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가 2년 동안 베일 속에 가려 왔던 모바일 게임 '프로젝트 P'를 지스타에서 처음 공개했다. 그 내용물은? 개? 그렇다. 모두가 생각하는 멍멍 짖는 개. 이름하여 프로젝트 '퍼피'다.

처음 공개하는 타이틀, 그리고 2년간 꼭꼭 숨겨 온 게임으로 화려한 그래픽의 액션이나 깊게 파고들 RPG를 생각했는데 노골적으로 여성 유저를 노리는 게임이라니. 실망하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여성이 즐기는 게임으로 치부하기엔 개발 과정의 노력, 그리고 그 결과물이 전혀 가볍지 않았다.

지스타 현장에서 공개한 프로젝트 퍼피는 사실적이면서도 귀여운 애완견의 그래픽과 뛰어난 인공 지능을 무기로 기자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비록 직접 보듬어 줄 수 없는 액정 안의 가상 동물이지만, 이 녀석을 제대로 키우고자 한다면 실제 애완견을 키우는 느낌은 고스란히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강아지라는 테마가 전례를 삼을 수 없었기에 개발진은 엔진을 직접 개발해야 했고, 게임 안에서 구현하기 위한 또 한 번의 노력을 거쳤기 때문이 아닐까?

현장에서 프로젝트 퍼피를 총괄하는 장영국 PD를 만나 숨겨 왔던 프로젝트 퍼피의 개발 비화와 게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애완견 세 마리의 아빠이기도 한 장영국 PD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개발에 임하고 있을까? 직접 확인해 보자.


우선애완견을 주제로 한 SNG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해외에서 '공원에 잘생긴 남자가 있으면 몇 명의 여성이 다가오는가'라는 주제로 실험한 예가 있다. 실험 내용은 이렇다. 공원에 잘생기고 우수에 잠긴 깊은 눈을 한 남성을 홀로 벤치에 앉혀 둔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여성이 먼저 접근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먼저 아무것도 없이 남자 혼자 두었을 경우 많은 여성이 수군거리기는 했지만 직접 말을 걸어 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예쁜 강아지 한 마리를 남자 옆에 두었더니 많은 여성이 '정말 예쁜 강아지네요', '이름이 뭐예요' 등 강아지에 관심을 보이며 먼저 말을 걸었다. 똑같은 남자지만 개 한 마리의 차이로 사람 간에 이루어지지 못했던 커뮤니케이션의 차이가 생긴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혹은 매체를 통해 서로 커뮤니티를 하는 것이 소셜 네트워크고 그것을 게임화 한 것이 SNG다. 하지만 최근의 SNG는 감성을 담을 수 없는 농작물이나 음식 등을 매개로 하고 있다. 또한, 서로의 농경을 도와 주는 품앗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만 존재했다. 물론 게임이라는 입장에서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커뮤니티를 이어 주는 부분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젝트 퍼피는 SNG에서 소셜 네트워크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 매개체로 기존 SNG에서 사용되었던 감성이 결여된 사물 대신 생명체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사용하고자 했다. 그리고 앞선 연구를 보고 그것이 애완견이라고 깨닫게 됐다. 이것이 애완견을 SNG의 주요 주제로 선택한 이유다.



게임 내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이 있나?

애완견을 기르는 게임인 만큼 물주기, 사료 주기, 목욕시키기, 장난감이나 어루만지며 놀아주기 등 애견을 육성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관리 행동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더 멋진 애완견을 만드는 것이 가장 기본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더불어 원반던지기 줄넘기 등 미니 게임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핵심적인 콘텐츠인 소셜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다. 우선 산책 도중에 애완견은 다른 유저의 메시지나 정보를 물고 오는데 이 정보를 가지고 친구를 추천하고 만날 수 있다. 또한, 이웃 애견을 방문해 대신 먹이를 주거나 놀아 줄 수 있는 부분 역시 SNG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콘텐츠다. 이런 식으로 만난 유저들은 친한 사람, 최근에 만난 사람 등의 카테고리로 구성된 이웃 관리 시스템으로 엮여 보다 쉽게 원하는 유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했다.

▲ 얼마나 원반을 빨리 집어 오는지를 통해 애완견의 발육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다.


국내에 애완견을 다룬 고퀄리티 게임이 전무했던 만큼 개발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먼저 강아지, 정확히는 4족 보행에 대한 부분은 분야를 막론하고 국내외 어디서도 참고할 곳을 찾지 못했다. 이유는 모든 기준이 2족 보행을 하는 인간에 맞춰 져 있어서다. 뒤를 돌아서는 애니메이션으로 예를 들어 보자. 척추를 기준으로 한쪽 발을 축으로 해 회전하는 인간과 달리 애완견은 네 발을 이용, 인간보다 먼 거리를 빙 돌아가야만 한다. 지금까지는 이런 부분에 대한 개발 방식이 없었다.

인공 지능에서도 큰 문제점을 드러냈다. 실제 강아지와 같은 행동 패턴을 구현하고 싶었지만, 현재는 단순히 정해진 수치에 따라 움직이는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배고픔 수치가 크면 밥을 달라 하고 애정도가 낮으면 기타 행동을 즐길 수 없다.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상용 에셋을 구입했다. 하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의 것들이었다. 결국, 엔진, 애니메이션, 그래픽 모두 새롭게 만들어야만 했다. 그것도 참고 자료 없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은 정말 막막했다.

상술한 문제는 현재 어느 정도까지 해결했는가?

앞서 언급한 부분은 23년 경력의 개발 팀장님도 어려워하더라. 기존에 개발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 시간 꾸준히 개발하면서 성과를 보기 시작했다.

우선 연구 개발한 애니메이션 클립은 500여 개 정도 된다. 이를 통해 처음에는 기계 같은 움직임을 보이던 애완견들에 진짜 강아지와 같은 움직임을 더할 수 있었다. 몸의 관절마다 움직임을 구현해 다양한 상황에서 진짜 강아지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도록 구현했다.

사람은 말과 표정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지만, 애완견은 표정을 이용해서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의 표현을 위해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관절의 움직임 같은 세부 프레임 조절을 표정에도 적용했다. 이는 곧 강아지의 감정을 모바일 기기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인공 지능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일단 기획 담당자가 직접 조절 할 수 있는 인공 지능 개발 환경을 구축했다. 여기에 게임에 등장하는 견종의 일반적인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게임에 적용, 특성과 성격에 따른 행동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밥을 줘도 배가 고프지 않으면 밥을 먹지 않는 등 단순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않는 애완견의 모습을 구현했다.

이 외에도 게임 내에 등장하는 오브젝트와의 상호작용을 애완견 스스로 하도록 만들었다. 강아지들을 보면 궁금한 사물에 괜히 냄새를 맡고, 소파에 올라가는 행동을 하는데 이런 행동을 실제 게임에서 구현한 것이다. 복수 견 간의 인공 지능도 추가로 적용했다. 두 마리 이상의 강아지가 서로 탐색하거나 장난치는 행동을 표현해냈다. 여기에도 견종을 고려해 친화력이 높은 푸들의 경우 먼저 다가가는 등 실제 애완견들을 키우는 모습을 나타내도록 했다.

▲ 애완견들은 장난치거나 경계할 지 스스로 선택한다.


단순히 움직임이나 인공 지능 외에도 높은 수준의 그래픽과 강아지의 표현이 눈에 띈다.

남자든 여자든 개가 예뻐야 키우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디자인 팀에 실제 있을 것 같으면서도 귀여운 모습의 예쁜 강아지를 표현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처음 나온 결과물은 콜오브듀티에 셰퍼드 라일리 같은 얼굴을 한 강아지였다.(웃음) 이러한 외형의 애완견이 나온 데는 동물을 표현하는데 있어서의 경험과 인식이 부족했던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렇게 개발 초기부터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지금의 애완견 모델링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개발된 애완견은 견종의 특색은 잘 살리되 30%가량의 허구가 들어간 모습으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어떤 견종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으면서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애완견들을 더욱 예쁘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사실적인 질감을 위해 직접 털 표현 쉐이더도 개발했다. 프로젝트 퍼피는 유니티 엔진을 이용해 만들었는데 새롭게 개발한 쉐이더를 지켜 본 유니티 관계자가 한마디 하더라. 왜 이런 허무맹랑한 일을 했느냐고 말이다.(웃음)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좀더 사실적인 강아지 디자인을 구현했다고 생각한다.


확실한 목표나 엔딩이 없는 게임인 만큼 게임을 하게 만드는 동기 부여 측면이 낮을 것 같은데 해결책을 준비하고 있는가?

실제 애완 동물처럼 꾸준히, 그리고 지속해서 돌봐 주어야 하는 만큼 명확한 목표가 없는 것은 맞다. 예를 들어 프린세스 메이커의 엔딩이나, MMORPG에서 최강의 캐릭터로 성장하는 것, 기존의 농장 SNG가 가지고 있던 큰 농장 따위의 것들 말이다.

하지만 퍼피는 목표 자체를 동기 부여로 삼은 것이 아니라 애완 동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얻는 감성적인 부분에서 재미 요소를 찾도록 했다. 별도의 해결책을 두었다기보다는 목표보다 세세한 부분에서 유저들의 만족감을 높여 주는 식으로 풀어 나갈 예정이기 때문에 기존의 게임과는 다른 방식의 동기 부여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상 유저가 일반적으로 게임을 자주 플레이 하지 않는 라이트 유저다. 생명체를 키우는 게임인 만큼 플레이 타임이 길어질 텐데 유저들이 귀찮아 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을까?

기존의 애완 동물 육성 게임은 장시간 게임에 접속하지 않았다, 플레이하면 낮아진 애완 동물의 배고픔 수치나 즐거움 수치를 채워 주는 일부터 차례차례 해야 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은 애완 동물을 키운다기보다는 '플레이어인 네가 잘못했으니 똑바로 잘 키워'라고 질책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즉, 만든 사람이 하지 않는 게임이었다. 개발자의 경우 접속할 기회가 적어서 항상 질책 받아야 하니 말이다.(웃음)

하지만 내가 키우는 애완견들은 오랜만에 집에 들어가도 항상 나를 반겨 준다. 퍼피는 이런 실제 애완견과 같은 모습을 구현하고 싶었다.

퍼피는 배고프니 밥을 주고 심심하니 놀아주는 게 아니라 진짜 애완견처럼 밥을 먹고 물을 먹은 후 소화하고 함께 놀아줘야만 행복 수치가 올라가는 형태로 만들었다. 단순히 제때 필요한 수치를 채워줘도 바로 차지 않는다. 행복 수치는 게임을 꺼 놓은 상태에서도 올라가기 때문에 자주 게임을 하지 못해도 플레이어를 기억할 것이다. 핵심은 진짜 애완견을 대하는 것이고 이런 시스템을 통해 단순히 만족 수치만 채우는 식의 게임은 되지 않을 것이며, 유저들의 불만도 적게 만들 것이다.

▲ 행복 수치가 높은 애완견은 스스로 밖으로 나가고 싶어한다.


앞으로의 업데이트 방향은 어떤 방식인가?

프로젝트 퍼피에서 일반적인 게임의 사냥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산책로다. 산책로는 게임의 핵심인 커뮤니케이션 장치, 즉 걷다가 다른 유저의 정보를 물어 올 수 있다. 매력 수치가 낮다면 관계를 이어 주는 횟수보다 쓰레기 더미의 냄새를 맡고 영역 표시를 하기도 한다. 다양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산책로는 산책 가능한 마을이 늘어날수록 더욱 다양해지게 된다. 이 마을을 늘리는 방식의 업데이트가 앞으로의 목표다.

마을에서는 산책뿐만 아니라 새로운 애완견을 분양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애견 라이선스를 획득하면 더 많은 미니 게임이 포함된 애견 그랑프리도 즐길 수 있다. 콘텐츠의 진화를 목표로 단순히 견종이나 미니 게임 추가 같은 식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붙여나가는 방향의 업데이트가 될 것이다.

▲ 친구의 애완견을 대신 돌봐주면서 게임이 시작한다.


생명체를 주제로 하는 만큼 과금 모델에 대한 선택도 중요할 것이다. 프로젝트 퍼피는 어떤 과금방식을 채택했나?

딱히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공개할 게 없다. 코스튬 시스템 외에는 별다른 장치를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리그오브레전드의 유료화 시스템으로 대변되는 착한 유료화를 생각하면 된다. 커뮤니케이션을 이루는 게임에서 대소변 치우는 빗자루에 돈을 쓰라는 창이 뜬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 그것도 생명체를 소재로 한 게임에서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돈을 더 잘 벌까'라는 생각을 버리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할까'에 대해 중점을 두고 개발하고 있다.


게임의 개발 진척도는 어느 정도이며 언제 정식 출시되어 만나 볼 수 있는가?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완성도는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를 게임에 원활하게 적용하는 튜닝 기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 과정이 전체 개발에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는 검수 과정의 결과에 따라 변하는 부분이라 정확히 어느 정도가 완료되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렇지만 일단 내부에서는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해 개발하고 있다. 현재 필수 콘텐츠는 거의 구현된 상태고 앞서 말한 구현 기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비공개로 개발했는데 첫 공개 장소를 지스타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2년이라는 긴 시간 개발한 만큼 이제는 대중에 공개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가 지스타와 겹쳤기 때문에 공개하기 적합한 때라고 여겼다.

또 하나의 이유는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을 확인해야 할 때라고 느껴서이다. 현재 게임의 메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애완견은 보스턴테리어다. 하지만 애초에 점 찍어 둔 메인 애완견은 시베리안 허스키였다. 보스턴테리어가 메인 애완견의 자리를 차지한 결정적 이유는 사내 테스트 결과 보스턴테리어가 가장 귀엽다는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게임을 개발하면서 생각하던 부분을 유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점이다. 작은 사내 테스트의 결과도 첫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도출되었는데 수많은 유저들의 반응은 얼마나 다르겠는가. 이를 확인해야만 했다. 이를 위해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나 베타 테스트가 좋은 방법이 되겠지만, 수많은 게이머가 모이는 지스타가 더욱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했다.

그 간의 지스타는 화려한 액션, 코어한 RPG 중심이었다.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를 끌고 다니는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지스타에서 보기 힘든 감성적인 애완견 영상이 나온다면 어떨까? 이번에는 여자 친구들이 남자 친구 손을 잡고 부스로 찾아올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다양한 유저들의 패턴을 현장에서 확인할 좋은 기회다.

▲ 여성 게이머는 물론 많은 커플들이 시연 부스를 찾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지스타 현장을 찾을 유저, 그리고 앞으로 퍼피를 즐기게 될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그 동안 공개하지 않았지만 수많은 개발진이 게임 개발에 몰두했다. 그리고 그 결과 경쟁력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부디 즐겁게 즐겨 주시고 많은 응원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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