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8일,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가 발행되었다. 매년 말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행하는 이 문서는 국내 게임 산업의 현황과 미래 예측을 정리한 일종의 보고서로, 국내 게임 시장과 e스포츠, 해외 시장 및 게임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주요 쟁점에 대한 성별, 연령대별 반응에 이르기까지 게임 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다만, 금년 발행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는 대부분 2019년까지의 게임 산업을 다루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급격히 변화한 COVID-19 판데믹 이후의 게임 산업에 대해서는 약간의 첨언 외엔 언급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해당 기사를 포함한 2020년도 게임백서 관련 기사 및 문서는 판데믹 이전의 게임 산업 현황을 정리한 것이라는 이해가 요구된다.

본 기사는 게임백서에 실린 약 700쪽의 정보 중 430페이지에 이르는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한 내용을 요약한 기사로, 국내 게임 산업의 동향과 규모, 전망, 그리고 2019년 주요 이슈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기사다. 워낙 내용이 방대한지라 모든 내용을 언급하진 못했지만, 주요 골자를 기본으로 최대한 모든 내용을 포함코자 했다.

또한, 직접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살펴보고자 한다면 한국콘텐츠진흥원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아볼 수 있다.

2019년 국내 게임 산업 규모, 총 15조 5,750억 원
시장의 '절반' 꿀꺽한 모바일, 앞으로의 전망은?


2019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5조 5,750억 원으로 전년의 14조 2,902억 원 대비 9.0% 증가했다. 국내 게임 산업은 2013년 잠시 주춤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근 10년 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으며, 2019년의 경우 국내 경제 성장률(2%)에 비해서도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경우 2017년에 처음으로 PC 게임 시장 규모를 넘어섰으며,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쳐 2019년에는 전체 시장 파이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플랫폼이 되었다. 모바일 특유의 편리한 접근성과 모바일 기기 하드웨어 사양의 폭발적 상승으로 국내 게임 산업의 헤게모니가 모바일로 넘어갔으며 이에 따라 2019년에는 총 7조 7,399억 원의 매출을 기록, 전체 산업 중 49.7%를 점유했다.

반면, PC게임 산업의 총 매출은 4조 8,058억 원을 기록했다. 총 점유율은 30.9%로 2018년의 35.1%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늘 언더독의 위치를 차지하던 '콘솔' 시장은 총 6.946억 원을 기록했으며, 전체 시장 대비 4.5%의 점유율을 기록해 매출 및 점유율 양면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 아케이드 게임 시장 매출은 전년대비 20.6% 증가했으나 시장 규모가 작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려우며, 전체 매출의 13.1%를 차지하는 'PC방' 사업의 총 매출은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예측한 2020년의 게임 시장 규모는 2019년 대비 9.2% 상승한 17조 93억 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에 이르러 COVID-19 판데믹이 시작되었고, 이에 따라 PC방 등의 산업 일각은 타격을 받았지만, 반대급부로 비대면 콘텐츠인 게임의 소비가 증가했고, 특히 모바일 및 콘솔 게임의 제작과 배급업은 큰 폭의 성장을 예측했다.

PC게임의 경우 소폭 성장세를 예측했지만, 아동이나 여성 등 기존의 '비게이머'층이 게이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는 모바일 플랫폼이 더 선호되기에 당분간은 모바일 산업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에 이르러 모바일 게임 이용률은 급격히 증가했으며, 기존의 PC MMORPG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국내 게임 시장을 사실상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0년에도 모바일 게임 매출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며,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 예측했다.



세계 게임 시장 5위권 유지, 대외 교역 현황은?
총 수출액 7조 7,606억 원, 최대 수출국은 40.6%의 '중국'


수출,입 현황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게임 콘텐츠 수출 산업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66억 5,778만 달러이며, 2019년 연평균 환율을 적용하면 한화 약 7조 7,606억 원에 달한다. 반면 수입액은 전년 대비 2.5% 감소했으며, 한화로 약 3,475억 원을 기록했다. 수입 증감세에서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모바일 게임의 수입액으로, 전년 대비 무려 104.9% 증가한 2억 1,915만 달러를 기록했다. 총 수입액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모바일 게임만큼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가장 주요한 수출 국가 및 권역은 '중국'으로, 전체 수출액의 40.6%를 차지했으며, 대만/홍콩, 동남아, 일본, 북미가 뒤를 이었다. 전년과 비교해보자면 중국과 동남아로의 수출액수는 증가세를 보였으나, 이외 권역으로의 수출액은 감소했다. 중국을 향한 수출 비중도 함께 늘어나 전년 대비 9.7% 상승했으나 '북미'와 '일본'으로의 수출은 다소 위축되었다.


세계 시장 대비 국내 산업을 살펴보자면, 국내 게임 산업은 전 세계 게임 산업 중 6.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게임 시장에서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 영국에 이은 5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PC 게임 분야의 경우 총 12.5%의 점유율을 보이며 미국,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총 9.1%의 점유율을 보이며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콘솔 게임의 경우 1.3%라는 미미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나, 전년 대비 0.3%가 성장하는 등 매년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


2019년의 산업 주요 이슈는?
'질병분류코드'부터 '포괄임금제 폐지'까지, 돌아보는 2019년

게임백서 국내편은 2019년 한 해를 달군 각종 소식 중 게임 산업에 큰 영향을 준 10가지 이슈를 정리해 수록해 두었다. 게임백서에서 지정한 2019년 10대 이슈는 다음과 같다.

1) 고전 게임, 클래식 IP의 전성시대


- 2019년 6월 출시된 로한M을 시작으로 과거 PC게임으로 인기를 끌었던 IP들이 본격적으로 재발굴되었다. '리니지2', '테라', '뮤', '카트라이더', '스톤에이지' 등 PC 게임 원작의 모바일 게임이 꾸준히 등장했으며, 신규 IP대비 높은 흥행도를 보여주었다. 다만, 비슷한 구조와 콘텐츠를 복제 수준으로 제공하는 와중 IP로만 차별화를 꾀하는 풍조가 생기면서 IP 로열티 지급이 어려운 개발사는 신작 개발을 포기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으며, 흥행 문법에만 근거하는 방식에 경각심을 요구하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2) WHO, 게임에 6C51 질병코드 부여


- 2019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HO 총회에서 ICD-11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게임이용장애가 질병 항목에 포함, 6C51 코드를 부여받았다. 이는 정신, 행동, 신경발달 장애 영역의 하위 항목이다. 다만, 국내 도입 여부의 경우 5년마다 개정되는 KCD(한국표준질병분류)에 달려 있으며, ICD-11은 2022년부터 발효되므로 가장 빨라도 2025년의 KDC 개정때 도입된다.


3) '블록체인' 게임 개발과 판단의 유보


- 2019년 한 해 '블록체인 게임'은 늘 화두에 놓여 있었다. 2019년 11월, 국내 게임사 '노드브릭'의 '인피니티스타'가 우연적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고, 그렇게 획득한 토큰형 아이템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전송되는 방식이 사행성을 조장하는 행위로 판단되어 등급 분류 거부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이렇듯 게임과 암호화폐 산업의 결합은 다각적으로 연구가 이뤄졌으나, 현금성 자산이 보상으로 제공된다는 점이 '사행성' 논란의 선을 넘게 되어 2020년 말인 지금까지도 게임으로서 기능할지에 대해서는 꾸준히 연구가 진행중임에도 판단이 유보되어 있는 상황이다.


4) 게임 관련 규제 개선


- 2019년에 이르러 게임 산업을 규제하던 각종 법제 중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규제 및 이중 규제가 해소되었다. 2019년 6월, 문체부가 PC 온라인 게임 결제 한도를 폐지했고, 2020년에 들어 웹보드 게임 이중 규제(1일 손실한도 접속제한 등)에 대한 개선도 진행되었다.


5) 여전히 막힌 중국 시장, 2020년 12월에서야 해소

▲ 싱하이밍 대사(이미지: KBS1 사사건건)

- 2017년 초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 중단된 외자 판호 발급은 2019년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이어졌다. 국내 IP를 중국 내 기업이 활용해 개발하는 형태의 내자 판호 발급은 조금씩 이뤄졌지만, 국내 개발사가 개발한 게임이 직접 판호를 받을 수는 없었다. 이러한 중국의 외자 판호 발급 중단은 2020년 12월까지 이뤄졌으며, 이번달 2일에 들어서야 '서머너즈워'가 외자 판호를 취득해 4년만에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6) 국내 개발사들의 '포괄임금제' 폐지


- 2019년에 들어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주요 개발사들이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2018년에 이뤄진 넥슨과 스마일게이트의 노조 결성 배경으로 지목된 비수당 야근 및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합의의 일환이다. 이에 따라 '업무 시간'의 정의가 다소 빡빡해지고, 자리를 비울 시 자리 비움 버튼을 클릭하는 시스템이 생기는 등 노동자 입장에서 다소 번거로운 절차가 여럿 도입되었지만, 전체적인 개발 환경은 폐지 이전에 비해 개선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7) '보는 게임' 시대와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고민

▲ '엔딩'까지 노출되는 방송 콘텐츠들

- 이전부터 꾸준히 성장해오던 '게임 방송' 시장은 이제 확연히 콘텐츠로서 자리를 잡았다. e스포츠 뿐만 아니라 '종합 게임' 방송인이 늘어나면서 대다수의 게임을 플레이 없이 시청만으로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다만, 이런 풍조가 지속되면서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게임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게임을 개발한 회사에 귀속되기 마련이므로, 개발사의 허락 없이 게임 플레이 장면을 방송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스토리 중심의 싱글플레이 게임과 관련되어 이런 의견이 힘을 얻었으나, 게임 방송이 게임의 홍보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상이기에 이와 관련된 논의는 2020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렇다 할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8) e스포츠 선수 권익 보호 논의 시작


- 2019년에 이르러 e스포츠 선수들의 권익 보호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면서도 선수 처우나 계약 관리 등 선수 개인의 권익 보호와 관련된 제도적 장치는 부족했다. 2019년 하반기 부당 계약을 강요한 이른바 '카나비' 사건을 계기로 e스포츠 선수에 대한 처우 개선이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이스포츠 선수 표준계약서' 가 새로 제정되는 한편, e스포츠 선수 등록제도 또한 확대, 정착시키기로 합의되었다.


9) 게임사&이종 산업 결합의 가속


- 대형 게임개발사들은 비게임 산업으로의 영역 확장에 나섰다. 캐릭터 산업을 위시한 인접 산업 외에도 금융, 엔터테인먼트, 렌탈 등의 이종 산업과의 결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며, 자사 핵심 역량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 분야 확장을 꾀하고 있다. 넷마블의 경우 1조 7,400억 원을 투자해 '웅진 코웨이'를 인수했으며,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00억 원을 투자했다. 엔씨소프트 또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위한 별도 법인을 마련했으며, 넥슨 지주회사(NXC)는 디지털 자산 트레이딩 플랫폼 개발을 위한 자회사 '아퀴스'를 설립했다.


10) 콘솔, 멀티 플랫폼, 크로스 플랫폼


- 국내 게임개발사들의 콘솔 시장 도전이 시작되면서, 후발 주자로서의 한계 극복을 위해 적극 동비하는 시스템이 바로 크로스, 멀티 플랫폼이다. 그간 콘솔 분야는 사업 외 영역으로 간주되었는데, 모바일과 PC 시장이 과포화되면서 콘솔 시장이 도전할 만한 새로운 시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넥슨은 PC와 '엑스박스'간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2019년 11월 공개했으며, 엔씨소프트는 '프로젝트TL'을 비롯한 다수의 멀티 플랫폼 게임을 개발중이다. 넷마블 또한 닌텐도 스위치 버전의 '세븐나이츠' 기반 게임을 발표하면서 최초의 콘솔 타이틀을 발표했다. 다만 콘솔 개발 경험의 부족은 2019년을 지나 2020년 현재까지도 숙제로 남아있는 상황, 해외로 진출했던 개발 인력들의 복귀를 장려하거나, 해외 인턴쉽 프로그램 등을 통해 숙련된 개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