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유명한 기업인으로 알려진 '마윈'이 운영하는 중국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 알리바바가 주최한 대규모 국제 e스포츠 대회인 WESG 2016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이 오는 9일부터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다. 하스스톤, 도타2, 스타2, 카운터 스트라이크:글로벌 오펜시브(이하 CS:GO) 총 4개 종목이 동시에 진행되며, 그 규모는 총 상금 무려 40억 원이 넘어간다.

스타2나 도타2처럼 전망이 밝은 종목도 있는가하면 하스스톤처럼 안개 속에 가려진 종목도 있고 CS:GO처럼 힘든 항해가 예상되는 종목도 있다. 한국에서는 각 종목별로 어떤 팀, 어떤 선수가 출전하며, 그룹 스테이지 통과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 알아보자.


■ '1던'의 단위가 갱신될까? 쉽지 않은 도전 나서는 하스스톤 부문 '던'과 '스트라이크라이트'


하스스톤 부문에서는 '던' 장현재와 '스트라이크라이트' 목진혁이 출전한다. 특히 장현재는 지난 WCA 2015에서 우승을 차지, 한화로 1억 원이 넘는 상금을 손에 넣으면서 팬들 사이에서 하스스톤 상금 기준인 '1던'을 정립시키기도 했다. 때문에 우승 상금 15만 달러(한화 약 1억 7천만 원)인 이번 WESG에서의 행보가 기대되는 선수 중 하나다.

장현재는 WESG 2016 하스스톤 한국대표 선발전에서 블리즈컨 4강 진출자인 '천수' 김천수를 잡은 만큼 기본적인 실력은 검증이 완료됐다. '1던' 공식을 세운 대회인 WCA 2015에서는 블리즈컨 2014 우승자인 '파이어뱃'을 잡았고 HCC 시즌6에서도 ESC 나이트메어 소속으로 출전해 경기에 나올 때마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주는 등 다방면에서 큰 기복 없이 활약 중이다.

반면 '스트라이크라이트' 목진혁은 이번에 공식 무대를 처음 밟아보게 된 뉴페이스다.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목진혁은 이번 WESG 2016 하스스톤 한국대표 선발전 예선 A조 결승에서 유일한 블리즈컨 2회 진출자인 '크라니쉬' 백학준을 잡는 초대형 이변을 일으켰다. HCC같은 팀 대회에서 혼자 팀을 캐리하는 모습이 유난히 많았던 백학준을 무너뜨린 만큼 목진혁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이름은 단번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WESG 2016 아시아태평양 예선에서 목진혁은 B조, 장현재는 D조에 포함됐는데, 특이하게도 다른 모든 조에 4명의 선수들이 있는 데 비해 장현재가 속한 D조만은 5명의 선수가 경기를 펼치게 된다. 장현재는 남들보다 더 작은 구멍을 통과할 수 있을지, 목진혁은 처음 밟는 공식 무대에서 제 실력을 다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우리의 목표는 본선! 동반 진출 노리는 도타2 MVP 피닉스&아이기스


도타2에서는 형제팀 MVP 피닉스와 MVP 아이기스가 출전한다. A그룹에 속한 MVP 피닉스는 이제 경험이 쌓일 만큼 쌓인 팀이기 때문에 상대적 약체 팀은 동남아나 동아시아 팀들과의 대결에서는 웬만해서 패배하지 않고 있다. 같은 그룹에 속한 상대 팀 셋이 모두 아마추어 팀이기 때문에 MVP 피닉스의 낙승이 예상된다.

C조에 속한 MVP 아이기스는 상대적으로 험난한 길을 걷게 됐다. 같은 조에 있는 호주 팀들인 팀 네이션과 DTT 게이밍은 별다른 커리어가 없는 아마추어 팀이지만 시그니쳐 트러스트가 문제다. 시그니쳐 트러스트는 동남아 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유지한 팀으로, 이따금씩 MVP 피닉스도 무너뜨릴 정도로 저력이 있는 강팀이다.

MVP 아이기스는 MSF 더 크립에서 또다른 형제팀 MVP 핫식스를 잡아 2연속 우승을 차지했지만 아직 해외 프로팀과 경기를 가져본 적도, 수많은 사람이 모인 오프라인 대회 현장에서 경기를 펼쳐본 적도 없다. MVP 아이기스는 무대가 주는 중압감과 시그니쳐 트러스트라는 거대한 산, 이중고를 견뎌내야만 한다.

로스터 변경 후 아직까지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한 MVP 피닉스와 큰 무대 경험이 없는 MVP 아이기스. 양 팀은 저마다 분위기 상승을 위해서라도 이번 WESG 2016 아시아태평양 예선 통과가 절실하다.


■ 전태양-조성주, 이제 우리에게 남은 스타2 대회는 이것 뿐이야!


한국에서는 프로리그가 폐지되는 등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졌지만 아직 스타2의 대회는 살아있다. WESG 2016 아시아태평양 스타2 부문에서는 국내 최고의 테란들 중 하나인 전태양과 조성주가 나란히 출전한다.

B조에 배치된 전태양은 2테란 1저그를 상대하게 됐다. 전태양은 특유의 몰아치는 견제와 뛰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테란, 저그전에서 특히 더 강점을 보였기 때문에 손쉽게 그룹 스테이지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조에 속한 선수들도 강하다고 보기 힘든 선수들인 만큼 국내 탑급 테란으로 군림하던 전태양을 잡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D조에 속한 조성주도 그룹 스테이지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에측된다. 조성주가 속한 D조에는 선수가 5명이나 되고 저그, 테란, 프로토스가 골고루 있어서 준비 과정은 조금 더 번거롭겠으나 D조의 선수 그 누구도 피지컬로 조성주를 이길 수 있다고 보기가 힘들다. 조성주는 불가능해 보이는 전투도 승리로 이끄는 컨트롤을 지니고 있는데다 소속 팀 진에어도 팀을 해체하지 않고 아직 지원을 하고 있는 만큼 연습하는 데 있어서도 부담이 없다.

최근 한국 스타2판에 벌어진 악재로 마음고생은 컸겠지만 선수들의 기본적인 실력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 블리즈컨에서 변현우와 박령우가 급이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한국에 우승컵을 안겼듯이 전태양과 조성주도 WESG 2016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이 마냥 허황된 꿈은 아닐 것이다.


■ CS:GO 변방 한국의 평가는 반전될까? 한국의 명예 회복에 나서는 MVP 프로젝트와 몬스터.Kr


CS:GO는 WESG 2016 아시아태평양 예선 4개 종목 중 가장 전망이 어둡다. 한국에서 CS:GO가 거의 인기를 끌지 못했기 때문에 프로 팀조차 거의 없었다가 최근에서야 MVP가 CS:GO 팀을 창단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번 CS:GO에 출전하는 MVP 프로젝트와 몬스터.Kr은 지난 5월에 진행됐던 CS:GO 아시아 마이너에 나란히 출전하기도 했다. 한국 CS:GO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애초부터 힘든 경기가 될 것으로 예측됐고, 이는 그대로 들어맞아 MVP 프로젝트는 레니게이드와 리스키 게이밍에게, 몬스터.Kr은 몽골즈와 VG.사이버젠에게 패배 1일차에 탈락했다.

하지만 바로 단정짓기엔 이르다. MVP 프로젝트는 아시아 마이너에서의 패배 후 꾸준히 성장을 거듭했다. 그 결과 IeSF 2016 월드 챔피언십에서 시그니쳐 게이밍을 잡아 3위를 기록하는 등 조금씩 성적을 올리기 시작했다. 몬스터.Kr도 구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전설인 '터미' 편선호가 속한 MVP PK를 잡으면서 WESG 한국대표로 올라서는 등 아시아 마이너 이후로도 여전히 발전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아직 세계와 한국의 차이를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는 종목인 CS:GO. MVP 프로젝트와 몬스터.Kr은 과연 달라진 한국 CS:GO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