

무시가 가장 좋은 해답인 것 같지만, 무시하기도 참 힘들다. 그래서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게임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게임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잊어버린다.


Q. 롱런의 비결로는 마음을 침착하게 유지하는 것도 포함될 것이다. 평정을 찾는 자신의 노하우가 있을까?

내 성격 자체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을 지향한다. 숙소 생활도 재미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롱런할 수 있었다. 지친다는 생각도 크게 들지 않는다.


Q. 자신이 프로게이머로서 롱런할 수 있도록 영향을 준 사람들이 있을까?

친구들이 참 재미있게 산다. 나도 그런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내가 어디에 있든 즐겁게 살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깨달았다. 그런 행복을 쫓아가며, 지금도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다.


Q. 본인도 꽤 산전수전 겪은 선수이지 않나. 무엇이 프로게이머로서의 자신을 지탱한다고 생각하나?

나의 자존심이라고 표현하겠다. 나는 나의 실력에 대해 ‘내려놓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미래에 대해서도. 그래서 계속 도전했고, 열심히 프로게이머를 지속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Q. 후회한 적도 있나?

정확하게 장면이 기억나진 않는다. 당연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후회를 하고, 다시 다잡고. 그렇게 반복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Q. 아직까지 프로게이머로서 미련이 남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아무래도 롤드컵 우승을 이루지 못했으니 가장 미련에 남는다. 나는 지금 내가 만족스러운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고, 만족스럽게 끝마치는 것이 목표다.


Q. 완벽한 인간은 없잖나. 그럼에도 본인이 말한 만족스러운 마무리를 하기 위해, 자신이 좀 더 완벽해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완벽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나는 완벽을 추구하고, 그것을 바라보고 노력하는 내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끝이 어디일진 모르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고 싶다.


Q.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사람으로서, 오늘 이 인터뷰를 보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멘트 한 마디 부탁한다.

다들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할 텐데, 나도 항상 그런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꿋꿋하게 참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면 크게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힘내시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열심히 살면 행복한 일이 찾아올 것이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