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새로운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는 시기이기도 하죠. 계획을 세운다고 한 해 동안 지키는 게 쉽지는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치고 결국 자신과 타협하기 마련이죠.

이와 달리 철저하게 모든 걸 지키는 프로게이머도 있습니다. 기상시간과 연습시간 등 사소한 생활 하나하나 흐트러짐 없이 해내고 있답니다. 화려하게 빛나진 않더라도 묵묵히 제 역할을 해오면서 대학생 배틀부터 챌린저스 코리아-롤챔스로 올라왔죠. 초창기 진에어 그린윙스에서도 출전 기회가 거의 없던 후보 선수였지만, 이제는 확실한 주전 탑 라이너가 됐죠. 그렇게 '소환' 김준영은 매년 자신과 약속을 지키며 한 단계씩 성장해왔습니다.

많은 이들이 '열심히 하겠다'라는 말을 합니다. 쉽게 말할 수 있지만, 끝까지 지키긴 힘든 말이기도 하죠. 상대적이고 애매한 이 말의 의미를 '소환' 김준영의 인터뷰를 통해 전달해볼까 합니다.






Q. 2017 LoL Kespa컵 이후로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KeSPA 컵 이후로 꾸준히 솔로 랭크와 연습을 했어요. 연습을 쉬는 휴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저는 그냥 솔로 랭크하면서 쉬었던 것 같아요(웃음).


Q. 코치진한테 시즌 중에 굉장히 규칙적으로 생활을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비시즌에도 규칙적으로 생활하는지 궁금해요.

저는 규칙적으로 지내는 게 습관이 됐어요. 일어나서 게임을 하고 밥 먹고 자는 게 일상이죠. 쉬는 기간에 여행을 가거나 다른 일을 해보고 싶진 않나요? 가끔, 힘들 때 그런 생각이 들긴 해요. 하지만 잘 마무리하고 해야겠다는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죠. 원하는 결과를 먼저 내고 싶어서요.


Q. 이제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가장 오래 남은 선수가 됐습니다. 계속 진에어 그린윙스에 남기로 결심한 계기라도 있나요?

제가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더 활동하면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작년 팀원들도 남아있잖아요. 한해를 더 하면 팀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고요.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발전하면, 올해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죠.

3년 동안 있으니까 다들 열심히 하려는 분위기가 잘 형성되는 것 같아요. 물론, 다른 팀들도 열심히는 하는데, 우리팀이 유독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쉬는 날에도 연습하는 팀이 많지는 않거든요. 확실히 어떤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팀에서는 뭔가 확실히 했다는 느낌을 받아요. 감독님과 선수들이 그런 분위기를 잘 만들어가요.




Q. 이젠 확실한 진에어의 탑 솔러가 됐어요. 이전까지 다른 선수들과 주전 경쟁을 했는데,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하니 기분이 어떤가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기분이 좋긴 한데, 혼자서 짊어져야 하는 부분이 많아진 거 잖아요. 그 과정 속에 힘든 부분이 있더라고요. 예전에는 탑이 둘이라 정보도 공유하고 라인전도 연습해볼 수 있었잖아요. 이제는 그렇게 못하니까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야 하죠. 두 명이 있을 때는 한 명이 힘들 때 다음 경기에 쉬면서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거든요. 뭐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혼자 할 때 잘하면 더 좋은 거고요.


Q. 대학생 배틀과 챌린저스에 나오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당시 ‘소환’ 선수는 유망주였나요?

그때 라인전은 누구든 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솔로 랭크 위주로 하던 시절이라 팀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부족했고 챌린저스에서는 성적이 안 좋았어요. 제 역할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팀원들이 다들 많이 힘들어하다보니까 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럴수록 제가 할 것만 잘하자고 다짐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제 것 하기도 바쁘고 남을 챙겨줄 여유조차 없었던 시기였죠. 팀원들도 자주 바뀌고 정신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 역할을 하면서 팀원들과 함께 하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단계예요. 예전에는 정말 라인전만 이기면 탑은 끝인 줄만 알았거든요. 이제는 주도권이 있으면 다른 라인을 어떻게 도와줄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특히, 작년에 그런 부분이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롤챔스에서 출전 기회를 잡으면서 배우는 게 많더라고요. 스크림만 하는 것보다 20배 정도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해요.


Q. 진에어에 와서도 ‘트레이스’ 여창동 현 코치가 선수로서 오랫동안 주전자리에 있었어요.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트레이스' 형이 머리가 정말 좋아요. 뒤에서 보면서 팀 게임이나 챔피언픽 등 최대한 배우려고 했어요. 플레이나 생각을 따라 해보려고 했는데, 아쉽게 많이 배우진 못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당시 롤챔스 무대에 뛰는 게 솔직히 두려웠습니다. 제 실력에 자신도 없었고, 괜히 나가서 팀에 피해 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죠.

이제는 많이 극복했어요. 확실히 경험이란 게 중요하더라고요. 제가 다른 팀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되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Q. 당시 식스맨 중에서도 ‘블랑’ 진성민이 주목받기도 했는데,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떤 다짐을 했나요?

부럽기도 했죠. 그래도 같은 팀이라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였고요. 그 와중에 제가 주전으로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두려움이 커지기도 했죠. 많이 배우고 싶은데, 그게 쉽게 되지 않았던 때라서요.


Q. 작년에는 ‘익수’ 전익수가 들어오게 됐어요. 주전 경쟁할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요?

진에어에 들어올 때 '익수'가 유명세를 타고 있던 상태였잖아요. 열심히 하지 않으면 또다시 주전이 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쨌든 팀이 계속 이기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게 먼저이긴한데, 제 장점인 공격적인 걸 더 돋보여야겠다는 경쟁심도 생길 수밖에 없었죠. 그러면서 저와 확실히 다른 익수의 스타일도 배워보려고 했죠. 만감이 교차했던 것 같아요.


Q. 확실히 주전 경쟁했던 선수들이 모두 스타일이 뚜렷해요. 그들과 다른 본인 스타일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두 선수에 비교해보면, 제 스타일이 뚜렷하진 않았죠. 그래도 제가 잘하는 것은 공격적인 플레이라고 생각했어요. 확실하게 상대 포탑을 뚫겠다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작년에 익수가 어그로, 탱킹과 같은 능력이 뛰어났거든요. 따라 해보려고 했지만, 처음에는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공격적인 픽과 강한 플레이를 위주로 시도한 적이 많았어요.




Q. 이제는 본인의 스타일이 조금 잡혔나요?

2018 시즌을 앞두고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졌어요. 이제 탑 솔러라 그런지 다양한 플레이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다보니 공격적인 기존 스타일보단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키우는데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탑 메타 자체가 공격적인 픽과 수비적인 픽 모두 활용되서 하나만 집중할 수 없어서 더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스타일을 잘하는, 다른 탑 라이너로 대체할 수 없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요.


Q. 코치진한테 연습 시간이나 기상 시간을 팀에서 가장 잘 지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사소한 것부터 지키는 본인의 소신에 대해 듣고 싶어요.

저는 프로게이머로서 당연한 걸 한 거죠. 물론, 지키기 힘들긴 해요. 맨날 똑같은 것만 반복하잖아요. 그래도 이렇게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점점 올라가서 최고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반복하다 보면 확실히 경험이 쌓이고 더 잘해지는 것을 느껴요. 그래서 더 흐트러지지 않고 계속 이렇게 하는 것 같고요.

LoL은 재능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재능이란 게 존재하는데, 노력으로 충분히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재능이 없어도 정말 많이 하다보면 챌린저까지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물론, 똑같이 연습하면 재능이 있는 분이 당연히 유리해요. 그러니까 그런 분보다 많이 해야죠. 저도 LoL에 재능이 부족한 편이예요. 조금만 쉬어도 실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 같거든요. 그래서 쉴 때도 꾸준히 하는 것 같아요.


Q. 진에어에 3년이나 있었어요. 이 팀에서 이루고 싶은 게 있나요.

당연히 우승을 해보고 싶죠. 아직 높은 목표긴 하지만, 차근차근하다 보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만큼 팀원 모두가 더 열심히 해야겠지만요.


Q. 진에어의 로스터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올해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 것 같습니까?

올해 초반에는 넘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문제점을 잘 보완해서 더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든 라인이 라인전에 강하고 정글이 현명하게 플레이하면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미드 라인에 합류한 '야하롱-저스티스' 두 선수가 스타일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어떤 선수가 출전하는지에 따라 색다른 경기 스타일이 나올 거 같습니다.




Q. 새해를 맞이했잖아요. 팀 성적을 떠나서 올해 본인의 목표가 있다면?

올해는 더 열심히 해서 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어요. 탑 라이너 중에도 잘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고요. 라인전부터 순간이동 활용, 탱커까지 다양하게 잘하고 싶습니다.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긴 해요. 올해는 LoL 하는 시간을 더 늘릴 겁니다. 그런 생활을 버티지 못한다면 더 강해질 수 없을 것 같아서요.


Q. LoL이나 경기에 관한 기사나 댓글을 자주 확인한다고 들었어요.

분명 장단점이 있는데, 저에게는 좋은 자극제가 되는 것 같아요. 칭찬 글이면 기분이 좋아지고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부정적인 댓글이 적혀 있으면, 그것을 보고 오기가 생겨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죠. 댓글을 보다가 억울한 적은 없어요. 제가 못했으니까 그런 말들이 나오는 것이니까요. 잘하면 부정적인 말이 달리진 않겠죠. 근거 없는 비난도 있는데, 그런 걸 보면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더라고요.


Q.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저랑 같이 진에어 그린윙스에 함께 할 팀원들, 감독-코치님에게 고마워요. 제가 더 열심히 해서 보답하고 싶습니다. 응원해주는 팬들에게도 마찬가지고요.

팀원들이 아마 인터뷰를 볼 거예요. 올해는 다같이 열심히 해서 롤드컵에 가보자. 작년에 진에어에서 팀이 롤드컵에 가면 전세기를 띄워준다고 했잖아요. 올해도 가능하다면, 팬들과 함께 전세기타고 롤드컵에 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