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19 MSI가 막을 내렸다. 그룹 스테이지에서 9승 1패라는 압도적 포스를 보였던 IG, 그런 IG를 상대로 4강에서 꺾어낸 4승 6패의 팀 리퀴드의 이변, 8년 만의 유럽과 북미의 결승, G2에게 연달아 무너진 SKT, 그런 2:0으로 제압한 퐁 부 버팔로 등 수많은 화젯거리를 낳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퐁 부 버팔로'라는 팀에 대해서였다. 오랜 기간 LCK가 최고의 자리를 지켜와서인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과는 거리가 먼 소위 'LCK식 운영'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게임이든 초창기에는 변칙적인 다양한 전략 전술이 쏟아져 스타일리쉬한 선수들이 스타로 발돋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승리로 가는 가장 안정적인 방법, '정석'이라는 개념이 잡히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양산형 경기가 주를 이루며, 비슷한 패턴의 경기를 누가 얼마나 완벽하고 실수 없이 빠르게 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그런데 아직 단언할 순 없지만, 다른 스타일도 통한다는 것을 다시 증명한 G2 e스포츠나 뒤가 없는 공격성으로 재미를 선사했던 퐁 부 버팔로의 경기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제는 역사라고 칭할 만큼 꽤 오랜 시간이 진행된 LoL 씬에서도 여전히 새로운 스타일이 나오고, 단순한 깜짝 전술이나 요행을 바라는 게 아닌 점에서 더욱 반갑고 즐거웠다.

그만큼 LCK 스타일에 익숙하고 또 지쳐있어서인지는 모르겠다. LCK 스타일이 틀리고, 낡았다는 게 아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어쨌든 LCK에서는 소수 팀을 제외하곤 항상 비슷한 양상의 경기가 나오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유럽의 명장 중 한 명인 '야마토 캐논'은 과거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동안 유럽은 항상 '따라가는 것'이 목표였다. 한국이나 중국을 따라잡고, 배우려 했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점은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스타일을 보여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다. 우리만의 전략으로 세계 강팀과 싸워 승리했다. 더 이상 누구를 따르려 하지 말라. 확신을 가지고 임해라. 자신을 믿고 플레이에 확신을 가진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퐁 부 버팔로는 야마토 캐논이 말한 것처럼 자신들의 플레이에 대한 믿음이 넘쳐 보였다. 퐁 부 버팔로에 대한 생각은 매 경기 바뀌었다. '음 공격적이고 화끈한 팀이네', '플레이-인-스테이지니까 통하는 거겠지', '슬램덩크 풍전(공격적인 스타일의 만년 8강)이 생각나네', '어?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구나' '미쳤다. 너무 멋있어 이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팬을 매료시킬만한 매력을 가진 팀이었다.

퐁 부 버팔로보다 못한다고 말할만한 LCK팀은 많지 않다. 하지만 LCK 모든 팀이 분명, 퐁 부 버팔로에게 배울 점은 있다. 아직은 경험이 많지 않아 조금은 서툴고 분명한 약점도 존재하지만, 발전 가능성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그들은 MSI 우승팀 G2 e스포츠를 2:0, 그것도 한 경기는 2만 골드 이상 격차를 벌리며 격파한 도깨비 같은 팀이다.

퐁 부 버팔로 '렌' 감독은 MSI가 종료된 후 LCK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LCK 플레이 스타일은 항상 '조심히, 천천히'다. 그리고 선수들의 멘탈이나 컨디션에 따라 팀의 경기력이 크게 달라지는 것 같다. 하지만 LCK의 운영은 세계 최고다. 우리는 약점도 명확하다. 이득을 취한 후 해야할 운영법을 연마 중인데, 아직 미완성이다. 선수들에게 초반 이득을 가져온 후 운영에 대해 조금 침착한 플레이도 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을 연습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만약 퐁 부 버팔로가 LCK에 온다면 몇 위정도 가능할 것 같은지에 대해 묻자 "LCK가 VCS보다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 우리가 잘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100% 장담할 수 있는데, 엄청난 속도로 LCK의 운영을 습득하고 실력이 늘 것이다. 사람들을 놀래키며 최고의 팀으로 거듭날 자신이 있다. 만약, 이벤트 매치라도 초청전 같은 형식으로 LCK 투어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경기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이번 MSI에서의 퐁 부 버팔로의 경기는 승패와 상관없이 화끈하고 재밌다는 의견이 굉장히 많았다. LCK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스타일,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준 느낌이다. 진짜 응원할 맛이 나는 팀이었다.

이제는 기존 LCK 스타일이 정답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이에 대한 팀들의 해석도 제각각이다. 플레이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 패배했다고 판단하는 팀도 있을 거고, 다른 리그 스타일에 조금 더 많이 눈을 돌리는 팀도 있을 테다.

만약 퐁 부 버팔로나 G2 e스포츠처럼 색다르고, 독특한 자신만의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가는 다른 지역 팀들과 LCK 팀들의 친선전 경기가 있다면 어떨까.

문득 든 생각이었다. 가령, 퐁 부 버팔로가 비시즌 기간에 1주일 정도 한국에 머물며 LCK 팀들과 단판으로라도 붙어보는 것이다. '퐁 부 버팔로가 LCK에 오면 몇 등쯤 할까? 에이, 아무리 그래도 퐁 부 버팔로는 xx팀에서 정리할 수 있지' 등등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재밌는 볼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해외팀들과 무대에서 경기를 가져볼 기회가 없던 국내 팀들도 분명 얻어가는 게 많고, 발전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되지 않을까?

한 게임단 관계자는 "대부분 팀들이 국제 무대 경험이 적다. 물론, 자국 리그에서 잘해서 얻은 특권이 국제 대회 출전권이지만, 중위권부터 하위권팀들에게도 이벤트나 친선전으로나마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국제 무대에 대한 좋은 동기부여를 심어준다고 생각한다"며 취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쉽지 않다는 건 안다. 바쁘게 돌아가는 시즌, 중간 중간 MSI와 리프트 라이벌즈같은 국제 대회까지. 특히 SKT T1 같은 우승팀에게는 그야말로 지옥이다. 모든 팀이 참가할 의무는 없다. 휴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팀들도 있을 거고, 친선전을 원하는 팀들도 있을 거다.

비용적인 문제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 e스포츠협회나 라이엇 코리아에서 적극적으로 방안을 모색해보는 방법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 보면, 축구에서 자주 열리는 자선 경기나 기부 등 좋은 의미를 부여하는 게 있다. 취지가 좋고, 내가 지불한 티켓 금액이 좋은 일에 쓰인다면 팬들 역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것이다. LCK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지난주 목요일, VSC가 올해 리프트 라이벌즈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분명 굉장히 반가운 일이지만, 이와 별개로 한국 e스포츠협회나 라이엇 코리아 등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단체들도 다양한 측면에서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