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 균형.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 한 문장으로 함축할 수 있는 쉬운 단어지만, 어떤 게임에서도 완벽한 밸런스는 존재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많은 게임들이 밸런스라는 한 단어를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개편되고 있다.

모두가 똑같은 패를 쥐고 게임을 하는 체스나 장기에서도 누가 먼저 시작하냐에 따라 승률이 달라지는 판에 상대와 선공과 후공, 리더 대 리더, 카드 대 카드까지 갈리는 섀도우버스는 더욱 밸런스 조절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섀도우버스 역시 수많은 밸런스 논란이 존재해왔다.

바하무트의 강림 시절 널리 악명을 떨친 '도로시' 템포 위치나 '그XX'라 불리던 알베르 어그로 로얄 등 눈에 띄는 강세를 보이는 덱도 많았고, 선후공 밸런스 차이 역시도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차원 초월의 경우 턴을 가져온다는 강력한 성능과 초월 덱의 극단적인 승률(vs 컨트롤 덱)이 원인이 되어 수시로 유저들 사이에 오르내리는 카드였다.

그러나 이번 신들의 폭풍 확장팩 적용 이후 불어닥친 밸런스 논란은 여태껏 발생했던 일은 전조에 불과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유저들 사이에서 큰 여파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신들의 폭풍 확장팩 밸런스 논란이 왜 발생했으며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는 시간을 준비해보았다.

▲ 날카로운 현실 지적 팬아트
(출처 : 인벤 Nodatelife 유저 팬아트 '섀도우버스 전설들 현인상 2')



■ 밸런스 논란. 기존에는 어땠나?

밸런스의 기본 원칙은 특정한 조건의 유저 혹은 캐릭터가 압도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밸런스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저간 혹은 캐릭터간 승률이 5:5로 맞춰지는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캐릭터끼리 대전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완벽하게 5:5로 떨어지는 게임은 나올 수가 없다.

이는 섀도우버스에서도 마찬가지다. 각 리더간 대전에서 50%라는 완벽한 밸런스는 동일한 미러 매치가 아닌 이상에야 나올 수가 없고 이는 많은 유저들이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51:49나 52:48 정도만 되도 밸런스가 준수하게 맞춰졌다고 평하는 편인데, 실제로는 이 정도 비율도 나오기 힘든 편이다.

지난 확장팩인 바하무트의 강림 시점으로 돌아가봐도 로얄이나 엘프가 강세일 때는 53% 이상의 승률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도로시, 초월 위치나 리노 엘프, 알베르 로얄과 같은 몇몇 덱은 꾸준히 유저들 사이에서 밸런스 토론의 대상이 되어왔다.

▲ 확장팩 적용 이전 화제의 중심이었던 '차원 초월'

신들의 폭풍 확장팩 적용 이전 밸런스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덱을 꼽아보자면 초월 위치가 있다. '차원 초월'을 활용해 경기를 마무리 짓는 초월 위치 덱은 컨트롤 덱을 상대로 70%에 가까운 승률 (반대로 어그로 덱을 상대로는 30%대) 을 보여 밸런스 논란에 최전선에 있었다.

그러나 초월 위치 덱에는 어그로 덱이라는 완벽한 대응책이 존재했다. 초월 위치 덱의 존재로 인해 섀도우버스 전체적으로 어그로 덱이 대세가 된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였다.

또다른 덱 예시를 들어보자면 도로시 템포 위치와 리노 엘프가 있다. 이들 모두 대응책이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해당 시기의 최고의 덱으로 꼽혔다. 그러나 도로시 템포 위치의 경우 후공에 비해 선공일 때 승률이 상당히 낮아 극단적이란 평가가 있었고, 리노 엘프의 경우 난이도가 높다보니 승률 대비 논란이 큰 편은 아니었다.


■ 그렇다면 신들의 폭풍에서는?

그러나 이번 밸런스 논란은 그 무게가 기존과는 사뭇 다르다. 이번 밸런스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덱은 바로 어그로/미드 네크로맨서와 램프 드래곤이다. 특히 네크로맨서는 모든 리더를 상대로 고승률을 점하고 있어 미러전 때문에 전체 승률이 낮아지는 상황이다. 그나마 50 초중반의 승률을 기록하는 비숍과 드래곤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리더를 상대로는 60%에 가까운 압도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

승률만 놓고보면 미니고블린 마법사 너프 이전의 리노 OTK 엘프와 유사해보이지만, 네크로맨서의 경우 심지어 경기수도 가장 많은 상황이다. 경기수가 많다는 것은 같은 네크로맨서끼리 미러전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미러전으로 줄어드는 승률을 배제하면 실제 평균 승률은 60%에 가까운 상황으로 지난 시즌 엘프보다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 미러전을 제외하면 어마어마한 결과가 나온다.

또한 리노 OTK 엘프 덱은 난이도가 높은 편에 속해 실수하기도 쉬운 덱이었지만 어그로/미드 네크로맨서의 경우 코스트에 맞추는 플레이만 해도 강력한 편이다. 패가 딱딱 맞게 풀렸다고 가정했을 때, 1코스트 해골 야수, 2코스트 하급 용아병or사신, 3코스트 백골의 귀공자, 4코스트 오르트로스, 5코스트 케르베로스, 6코스트 죽음의 축복, 7코스트 헥터. 여기까지만 쭉 읽어봐도 어떤 결과가 펼쳐질지 예상되지 않는가?

네크로맨서에 비하면 주목을 덜 받는 편이지만, 드래곤도 상당히 강력하다. 빠른 PP 부스팅 후 강력한 추종자를 낸다는 컨셉을 기존과 동일하다. 그러나 신들의 폭풍 적용 후 부스팅 과정에서 4~5코스트가 허술하던 단점이 메꿔지면서 급격하게 부상하는 데 성공했다.

요약하자면, 네크로맨서 덱들이 현재 논란이 되는 이유는 쉽고 강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다른 모든 리더들을 무시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이 문제다. 드래곤 덱의 경우 기존의 단점이 보강되며 PP 부스팅이 무서운 이유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 드래곤은 약(을) 했다.
(출처 : 인벤 삼척귀신 유저 팬아트 '내가 느낀 도라곤과 비숍')



■ 왜 이렇게 강해졌나? 구체적인 이유

◆ 네크로맨서

네크로맨서가 강해진 이유를 꼽자면 크게 3개다. 첫 번째로 백골의 귀공자가 추가되면서 필드 유지력과 사령술 스택 적립이 쉬워졌다는 점. 두 번째로 좀비 파티와 오르트로스가 등장해 제압기 + @ 라는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 마지막으로 헥터의 등장으로 인해 강력한 피니시가 확보되었다는 점이다.

네크로맨서가 지금 이 입지에 올라설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를 꼽아보면 역시 백골의 귀공자다. 섀도우버스 아마추어 오픈에서 우승한 '야으' 전병주 선수 역시 백골의 귀공자를 사기 카드라고 꼽았을 정도다. 백골의 귀공자의 문제는 무엇일까.

우선 능력치를 제외하면 아무 페널티 없이 필드에 토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출격 시 필드에 있는 모든 추종자 (본인 포함) 들에게 '유언: 스켈레톤 하나를 전장에 소환'을 부여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1/1 토큰 1기가 확보되며 필드에 깔린 추종자 수에 따라 토큰 개수는 더욱 늘어난다. 또한 이 유언 부여 효과는 중복되므로 백골의 귀공자가 연달아 사용되면 필드에 끊임없이 스켈레톤이 남게 된다.

스켈레톤 자체의 위력이 강한 건 아니지만 계속해서 필드에 추종자가 남기 때문에 오르트로스나 헥터 등 다른 추종자와 연계하기에 좋다. 거기에 더해 스켈레톤이 죽을 때마다 그림자 사신을 키울 수도 있고 사령술 스택도 적립된다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 백골의 귀공자 효과를 받은 상황에서 그림자 사신이 나와있다면? 이미 경기는 기울어졌다고 볼 수 있다.

▲ 이걸 대체...어찌 해야하오....

두 번째로 오르트로스와 좀비 파티는 둘 모두 제압기 (추종자 1기에 2, 3 대미지) 역할을 하면서 추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오르트로스는 적 추종자 1기에 2대미지를 주면서 아군 추종자 1기의 공격력을 올려주기 때문에 초반부터 필드 장악 + 공격 강화가 가능하다. 좀비 파티는 2코스트 3대미지라는 기본 성능도 좋지만 7코스트 강화 사용시 필드에 좀비 3기가 전개되어 필드 장악력까지 보강된다.

미드 네크로맨서를 상대할 때 필드 장악을 위해 끊임없이 광역기를 사용해도, 그 때마다 죽음의 축복, 좀비 파티, 헥터 등을 사용해서 필드가 복구된다. 그만큼 사령술도 끊임없이 쌓이고 다시 필드가 장악되는 순환이 반복되어 결국 네크로맨서의 승리로 이어지는 결과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헥터는 사실 기본 성능만 놓고보면 사기라기에는 애매한 편이다. 좀비를 소환하는 효과가 있지만 질주가 아닌 돌진 부여기 때문에 필드에 미리 전개된 추종자가 없을 경우 피니시를 이끌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 나온 백골의 귀공자와 좀비 파티, 죽음의 축복 등 필드 장악 카드와 연계되면서 단숨에 최상급 카드로 발돋움했다.

헥터가 나오는 시점까지 필드에 2기 이상의 추종자만 남겨두면 공격력 증폭 효과와 맞물려 순식간에 상대의 체력을 바닥 낼 수 있고, 필드가 빈 상황에서도 사령술을 활용해 상대 추종자와 맞교환을 유도할 수 있어 필드를 계속 장악해나갈 수 있다.

즉, 신들의 폭풍 확장팩에서 등장한 카드들의 시너지가 기가 막히게 맞물리면서 네크로맨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게 된 셈이다.

▲ 그땐 헥터가 이렇게 셀 줄 몰랐습니다.

◆ 드래곤

드래곤이 강해진 이유 역시 크게 3종류다. 첫 번째로 그림니르와 라합이라는 걸출한 수호 추종자의 등장. 두 번째로 수룡신의 무녀와 우로보로스라는 회복 + @를 보유한 카드의 등장. 마지막으로 강력한 제압기 번개 광선이 생긴 점이다.

그림니르와 라합은 기존 드래곤의 약점을 완벽하게 메워준 추종자다. 신들의 폭풍 적용 이전 램프 드래곤의 가장 큰 약점은 부스팅 과정에서 리더의 체력을 보존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지간히 손패가 잘풀린게 아닌 이상 초반부터 몰아치는 어그로 덱을 상대하기 까다로웠고 부스팅이 완료된 시점에서 체력이 바닥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림니르와 라합이 등장하면서 2턴 용의 신탁 -> 3턴 라합 혹은 3턴 그림니르 등 수호 추종자 선택지가 생겼다. 초반부터 어떻게든 몰아쳐야하는 어그로 덱으로써는 2/3, 2/5 수호 추종자가 깔리는 순간부터 막막해지게 된다.

라합과 그림니르가 초반에 입은 피해를 막는 수단이었다면 수룡신의 무녀는 피해를 입었더라도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이다. 기본 성능도 5코스트 4/5로 좋은 편인데 각성 효과에 돌입하면 매 턴마다 3씩 체력을 회복하며 5턴 이후 사용시 PP 부스트까지 얻을 수 있다. 일단 등장해서 각성 효과만 적용되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무조건 제거해야하는 강제 수호 효과까지 얻게 된다.

▲ 로얄이 답답해지는 순간.jpg

수룡신의 무녀가 드래곤의 중반을 책임지는 추종자라면 우로보로스는 후반을 책임지는 추종자다. 등장시 추종자나 리더에 3대미지를 줄 수 있고, 파괴 시 손패로 귀환하면서 리더의 체력을 3만큼 회복한다.

우로보로스가 등장하는 순간 상대는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내버려 두자니 기본 공격력이 8이라 본인이 위험하고, 처리하자니 소멸이 아닌 이상 체력을 채워주면서 다음 턴에 다시 등장하게 된다. 거기에다 젤과 함께 연계할 경우 출격 효과 + 질주로 11대미지를 몰아쳐 순식간에 체력을 거덜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번개 광선은 드래곤의 새로운 제압기로 파괴가 아닌 소멸 주문이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주문이다. 기존에는 바하무트나 샐러맨더의 숨결을 활용해서 광역 제압을 진행했지만, 이들은 파괴였기 때문에 제압기를 활용하고도 역으로 손해보는 경우가 많았다. (ex. 신마재판소)

그러나 번개 광선은 소멸 주문인데다가 10코스트 강화 효과를 받으면 대상이 단일에서 상대방 필드 전체로 바뀌어 상대방이 어떤 카드를 사용했건 상관없이 정리할 수 있다. 특히 PP부스팅을 진행할 수 있는 드래곤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애써 전개한 필드를 쉽게 정리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드래곤은 강력하게 부상할 수 있는 포텐셜이 있던 상황에서 신들의 폭풍에서 추가된 카드들이 드래곤에게 부족하던 부분을 보충하는데 성공하면서 전성기를 꽃피우게 되었다. 물론 네크로맨서 때문에 조금 묻히긴 했지만 말이다.

▲ 떠나자! 시공의 ㅍ....(읍읍)



■ 이제는 해결해야할 때다

이번 밸런스 논란에 대해서 유저들은 많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네크로맨서는 백골의 귀공자의 출격 효과에 사령술 제한을 걸어 템포를 낮춘다던가, 헥터의 공격력 상승량을 낮추는 형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드래곤은 수룡신의 무녀의 회복량을 낮추는 방향 정도가 언급되고 있으나 네크로맨서에 비하면 의견이 적은 편이다.

이러한 유저들의 의견에 대해 아직까지 개발사 사이게임즈 측에서는 아무런 대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바하무트의 강림 시절에서도 도로시 위치와 리노 엘프가 너프되기까지 약 2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유저들 사이에서 덱 연구가 진행될 시간, 메타가 안정화되는 시간에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의 밸런스 문제는 당시에 비해 조금 더 심각한 상황이다.

▲ 밸런스 패치 이전에 평균 승률이 이정도였다

단순하게 승률 부분만 놓고봐도 차이가 있다. 2월 말 밸런스 패치 직전에 가장 높은 승률을 보이던 리더는 엘프로 약 54% 가량이었고, 가장 낮은 승률을 보이던 드래곤과는 약 8%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네크로맨서는 약 57%에 가까운 승률을 보이고 있고 가장 낮은 승률을 보이는 위치와는 약 18% 가량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고 승률과 최저 승률 리더의 차이가 이 정도로 벌어진 것만으로도 문제지만, 또다른 문제는 최고 승률을 보이는 리더가 가장 많이 플레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밸런스 패치 전 가장 강세를 보이던 리더는 엘프였지만 플레이 수가 가장 많았던 건 위치였고, 위치의 승률은 약 50% 정도였다.

▲ 네크로맨서와 드래곤을 빼면 모두 승률 50% 미만이다

플레이수가 중요한 이유는 실제로 유저들이 체감하는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랭크 대전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리더가 네크로맨서인데 심지어 네크로맨서의 승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면? 유저들 입장에서는 밸런스 붕괴 현상을 더욱 크게 느낄 수 밖에 없다.

밸런스 패치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아주 약간의 조절만으로도 순식간에 밸런스가 바뀌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하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밥도 적당히 뜸을 들여야 맛이 있고, 너무 뜸들이다 타버리는 일도 생긴다.

지금 수많은 유저들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 개발사의 대처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사 사이게임즈 측의 신중하면서도 빠른 대처가 요구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