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데드 슬레이어' 플레이 영상

하나의 게임을 만드려면 얼만큼의 시간과 사람, 자본이 필요할까? 날이 갈수록 다양한 게임들이 만들어지면서, 이제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리기도 어려워졌다.

단 한명에서 수백 명이 될 수도 있고, 무일푼에서 수백, 수천 억 원이 들 수도 있다. 시간은 더 그렇다. 단 48시간 만에 뚝딱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한 게임을 10년 넘게 깎고 다듬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개발자 한 사람의 차원에서 본다면, 그 사람은 일생동안 얼마나 많은 게임을 얼마나 공을 들여 만들 수 있을까? 이 역시 제각각의 답이 다를 것이다.


1인 개발에서 시작한 게임 개발사 '하이디어'의 김동규 대표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고민하며 게임을 만들어 왔다. 그가 독립 후 처음으로 만들어 낸 게임 '언데드 슬레이어'는 1인 개발이라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서비스를 거쳐 일본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하는등 좋은 결과를 거뒀다. 그리고 '언데드 슬레이어' 이후 3년, 김동규 대표는 차기작인 '로그라이프'를 공개했다.

작은 사무실에서 5명의 개발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만들어낸 게임 '로그라이프'는 하이디어의 개발팀이 위의 질문에 대해 내놓은 나름의 해답이다. 최대한 다양한,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김동규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그들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사무실은 패기로 가득했다.

▲ 하이디어 김동규 대표




Q. '로그라이프'를 만든 회사, 하이디어에 대해서 궁금한게 많습니다. 총 몇명의 인원이 '로그라이프'를 만들었는지, 또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A. 회사 총 인원이 5명이에요. 아무래도 인원이 적다보니 각자 여러가지 업무를 맡고 있죠. 전반적인 일을 다 5분의 1로 나눠 가지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게임을 구상한 것부터 시작하면 대략 2년 정도 됩니다. 처음엔 두명이서 시작하고, 그러다 몇명씩 더 들어와서 하나씩 바꿔보고, 새로 만들어보고 하는 과정이었죠. 스타트업 개발팀 치고는 그렇게 시작부터 치열하게 해나갔던 것은 아니에요.

저희 스스로 그동안 좀 소위 '빡세다' 싶을만한 직장만 다녔었고, 이번엔 여유롭게 개발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여기서도 일하다보니 별 다를 바 없이 바빠져서, 런칭 전후로는 집에도 못가고 밤샘 작업을 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게 있는 거 같습니다. 처음엔 막상 이렇게 일이 많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Q. '로그라이프' 의 개발 비화가 궁금합니다.

A. 전작인 '언데드 슬레이어'를 출시하고 나서 2년 간 서비스를 했어요. 슬슬 마무리가 될 즈음, 지금 그래픽을 담당하는 친구가 그때 만나서 하나 같이 해보자고 하더군요. 그때는 집에서 작업하고, 오며가며 아이디어 나누면서 구상하고 그런식이었어요. 그러다 기존 게임사에서 나온 친구들이 합류하면서 가속됐고, 사무실 마련하고, 같이 개발하고 그렇게 하나씩 해나갔죠.

지금 팀원들은 원래 다 알던 사이에요. 이전에 이미 한 회사에서 같이 게임을 만들어 봤고, 또 같이 망해보기도 했던... 그런 친구들이죠.

경력은 제일 많은 프로그래머가 14년 정도 됐고, 저는 10년차네요. 대부분 10년 정도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베테랑이라고 하시는데 그정돈 아니고요. 그냥 나이먹은 만큼 일해온 것 같습니다.


Q. 기존의 RPG 들과는 좀 다른 전투방식을 선택했는데, '로그라이프' 라는 게임을 구상하고,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요즘도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업데이트할 때, 장르를 이것저것 바꿔보긴 합니다. 처음에는 캐주얼로 등록했다가, 다음에는 RPG로 등록했다가 그렇죠. iOS 버전은 현재 심사중에 있고요.

대부분의 소규모 개발자들이 비슷할텐데, 애초에 인디 개발자 중에서 처음부터 '우리가 몇십명의 인원으로 몇년을 개발해서 요즘 같은 하드코어 RPG를 만들자' 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코어 게임들, 똑같이 만들어 내느니 좀더 색다른 틈새시장이나 블루오션을 노리고 구상하기 마련이죠.

저 또한 그랬고, 이렇게 모인 개발팀 모두가 그랬습니다. 사실 시작 단계에서는 지금보다도 단순했어요. 클리커에 더 가까운 형태였죠. 거기서 이거저거 넣어보고, 변화를 주다가 지금의 방식이 되었습니다. 제 아내나 아이들이 해보고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크게 조작이 복잡하고 어렵지 않으면서 재미있는 방식이죠. 게임을 만들 때 가족들이 많은 의견을 내주고, 제일 먼저 테스터가 되기도 합니다.

제 전작인 '언데드 슬레이어'는 좀 하드코어한 게임이었기에, 아내가 게임을 못했어요. 유혈이 낭자하기도 하고, 좀 어렵기도 하고요. 자기는 이런 게임 나오면 안하고 못할거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음 게임은 좀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누구에게든 게임을 꺼내들었을 때 선뜻 해보기 좋은 게임, 누가 봐도 할만할 것 같고 재미있을 것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도 아마 혼자 만들었다면 '언데드 슬레이어2'를 만들었을거에요. 하지만 이번엔 많은게 달랐죠.




Q. 전작은 혼자서 개발을 하셨었죠. 이번엔 5명이서 같이 만드셨는데, 그렇게 변화를 준 이유와 차이에 대해서 듣고싶습니다.

A. 사실 게임을 혼자 만드는 것 까지는 괜찮아요. 혼자서 잘 만들수만 있다면 말이죠. 문제는 그 게임을 2년, 그것도 글로벌 서비스를 혼자서 2년을 담당해야 했다는 거였어요. 물론, 퍼블리싱 파트너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매우 중요했지만 결과적으로 게임의 빌드 수정이나 개발팀에서 해야하는 업무를 모두 혼자 해야합니다. 결국 그 2년, CS를 하는 과정은 그전 게임을 만드는 과정보다 재미있는 과정은 아니었습니다.

이를테면 중국은 통신사마다 마켓이 다다르다보니, 중국 로컬 빌드만 해도 52개나 됐습니다. 거기에 글로벌 빌드, 일본, 동남아 빌드까지... 그러다보니 빌드 체크만 돌려도 하루가 그냥 가버렸죠. 이런 물리적인 어려움도 있고, 처음엔 혼자 이것저것 해내는게 재미있다가, 어느정도 지나면 좀 심심하더군요. 사업 파트너와 이야기하거나 일하는게 아니면 항상 혼자서 놀고, 적적하죠.

아무튼 그때 후속작을 생각하면서, 처음에는 효율을 가장 먼저 생각해봤어요. 어떤걸 만들 수 있을까, 지금 게임 후속작을 만들까, 아니면 아이디어를 조금 바꿔서 내볼까, 이런식으로 하다 보니까, 나중에 보니 이미 예전에 해본 과정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더군요. 그냥 비슷한 게임만 만들면서요.

인디 개발자들 중에는 이런 굴레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에 클리커로 시작하면 클리커만 만들고, 도트 그래픽으로 시작하면 도트 그래픽만 쓰고. 물론 그게 일종의 전문화가 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엔 그게 안맞았습니다. 돌아보면 과연 인생 동안 나는 게임을 몇개나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여러가지 방향으로 발전을 하고 싶었거든요. 더 다양한 걸 만들고, 더 많은 걸 겪으면서요.

그래서 다같이 만들면서 팀원끼리 서로 교류하고 배우고, 같이 성장해나가면서 새로운걸 시도할 수 있는 그런걸 원해서 이렇게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냥 속 편하게 혼자 개발하지 뭐하러 그러냐 하고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저도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개발 스킬도 많이 늘었고요. 이 친구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 모든게 자신의 레퍼런스고 재산인거죠. 전작의 리소스가 제 재산이고, 거기서 나온 제 경험 역시 재산이지요.




Q. '로그라이프' 게임의 앞으로 업데이트 플랜이 궁금합니다. 사실 캐릭터가 많이 필요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A. 일단 업데이트, 패치는 사소한 버그 수정이라 하더라도 일주일에 1번은 꼭 해나갈 생각입니다. 캐릭터들의 컨셉 자체가 자기들끼리 모여 있는 용병단이고, 플레이어는 이 친구들의 매니저인 컨셉이죠. 캐릭터도 키우고, 하우스도 확장하는 식으로 이 집단을 키우는 느낌으로 디자인 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여기서 한두명씩 더 멤버를 늘려나가는 것보다 이 캐릭터들이 다같이 성장해가는 것을 계속 강조하고 싶습니다. 애초에 결투장에서는 캐릭터 전체를 활용하고요. 실제로 당장 캐릭터를 추가할 계획은 없고요.

그래서 이런 캐릭터를 다함께 활용하면서 캐릭터 간의 연결, 유대를 늘리는 콘텐츠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를 태그해가면서 최대한 멀리 나아가는 모드나, 다같이 타고다니는 탈 것, 이제는 흔한 길드 시스템 등등, 지금은 선택지가 굉장히 많아서 좋습니다. 모든 캐릭터가 다같이 나와서 와글와글 놀 수 있는 것, 그게 이 게임의 가장 큰 줄기입니다. 지금의 캐릭터가 부족하다는 생각보다는, 이 친구들을 게임 내에서 더 녹여내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Q. 기본적으로 완만한 경사의 직선로를 나가는 구조인데, 다양한 맵을 도입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었어요. 또 조작을 최대한 단순화 한 이유가 있나요?

A.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물론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새로운 맵들을 추가하고, 보다 다이나믹한 지평선과 스카이라인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죠. 실제로 그런 프로토타입도 만들었었어요. 다양한 이동방향을 가져서 전후좌우 대각선 모두 이동이 되고, 화면을 스크롤해야 하는.

그런데 이걸 아내가 플레이해보곤, 자기는 너무 어렵다고 하더군요. 좌우를 움직이면서 정확히 조준하고 회피하는 것 까지는 되는데, 여기저기 전부 움직여 버리니 캐릭터가 어디에 있는지 한눈에도 안들어오고, 정확히 조준할 수도 없다고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해봤고, 그런 복잡한 조작을 추가하는 것에 반해 더 많은 유저들에게 선보이기 어려운 게임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의 형태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조작은, 일단 제가 십자패드를 잘 못써요. 제가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광인데도, 십자패드는 항상 쓰면 손이 꼬이는 느낌이라, 최대한 간단히 했어요. 물론 개인 취향인 부분이긴한데, 저는 오락실 세대라서 아직 버튼이라고 하면 큼직하게 튀어나와 있어야 하고, 핸들은 손에 착착 감겨야하고 그런게 있거든요. 뭔가 터치 스크린에서 여러개의 버튼을 눌러야만 하는 조작은 최대한 지양하고 싶었습니다.


Q. 결투장 모드는 오직 자동전투만을 지원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맥락상으로는 앞서 이야기한 부분들하고 같은데요. 일단 소스코드 상에는 수동조작과 자동전투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에라도 바꿀 수 있어요. 이건 저희도 의견이 분분해서, 투표로 정해서 넣었습니다. 둘다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기 마련인 것 같아요.

일단 지금의 방식은, 비동기식인 만큼 즉각적인 조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게 크고, 어려운 조작을 넣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어요. 뭐, 그런데 유저분들이 수동조작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많다면 패치를 통해서 테스트해볼 수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시도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있어요.




Q. 전작인 '언데드 슬레이어'는 전문 퍼블리싱사를 통해서 유통했죠. 이번에는 직접 퍼블리싱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일단 결론 자체는 간단해요. 좋은 오퍼를 넣었던 곳은 그 외에 저희랑 안맞는 부분들이 있었던 거고, 저희가 같이 하고 싶었던 곳들은 제안이 모두 반려된거죠. 물론 좋은 제의가 들어왔는데도 몇가지 사정 때문에 응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요. 제각각 사정은 여러가지입니다.

일단 직접 서비스는 한국에서고, 해외 지역 중에서는 이미 퍼블리싱 계약이 되어있는 곳도 있습니다. 한국은 이렇게 된거 우리가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도해보고 있어요. 물론 일도 많고, 비용도 많이 들고, 유저를 모으는 것도 어렵지만, 이런 일을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볼까 싶습니다. 좋은 기회이자 경험인 것 같아요. 물론 생각보다 일이 너무나 많아서 멘탈이 조각조각 붕괴되고 있지만...


Q. 직접 퍼블리싱 하는 소규모 개발사로서 유통, 마케팅에 고민이 많을텐데요. 어떻게 해나가고 있나요?

A. 우리 게임은 좋게 말하면 참신하고, 나쁘게 말하면 비주류라고 할 수 있겠죠. 마케팅에서 가장 어려운건 역시 비용 대비 효과를 계산하는 거같아요. 얼만큼의 비용을 써서, 얼만큼의 모객을 기대할 수 있나 하는거요. 그랬을 때, 과연 다른 코어 RPG 게임들처럼 대규모 마케팅을 한다 해도 과연 그게 효율적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조건 큰 파이를 만들어서 유지하는데 비용을 쓰느냐, 적당한 규모의 파이를 만들어서 유지를 할 것이냐 하는 갈등이죠.

일단 저희는 다 해볼 생각입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일단 무엇이든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뭐 다들 이미 한 번 망해봤고, 망해도 그게 그렇게까지 치명적이지 않다는걸 이미 알아서 말이죠(웃음). 당장 바닥에 나앉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거든요. 실업급여도 나오고. 직업 재교육도 받고... 하하...


▲ 5명이 사용하는 사무실


Q. 소규모 개발사로서 가장 어려운점이 있다면?

A. 아무래도 마케팅이나 사업 같은 영업 영역이 가장 어려워요. 아무래도 다들 개발자 출신이고 여기서도 개발을 하다보니 모두 이런 분야에 있어서 초짜고, 사업 분야의 전문가들과는 상대가 안되죠. 그래서 이런저런 경력자들에게 물어보고, 배우고, 사례들도 공부해서 하나씩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런건 제가 '언데드 슬레이어'를 만들 때,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울 때와 똑같아요. 이게 결과적으로 제 스킬, 제 경험을 늘려준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통해서 더 많은 사업적 안목이 생길 것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겁니다. 이만큼 뼈와 살이 되는 투자가 있을까 싶은데, 뭐 베팅이라고 할 수도 있을거 같네요. 앞서 말했듯 어차피 망해도 다 삽니다(웃음).


▲ 로그라이프 플레이 영상


Q. 게임 개발자로서, 특히 인디 개발자로서 게임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실 저는 어디가서 인디 게임 개발자라고 말하기는 좀 부끄러운 면이 있어요. 아마 남들이 보기엔 가장 상업적인 인디 게임 개발자일겁니다. 소규모로 게임을 만든다는 시작점은 같았지만, 저는 결론적으로 상업화에 힘쓴 거고요.

노선이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인디 게임 개발자들과 말이죠. 저도 게임을 만드는 것은 동일합니다. 제가 게임을 하고, 만들어보는게 재미있고, 어떤 것을 구현해내고 원하는 것을 창조해내는데 뿌듯함을 느껴요. 당연하다면 당연하죠. 다만 이런 것은 개발까지이고, 만들고나서는 그 게임을 상업적으로 성공시키고 싶습니다. 아마 다들 그럴겁니다. 누가 자기 게임이 잘팔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하는걸 싫어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소규모 개발사, 인디 개발자들과 대형 게임사들이 그렇게까지 게임을 대하는게 많이 다를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대형 게임사에서 게임을 만들고 출시하는 분들도 그 게임이 그렇게 소중하고 자기 자식 같을겁니다. 남들이 보기엔 어떻게든 돈 뽑아먹을 생각만 하는 악덕의 집약체처럼 보일지 몰라도요. 자기 자신에게 소중하고, 스스로가 아끼는 결과물일겁니다.

저는 인디로 시작했지만, 모든걸 해보고 싶습니다. 이거저거 다 해보고, 어쩌면 다시 게임 회사에 들어가 일할지도 모르죠. 제가 정말 아까운건 돈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계산해 봤을 때, 이제는 더이상 눈이 침침해서 게임을 못만들겠다 싶을 시기까지 대략 10년 정도 남았다고 하면, 과연 그동안 게임을 몇개나 만들 수 있을까요? 한 대여섯개 정도 될까요?

결국 여기서 선택을 해야됩니다. 어떤 것을 만들 것인가? 'HIT'처럼 상업적으로 초대형 성공을 거두는 게임? '모뉴먼트 밸리' 처럼 비평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게임? 저는 둘다 해보고 싶습니다. 욕심이 크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쪽이나 저쪽이나 다 매력적이고 큰 경험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로그라이프'는, 그렇다면 잘 팔아야겠죠. 사업가랑 이야기를 잘 하는 것도, 타이밍을 잘 잡는 것도, 잘만드는 것만큼 잘 파는 것도 중요합니다. 게임을 만들어서 출시하고 서비스하는 것 까지, 어느하자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어요. 때로는 몸으로 부딪혀 배우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어떤 것을 해나가고 싶으신지, 간단한 포부를 말씀해주세요.

A. 저는 뭐 그렇습니다. 사실 게임만 만드는게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것 자체가 좋아요. 만들어서 남들에게 선보이고, 그 사람들이 좋아하고 이런 과정이요. 이런 저의 키덜트 생활을 더 해보고 싶습니다. 할 수 있을 때 까지요. 레고도 만들고, 만화도 그리고...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해본게 게임이니까, 또 그중에서 가장 앞서 하는게 게임이니까, 지금 이렇게 게임을 만들고 있죠. 각종 콘텐츠들, 순수 예술들, 저도 다 해보고 싶습니다.

이전에 '언데드 슬레이어' 관련 인터뷰를 하면, 다음 게임으로 무엇을 만들고 싶냐는 질문에 미연시라고 대답했어요. 뭐 그래서 재밌는 소문도 돌고 그랬는데, 어쨌든 그 말은 과장도 있지만 그만큼 다양한 장르로 발을 넓히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겁니다. 액션, 미연시, 이런걸 구애 받지 않고 상황이 되면 항상 새로운걸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게 비로소 모든걸 다 가지고 이루어내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