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휴즈 게임즈의 공동창업자이자 '도미네이션즈'의 아트 디렉터 댄 할카(Dan Halka)는 아시아 출시 1년을 맞은 '도미네이션'의 아트 작업을 소개했다. 그동안 출시 직후 포스트모템과 라이브 서비스 성과 등의 강연이 진행됐지만, 아트 파트에 관련한 강연은 처음이었다.

댄 할카는 역사라는 IP를 활용한 전략 게임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아트 에셋을 표현했는지, 어떻게 적은 인원으로 방대한 에셋을 구현했는지 개발 과정과 경험을 공유했다.

▲ 빅휴즈게임즈 댄 할카(Dan Halka) 아트 디렉터


역사물의 장점


댄 할카는 인류 역사를 매력적인 콘텐츠라 표현했다. 인류 역사는 모바일 게임처럼 스펙트럼이 다양한 유저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역사는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인물이 존재한다. '도미네이션즈'에서 어떤 요소가 왜 중요한지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다. 역사는 과거를 토대로 현재를 반성하고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역사는 모든 사람이 다른 장르에 비해 쉽게 공감하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역사를 IP로 활용할 경우 배경 설명이 필요 없다. 대부분 플레이어는 그에 합당한 역사적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고 이는 전 세계인에게 공통으로 적용된다.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다. 역사에 등장하는 기계와 인물은 훌륭한 스토리텔링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는 기획뿐만 아니라 아트에도 적용된다.

아트 측면에서 역사라는 IP는 '신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판타지물에서 세계관을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들지만, 역사물은 이미 신뢰성 있는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플레이어에게 정보를 전달함에 매우 유리하다. 이미 기능과 폼이 들어있다는 뜻이다. 플레이어를 교육할 필요가 없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해 매력적으로 해석하기만 하면 된다. 역사를 IP로 활용했을 때의 장점이다.

아트 측면에서 역사 IP를 활용하는 데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라는 분야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이다. 구석기부터 우주시대까지 다루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단히 많은 에셋이 발생한다. 이 중에서 어떤 에셋을 택하고 배제할지 많은 고민이 뒤에 따른다.

또한, 역사에는 승리와 비극이 있기에 충격성이 뒤따른다.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과 사건이기에 충분히 고려해야 할 요소다. 희생과 고통의 요소를 지닌 위인을 게임 내에 귀엽게 표현하면 이들의 특징이 희석될 수 있으므로 강점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미네이션즈'가 프리투플레이게임이기에 고려해야 할 사항도 있다. 하드코어 유저를 위한 그래픽과 라이트 유저가 선호하는 그래픽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너무 가벼우면 역사가 가지는 무게감이 사라지고, 그렇다고 너무 진중하게 제작하면 라이트 유저들이 부담스러워 하기에 적절한 아트를 제작해야 한다.



유닛과 건물, 현실감이 핵심


빅휴즈 게임즈의 아트팀은 최소 5년 이상의 경력자들로 구성되어있다. 댄 할카는 매우 간단한 파이프라인을 아트 리소스를 구축해 소수의 인원으로도 훌륭한 그래픽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게임에 등장하는 건물은 400개가 넘는다. 거기에 레벨별로 20여개의 각기다른 건물이 존재하며 모든 건물이 석기부터 미래시대까지 점진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가진다. 시대상이 발전하면서 어떤 아트 기법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닛의 경우 미니어처처럼 수집욕을 자극하는 요소를 담았다. 수집가들이 미니어처에 가진 애착과 즐거움을 게임 내 유닛 그래픽에서도 느끼게 하고자 했다. 그래서 역사에서 느낄 수 있는 현실감을 게임 내에서도 느낄 수 있게 작업했다. 모바일 화면에 맞게 작게 표현해도 인식을 쉽게 하고자 특징적인 부분에 섬세함을 가미했다. 핵심은 현실감을 살리는 것이었다.

그들은 유닛을 구현할 때 문헌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고증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현존하는 모든 차량과 유닛을 연구하고 어떤 요소를 게임에 투입할까 고민했다. 가능하면 시각적으로도 멋지면서 플레이어들이 좋아하는 것을 고르는 것이 기준이었다.

▲ 시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 서구 개발자는 모르는 미묘함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플레이어들이 돈을 지불하면서 진화한 모습을 보길 원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실제로 진화한 모습을 보았을 때 그에 걸맞은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문헌과 현장 탐방뿐만 아니라 파트너 '넥슨'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덕분에 한국 문명을 추가하는 작업을 할 때, 한국 건축물의 색과 모양 그리고 분위기가 다른 아시아 국가와 어떻게 다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서구 아티스트들은 아시아 분위기의 미묘한 차이를 잘 몰랐지만, 넥슨의 도움으로 이 차이를 구현할 수 있었다.

'도미네이션즈'는 라이브 서비스 중에도 추가 유닛을 만들었다. 스페셜 이벤트로 새로운 유닛이 등장했다. 이러한 유닛을 추가할 때는 플레이어를 설득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중요했다. 왜 새로운 유닛이 필요한지, 왜 멋진지, 어떻게 업그레이드된 건지 플레이어가 공감할 수 있도록 유닛을 만들어야 한다.


▲ 자료 수집을 위한 문헌과 탐방


키 아트(Key Art)의 미묘함

키아트를 제작할 때도 역사물의 효과를 충분히 얻기 위해 색감 하나조차 의도를 가지고 선택했다. 출시 당시의 키 아트는 역사물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진중한 톤으로 제작했다. 플레이어들에게도 매력적인 아트로 어필할 수 있으면서도 역사라는 비주얼을 어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산업시대 키 아트는 기존의 아트에 조금 변화를 주었다. 게임 월드를 투영할 수 있는 느낌으로 제작했다. 게임 내 시대뿐만 아니라 게임 외 비즈니스 지역에 따른 변화도 있었다. 일본의 경우 애니메이션 느낌으로 제작했고, 서구권은 CG 느낌이 들도록 제작했다. 각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아트를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 키아트 변천사.

▲ 아시아 출시를 앞두고 선보인 영상

"난 개인적으로 넥슨에서 준비한 이 동영상을 좋아한다. 미니어처 같아 보이기도 하고 조각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 안에서 많은 드라마가 포착되고, 무엇보다 역사에 대한 존경감도 표현되어 있어 좋다."

역사는 무의식적으로 감동을 줌으로써 플레이어 혹은 플레이어가 아닌 사람도 게임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이때 아트가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역사를 재현하는 데 신경을 쓴 아트라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새로운 피쳐를 만드는 데도 역사를 녹여내는 것은 중요하다. 곧 게임에 포함될 새로운 피쳐들도 인물을 표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배경에 역사적 사실이 녹아져 있다. 살라딘의 배경은 그가 건설에 기여한 카이로의 시타델이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배경에는 그의 주요 작품들이 숨어있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언뜻언뜻 보이게 하는 방법으로 해당 인물이 역사에 이바지한 바를 포함하고 싶어 했다. 이는 세종대왕도 마찬가지다. 병풍의 글과 함께 천문학에 기여한 세종대왕의 업적을 표현했다.

▲ 세종대왕 배경에는 한글과 혼천의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