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같은 블리자드의 실시간 전략(RTS)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 혹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게이머라면 '디펜스'류의 게임을 한번쯤 해봤거나 이름을 들어봤을 확률이 높다. 캐쥬얼 게임의 강자 '팝캡'에서 출시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식물과 좀비(Plants Vs Zombies)'도 역시 통칭 '디펜스'라 칭하는 이 게임군에 속해 있다.


디펜스 게임의 규칙은 단순하다. 시간이나 정해진 순서에 따라 끊임없이 다양한 몬스터들이 길을 따라 몰려나오고, 게이머는 주어진 자원으로 병력들을 배치하여 몰려오는 몬스터들이 본진에 다다르기 전에 처치해야 한다. 게임에 따라 병력과 적들의 조합이 달라지는 등 변화가 많지만 핵심은 단순하다. 몰려오는 적들을 막아내라.

그래서 이런 류의 게임을 일컫는 장르명도 단순하게 '막아내다' 혹은 '방어'라는 뜻이 전부인 디펜스.


성장 및 PvP의 요소가 강한 AoS 장르가 PC 기반의 온라인 대전 게임으로 성장했다면, 디펜스는 스마트폰쪽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검색 포탈이나 스마트폰 마켓에서 디펜스로 검색해보면 수십 종류의 디펜스 게임들이 목록에 올라올 것이다.




[ 컴투스의 타워 디펜스(좌)와 엔씨소프트의 젬 키퍼 ]




등장하는 병력과 적의 구성, 맵의 구조, 패턴 등이 다르고 내세우는 콘텐츠들도 천차만별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려오는 적들을 막아낸다는 디펜스 게임의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하루에 수십개씩 신작 게임들이 튀어나오는 앱스 시장에서 '디펜스'는 흔한 장르이고 본질이 그대로라면 외형이야 어떻던 간에 핵심적인 콘텐츠는 결국 비슷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2010 지스타에서 처음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었던 위메이드의 신작 '마스터 오브 디펜스'. 이제는 '카오스&디펜스 온라인'으로 이름이 바뀐 게임에 대한 첫인상은 솔직한 말로 평범했었다. 2011년 지스타에서 공개된 후 뭔가 새롭다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디펜스 게임인 것은 마찬가지.

물론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뛰어든 '위메이드 크리에이티브'가 첫번째로 홍보의 물꼬를 튼 스마트폰 게임이라는 무게감이 있고 중견 개발사 위메이드의 차기 프로젝트인 만큼 기본적인 게임의 완성도에 대한 신뢰야 믿을만 하더라도,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볼때 '카오스&디펜스 온라인' 자체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던 것이다.





'디펜스가 결국 디펜스지, 뭐 별거 있나?' 흔한 말로 호박에 아무리 검은 줄 죽죽 그어봐야 결국 본질은 호박이니까, 겉으로 아무리 치장해봐야 디펜스는 결국 디펜스라는 것. 그런데 이런 생각이 나날이 발전을 거듭해가는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대한 편견이었을까?

인터뷰를 위해 만난 위메이드 크리에이티브의 개발 2 본부, 정연섭 PD는 예상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 굳이 정리하자면 "우리 게임, 호박 아닌데요? 원래부터 수박이에요." 정도가 되겠다.



"가장 근간이 되는 형태는 디펜스가 맞습니다. 몰려오는 적을 막아내는 것. 그러나 카오스&디펜스 온라인은 각각의 유닛을 직접 콘트롤할 수 없다는 점만 빼면 건물을 짓고 생산 유닛을 고르고 상황에 따라 자원을 활용하는 등 고수가 될수록 실시간 전략(RTS) 게임 못지않은 운영이 필요합니다.

초반이야 다른 디펜스 게임들과 비슷하죠. 그런데 밀려오는 적들을 물리치면서 게임을 익힌 뒤에는 - 개발팀에서는 덱(Deck)이라고 부르는데 - 게임에 등장하는 병력들을 자기가 마음대로 조합해서 다른 유저들과 실시간 대전을 벌일 수 있습니다. 결국 디펜스로 출발했지만 자신만의 병력 구성으로 유저들과 실시간 전략을 겨루는 것이 재미의 핵심입니다."





[ "카오스&디펜스 온라인 많이 기대해주세요!" 위메이드 크리에이티브 정연섭 PD ]





디펜스로 보이는 외형은 튜토리얼이나 초반 플레이 정도만 보여주는 것이고 좀 더 플레이해보면 실시간 전략 게임 못지않은 부분들이 드러난다는 정연섭 PD의 설명, 그래서 게임 자체도 디펜스라는 장르를 넘어 제대로된 몰입감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스마트폰 기반의 전략 게임을 목표로 만들었다고 한다.

원래 2010 지스타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던 게임 이름은 '마스터 오브 디펜스'였다. 그러나 현재는 '카오스&디펜스 온라인'으로 이름을 바꾼 상태, 개발이 진행되는 2년여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의 목표는 디펜스 게임의 최고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디펜스 게임의 끝판왕이죠. 이거 하나면 다른 디펜스 필요없는... (웃음) 그런데 만들다보니 게임은 결국 재미가 있으면 되는건데, 꼭 디펜스 게임의 틀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찾아보니 마스터 오브 디펜스라는 PC 게임도 따로 있더라구요.

결국 기존의 디펜스 게임들이 보여주던 한계를 깨고 실시간 전략에서 맛볼 수 있는 상성과 대전의 재미를 어떻게 스마트폰에서 풀어나갈지 고민하면서 이름도 바꿨습니다. '배우기는 쉽게, 마스터하기는 어렵게' 라는 유명한 업계의 격언이 있죠? 그래서 처음에는 익숙한 디펜스 게임으로 출발하지만 점차 자신만의 덱을 조합해 다른 게이머들과 대전을 즐기는 전략쪽으로 이동합니다."



이를테면 디펜스의 형태를 가진 실시간 전략 게임이라는 것. 그런데 보통 실시간 전략 게임이라고 하면 정신없이 빠른 손놀림과 초단위의 콘트롤, 게임의 흐름을 파악해 대처하는 운영 등 스마트폰에서 구현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터치 기반의 인터페이스로 이런 실시간 전략을 구현할 수 있을까? 그냥 단순히 병력만 여러 종류 찍어내는 정도의 고민을 전략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하다. 병력 종류만 다양하게 찍어낸다고 해서 디펜스가 전략 게임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 중세 판타지 콘셉에 안정적인 공수 전환이 가능한 '나이트' ]





[ 원거리에 수리 능력까지 갖추고 있으나 느린 '밀리터리' ]




정연섭 PD의 설명에 의하면 카오스&디펜스 온라인에는 나이트, 카오스, 밀리터리, 좀비까지 다양한 특징을 갖춘 4개의 종족이 등장하는데 각 종족들마다 병력의 특징이 모두 다르다. 점차 자신의 전략에 맞는 6개의 병력을 갖춰나가야 하는데, 종족간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기본적인 게임 방식은 디펜스지만, 내부에는 최신 전략 게임 못지않은 상성과 피해 보정, 범위 판정 및 건물과 병력의 관계 등 다양한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픈 데이터 기준으로 24개의 캐릭터와 8종류의 타워가 준비되어 있으니 상성까지 고려하면 변수가 수천 개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죠. 그만큼 대전에서 생각해야할 전략이 다양해집니다. 항상 이기는 조합도 없구요.

위메이드 내부 인원 중 프로게이머 출신들에게 검수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각자의 덱 구성에 따라 정말 다양한 전략이 등장했습니다. 기초적인 타워 밀기, 초반 방어 후 한방 영웅으로 끝내기, 값싸고 빠른 유닛의 초반 러시, 우주 방어, 맵을 활용한 빈집 털기 등. 프로게이머 출신들이라 그런가 진짜 기상천외한 덱 구성으로 개발팀을 놀라게 한 적도 많구요."



결국 안정적인 공수 전환에 중세 판타지를 모티브로 한 나이트, 흡혈이나 저주 등의 암흑 마법과 어둠을 콘셉으로 하는 카오스, 원거리에 수리 능력을 갖춘 현대 최첨단 무기를 사용하지만 속도는 느린 밀리터리, 강력한 공격력에 비해 방어력이 약하고 기괴하면서 유머러스한 좀비까지 총 4개의 종족, 24개의 캐릭터와 8종류의 타워 중에 자신의 전략에 맞는 6개를 고르는 것이 바로 본격적인 카오스&디펜스 온라인의 시작이라고 한다.

자신만의 병력을 선정해 덱을 구성하고 다른 유저들과 대전을 벌인다는 점에서 전략하면 떠오르는 TCG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병력을 구성할때 종족간의 제한이 없다면 필연적으로 밸런스에 대한 논란이 떠오를 수 밖에 없다. 게이머들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밸런스에 대한 요구는 커질 수 밖에 없는데...


"물론 밸런스는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유닛이 1:1로 맞붙었을때 꼭 비겨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밸런스를 잡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없애는 거죠. 결국 게이머가 어떻게 덱을 구성하느냐에따라 다양한 전략이 가능해지는 밸런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실시간 전략 게임과 달리 종족 제한을 풀어놓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무도 안 쓰는 유닛이었는데 어떤 형태의 전략으로 활용해보니 승부를 가르는 핵심 병력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면서 프로게이머 출신들에게 검수를 받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같은 종족으로 구성할 경우 시너지를 준다거나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다양한 데이터를 갖춰놓은 것들도 모두 이렇게 전략적인 밸런스를 살리기 위한 판단이었습니다."






[ 흡혈이나 저주 등의 암흑 마법과 어둠을 콘셉으로 하는 '카오스' ]





[ 강력한 공격력에 비해 방어력이 약하고 기괴하면서 유머러스한 '좀비' ]




문득 처음 공개되었던 2010년 지스타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당시만 해도 위메이드는 자체적인 게임 개발 중심의 중견 개발사로 자리잡은 상태. 갑작스러운 스마트폰 시장의 진출 발표에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관심이 많았을 것 같은데...


"2010년 공개할 당시에는 스마트폰 기반의 게임이 별로 없던 시기여서 현장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고 내부에서도 고무되어서 열심히 개발했습니다. 갑자기 시작한게 아니라 그 이전부터 1년 이상 충분한 기간을 거쳤던 프로젝트라서 개발자나 스태프 분들도 모두 좋아했었죠. 현장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게이머들의 게임 활용 패턴이나 반응 등을 한번 더 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부산 벡스코 현장에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거나 네트워크가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있었는데요. 전화위복이랄까요? 오히려 이런 불안정한 상황이 네트워크에 대한 고려 및 극복 방안을 연구하는 단서가 되었습니다. 외부의 환경이나 네트워크에 대한 고려 등 환경적인 제약이 있어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위메이드는 온라인 게임 개발로 유명한 중견 개발사이고, 지스타 이후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진출은 없는 상황. 이를테면 '카오스&디펜스 온라인'이 모바일 분야의 첫 도전인데 개발팀의 입장에서 어려운 일은 없었을까.

"사실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그런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스마트폰 게임과 온라인 게임이 다른데 힘든 일은 없느냐는 거죠. 물론 개발 단계에서 아예 문제가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최근 스마트폰들의 성능을 생각할때 개발 환경은 PC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피처폰 시절이라면 몰라도 스마트폰은 비슷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게다가 스마트폰과 통신 기술이 발전할수록 점차 온라인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되는데, QA나 마케팅, 온라인 서버에 대한 노하우 등은 위메이드같은 온라인 게임 업체들이 유리한 부분도 있습니다. 네트워크만 붙이자는 태도가 아니라 아예 온라인으로 접근하면 저희가 가진 장점도 많습니다. 단적인 예로 게이머들의 로그를 남겨 분석하고 서비스에 활용하는 부분만 해도 온라인 업체들이 훨씬 더 많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이제 정말 멀지 않았다. 2010년 공개된 이후 2년여간의 침묵을 깨고 올해 상반기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위메이드의 첫번째 스마트게임 프로젝트, '카오스&디펜스 온라인'. 기존의 디펜스를 뛰어넘는 온라인 전략 게임의 재미를 스마트폰에서 선보이겠다는 위메이드 크리에이티브의 첫번째 도전이 시작된다.


"지스타에서 처음 공개했을때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도 금방 배웠고, 아이들과 함께 오신 부모님들도 함께 즐겼습니다. 접근성은 낮췄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실시간 전략 게임 못지않은 깊이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실시간 전략 게임의 재미뿐만 아니라 조작감과 인터페이스 등 실제 게이머들에게 필요한 부분들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처음에는 덱을 잘못 꾸며 좌절할 수도 있겠지만 점차 자신만의 전략을 갖춰나가는 재미를 '카오스&디펜스 온라인'으로 느껴보세요."





[ 지스타 2011에서 공개되었던 카오스&디펜스 온라인의 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