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스프링 스플릿이 종반부를 향하고 있다. 몇몇 지역 리그를 제외하면 대부분 포스트 시즌 대진이 확정됐다. LCK에서는 그리핀과 SKT T1, 킹존 드래곤X, 샌드박스 게이밍, 담원 게이밍이 이름을 올렸다.

북미의 LCS와 유럽 LEC의 포스트 시즌 대진 역시 완성됐다. 두 지역 모두 총 6개 팀이 포스트 시즌에 합류할 수 있다. 이번 LCS 포스트 시즌에는 팀 리퀴드와 C9, 에코 폭스, TSM, 플라이퀘스트, 골든 가디언즈가 합류했다. LEC에서는 G2와 오리겐, 프나틱, 바이탈리티, 스플라이스, SK 게이밍이 포스트 시즌으로 향했다.

2019년 봄의 여정을 아직 끝마치지 않은 한국인 선수들이 얼마나 남았는지 궁금했다. 많은 프로게이머가 한국 LCK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LCS와 LEC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리고 새롭게 진출한 선수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LCS에서는 선수만 놓고 보면 5명이, LEC에서는 3명이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코치진을 포함하면 LCS에서는 10명으로 그 수가 늘어난다.


※ LCS와 LEC 포스트 시즌 내 한국인 선수 및 코치진 용병 현황

1. LCS - 총 10명
C9 : '래퍼드' 복한규, '빠른별' 정민성
에코 폭스 : '러쉬' 이윤재, '피닉스' 김재훈, '쏭' 김상수
골든 가디언즈 : '올레' 김주성
팀 리퀴드 : '임팩트' 정언영, '코어장전' 조용인, '카인' 장누리, '도도' 강준혁

2. LEC - 총 3명
SK 게이밍 - '피레안' 최준식, '드림즈' 한민국
팀 바이탈리티 - '모글리' 이재하


현재 LCS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용병의 수는 총 18명이다. 코치진을 포함한 수치다. 18명 중에 10명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으니 약 56%의 한국인이 LCS에서 6위 안에 들었다는 뜻이다. 어찌 보면 높은 수치지만, 또 어찌 보면 기대보단 덜한 느낌이다. LEC에서는 조금 더 극단적인 데이터가 나왔다. 현재 LEC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용병은 총 8명, 그중에서 오로지 3명만 6위 안에 들었다. 약 38%로 절반도 되지 않는다.

▲ '후니' 허승훈과 '레인오버' 김의진이 소속됐던 프나틱

과거 한국인 용병은 LCS나 LEC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보였다. 과거 프나틱을 이끌었던 '후니' 허승훈과 '레인오버' 김의진만 떠올려도 알 수 있다. LCS에서 한국인 용병의 힘을 알렸던 건 TSM 서포터였던 '러스트보이' 함장식과 CLG의 탑 라이너였던 '세라프' 신우영이었다.

그 후로도 많은 프로게이머가 북미 지역으로 또는 유럽으로 향했다. 이제 한국인 프로게이머가 LCS 또는 LEC에서 활동하는 건 신기한 일이 아니다. 1세대의 성공은 한국인 용병에 대한 해외 팀들의 믿음을 이끌어냈다. 당시 해외 리그에서 한국인 용병은 곧 승리로 가는 지름길로 통했고 경기력과 성적 향상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여겨졌다. 너도 나도 한국인 용병을 영입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하지만 요즘 상황은 그때와 조금 달라졌다. 이제 한국인 용병은 LCS나 LEC에서 승리를 위한 '치트키'로 여겨지지 않는 것 같다. 실제로 한국인 용병을 보유한 팀들의 성적만 봐도 그렇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한국인 용병을 보유한 팀이 무조건 호성적을 거두는 건 아니었다.


LCS 최하위를 차지한 100 씨브즈에는 '썸데이' 김찬호와 '뱅' 배준식 등 한시대를 풍미했던 스타 플레이어가 있다. 9위 클러치 게이밍에는 '후니'와 '리라' 남태유, '피글렛' 채광진 등 세 명의 한국인 용병이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리그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LEC에서도 비슷했다. '프로핏' 김준영과 '와디드' 김배인의 로그가 최하위, '익스펙트' 기대한의 엑셀 e스포츠는 9위였다.

그렇다면 실제 LCS와 LEC 내에서 한국인 용병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그들은 여전히 한국인 용병을 꼭 필요한 존재라고 여기고 있을까. 현재 C9의 감독인 '래퍼드' 복한규와 프나틱의 감독 '영벅'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먼저 '래퍼드' 감독은 최근 들어 한국인 용병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년 전에는 한국인 용병이 가장 잘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몇년 전부터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젠 언어와 실력, 문화에 대한 적응만 끝내면 한국인이라는 건 큰 메리트가 되지 않는 것 같다며 "결국엔 국적에 따른 인식보단 코치와 선수 모두 개개인에 대한 평가 등의 비중이 더 높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프나틱의 '영벅' 감독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뛰어난 선수를 찾는 팀들과 높은 수준의 게임 지식을 흡수하고 싶은 선수들에게 한국인 용병은 여전히 귀중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 역시 한국이라는 국적보다 현지 적응 여부를 우선시했다. '영벅'은 "최근 용병들과 관련된 가장 큰 이슈는 언어 장벽이나 문화 차이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적응시킬지에 관한 것이었다"며 이것이 한국이나 다른 지역 출신 용병들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한국인 용병과 관련된 내용에 국내 전문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빛돌' 하광석 해설위원도 위의 두 감독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해외 팀들이 한국인 용병을 여전히 가치있는 자원으로 보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다년간 쌓인 한국인 용병 영입의 성공과 실패 사례가 누적되어 '맹신'의 정도가 옅어지고 있다는 것에도 동의했다. 이젠 LCK에서의 활약 여부 등 실력이 검증된 프로게이머가 선호된다는 뜻이었다. 하 해설위원은 여기에 덧붙여 "이젠 한국인 영입을 희망하는 팀들도 기존 팀원들과의 시너지 및 용병의 빠른 적응을 위한 인프라 구축 가능 여부를 함께 신경쓰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 LCS와 LEC에서 한국인 용병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이자 강국이라는 인식이 오래 전부터 해외 팀 관계자들 사이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인 용병이면 '무조건 영입'한다는 과거의 맹신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제 한국인 프로게이머가 LCS 또는 LEC로 향하려면 잘한다는게 '검증되어야' 하며 기존 팀원들과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한 시대다.

기존처럼 해외 팀 선수들이 한국인 용병에게 무조건 경기 운영 등을 배우고 그들의 게임 지식을 습득하던 시기는 지났다. 그들은 한국인 용병들이 전파하는 한국식 운영을 습득했고 LoL 월드 챔피언십 등 각종 국제무대를 통해 LCK의 강점과 부딪히며 발전했다. 그 결과, 이젠 한국인 용병들도 해외 선수들과 똑같은 조건 하에 경쟁하고 배워야 하는 입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