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이 모두 종료됐다. 킹존 드래곤X가 한결같은 강력함으로 결승전 직행 티켓을 차지했으며, 아프리카 프릭스는 창단 첫 2위에 올랐다. kt 롤스터도 여전히 강호의 면모를 보이는 중이다.

중하위권 팀들의 약진으로 혼돈의 LCK가 되는 듯했으나, 와일드카드전의 남은 두 자리는 SKT T1과 KSV에 돌아갔다. 그런데 마냥 웃을 수 없는 일이다. SKT T1은 시즌 초반 1승 5패를 기록했으며, KSV는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들에 발목을 잡혔다. 정규 시즌 막바지까지 두 팀은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 짓지 못하는 등 상당히 어색한 모습이다.



■ 1라운드, 5승 2패의 KSV와 2승 5패의 SKT T1의 첫 대결

두 팀의 스프링 스플릿 첫 만남은 KSV의 승리가 점쳐졌다. KSV는 콩두 몬스터에 패배를 허용했으나, 여전히 5승 2패로 선두 경쟁 중이었다. 반면, SKT T1은 간신히 연패를 끊어 2승 5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팀의 전력이 불안했기 때문에 KSV를 상대로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뚜껑을 열어 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SKT T1은 느리고, 의아한 조합을 구성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KSV전에서 '블라썸' 박범찬과 '트할' 박권혁이 맹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갈리오를 택한 '페이커' 이상혁은 '크라운' 이민호의 카시오페아를 상대로 비교적 여유롭게 라인전을 진행했다.

반대로 KSV는 '큐베' 이성진과 '하루' 강민승이 무너지면서 1세트를 허무하게 내줬다. '하루'의 초반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지만, 미드 라인에 신경을 쓴 사이 '큐베'가 강한 압박을 받았다. '큐베'는 상대의 의도를 알고서도 라인전 단계에서 꽤 많은 데스를 당하고 말았다.

2세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SKT T1이 드디어 카사딘 픽의 의미를 보여줬다. '트할'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트런들을 꺼냈음에도 상당히 고전하는 상황, 봇 라인에서 '뱅' 배준식과 '울프' 이재완이 팀을 이끌었다. 매 교전에서 SKT T1은 세주아니와 카사딘이 빠르게 상대에게 파고들었고, 계속해서 승전고를 울렸다.

수세에 몰린 KSV는 오른-조이-트리스타나의 힘을 믿고, 후반을 노리기 위해 웅크렸다. 애석하게도 이 작전은 '크라운'의 조이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면서 물거품이 됐다. '페이커'가 '크라운'의 시선을 끌었고, 순식간에 이를 덮친 SKT T1이 세트 스코어 2:0으로 승리했다.



■ 2라운드, 9승 6패의 KSV와 6승 9패의 SKT T1의 중요한 일전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정규 시즌 막바지인 데다 포스트 시즌 진출을 위해 두 팀 모두 승리가 필요했다. 이번에도 KSV가 비교적 여유 있는 편이었다. 이 경기 전까지 3연승을 하고 있어 기세가 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크라운'이 새로운 카드 벨코즈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시기였다.

KSV와 달리, 3연패 늪에 빠진 SKT T1은 이번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미 포스트 시즌 자력 진출은 물 건너간 상태였으니 단, 1패도 허용해서는 안 됐다. 기우였을까. SKT T1은 또다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고무적인 성과는 '페이커' 이상혁과 '블랭크' 강선구의 캐리였다.

두 사람은 시종일관 '앰비션' 강찬용과 '크라운'을 압도했고, '뱅'과 '에포트' 이상호는 절묘한 신구 조화를 이뤘다. 여기에 '트할'의 보조까지 더해져 킬 스코어 11:1로 낙승을 챙겼다. 스플릿 내내 발목을 지적받았던 밴픽에 관한 문제도 없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KSV 맞춤 밴 전략이 빛을 발했다.

SKT T1은 '크라운'이 잘 다루는 탈리야-벨코즈를 모두 금지, 라이즈까지도 막았다. 그리고 탑 주도권에서 가장 안정적인 나르 역시 제거해 카밀을 유도, 뽀삐로 받아쳤다. 잔나로 하여금 브라움을 견제하기 수월하게 만들었고, 바루스를 밴해 KSV가 선호하는 모든 챔피언을 전장에서 지웠다.

이어진 경기는 SKT T1다운 경기력이었다. KSV는 '하루'를 투입해 탑에 힘을 실어 첫 킬을 따냈다. 대형 오브젝트는 물론, 버프 컨트롤까지 KSV의 뜻대로 풀렸다. 그러나 SKT T1은 초반 운영의 불리함을 한타로 극복했다. '트할'이 합류하며, '크라운'을 먼저 끊었다. 바통을 이어받은 '에포트'의 라칸이 한 템포 늦춘 진입으로 전장을 휘저어 팀의 한타 대승을 이끌었다.

대미는 '페이커'가 장식했다. 귀환 도중 상대에게 물리면서 한타가 일어났다. 일방적으로 승리한 SKT T1은 바론 버프를 챙긴 뒤, 라칸을 앞세운 이니시에이팅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 결과로 LCK 포스트 시즌 경쟁은 마지막 경기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됐다.



■ 포스트 시즌, 와일드카드전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앞선 경기 결과를 살펴보면 두 팀의 대결에 기세가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분명 두 번의 맞대결에서 KSV가 더 좋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SKT T1 2:0으로 두 차례나 승리했다. 그렇다 해서 KSV의 패배를 점치기도 어렵다. 늘 이런 상황에서 반전을 만들어 온 팀이기 때문이다.

정규 시즌과 다른 상황이라면 지금부터는 패배가 곧 탈락이라는 점이다. 다음을 기약하려면 서머 스플릿을 기다려야 한다. SKT T1은 유독 KSV에게 강했던 만큼, 다음 단계를 바라보고 있다. 최근 '트할'이 "MSI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KSV 또한 여기서 멈춘다면 상당히 자존심이 상한다. 무대는 마련됐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자신들을 괴롭힌 SKT T1에게 복수하기에 와일드카드전은 더없이 좋은 곳이다. 분명 여기서 승리하더라도 두 팀이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하다. 그럼에도 물러설 곳이 없다. 지금부터가 진짜 생존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