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인터뷰와는 준비 과정부터 달랐습니다.

그동안 적지 않은 인터뷰를 해봤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대체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한참을 헤맸습니다. 게임 관련 인터뷰를 준비할 때면 지난 리뷰라든가 소개 자료 같은 것들을 훑어봅니다. 널리 알려진 개발자라면 과거 작품이라든가 이력들을 먼저 찾아보게 마련이죠.

하지만 이 분, 다릅니다. 꽤 알려진 이름이지만 게임과는 접점이 전혀 없던 분입니다. 포털에 이름 검색해보고, 다른 인터뷰들을 보이는대로 찾아봤죠. 사전 질문지를 준비하기 위해 모니터 위에 백지를 띄워놓고 멍한~ 표정으로 대체 몇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날의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이화여대 무용과 출신. 2010년 제 80회 춘향선발대회 선(善) 수상자. 현(現) KBS N 스포츠 아나운서. 바로 '아이러브베이스볼'에서 두 시즌 동안의 주말 진행을 거쳐 올해부터 안방주인으로 자리매김한 윤태진 아나운서입니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는 진심을 꾹꾹 눌러 절제한 표현으로, '슬러거'에 감사드립니다. 직업 정신과 사심이 끊임없이 주도권 싸움을 벌였던 며칠이었네요.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했던 5월 말의 어느 날, 상암 미디어센터 인근 카페에서 만난 봄 햇살 같았던 시간을 전해드립니다.



만나뵙게되서 영광입니다. 간단한 소개를 먼저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KBS N 스포츠 아나운서 윤태진입니다. '아이러브베이스볼'의 주중 진행을 맡고 있어요. 반갑습니다!


많이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아이러브베이스볼의 메인 진행을 맡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듣고 싶어요.


지난 두 시즌 동안 주말 진행을 맡고 있었는데요. 이번 시즌부터 메인이 되었습니다. 주말을 담당하던 시절에는 야구장에 직접 가는 때가 많았는데, 이젠 거의 스튜디오에만 있게 됐어요. 회사에서도 메인 MC로서 대우해주시고 많은 부분 편해진 것도 있고요. 책임감이 더 생깁니다.


"인터뷰를 하게 된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게임 쪽에서도 요청해주실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요."


최근에 진행하신 인터뷰 몇 가지를 찾아봤는데요. 다양한 분야의 매체를 통해 인터뷰가 소개됐는데, 게임전문지와는 처음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인터뷰를 하게 된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저를 찾아주시고 제 이야기를 궁금해하신다는 거니까. 물론 게임 쪽에서도 인터뷰를 요청해주실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요(웃음).


게임 쪽과도 연결고리가 있죠. 네오위즈게임즈의 '슬러거' 홍보모델이시니까요. 언제부터 맡게 되셨는지, 그리고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 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3월부터 홍보모델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올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사진 촬영을 했고, 시즌 중에는 팬과 유저들이 함께 뽑은 '투데이 슬러거'를 선정하는 이벤트를 소개하고 있어요.

또, '슬러거'에서 진행하는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하고요. 게임 안에서는 목소리로 유저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슬러거'와 '아이러브베이스볼'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가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음, 슬러거는 어떤 게임이던가요? 대략적인 첫인상 같은 거라든가.


'슬러거'는 아이러브베이스볼의 메인 MC를 맡으면서 새로워진 것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슬러거'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분들과 만나고 그 분들께도 저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저는 게임을 잘 몰라요. 그런데 '슬러거'를 보면 실제 야구 같은 긴장감 같은 게 있더라고요. 투수의 볼 배합이라든가 타자 노림수 같은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실제 선수들의 동작도 비슷하게 묘사되어있어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아하는 선수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요!.
실력이 있다는 걸 감출 필요가 없는 자신감이 멋있거든요."


주중 진행을 맡게 되셨으니 주말에는 다소 한가해지셨을 것 같은데요. 시간이 날 땐 주로 뭘 하며 보내시나요?


평소에 인터뷰나 방송이 없으면 그냥 계속 자요. 잠이 항상 부족하거든요(웃음). 그동안 먹고 싶었던 맛있는 것들을 먹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체력 안배의 시간을 보내죠. 충전을 잘 해둬야 정신도 차릴 수 있으니까요.


잠이 부족하다고 하시니 에피소드가 하나 생각나는데요. 이전에 유로 리그 방송을 진행하실 때 방송 중에 졸았다는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정확히 어떻게 된 거였나요?


정확히 말씀드리면 꾸벅꾸벅 졸았던 건 아니고요. 멍 때린다고 해야하나. 그런 상황이었어요.

그때 방송 스케줄이 오후 4시~5시쯤에 출근해서 선배들과 같이 밤을 새는 식이었거든요. 유로 리그 경기는 우리 시간으로 새벽에 하니까. 새벽 2시, 4시 그때 즈음에 하는 경기들이 끝나고 아침이 되면 경기 내용을 정리해주는 프로그램을 녹화했어요. 밤낮이 완전히 바뀐 상태로 계속 일을 한 거죠. 그 에피소드도 초반에 미처 적응을 못했을 때 있었던 실수에요.

선배가 어떤 질문을 하고 제가 대답을 하게 되어 있었는데, 그거 누구나 대답할 수 있는 쉬운 질문이었거든요. 답이 '호날두'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가 질문이 뭔지도 못 듣고 "뭐였죠?"라고 대답해버린 거죠. 다행히 시청자분들이 너그럽게 이해하고 넘어가주시는 분위기여서 이런 실수담 정도로 남게 됐네요.


야구 이야기를 하러 온 거지만, 축구 방송 하시던 시절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여쭤보고 싶네요. 해외 축구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면서 특별히 좋아했던 선수가 있었나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요! 본인이 실력이 있다는 걸 감출 필요가 없는 자신감이 멋있거든요.



좋아하는 선수로 자주 거론되는 이름이긴 하지만... 그 이유는 좀 특별하네요. 자, 그럼 다시 야구 이야기로 돌아갈게요. 여기서도 응원하는 구단이나 선수가 있는지 먼저 묻고 싶습니다.


특정 구단이라기보다는 하위권에 있는 팀이나 신생팀을 많이 응원하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그들이 잘해줘야 이번 시즌 프로야구가 더 재미있어지니까요. 잘하는 팀이 계속 잘하면 물론 그 팀의 팬들에게는 좋겠지만, 저는 이변이 계속 일어나면서 깜짝 활약을 보여주는 쪽을 좋아해요.


프로야구를 즐겨보는 사람들 사이에 많이 도는 이야기 중 하나가 '기승전삼성'인데요. 이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삼성 라이온즈의 무기는 한 번에 올라서는 게 아니라 서서히 단계를 밟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바로 그런 점이 무서운 거죠. 다른 팀들이 계속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을 때 삼성은 개의치 않고 자신들의 스타일대로 경기를 하죠. 그러다가 '자, 이제 한 번 올라가볼까?' 라고 하면서 서서히 치고 올라가는 느낌이랄까요.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제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강속구를 던져버릴 거예요."


야구 시즌이 시작된지 두 달 남짓 되어가는데요. 올해의 흐름은 어떻게 보고 계신지? 또, 주목하고 있는 내용이 있다면요.


이번 시즌에서 눈에 띄는 점은 타자들이 굉장히 잘해준다는 거예요. 외국인 선수들이 잘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국내파 선수들이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어요. 그런데 1위가 박병호 선수더라고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든 선수들이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는 듯해요.


요즘은 좀 뜸하긴 한데, 한때 '대세'로 인정받는 사람들이 시구를 하곤 했었죠. 야구로 이름을 알리고 있으신 만큼 윤태진 아나운서도 시구를 해보고픈 마음이 있지 않으신가요?


시구에 대해서는 정말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유명한 연예인 분이나 야구 아나운서들이 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그보다는 다른 분들이 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정말 특별한 사람들. 예를 들면, 어떤 팀이나 선수의 열렬한 팬이라든가, 아니면 과거 레전드로 칭송받는 선수라든가 하는 분들이요. 그 날의 야구 경기 안에서 또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구가 됐으면 하거든요.

물론 저한테 시구 제의가 들어오면 '싫어요'라고 하지는 않겠죠(웃음). 감사한 마음으로 하겠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이 그렇다는 거예요. 예전에 선배님들도 저한테 같은 질문을 하신 적이 있는데, '기회만 된다면 정말 강속구를 던져버리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왜, 예전에도 그런 거 있었잖아요. '개념 시구' 같은.



매 인터뷰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과거 이야기를 좀 듣고 싶네요. 무용 전공이었다가 아나운서로 전향하게 되셨는데, 다른 인터뷰에서 볼 수 없었던 부분들을 여쭤볼게요. 무용을 처음 시작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무용을 시작한 건 음... 뭐랄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인데요. 아버지가 어딘가에서 누가 무용하는 걸 보고 오셨나봐요. 너무 예쁘다고, 내 딸도 저렇게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그러셨어요. 바로 아버지 손을 잡고 무용학원을 갔죠.

처음 시작은 발레로 했는데요. 어렸을 때는 무용을 했다기보단 그저 즐겁게 뛰어놀았던 거였고요. 4살 때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 때까지 하다가 1년 정도 쉬게 됐는데, 그 사이에 부모님께서 다른 거 하고 싶은 걸 찾아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딱히 찾지도 않았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무용을 계속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죠.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다시 무용을 시작하게 됐는데요. 부모님께서 '무용을 더 하고 싶으면 이 학교를 가라'고 하셨어요.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그렇게 가게 됐죠. 아, 그렇다고 강압적이셨던 건 아니에요. 길을 제시해주신 정도였고, 선택은 결국 제가 한 거죠.


"이금희 아나운서는 제게 또다른 인생을 찾아주신 분이죠."


그럼 춘향선발대회에 나가게 된 건 언제인가요? 그리고 어떤 계기로?


대학원을 준비하던 때였는데요. 집안 형편이 안 좋아지면서 무용을 계속 해야할지를 고민하는 기로에 있었어요. 더 이상 춤을 못 출 것 같다는 생각은 드는데 마땅히 하고 싶은 건 없고, 그래서 친구들과 상담을 많이 했어요. 그때 친구들이 '뭔가 다른 걸 하면서 길을 찾아보라'고 하더라고요.

춘향선발대회는 그냥 인터넷 하면서 놀다가 알게 됐어요. 원래 무용을 했었기 때문에 소품이나 장비 같은 걸 추가로 마련할 필요 없이 과제만 준비하면 됐거든요.


그 뒤에 아침마당에 나가게 됐고, 이금희 아나운서를 만나 아나운서를 꿈꾸게 됐다는 이야기군요.


'아침마당'에서 선발대회 수상자들을 초청하는 자리가 있었어요. 거기서 이야기를 하는데, '이후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을 했어요. 방송 중에 너무 솔직하게 고민 상담을 해버린 거죠.

방송이 끝나고 나서 이금희 아나운서가 따로 저를 불러서 차 한 잔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아나운서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해주셨어요. 오해하실까봐 말씀 드리는 거지만, 그 이후에 따로 도움을 주시거나 한 건 아니예요. 다만, 제가 정말 힘들어하던 시기에 또다른 인생을 찾아주신 분이라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죠.



최근 스포츠 아나운서 분들이 다양한 경로로 활동하시는 걸 볼 수 있는데요. 그렇다보니 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꾸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듯 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조언 같은 것을 해주신다면요.


제가 조언이라는 걸 해드릴 입장은 아닌 것 같고요. 스포츠 아나운서가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건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매력이 있는 만큼 힘든 점도 적지 않죠. 감당하고 감수할 부분도 굉장히 많고요. 빛이 밝을 수록 어둠도 짙다고 하잖아요.

강인한 정신력을 갖고 무언가에 도전하거나 일을 하게 되면 충분히 재미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포츠 아나운서는 도전해도 될 만큼 매력적인 직업이고요.


전반적인 시각이나 식견 면에서 볼 때 스포츠 장르는 아무래도 남자분들이 열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함께 진행을 하시는 선배 해설위원 분들과의 격차도 적지 않을 것 같고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실 것 같은데요.


딱 잘라 말씀드리자면, 그건 절대 메워질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가 더 오랫동안 이 분야를 지켜보고 함께 해왔느냐는 정말 강력하거든요. 그 분야에 몸 담아온 시간에 따라 멘트 하나, 생각하시는 것 하나하나가 점점 달라진다는 걸 느껴요. 10년 20년 해오신 분들을 따라잡겠다는 건 언감생심이죠.

다만, 그 분들께 피해가 가는 일은 없게 기본은 탄탄히 준비하겠다는 마음가짐을 항상 유지합니다. 궁금한 게 생기면 부끄러워하기보다는 빨리빨리 여쭤보는 편이죠.

사실, 1년 정도 맘 잡고 공부한다고 해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어떤 지식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그것들이 앞으로 위대한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도록 해줄 자산이 되지도 않아요. 그건 너무 추상적이잖아요.

하지만 그래도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되고, 공부하는 걸 싫어해서도 안 돼요. 스포츠를 정말 좋아하고, 애착을 갖고 배우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죠. 요즘은 인터넷이 잘 되어 있으니까 모르는 건 바로바로 검색해보고, 오래된 내용이라 검색하기가 어렵다 싶으면 해설위원 분들께도 여쭤보고 그렇게 하고 있어요.


"스트레스는 쌓아뒀다가 노래방에 가서 풀어요.
노래를 '부르러' 가는 게 아니라 '하러' 가는 거죠."


일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많을 텐데요.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애용하시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일상에서요? 회사에서 말씀하시는 거라면 전 안 풀어요. 사실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라고 해봐야 '지금 당장 이걸 해소해야겠어, 안 그러면 미칠 것 같아' 그런 정도는 아니거든요. 제 경우에는 말이죠.

평상시에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따로 하는 건 없고, 모아놨다가 한 번에 터뜨리는 편이예요. 주로 노래방을 가서 신나고 놀고 집에 돌아와 푹 자면 해결되더라고요. 여기서 중요한 건, 노래를 '부르러' 가는 게 아니라 '하러' 간다는 거예요(웃음). 그냥 막 지르는 거죠.


방송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은데요. 비교적 최근 것 하나만 공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투데이 슬러거를 진행하면서 최근에 실수한 적이 있어요. 방송 초반에는 '투데이 슬러거'라는 말이 입에 잘 안 붙더라고요. 게다가 코너 이름도 '투데이 슬러거'였다가 '슬러거 투데이'였다가 하던 때가 있었죠.

이게 자꾸 바뀌다보니 헷갈려서 '슬레이 투더거'라고 발음한 적이 있어요. 생방송이라 이걸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눈치껏 바로 '죄송합니다' 멘트 하고 정정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PD님 시말서 쓰실 뻔 했죠.



"그거 야한 잡지 아니에요...? 진짜 그렇게 물어봤어요.
하지만 세심하게 배려해주셔서 재미있게 촬영하고 왔습니다."


2014년 5월호 맥심(MAXIM)의 화보 촬영을 하셨어요. '야구 여신 3대장 중 막내의 생애 첫 화보 촬영!(이 맥심이라니!)'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아있는데요. 해보신 소감이 어땠나요?


맥심 인터뷰 내용에도 있을 텐데, 처음에 섭외 들어왔을 때 제가 팀장님께 그랬어요. "그거 야한 잡지 아니에요...?" 진짜 그렇게 물어봤어요.

사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시작한 건 아니에요. 겁도 많이 먹었고 무섭기도 했고요. 괜히 이런 거 내가 해서 욕 먹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죠.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저한테 딱 맞춰서 배려해주시더라고요. 맥심이라는 잡지의 본래 성격 대신 저한테 맞춰주면서 세세하게 배려해주셨어요. 덕분에 편하게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죠.


맥심 인터뷰에서도 그랬고, 평소에 '색깔'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 '저만의 색깔', '나와는 색깔이 다르다' 뭐 이런 것들이요. 말 그대로 색깔에 스스로를 빗대어 표현하신다면 어떤 색이 될까요? 좀 톡톡 튀는 답변을 기대해보겠습니다.


색깔이라는 말을 쓰는 의미를 말씀드리자면, 사람은 누구나 고유한 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와 비슷한 분위기를 낼 수는 있지만 모두 저마다의 고유한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색깔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거예요.

저를 색깔로 표현하자면 음... 무지개색이라고 하고 싶네요. 스스로 성격이 매우 다양하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얌전할 때도 있고, 누구 앞에서는 막 까불 때도 있고, 또 누구 앞에서는 한없이 새초롬하게 있을 수도 있고요. 가끔은 저 스스로 '아... 나 어제는 안 이랬는데, 왜 이러지.'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이상형에 관련된 질문을 안 드릴 수가 없네요. '귀찮을 정도로 좋아해주는 사람이 좋다'고 하신 적이 있는데, 자칫하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기회를 드릴게요.


끊임없이 애정표현을 해주는 사람을 원한다는 의미예요. 저는 애교가 풀풀 묻어나는 스타일도 아니고, 애정표현을 자주 하는 편도 아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귀찮을 정도로 좋아해주는 사람이 좋다'고 표현한 거예요. 무심한 스타일보다는 꾸준히 사랑을 표현해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는 거죠.

절대로 인터뷰 준비 차원에서 저도 샀습니다.excuse
오...오른쪽 버전이요.


"'아이러브베이스볼 = 윤태진'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면 좋겠어요."


올해 목표, 그리고 앞으로 이건 꼭 해보고 싶다 하는 것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릴게요.


올해 목표는 아무래도 '아이러브베이스볼'에 무사히 안착하는 거죠. 올 시즌부터 새롭게 메인을 맡게 됐는데, 이전까지 최희 선배님이 만들어오신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요. 근데 이거 이야기하면 굉장히 공격적으로 멘트가 나가더라고요. 뭐, '최희를 지워버리겠다' 이런 식으로요(웃음).

오해가 없게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게요. 그간 최희 선배님이 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하시다보니, '아이러브베이스볼 = 최희'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요. 그걸 바꾸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주중에 아이러브베이스볼을 보면 윤태진이 나온다'는 이미지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기간에 관계 없이 언젠가 해보고 싶은 목표라면, 음... 식당이요! 아는 언니가 경복아파트 뒤쪽에서 어머니랑 작은 음식점을 하는데요. 그 언니도 자기 일을 하면서 식당 일을 같이 돕고 있거든요. 저희 어머니도 음식 솜씨가 좋으신데, 언젠가 저도 어머니랑 같이 식당을 해보고 싶어요.

아, 좀 엉뚱한 대답이었나요? 제가 원래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는 편이 아니라서... 앞에 닥친 일 먼저 해결하고 그 다음을 바라보는 스타일이라서요.


졸지에 원대한(?) 장기 목표까지 들어버렸네요. 꼭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짧지 않은 인터뷰였는데, 고생 많으셨어요. 마지막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제가 게임 전문지 인터뷰를 해본 건 처음이에요. 제가 게임을 만드는데 참여하거나 한 건 아니지만(웃음), 음성 녹음을 하기도 했고 홍보 모델 입장에서 이런 종류의 인터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요즘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여기저기 많이 등장하다보니 뭐랄까, 외모를 내세운 프로그램 마케팅이라는 것처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아요. 하지만 그저 스포츠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하나로 보듬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많은 사랑을 보내주십사 하는 부탁, 꼭 드리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포토 = 석준규 사진기자(lass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