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 시절의 '쏭' 김상수


가장 전략적인 선수

한창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의 '쏭' 김상수가 다른 선수들로부터 듣던 평가다. 그는 LOL 프로 중에서도 드문 두뇌파 선수였다. 프로씬은 머리만 좋다고 살아남기 힘들다. 좋은 수준의 피지컬, 그리고 전략, 전술적인 사고는 물론, 퍼포먼스와 쇼맨십까지 있어야 한다. 쏭은 그 많은 가치들 중에서도 전략을 가장 높이 평가받았다. 날고 기는 선수들로 가득한 리그에서 그런 평가를 받은 것만 해도 그가 어느 정도의 선수였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약점도 있었다. 어떤 때는 '페이커' 이상혁과 대등하게 싸울 정도였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는 기복이 꽤 심한 편이었고, 이 실력 편차는 프로 생활을 유지하는 동안 늘 쏭의 뒤를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아마 본인에게도 적잖은 스트레스였을 테다. 하지만 무대를 옮기면서, 그의 기복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선수 시절에야 중대한 단점이었지만, 이제 선수들 뒤에서 지시를 내리는 그에게 기복 따위는 의미가 없으니까.

이번 시즌, LCS NA의 '임모탈즈'는 지난 시즌 7위라는 성적이 무색하게 7승 1패라는 무자비한 성적을 기록하며 리그 1위로 올라섰다.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테다. 메타의 변화도 있을 것이고, LCS 특유의 잦은 로스터 변화가 임모탈즈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안다. 지난 5월, '쏭'이 코치로 합류한 이후, 더 이상 예전의 임모탈즈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LCS NA 경기장에서 직접 쏭 코치와 만날수 있었다. 임모탈즈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아볼 시간이었다.

▲ 임모탈즈, '쏭' 김상수 코치


Q. 미국에 온지 아직 두달이 채 안됐어요. 어때요? 좀 살만 한 것 같아요?

지금은 좀 많이 나아진것 같아요. 처음엔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요. 주변 환경은 제 생각보다 더 좋은것 같아요. 공기도 맑은 편이고, 숙소도 좋아요. 문제는 심리적인 요인이에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실제로 해야 할 일도 많은데, 하나씩 스텝을 밟아가면서 해결하려다 보니 조바심이 들 때가 많아요.

아무래도 팀원들과의 시간이 길지 않은게 계속 마음에 걸리죠.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더 가까워져야 하는데 말이에요.


Q. 언어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없나요? 아무래도 코치다 보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더 필요할 텐데요.

전부터 영어권 게임들을 많이 해와서 듣는 건 거의 문제가 없어요. 그리고 팀 대부분의 선수들이 말이 좀 느린 편이다 보니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편이죠. 또한, 팀 안의 통역사 분이 워낙 통역을 잘 해주셔서 제가 말을 좀 어렵게 해도 70% ~ 80% 정도는 알아듣게 통역해주세요.

기본적으로 전 1:1 대화를 선호하고, 이럴 때는 이해가 못가는 부분이 있을 때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요. 여러 명과 함께 이해를 하다 보면 대화의 맥을 끊지 않으려고 본인이 알아듣지 못해도 그냥 넘어가곤 하겠지만, 전 1:1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런 경우가 없죠. 조금 느리긴 해도, 의사소통이 크게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Q. 그래도 상위권을 꾸준히 지키고 있잖아요. CLG와 DIG를 꺾으면서 한 계단 더 올라섰는데, 현재 소감은 어떤가요?

걱정이 매우 많았어요. 이번주 경기도 사실 걱정을 꽤 했죠. 그래도 지난주 C9과의 경기, 그리고 이번주 CLG와의 경기를 보면서 그간 연습했던 부분들이 상향되었다는 확신을 받았어요. 게임 플레이나, 운영 면에서 말이죠. 전까지는 조금은 운이 따랐다는 느낌이라면, 이제는 온전히 실력으로 해낸 것 같아요.

팀원들도 굉장히 기뻐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팀이 잘 되다 보니 그런 것이겠지만,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도 생기고, 함께 더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어요.


Q. 이번 시즌 NA의 팀 중 가장 운영이 깔끔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코칭에서 어떤 점에 중점을 두었나요?

처음 올 때부터 선수들의 기본 기량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가 처음 왔을 때, 각 선수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했죠. 'Ximithie'선수는 그래도 게임에 대한 통찰력이 있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다른 선수들은 기본적인 목표 설정이 잘 안되고 있었어요.

그래서 기초부터 하나하나 가르쳤어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부분을 가르치고, 또 복습했죠. 그리고 'Xmithie'가 그걸 도왔어요. 한 번에 많은 것을 가르쳐봐야 받아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매우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씩 하기로 했죠. 물론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이번 시즌은 그렇게 늘어난 기량에 운이 따라준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Q. 운영 뿐만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기량도 전 시즌에 비해 폭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전 이전 시즌의 상황은 사실 잘 몰라요. 하지만 제가 코칭을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팀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이에요. 아시다시피 임모탈스는 여러 국적의 선수들이 섞여 있어요. 이들이 서로의 생각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죠.

동료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팀 플레이는 굉장히 좋아져요. '이 친구가 왜 저럴까?'의 상태에서는 그 플레이에 맞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거든요.

그래서 서로의 움직임을 되돌아보고, 그 의도를 설명하면서 왜 그때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때 다른 선수는 어떻게 행동해야 했는지를 하나씩 이해하게 했어요. 커뮤니케이션이 좋아지니, 팀원간의 시너지 효과가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개인 기량도 더 나아지는 거죠.


Q. 그럼 지금 단계에서, 임모탈즈가 더 보완해야 할 건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나요?

일단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한국에 비해서는 스크림의 양도 제한적이고, 솔로랭크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 때문에 솔로랭크에서 실력을 키우기도 쉽지 않죠. 스크림만으로 팀파이트에서 발전을 이뤄내야 하는데, 제가 맡은 기간이 짧다 보니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아직 확실히 감이 오지 않아요. 일단 좋은 실적을 냈고, 시간을 벌어 두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 시간은 벌어 두었다.


Q. '플레임' 이호종 선수의 말로는 선수들을 대하는데 냉정함이 있고, 이 점이 팀에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코치로서 선수들을 어떻게 대하는 편인가요?

분위기를 그다지 엄격하게 잡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전 선수로 경기를 뛴 경험이 있고, 선수들의 입장과 견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때문에 선수 개개인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반기는 편이고, 함께 의견을 조율해 가려 해요.

하지만 선수의 의견을 듣고,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근거없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고 이런 점이 제가 냉정하다는 느낌을 준 것 같아요. 전 어떤 것이 맞고 틀린지를 말하는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부분은 믿지 않아요. 오로지 데이터와 실제 사례를 통해 이를 판단하는 편이에요.


Q. 현재 리그의 다른 팀 들 중에서 가장 경계하고 있는 팀은 어떤 팀이며, 왜 경계하고 있나요?

먼저 TSM, C9, CLG는 여전히 많은 변수를 보여주는 팀이에요. C9과 TSM은 뭔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느낌일 뿐, 팀 자체가 약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아요.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면 굉장히 위험한 팀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DIG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을 보류하고 있어요. 분명 위험한 팀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멤버 교체가 너무 잦다 보니 지금으로서는 완전히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어요.


Q. NA 리그에 선수 뿐만 아니라 한국인 코치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한국인 코치가 점점 들어오는 이 상황이 NA 리그의 분위기를 새롭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물론이죠. 한국인 코치의 유입이 NA나 EU 리그의 성장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시다시피 한국 리그는 팀 간의 경쟁 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경쟁해야 하고, 그래야 살아남을 수있어요. 쉴새없이 선수 개인의 기량을 갈고 닦아야 하고, 간혹 같은 팀 내에서도 주전 경쟁을 해야 하죠. 그래야 묻히지 않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NA로 넘어오고 나서는 확실히 그런 경쟁적인 분위기랄까요? 그런 걸 적게 느끼고 있어요.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겠죠. 저와 같은 한국인 코치가 늘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NA 리그의 수준이 올라가진 않겠지만, 더 나아지려는 마음에 한국인 코치가 불씨를 키울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리그의 전체적인 실력도 늘어나겠죠. 상대의 실력이 나날이 좋아지는데 마냥 그대로이면 안되니까요. 아마 NA 팀 코치의 70%가 한국인으로 채워진다면, 70%만큼 팀들 실력이 더 상향될거에요. 거시적으로 보면 지금보다 훨씬 더 진지하게 승부에 임하는 리그 분위기가 될 수 있겠죠.

▲ C9의 헤드코치 'Reapered', LCS에서 한국인 코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Q. 임모탈스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시는데, 앞으로도 여건이 된다면 꾸준히 임모탈즈의 코치를 맡고 싶은가요?

아직 섣불리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팀 내적 분위기, 그리고 환경은 너무나 좋아요. 지금까진 좋은 성적을 냈지만, 제가 임모탈즈라는 팀의 코치로 살아남으려면 팀이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내야 겠죠. 그 결과에 따라서 제가 계속 NA에서 남아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될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 계속 NA에서 활동한다면, 임모탈즈의 코치로 남아있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