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LoL인의 축제, 2019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그룹 스테이지에 12개 팀, 플레이-인 스테이지에 12개 팀이 진출해 총 24개 팀이 승부를 벌이는 가운데, 올해 플레이-인 스테이지에는 유난히 생소한 이름의 팀이 많다.

2017, 2018 롤드컵에 연속 출전했던 갬빗 e스포츠, 다이어 울브즈, 카오스 라틴 게이머즈가 모두 2019 롤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이와 더불어 2018 롤드컵 무대를 밟았던 군소 지역 팀 중 2019 롤드컵에도 얼굴을 내민 팀은 디토네이션 포커스미가 유일한 상황. 이에 첫 롤드컵을 앞둔 군소 지역 팀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정리했다.


메가
태국의 상체, 한국의 하체


동남아(LST) 대표 메가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팀이다. 2012년 방콕 타이탄즈라는 이름으로 창단되어 태국 리그에서 무려 9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2018년 동남아 e스포츠 기업 메가가 방콕 타이탄즈를 인수하며 팀명이 메가로 변경된 후 지금까지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2015년 방콕 타이탄즈 시절 롤드컵까지 진출했던 메가는 한동안 국제 대회와 인연이 없었다. 2016 GPL 스프링-섬머에서는 사이공 조커스에게 무릎을 꿇었고, 2017년과 2018년에는 기존 핵심 선수 '로이드'와 'G4'가 이적한 어센션 게이밍에게 밀리며 통한의 2년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메가는 다시금 태국 최강 팀이 되어 동남아 리그를 제패하고 2019 MSI에 이어 롤드컵 출전권까지 따냈다.

메가가 다시 강해진 이유는 간단하다. 2018 롤드컵 이후 어센션 게이밍이 팀 내 문제로 해체되며 '로이드'와 'G4'가 메가로 돌아왔는데, 태국 최고의 탑 라이너인 '로키'까지 그들과 동행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2019년 3월 '쭌' 권준석과 '팝' 하민욱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하기도 했다. 새단장을 마친 메가는 2019 LST 스프링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 2019 MSI 무대를 밟으며 오랜만에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2019 MSI 이후엔 '쭌'이 메가와 이별하며 '들' 김들이 새롭게 합류했다. 이에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로이드'가 다시금 정글로 올라오게 됐다. 태국인 3인의 상체와 한국인 2인의 하체는 한층 단단한 호흡을 자랑하며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2019 LST 섬머에서 6승 1패를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는데, 메가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긴 윈 e스포츠가 4강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기회를 잡은 메가는 결승에서 액시스 엠파이어를 3:0으로 완파하며 4년 만에 롤드컵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 메가 봇 라이너 '들' 김들

메가에 대한 국내 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들'의 활약 여부가 아닐까. 2017년 에버8 위너스 소속 당시 저조한 기량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들'은 이후 LMS의 마치 e스포츠로 이적해 팀의 중심을 맡았다. 한동안의 휴식 후 입단한 메가에서도 '팝'과 함께 동남아 리그 최고의 봇 듀오로 자리 잡은 상태다. 지난 MSI에서 인츠 e스포츠와 베가 스쿼드론을 한 번씩 꺾었던 메가였기에 '들'이 합류한 지금은 더욱 큰 기대를 모은다.


로우키 e스포츠
단단한 상체, 롤드컵 다크호스 될까


베트남(VCS)은 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 등이 속한 동남아와 별개의 리그를 진행하며 2개 팀이 롤드컵에 진출한다. 기가바이트 마린즈(현 GAM e스포츠)와 에보스 e스포츠, 퐁 부 버팔로 등이 국제 대회에서 뽐낸 화끈한 경기력은 메이저 지역 팀들을 몇 번이나 위협했다. 올해는 GAM e스포츠와 함께 로우키 e스포츠가 롤드컵에서 향해 베트남의 저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로우키 e스포츠의 전신은 프렌즈 포레버 게이밍이다. 2017 VCS 스프링 승강전을 통해 VCS 무대를 밟은 팀이다. 이후 잦은 리빌딩을 거치며 세 시즌에서 중하위권을 기록했는데 2018 VCS 섬머부터 기량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2019년 6월 그들의 가능성을 높이 산 북미 e스포츠 기업 로우키 e스포츠가 팀을 인수했고, 2019 VCS 섬머에서 창단 이래 첫 준우승을 거두며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GAM e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로우키 e스포츠 역시 단단한 상체를 자랑한다. 다만 탑과 미드의 역할이 다르다. GAM e스포츠가 '제로스'-'리바이'를 앞세워 탑에 힘을 싣는 반면 로우키 e스포츠는 'DNK'와 '아티팩트'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미드부터 경기를 풀어간다.

▲ 로우키 e스포츠 정글러 'DNK'

'DNK'는 2018년 2월 프렌즈 포레버 게이밍에서 데뷔한 2001년생 신인 정글러다. 대부분의 베트남 정글러들이 공격적인 운영을 선호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챔피언 폭은 무난한 편인데, 엘리스(8전 8승)와 렉사이(7전 6승 1패, 2019년 공식전 기준) 숙련도가 상당하다. '아티팩트'의 경우 베트남의 강호 미드 라이너인 '나울'과 '옵티머스'의 움직임을 봉쇄할 정도의 피지컬을 뽐내며 라인전 우위를 통한 주도적인 플레이를 선호한다.

탑 라이너 '하니'의 기복과 봇 라인의 부족함이 느껴지긴 하지만 로우키 e스포츠는 플레이-인 스테이지의 다크호스가 되기에 충분한 저력을 보유한 팀이다. 플레이-인 스테이지 C조에서 홍콩 애티튜드와 메가를 상대로 수준이 다른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인다면 그룹 스테이지 진출도 불가능은 아니다.


로얄 유스
대규모 리빌딩 직후 터키 정복


터키(TCL)의 로얄 유스는 일부 국내 팬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전신인 로얄 밴디트는 '말랑' 김근성과 '셉티드' 박위림이 잠시 몸을 담았던 팀이고 2018년 말에는 '갱맘' 이창석과 '파일럿' 나우형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좀처럼 우승과 연이 없던 로얄 유스는 2019 TCL 섬머를 앞두고 대규모 리빌딩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를 모조리 집어삼키며 대망의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TCL 2019 윈터 정규 시즌서 3위, 플레이오프 4강을 기록한 로얄 유스는 4월 10일 탑 '아무트'와 정글 '클로저'를 제외한 세 선수를 방출했다. 4월 13일 '파일럿'과 재계약을 마친 후 미드에 홍콩 애티튜드에서 활약했던 '쳘' 유충열을 영입하며 용병 슬롯을 채웠다. 이어 정착할 팀을 찾는 2001년생 봇 라이너 '루거'와 중위권 팀을 전전하던 서포터 '톨러런트'로 봇 라인을 보강했다.

그러나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LCK 유명 선수가 아니었던 '쳘'에 대한 기대치는 매우 낮았고, '루거'가 정규 시즌 시작 전 1907 페네르바체로 이적하며 '파일럿'-'톨러런트'가 여름 내내 봇을 맡게 됐다. '클로저'의 우수한 기량은 TCL에서 수없이 증명됐으나 라이너들의 이름값이나 그간의 행보가 다른 팀들에 비해 뒤떨어져 보였다.

▲ 로얄 유스 미드 라이너 '쳘' 유충열

하지만, 뚜껑은 열어 봐야 아는 법이었다. 홍콩 애티튜드의 에이스였던 '쳘'은 1년의 휴식이 무색한 최고의 경기력을 뽐냈다. 미드 주도권이 잡히자 '클로저'는 더 적극적으로 경기를 이끌었고, '파일럿'과 '톨러런트'는 짧은 연습 기간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한 쌍의 호흡을 보였다. 16승 2패, 역대 최고 성적으로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한 로얄 유스는 플레이오프마다 그들의 발목을 잡았던 슈퍼매시브와의 결승에서 승리하며 TCL 첫 우승과 롤드컵 진출을 동시에 해냈다.

TCL은 플레이-인 스테이지가 처음 도입된 2017 롤드컵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그룹 스테이지로 향한 리그다. 새로운 강팀의 등장으로 지역 팬들의 기대가 한껏 올라온 바, 로얄 유스는 최선의 플레이를 펼쳐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야 한다.


맘모스
한층 강해진 다이어 울브즈


오세아니아(OPL)의 맘모스는 어쩌면 이번 롤드컵에서 가장 생소한 이름의 팀일 것이다. 2015년 신 게이밍으로 창단된 후 메이저 국제 대회 진출은커녕 최고 성적이 2017 OPL 스플릿1에서 거둔 3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꾸준한 리빌딩을 통해 다이어 울브즈 소속 당시 롤드컵에 진출했던 '트리플'과 봇 듀오 '킹'-'데스티니' 조합을 완성했고, 마지막 퍼즐 '퍼지'까지 영입하며 2019 OPL 스플릿2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탑 라이너 '퍼지'는 LoL 랭크 시즌7부터 9까지 오세아니아 서버 1위에 올라본 경험이 있는 실력자다. 정글러의 도움 없이도 안정적인 라인전을 펼치며 빠른 교전 합류와 영리한 순간 이동 사용을 통해 팀을 지휘한다. 하지만, 한동안의 휴식과 부족한 대회 경험으로 인한 긴장 탓에 그의 OPL 데뷔전을 포함한 초반 몇 경기는 녹록치 않았다. 탑 라인 캐리는 먼 얘기였고, 아무런 플레이도 하지 못하고 경기를 끝낸 경우도 있었다.

이에 '퍼지'는 한동안 기존 탑 라이너 '토푼' 김지훈과 교대로 출전하며 주전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감을 잡았다. 시간에 흐를수록 경기력 상승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며 존재감이 커졌다. 7월 13일 바머스전을 시작으로 '퍼지'는 본인이 출전한 2019 OPL 스플릿2 정규 시즌의 남은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7연승을 달성한 그에게 플레이오프 주전의 기회가 주어졌고, 플레이오프 3라운드와 결승에서도 보란 듯 맹활약을 펼치며 6연승을 추가했다.

▲ 맘모스 탑 라이너 '퍼지'

'바핍' 역시 OPL에서 꾸준히 좋은 기량을 유지하며 호평을 듣는 정글러다. 치프 e스포츠 소속이었던 2018 OPL 스플릿1, 2에선 모두 준우승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으나 이적 후 바로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2016년 프로게이머 데뷔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롤드컵이기에 멋진 경기를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클 텐데, 그 욕심이 무리한 움직임으로 번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플라멩고 e스포츠
승격 후 1년, 첫 롤드컵 진출 쾌거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갓 승격한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건 국내 팬들에게 생소한 일이 아니다. 작년 여름 그리핀이 그랬고, 올해 봄 담원게이밍과 샌드박스 게이밍이 그랬으니까. 브라질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CBLOL 2018 스플릿2에서 승격에 성공한 플라멩고 e스포츠가 두 번의 준우승 이후 끝내 우승을 거두며 롤드컵 무대로 향한다.

플라멩고 e스포츠는 프로축구단 CR 플라멩구가 창단한 팀이다. 한국인 용병 '지수' 박진철와 롤드컵 경험을 보유한 'brTT'와 '서트'를 비롯해 '에브롯'과 '에사'로 첫 로스터를 완성했다. 이후 CBLOL 2018 스플릿2와 CBLOL 2019 스플릿1을 앞두고 두 번의 리빌딩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창단 멤버 'BrTT'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바뀌었다. 현재 주전 로스터는 '로보'-'쉬림프'-'고쿠'-'BrTT'-'루시'다.

한편, 플라멩고 e스포츠엔 두 명의 한국인 용병이 있다. 한 명은 정글러 '쉬림프' 이병훈으로 2015년부터 북미에서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2016년 여름부터 2018년 5월 플라멩고 e스포츠에 입단하기 직전까지 북미에서 경기를 소화했고, 와중에 일본에서 한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루시퍼'로 더 잘 알려진 서포터 '루시' 한창훈은 중국, 한국 2부 리그를 거쳐 플라멩고 e스포츠에 입단해 팀의 롤드컵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 플라멩고 e스포츠 정글러 '쉬림프' 이병훈

플라멩고 e스포츠는 담원게이밍, 로얄 유스와 플레이-인 스테이지 D조에 함께 속했다. 담원게이밍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확률은 희박해 보이나, 로얄 유스에게는 승산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군소 지역 신생 팀의 저력이 첫 국제 무대에서 어디까지 통할지 경기를 통해 지켜보자.

※ 사진 출처 : 라이엇 게임즈, 맘모스 공식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