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게임이용장애'가 공식적으로 질병으로 분류되었으나, 부족한 근거에 대한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장은 'WHO 게임 질병 코드화 도입의 법적 및 정책적 쟁점' 발제문에서 '게임이용장애'는 규제 대상부터 기준 행위까지 정의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규제 대상인 '디지털 게임과 비디오 게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치료 대상이 되는 기준 행위가 무엇인지 정확하지 않으며, 이러한 불분명한 기준은 개인이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판단할 수 없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자의적인 해석을 허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WHO의 의결 근거가 된 게임중독을 다룬 많은 의학논문이 인터넷 도입기에 만든 지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해당 의학논문들에서 언급되는 게임중독의 지표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지표는 1998년 미국의 심리학자 킴벌리 영(Kimberly Young)이 제시한 기준이다. 문제는 IAT가 인터넷이 도입된 초창기를 배경으로, 인터넷에 대한 중독 여부를 진단하는 용도로 사용된 지표라는 것이다.

임상혁 학회장은 "WHO의 중독성 연구가 '인터넷'에서 '게임'으로 범위가 좁혀졌음에도 게임중독을 다루는 많은 연구에서는 아직까지도 기준을 IAT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IAT 문항들을 살펴보면 게임중독을 진단하는데 연구자나 피험자들에게 명확한 기준으로 기능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WHO는 게임이용장애에 대하여 세부적인 기준 대신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 보급 현황이나 게임중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도 상당히 차이가 있는 만큼, 세부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대신 각 국가에서 자율적인 기준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한 WHO의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임상혁 학회장은 "하지만, 최소한 게임 과몰입이 문제 된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만이라도 게임중독이라는 '질병'을 인정하는 데 있어서 판단 기준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