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인생의 낭비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남긴 이 한마디는 일파만파로 퍼지며 대중들에게 'SNS'의 무분별한 사용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퍼거슨 감독의 이 말이 효과적으로 퍼질 수 있었던 수단에는 'SNS가 단단히 한 몫을 했다.

'SNS'가 과연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가?는 사실 개인이 판단할 문제다. 운동을 업으로 삼으며, 공인으로서 언사를 조심히 해야 할 축구선수들에게 있어 확실히 SNS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이 수위를 잘 조절한다면 SNS는 훌륭한 자기어필의 수단이자, 영향력을 늘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한다.

나아가 SNS는 이제 개인들의 공간으로 그치지 않는다.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가는 확산성, 그리고 대중의 인식에 미치는 '파급력'. 깨어있는 사업가들에게 SNS는 보물과도 같은 마케팅의 현장이고, 비교적 적은 투자로도 상상 이상의 가치를 끌어낼 수 있는 블루 오션으로 다가오고 있다. '게임업계'또한 예외는 아니다. SNS에 회사 계정을 이용해 유저들과 소통하려는 게임사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고, 일부 게임사의 경우 'SNS 담당자'를 따로 두기까지 한다.

▲ '아웃스탠딩' 최준호 기자

스타트업 매체인 '아웃스탠딩'의 최준호 기자는 다소 쑥스러워보이는 표정으로 연단에 올랐다. 그 역시 번듯한 매체를 나와 스타트업 매체에 들어간 후, SNS의 힘을 통해 올라선 이다. 물론 기자라는 직업이 강단에 서기에 적합한 직업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확실하다. 기자들은 '마케팅'과 '홍보'의 최전선에서 뛰는 기업 홍보팀들과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얽히게 된다. 그것은 '기자'들이 홍보와 마케팅 측면에 있어 전문적인 시각을 갖출 수 있음과 동시에, 사익에 얽메이지 않는 객관적 시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최준호 기자는 강연을 시작하기 앞서 이렇게 말했다. "많은 게임사 대표님들이 SNS의 필요성을 의심합니다. 물론 과거였다면 굳이 필요하지 않았겠죠. 당시는 게임업계의 전체적인 라인업 자체도 적었고, 입소문으로도 충분히 마케팅이 가능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수십, 수백가지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 SNS는 유저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하면서 마케팅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창구입니다."


◈ SNS : 짐이 곧 인터넷이니라

최준호 기자는 'SNS'의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이는 어쩌면 '긍정적'일수도 있지만, '부정적'일수도 있는 영향력을 말한다. 게임사들은 모두 자신들의 게임이 화제가 되기를 바라고, 대중에게 알려지길 바란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게임이 SNS를 통해 소개되면, 필연적으로 악플이 달릴 수 밖에 없다. "이럴 시간에 개발이나 더 해라"와 같은 글들은 기사를 읽거나, SNS를 보면서 자주 볼 수 있는 글이다.

▲ SNS 시작 초기엔 샌드백 되기 일쑤

이렇게 공들여 올린 콘텐츠가 네티즌 사이에서 샌드백이 되어버리고 나면, 게임사는 자연스럽게 위축된다. 당연 게임사 내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는 없다. 여기서 최준호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욕을 먹는게 나아요. 아무도 모르는 것 보다는 말이죠." 어찌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악플보다 슬픈 것이 무플'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SNS의 파급력은 포털 사이트를 넘어선 수준이다. 네티즌들이 머무는 가상의 광장이 되어버린 거다.

감안해야 할 점이라면 SNS엔 '성역'이 없다는 거다. 어느 매체, 혹은 홍보 수단이라도 암묵적인 '성역'이 존재한다. 가령 나와 같은 '기자'들이 일하는 매체는 '표준어'에 대한 성역이 있다. 누구도 기사에서 인터넷 은어나 이모티콘을(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매체'가 가지는 성역이다. '헐리우드 영화에는 어린 아이가 죽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이 역시 클리셰의 일종이며 동시에 헐리우드 영화 제작사가 가지는 성역이다.

그러나 SNS에는 성역이 없다. 대통령을 비난하고, 비속어와 은어가 팽배하며, 선정적인 콘텐츠나 노골적인 공격이 성행한다. 속도 제한이 없는 고속도로다. 게임사는 이 전쟁통 같은 네트워크에 뛰어 들어 바이럴의 진원지가 되어야 한다. 나서서 욕을 먹어도, 그 욕에 대해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해주고, 답변을 해준다면, 언젠가 그 유저들이 팬이 된다.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 그 하나로도 유저들은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 SNS엔 금지된 성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 넥슨과 NC, 서로 다른 얼굴을 가진 SNS의 두 거인

이어 최준호 기자는 넥슨과 NC소프트의 예를 들었다. 넥슨과 NC소프트 모두 SNS에는 일가견이 있는 게임사다. 다만 그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이는 SNS를 시작하는, 혹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임사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어줄 수 있다.

넥슨의 경우 완벽한 '유머형'의 길을 걷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냈고, 유저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했다. 더불어 회사에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이 부분은 최준호 기자의 추측이며, 그는 넥슨의 SNS 퀄리티가 점진적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점을 유추해냈다.)

▲ 넥슨의 유머형 SNS

반면 NC소프트는 다르다. NC소프트의 SNS는 전문 잡지 수준의 퀄리티를 자랑하며, 흥미성보다는 진성 정보를 담은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나아가 외부 전문가(도서쪽 전문가, 만화가 등)을 영입해 퀄리티를 더 끌어올렸다. 이런 방법은 '유머'의 코드를 쓰지 않기 때문에 바이럴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진성 콘텐츠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점차 인지도가 올라가며, 회사의 이미지도 동반 상승한다.

▲ NC소프트는 사뭇 다르다.

최준호 기자가 꼽은 최고의 SNS사례는 '던전앤파이터'와 '사이퍼즈'를 서비스하는 '네오플'이다. 네오플의 경우 대표인 이인 대표가 적극적으로 SNS에 모습을 비추고, 해외 서비스가 접혔다가 재오픈할 당시 24시간 라이브캠을 틀어 사무실을 생중계하는 등, 국내 게이머를 넘어서 해외 게이머들과도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뤄냈다.

▲ 네오플은 SNS의 교과서



◈ SNS,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네오플'까지 포함해 세 게임사에 대해 설명한 이후, 최준호 기자는 본격적으로 SNS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가 강조한 첫 번째 사항은 "무슨 일이 있어도 댓글을 달아줄 것"이었다. 말도 안될 정도의 악플에는 무플로 대응하되, 정당한 불평 혹은 무난한 수준의 댓글에는 반드시 반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소통을 한다는 느낌'을 유저들에게 준다. 게임사가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내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는 것 만으로도 회사의 이미지는 상승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세부적인 방법을 논함에 있어 그는 '왕도가 없다'라고 말했다. "10명의 친구와 소통하는 방법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SNS또한 정해진 공식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죠. NC와 같이 전문적인 잡지를 만든다는 느낌으로 해도 되고, 넥슨과 같이 유머 코드를 적용해 유저들과 놀아도 되요."

동시에 최준호 기자는 큰 틀이 될 수 있는 네 가지 형태를 제시했다.


■ SNS의 네 가지 유형


- 정보형
전문적 지식이 주를 이루며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타입으로, 성과는 비교적 늦게 드러나지만, 회사의 이미지를 끌어올리기에는 좋은 방법이다.

- 유머형
초기 바이럴에 효과적이며, 유저의 호응이 높고 게임과의 궁합도 좋다. 다만 퍼오는 콘텐츠를 잘못 쓰다간 곤욕을 치를 수 있다.

- 꿀팁형
사람들은 의문이 아닌 결과를 좋아한다. 가령 '봄 날씨가 좋다'를 '봄 날씨에 어울리는 소주 안주는?'하는 식으로 생활에 도움이 되는 팁을 끼워 넣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나아가 바이럴의 기점으로 삼는 방법이다.

- 공감형
할 수만 있다면 최고의 방법이다. 철저하게 유저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들고, 적극적인 소통을 이뤄내는 방법이다.



◈ SNS,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가?

SNS의 유형에 대해 소개한 후, 최준호 기자는 SNS를 누가 담당하고, 관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를 옮겼다. SNS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관리자가 있는 회사도 더러 존재한다. 이 주제는 그 관리자의 자리에 누가 가장 적합한지, SNS를 위해 회사가 가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최준호 기자가 말하는 최고의 인물은 바로 '대표'였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대표가 직접 나서는 것이 어떤 상황에서든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프로레슬링 단체인 'WWE'의 '빈스 맥마흔'을 들 수 있다. 그는 WWE의 회장 겸 CEO로 재직중이지만, 심심찮게 무대에 등장해 선수들에게 얻어맞는가 하면, WWE의 시나리오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대표'가 나서는게 좋다.

앞서 말한 네오플의 이인 대표나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며 영상까지 찍는 SCEK의 '가와구치 시로' 대표 또한 이런 사례에 부합되는 좋은 예다. SNS또한 대표가 함께 하면 분명 좋은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나아가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SNS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누구가 되었든, SNS를 하는 이는 '애사심'을 갖고 있는 인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 SNS 관리의 기본은 '애사심'에서 비롯된다

또한 '전문가'의 힘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 삼성전자의 '밀크'라는 음악 관련 어플리케이션은 SNS를 무대로 종횡무진 마케팅을 펼쳤지만, 균형 감각의 부재로 과도한 은어 사용과 공격적인 콘텐츠가 사용되는 바람에 사과 공지를 끝으로 SNS마케팅을 끝내고 말았다. '홍보'에 대한 감각을 가진 전문가이자 동시에 '애사심'을 가진 인원. 바로 이런 사람이 SNS를 관리할 수 있는 인재이다.

▲ 비전문성이 불러온 참사



◈ 장기전, 고통스러운 장기전에 될 것이다.

40분에 가까운 강연을 이어온 최준호 기자는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마지막 순서에 들어섰다. 그는 'SNS가 굉장히 짧은 기간에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하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 말했다.

그가 말하는 'SNS 마케팅'은 언제 결과를 알 수 있을지 장담조차 하기 어려운 '장기전'이다. 상대의 호응을 얻는 방법은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것이다. SNS를 통한 마케팅 또한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많은 이들을 구독자로 만드려면, 그만큼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네 가지를 강조했다.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진행하며, 독자의 시선에서 보고, 진심을 담아야 한다. 그 어떤 게임사도 유저 한명 한명의 SNS 의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SNS 관리자가 꾸준히 대응하고, 진심을 담으며 동시에 시선을 맞춘다면, 어느새 그 모든 과정이 바이럴이 되어 회사의 이미지를 성장시키는 양분이 된다는 것이 최준호 기자의 주장이었다.



그는 SNS를 관리함에 있어, 절대 회사의 대표나, 혹은 회사의 입장과 이익을 대변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SNS는 소통을 위한 자리이며, 소통은 자신을 낮춤에서 시작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SNS에 진출하기를 꺼리는 이들에게 말했다. "SNS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다들 잘 안하는데, 굳이 해야 할까요?' 라고 말입니다. 그것이 바로 이유입니다. 남들이 잘 하지 않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