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티마의 아버지 로드 브리티시이자 여행가로 새로운 삶을 사는 리처드 개리엇이 지구의 네 극단을 방문한 최초의 인류라는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리처드 개리엇은 지난 1일 대양 중 지구에서 가장 깊은 위치에 있는 대양으로 알려진 마리아나 해구 최심단 챌린저 해연(Challenger Deep)을 다녀왔다. 챌린저 해연의 깊이는 10,984m로 특수한 잠수정을 통해서만 다다를 수 있다.
리처드 개리엇은 1일 심해 잠수정 '리미팅 팩터(Limiting Factor)'에 올라 챌린저 해연에서 4시간가량 마리아나 해구 바닥에서 심해 표본과 진흙 샘플 등 수집에 나섰다. 잠수정이 챌린저 해연까지 내려가고 다시 수면으로 올라오는 8시간을 포함해 그는 이날 총 12시간을 잠수정 안에서 보냈다.
한편, 리처드 개리엇은 작은 정사각형 티타늄판을 잘라 만든 지오캐시도 묻어두고 올라왔다. 지오캐시는 지오캐싱이라는 야외 활동을 위해 숨겨두는 것으로 이를 즐기는 지오캐셔들은 숨겨둔 지오캐시를 찾아야 한다. 남극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 지오캐시가 등록되어 있으며 리처드 개리엇은 앞서 국제 우주 정거장에 지오캐시를 숨겨두고 오기도 했다.
1979년 처음 제작한 아칼라베스: 파멸의 세계를 3만 장 이상 팔며 학비를 벌 정도로 게임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에 천부적인 자질을 보였던 리처드 개리엇은 1981년 울티마를 세상에 내놓았다. 울티마는 특유의 자유도와 게임 플레이의 깊이로 서구권 CRPG의 기틀을 잡은 게임으로 꼽힌다.
특히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세계관과 8대 미덕이 추가된 울티마4부터는 모든 CRPG의 교과서로 자리 잡았고 1997년 출시된 울티마 온라인은 MMORPG라는 이름과 게임 플레이를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EA에 회사가 편입된 이후 독창성을 발휘할 개발 지휘권을 빼앗겼고 울티마8과 울티마9 등 정식 넘버링 시리즈의 실패로 장기인 기획능력마저 잃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손을 내민 엔씨소프트와 MMORPG 타뷸라 라사로 부활을 꿈꿨지만, 북미 시장 사업의 가교 역할을 했을 뿐 게임은 막대한 투자 대비 시원찮은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회사 퇴사와 스톡옵션 매각 과정에서 강제 퇴사로 인한 부당함을 주장했고 1심과 항소심 모두 승소하며 2,800만 달러, 2011년 당시 우리 돈으로 약 360억 원의 배상금을 챙겼다. 그 사이 리처드 개리엇은 국제 우주 정거장을 방문하는 등 우주 비행의 꿈을 이루며 '우주 먹튀'라는 불명예스러운 호칭을 얻게 됐다.
여기에 이베이에 자신의 피가 담긴 병을 팔고 달 표면 일부를 자신의 영지라고 주장하는 등의 기행을 일삼기도 했다.
비록 게임 개발자로서의 업적은 끊겼지만, 여행가라는 새로운 업을 찾은 리처드 개리엇은 전에 없던 행복을 누리고 있다. 2008년 민간 우주인으로 약 12일간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지냈고 1998년과 2000년, 두 차례 남극 탐험에 나섰다. 이후 아프리카, 아마존, 북극을 탐험했고 바닷속에 잠긴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방문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마리아나 해구까지 정복한 리처드 개리엇은 인류 최초로 우주와 남극, 북극, 그리고 지구 최심부를 방문한 사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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