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九단과 알파고의 대국 후, 인공지능은 IT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익숙한 소재로 떠올랐습니다. 지금도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의견들이 게시되고 있으며, 관련 패러디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모습에서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죠.

사실, 게임업계에서는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알려졌던 소재입니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인공지능을 게임에 도입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고, 그 분위기는 점차 확대되는 상황입니다. 인공지능이 VR과 함께 차세대 게임 개발의 핵심 키워드이며, 동시에 현세대 게임에도 위화감 없이 적용할 수 있다는 점 덕분이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오늘 인터뷰 주제는 신작 게임 소개나 스타트업의 비전을 묻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하지만 아직은 생소한 '게임의 인공지능'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함입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의 인공지능 분야 전문가 두 분을 모셨습니다.


*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으며, '이세돌 vs 알파고'의 2국이 끝난 시점에 답변을 받았습니다.

▲ 좌 - 엔씨소프트 이경종 AI 팀장, 우 - 넷마블게임즈 이경준 콜럼버스 센터장






만나서 반갑습니다. 인공지능(AI) 전문 팀을 인터뷰하는 것은 저희도 처음인데요. 먼저 게임 인공지능 분야에서 어떤 일을 맡고 계신지부터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경종(엔씨소프트) - 엔씨소프트 AI Lab 게임 AI팀장 이경종이라고 합니다. 저희 팀은 게임 내 필요한 AI(NPC, AI 플레이어)와 PvP 매칭 기술 등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블레이드&소울' 내 무한의 탑 콘텐츠에 필요한 1:1 PvP 전투 AI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경준(넷마블게임즈) - 넷마블게임즈 콜럼버스 센터장 이경준입니다. 유저 맞춤형 게임 서비스를 위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진 상황입니다. 9일 진행된 첫 번째 경기 결과를 보시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경종(엔씨소프트) - 인공지능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충격이었습니다. 알파고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이세돌 9단을 이길 줄은 몰랐습니다. 동종업계 종사자로써 알파고 팀의 업적에 경의를 표합니다.

저희도 '블레이드&소울' 무한의 탑 콘텐츠를 출시하기 전에 'AI vs 플레이어' 테스트를 상당히 많이 실시했거든요. 당시 AI의 첫 판 승률이 상당히 높았고, 유저가 AI를 파악한 후 벌어지는 두 번째 판이 진짜 승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번째 승부까지 보고 나니 정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경준(넷마블게임즈) -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공지능으로 체스를 정복할 순 있어도 바둑은 정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대국으로 인공지능 분야의 급속한 발전을 직접 확인했고, 과거 우리가 가졌던 편견이 깨지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AI 관련 일을 하는 사람으로써 감회가 새롭습니다.

▲ 알파고의 승리는 동종업계 종사자들에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게임에서 인공지능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요. 지금의 기술 수준은 어떻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리라 보십니까?

이경종(엔씨소프트) - 바둑에서 이세돌 九단을 이길 수 있는 정도면, 어느 정도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RTS나 MMORPG, FPS에 필요한 인공지능 수준은 아직 알파고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에 알파고의 다음 도전이 스타크래프트가 될 수도 있다는 기사를 매우 흥미롭게 봤습니다. RTS의 전략/전술, 유닛의 마이크로 컨트롤이나 테크트리 등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가 있는데다 의사 결정을 하는데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실시간이라는 환경에서 알파고가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지 정말 궁금합니다.

예전에 딥마인드에서 발표한 '아타리 2600'의 연구 결과를 보니 직접적으로 게임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알파고의 구조나 동작 방식에는 실제 상용 게임에도 참고할만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게임 인공지능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이경준(넷마블게임즈) - 현재 게임 내 인공지능이라 하면, 주로 상대방(NPC)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구체적인 개발 형태는 게임마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현재 적용되어 있는 기술 수준은 모두 '기획자가 임의로 입력한 몇 가지 규칙에 따라 동작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모든 유저가 동일하게 동작하는 인공지능 NPC를 만나게 되는 거죠.

물론, 예측이 가능하면 재미가 없으니 여러 개의 후보 가운데 하나를 무작위로 선택하는 기능이 추가되어 있습니다만, 기술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유저의 수준이나 플레이 스타일, 그리고 성향 등을 빠르게 파악하여 그에 맞춰 반응하는...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인공지능 NPC를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게임 밖 인공지능이라면 서비스 분야를 들 수 있습니다. 이쪽 인공지능은 한참 더 낮은 수준으로 볼 수 있는데요. 모바일 게임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모든 유저는 거의 동일한 시간에 게임 이벤트와 관련된 푸시 알림을 받습니다. RPG 게임에서 탐험에 실패하면, 모든 유저가 똑같은 팝업창을 보는거죠. 사실, 인공지능이 하는 일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향후에는 게임 서비스 또한 의류 매장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것처럼 유저의 취향, 성향, 상황 등을 고려하여 맞춤형으로 서비스가 되도록 인공지능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번 대국으로 인공지능 분야 최신 기술인 '딥러닝'의 엄청난 성능을 증명한 셈인데요. 게임 인공지능에서도 딥러닝과 같은 구조의 인공지능이 활용될 여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경종(엔씨소프트) - 사실 인공지능 분야에서 딥러닝은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음성 인식 등에서 이미 그 성능을 증명했습니다. 그런데 게임 인공지능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 능력...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최선인가?'와 같이 생각하는 것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는 크게 증명이 안 되었어요. 의사 결정 문제에서 딥마인드가 '이렇게 하면 된다'는 걸 보여준거죠. 이번에.

이경준(넷마블게임즈) -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유저의 행동 패턴을 통해 유저의 수준이나 스타일, 성향을 파악하는 문제는 딥러닝과 매우 깊은 관려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활용될 여지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게임 내에서 다양한 상황을 예측하는 데 있어 딥러닝이 주가 되거나, 혹은 보조적인 기술로 활용될 것이라 봅니다.

▲ 주기술, 혹은 보조적인 기술로도 '딥러닝'의 활용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타 산업군의 인공지능 분야와 비교해 게임 내 인공지능 개발의 특징으로 어떤 게 있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경종(엔씨소프트) - 산업 전체를 보면 최근 인공지능 분야는 딥러닝을 중심으로 발전을 해왔어요. '컴퓨터 비전',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등의 분야에서 점차 성과를 내고 있죠. 게임 인공지능에서는 그런 것보다 의사 결정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딥마인드가 한 실험들이 더 큰 가치를 보인다고 보고요. 인공지능의 의사 결정 능력을 본격적으로 실험한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바둑이 아니고 상용 게임이라면 또 이야기가 다릅니다. 아무래도 게임 인공지능이라는 게, 게임에서 필요한 것이므로 '재미'라는 측면과 연결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들어감으로써 게임을 하는 사람이 더 편리하고 즐거워야 합니다. 그게 핵심이죠.

인공지능을 평가할 때 '무엇인가를 잘하는 것(바둑에서 상대방을 이긴다)'과 '사람처럼 보여지는 것(바둑에서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정석대로 둔다)'는 약간 다른 문제입니다. 승부는 알파고가 가져갔는데 해설자 분들이 중간중간에 '알파고가 이상한 수를 뒀다'고 평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인공지능의 실력이 뛰어나지만 사람처럼 보여지지 않는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용 게임에서는 '사람처럼 보이는 요소'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만 합니다.

이경준(넷마블게임즈) - 타 산업군의 인공지능 기술 활용은, 주로 고정된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등의 활용에 있어서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게임 내 인공지능 기술의 경우, 제품을 유연하게 만들어 사용자에게 좀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주 목표이고요. 그런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딥러닝은 많은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비슷한 것끼리 분류하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이외에도 많은 인공지능 기술이 있을 것 같은데 게임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인공지능 기술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경준(넷마블게임즈) - NPC 구현에 '유한 상태 기계(Finite state machine)'라는 기술이 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NPC의 상태 몇 가지와 전이 규칙, 상태별 행동 규칙들을 정의함으로써 NPC가 상황에 맞게 동작하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9일, 알파고 브레인 팀장은 '스타크래프트'에도 인공지능 접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바둑과 완전히 다른 게임인 만큼, 많은 게이머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말이었는데, 만약 국내 최고 수준의 프로게이머와 알파고의 대결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결과를 예측하시나요?

이경종(엔씨소프트) -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한 판도 못이겼다면 '당연히 못 이긴다'라고 대답했을 것 같은데, 1, 2국을 내리 승리하는 것을 보니 생각이 좀 달라지더군요. 스타크래프트 역시 알파고가 이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바둑에 채용된 인공지능과는 완전히 다른 알고리즘일 것입니다. 사실, 풀어야 하는 문제가 너무 달라서 '알파고'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실제로 스타크래프트용 AI가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구현할지 정말 궁금합니다.

이경준(넷마블게임즈) - 과거, 딥마인드는 화면 정보만을 갖고 스스로 학습, 게임을 플레이하는 인공지능에 대해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20여 종의 게임으로 실험한 결과도 같이 발표했는데, 일부 게임은 고수 유저보다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하기도 했죠.

스타크래프트는 바둑과 다른 게임이고, 딥마인드가 활용했던 게임들과 비교해도 매우 복잡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알파고의 대국 수준을 볼 때, 스타크래프트에 있어서도 프로게이머 못지 않은 실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바둑이나 체스와 달리, 사람을 완전히 이기기는 어려울 겁니다.

▲ 이번 '알파고'의 승리로 인해 함부로 결과를 속단할 수 없어 보입니다.


현재 개발 중인 인공지능의 주 사용처가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보다 명확한 예시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이경종(엔씨소프트) - 앞서 말씀드린 '블레이드&소울' 내 무한의 탑에서 사람을 상대로 1:1 PvP를 펼치는 인공지능이 좋은 예시가 아닐까 합니다. 현재 서비스 중이기도 하고요. 저희가 개발한 인공지능 NPC는 사람과 동일하게 스킬을 활용합니다. 30~40개의 스킬 중 현재 상황에 가장 적합한 스킬이 무엇인지 판단한 뒤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아직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알파고와 유사한 강화학습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스스로 성능을 개선하는 능력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9개 직업을 상대할 수 있는 8개 직업 AI가 개발이 완료되었고, 각각 공격 능력, 방어 능력 등 여러가지 요소를 조합해 20단계 이상의 난이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이경준(넷마블게임즈) - 저희 인공지능은 넷마블게임즈에서 추진 중인 '콜럼버스 프로젝트'에서 활용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유저의 세세한 취향 및 상황을 인지하고, 그에 맞춰서 게임이 서비스되도록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유저가 특정 스테이지에서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있을 때, 어떤 유저에게는 강해지는 데 필요한 아이템을 판매해 빠르게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또다른 유저에게는 부족한 부분에 맞는 적절한 성장 가이드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유저의 성향에 맞추는 개념입니다.


외국의 많은 게임사들도 인공지능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유저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발달한 만큼, 외국 게임사의 인공지능 개발 방향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경종(엔씨소프트) - 많은 국내 게임사들도 인공지능 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게임시장은 모바일 중심으로 개편된 상황인데요. 조작이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자동화 요소가 많습니다. 그 특수성에 관련한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 더욱 중요해졌죠. 최근에는 MMORPG와 같이 다른 유저와의 관계가 많은 게임에서도 인공지능의 중요도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블레이드 앤 소울'에 적용된 인공지능 NPC는 유저와의 대전을 주목적으로 했습니다. 이외 많은 유저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게임 내 NPC의 인공지능을 강화시켜 혼자서도 파티플레이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인데, 이 부분도 구현 가능한 것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경종(엔씨소프트) -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몬스터의 AI가 발달하면 그만큼 플레이어는 정교하게 컨트롤 할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피로감도 발생합니다. 게임에서 가장 이상적인 AI란 무엇일까요?

이경종(엔씨소프트) - 상용 게임 AI의 궁극적인 목표는 '잘 져주는' 인공지능입니다. 치열하게 싸우다가 아슬아슬하게 져주는 인공지능이라는 뜻인데요. 재미와 관련한 여러 이론에 따르면, 사용자에게 성취감과 자부심을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사실, 이게 말은 쉬운데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정말... 너무 너무 어렵습니다. 그런 인공지능을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엄청나게 똑똑해야 하고, 현재 유저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정말 많은 요소들이 결합되어야 하는 문제죠.

이경준(넷마블게임즈) - 게임에서 가장 이상적인 AI란, 유저가 즐겁게 상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아서 맞춰줄 수 있는' AI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동작의 수준을 높여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습니다만, 궁극적으로는 '지금 상대하고 있는 유저의 마음에 들도록' 적응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게임용 AI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저에게 '잘 져주는' 것입니다.


안드로이드가 사람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불쾌감이 증가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불쾌한 골짜기'라고 합니다. 이것은 외형뿐 만 아니라 인공지능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된다고 하는데요. 게임도 유저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인 만큼, 리스크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이경종(엔씨소프트) - 저희도 무한의 탑을 서비스하면서 느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은 인공지능에게 진다는 사실을 굉장히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특히, 자신은 죽어도 할 수 없는 것을 인공지능이 하는 것을 봤을 때 그런 현상이 더 두드러졌고요. 저희도 서비스 중에 그런 현상이 없는지 계속 관찰하고 개선해 나가는 중입니다.

이경준(넷마블게임즈) - '불쾌한 골짜기'는 사람과의 닮은 수준이 어설프게 높을수록 혐오도가 높아진다는 이론입니다. 그리고 완전히 사람과 구분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오히려 혐오도가 사라진다고 하는데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디테일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일단 불쾌한 골짜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인공지능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뒤로는 유저들의 반응을 보면서 디테일에 집중해 개선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봅니다.


인공지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많은 유저들의 플레이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할텐데요. 개인적으로 업무를 하시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이경종(엔씨소프트) - 인공지능의 게임 실력을 높이는 것도 그렇지만, 다양한 실력의 사람들을 상대해 줄 수 있도록 세분화된 인공지능을 만드는 게 특히 어렵습니다. 또한, 각 인공지능이 상대하는 직업별로 다 달라야 하기에 이를 유지하고 개선하는 작업도 상당히 힘이 듭니다.

이경준(넷마블게임즈) - 현재 넷마블게임즈에는 많은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 데이터가 쌓여 있습니다. 가장 힘든 점은 데이터 해석을 통해 예측하고자 하는 유저의 특징을 수준 높게 모델링하는 것입니다. 이는 게임과 유저 사이의 역학 관계, 데이터의 구성 등 여러가지 부분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필요로 하기에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기술력이 외국과 비교해 갈 길이 멀다고 하는데요. 업계 종사자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경종(엔씨소프트) - 바둑 분야에서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기술력이 크게 뒤쳐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해서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경준(넷마블게임즈) - 인공지능 관련 분야 전문가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양성 관련한 투자뿐만 아니라, 젊은 전문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산업 영역에 대한 투자도 같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투자가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하고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통해 인공지능의 가능성이 대중에게 알려졌고, 따라서 한동안은 인공지능 분야 전문가 양성이 사회적 이슈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라도 관련 산업을 키우고 이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려는 장기적인 계획 마련 및 투자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공지능이 곧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기술임에도 불구, 우리나라에서 기술 발전이 더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경준(넷마블게임즈) - 인공지능은 수학, 전자공학, 전산학, 논리학, 통계학, 생물학, 심리학 등 굉장히 많은 학문 분야가 걸쳐져 있습니다. 즉,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수학을 기반으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논의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참고로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창립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매우 뛰어난 천재라고 합니다. 뛰어난 천재가 수학과 전산학을 학문 분야로 삼고 게임을 만들다가 회사를 차려서 기술 개발을 주도한 셈이죠. 그런 것이 가능한 사회적 분위기가 국내와는 사뭇 달라 보였습니다. 이것이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차세대 기술은 창의적인 환경에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