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마추어 게임제작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정확하게는 '인디게임'이나 '실험게임'이라고 불리는 게임들이 주목받고 있다. 상업적인 게임에서 찾아보지 못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사용된 도전적인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이런 게임들은 주로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해 유저들로부터 자금을 모금하고, 스팀 그린라이트나 여러 인디게임 판매 플랫폼들을 통해서 대중에게 공개된다.

이미 인디게임의 신화가 된 '마인크래프트'를 비롯해 최근에 열린 실험게임 페스티벌 'Out Of Index' 까지 열리며, 투자자 중심의 제작 구조를 탈피한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와 참신함이 유저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유저들의 관심을 바탕으로 하나 둘 성공을 이뤄내고 있다.

▲ 인디게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 소개할 '아마추어 게임'은 인디게임이나 실험게임과는 같으면서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아마추어 게임은 팀을 꾸려서 제작하는 인디게임과는 달리 1인 개발이 주를 이루고, RPG 만들기 시리즈 같은 간단한 툴로 제작한 게임들도 등장하곤 한다. 단적으로 말하면, '일'의 결과물보다는 '취미'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게임들이 아마추어 게임의 범주에 들어간다.

아마추어 게임들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 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구현한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 때문에, 아마추어 게임을 제작하는 사람은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일 수도 있고, 그저 게임 제작에 관심이 있는 회사원일 수도 있다.

아마추어 게임은 취미를 기반으로 해서 제작된 게임이기 때문인지 인디게임처럼 많은 관심을 끌 수도 없고, 홍보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아마추어 게임'에 집중해서 일 년에 두 번씩 대회를 여는 사람이 있다. 만화 '임금체불 시뮬레이션' 이나 '똥똥배의 세계일주'로 알려진 박동흥(닉네임 똥똥배, 이하 똥똥배)씨다.

처음에는 자비로 시작했던 이 대회도 어느새 이번 여름에 15회를 맞는다. 아마추어 게임 제작자들을 위해, 방학 시기인 여름과 겨울마다 대회를 열고 있는 창작자이자 주최자 '똥똥배'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먼저, 본인을 모르는 분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게임 제작자 겸 만화가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게임 제작자라고 하지만 프로로서 대단한 거 만든 적은 없고, 아마추어 시절 알만툴(RPG 만들기 툴)로 만들었던 '사립탐정 이동헌'이 그나마 알려졌습니다. 만화도 아마추어로 연재하다가 최근 3 작품을 스토리 작가로서 정식 연재 중입니다.

그리고 창작 사이트 '혼돈과 어둠의 땅'을 1999년부터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세계관이나 마법, 몬스터 설정등 다양한 것을 만들던 사이트였는데, 요즘에는 침체되서 게임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똥똥배 대회의 업로드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 똥똥배님의 포스 넘치는 프로필 사진

이번에 15회를 맞이하는 '똥똥배 게임제작 대회'에 대해서 아직 알지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열린 대회이고, 개발자와 유저 모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과거 PC통신 시절 GMA(하이텔 게임제작 동호회)나 잡지에서 매달 열리는 게임 대회 등 자잘한 게임대회가 많았고, 그런 공모전이 계기가 되어서 많은 게임을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결국 게임 개발자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게임 개발자가 되어서 즐겁기 때문에 후학들에게도 저와 같은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 사비를 들여서 공모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자라나는 새싹들의 틀 없는 발상을 보는 것도 좋고요.


누구라도 심사위원으로 지원가능하다고 알고있는데 그 외에 자격 요건은 따로 없는지 궁급합니다.

자격 요건은 ‘게임을 좋아할 것’ 입니다. 당연하지만 게임을 싫어하면 안 되겠죠.
일단 게임 좋아하면 누구나 게임을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 이상 자격요건은 없습니다.


현재 5 ~ 7명 정도 심사위원을 뽑는다고 되어있습니다. 심사위원을 더 뽑는 경우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심사위원을 더 뽑는다면 어떤 메리트가 있을지도 답변 부탁드립니다. .

아무래도 심사위원이 많을수록 객관성이 높아지겠죠. 할 수 있다면 가능한 심사위원을 많이 뽑고 싶습니다만 그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보니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메리트 보다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입니다. 심사위원은 자원봉사 같은 개념이라서 심사기간이 되어서 갑자기 바빠지는 등 사정이 생겨 빠지는 분이 생기기도 하기때문에 그런 위험을 대비해서 원래 정한 5명 이상을 뽑고 있습니다.


똥똥배 게임대회도 어느새 15 번째 진행되었는데요, 그동안 있었던 해프닝이나 기억에 남는 일화 같은 것들은 없는지 궁급합니다.

인상 깊었던 것은 3회 대회였습니다. 아마추어 대회의 상금이 창작의 순수성을 해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3회 대회에는 아무런 상금 없이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출품작은 0 (....)

아마추어 게임이라도 상금과 같은 보상은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벌써 15번째를 맞은 똥똥배 게임 대회

현재 윈도우 플랫폼에서 플레이 가능한 게임만 모집을 받고 있습니다. PC외에 다른 플랫폼에서 할 수 있는 게임들도 심사를 받을 생각은 없으신지?

PC만 받는 이유는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는 심사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심사위원들은 자발적으로 지원하신 분들로 전문 심사단이 아니므로, 심사를 위해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모두 갖추지 않은 게 보통이죠.

그렇다고 에뮬로 돌려서는 제대로 심사하기 어렵고요. 그리고 모바일 쪽은 굳이 공모전 안 열어도 성황인지라 거의 개발이 되지 않고 있는 PC 게임 쪽에 힘을 실어주고자 PC 게임만 받고 있습니다.


사비로 진행하시다가 11회부터 텀블벅을 통해서 후원 모금을 받고 있는데, 개인사비 만으로 진행했을 때와 달라진 점은 어떤 것이 있을지 질문드립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매우 귀찮아졌습니다. 그전에는 그냥 상금 주고 마무리하면 끝났는데, 요즘은 후원자들 리워드 처리해주고 돈 계산하는데 은근히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대신 대회 인지도는 매우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저 말고도 국내에는 이런 아마추어 게임들 후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기뻤고요.

▲ 똥똥배 게임 대회는 11회부터 텀블벅을 통해서 후원을 모집하고 있다.

모금을 통해서 들어온 금액은 어떻게 사용되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후원자들에게 돌아가는 리워드를 위한 비용을 빼고, 1/7로 나눠서 상금으로 전부 사용합니다. 그런데 제가 계산이 약하다 보니 실수를 해서 적자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보통 제가 메꾸거나 합니다.

가끔 상금 받으신 분이 상금을 거절하고 다음 대회를 후원하기 위해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굳이 그러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운영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므로 상금을 제대로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10회 수상자 C모 님!! 2년 넘도록 상금을 안 가져가고 있는데(...) 제발 받아가면 좋겠습니다.

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심사와 상금수령으로 이어지는 대회 신용도가 중요하니까요, 상금은 반드시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번에 PC와 안드로이드로 '대출산시대'를 공개하셨는데요. 계속 PC 게임으로만 개발을 하다가 모바일게임 쪽은 처음 자신의 이름으로 출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발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모바일은 처음은 아니었는데, 흑역사니까 처음이라 쳐도 좋습니다. 모바일의 특성을 몰라서 낭패 봤던 것은 전작에서 이미 겪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별문제는 없었고, 그저 혼자 개발하느라 힘들었을 뿐입니다.

피드백도 받을 수 없고, 본업도 있는지라 이 일에 100% 시간을 들일 수 없었기에 제한된 시간과 자원만으로 완성시키는 게 힘들었습니다. 만들고 싶었던 요소는 반 정도밖에 못 넣은 반쪽짜리 게임이긴 하지만 미완성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뭐든 일단 완성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과물에 만족합니다.


개인적으로 대출산 시대를 하면서 약간 놀랐던 부분은 '성교 미니게임' 이었습니다. 마켓에서의 심의 문제가 있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애플에서는 심사도중 리젝(Reject) 판정을 받았고, 구글은 정기 검토에서 성인등급을 받은 후 차트에서 차단당했습니다. 앞으로 계속 이런 식으로 올리면 앱을 무통보 삭제당하거나 심할경우 계정 삭제까지 당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직접 플레이해보면 선정성 같은 건 못 느낄 텐데... 하루에도 앱이 잔뜩 올라오다 보니 기계적으로 걸러지는 거 같습니다. 주위에서 표현을 완화하라는 이야기도 있긴 했지만 성교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 시뮬레이션하고 싶었기에 그대로 만들었습니다.

성교 미니게임 경우에는 고증을 위해 생물 공부도 다시 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는 구현이 안 되었는데, 이는 운 요소가 너무 강해질 거 같아서 그랬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일란성 쌍둥이를 넣어도 별문제는 없었을 거 같습니다.

대출산 시대에서 '성교' 미니게임이나 일부다처제라는 설정이 여성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일부 있었습니다. 이에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성교' 미니게임은 객관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교과서에서도 언급되는, 생물학적으로 당연한 것을 표현한 것 뿐입니다. 일부다처제라는 설정이 여성비하 논란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지구상에 일부다처제인 나라도 분명히 존재하고, 또 인디 게임의 설정으로 넣은 것이라서 상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성이나 몇몇 분들이 플레이하기에는 불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만... 애당초 이런 인디 스타일의 게임들은 모두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게임이 아니라 특정 대상층을 노리고 만든 게임입니다.

▲ 그가 제작한 시뮬레이션 게임 '대출산시대'와 문제의(?) 미니게임 스크린샷

대출산 시대 외에도 다른 게임들을 출시할 계획인 걸로 알고 있는데, 차기작 소개를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후보가 너무 많아서 아직 차기작을 정하지는 못했습니다. 판사인 주인공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판하는 게임 ‘법치 국가'나 괴인들을 모집해서 세계를 정복하는 ‘악!의 조직', 세 명의 자식을 용사로 키우는 육성RPG '용사탄생'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립탐정 이동헌4'도 후보에 있었는데 이번에 경고를 받는 바람에 몸을 사리느라 후보에서 빠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전 그냥 제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이 기대하시는 게임을 만들지 안 만들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제가 제작하는 게임보다는 개발자를 꿈꾸는 새싹들을 위한 이런 대회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 출품작들도 응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취미로 게임을 제작하는 사람이라도, 꿈은 다른 개발자들에 못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내가 제작한 게임을 평가해주고 자신의 능력을 키워 아마추어에서 인디로, 또 인디에서 완전한 개발자로 거듭날 수만 있다면 지금과 같은 아마추어 대상 게임대회는 개최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여름까지 벌써 7년, 앞으로도 '똥똥배 게임대회'가 유지되어 좀 더 많은 기회와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 제15회 똥똥배 게임대회는 8월 31일까지 출품작을 모집하고 있으며, 9월 1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심사기간을 거쳐 최종적으로 7분야에서 시상을 진행한다. 작품 출품 방법이나 후원 등 이번 대회의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은 사람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의 후원 페이지에 접속해 알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