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17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위치한 부띠끄모나크 지하 1층에서는 게릴라 게임즈의 오픈월드 액션 RPG, '호라이즌 제로 던'의 미디어 시연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SIEK의 안도 테츠야 대표 및 게릴라 게임즈의 롤랜드 아이저만스(Roland IJzermans) 리드 컨셉 아티스트가 참여해 '호라이즌 제로 던'에 대해 소개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SIEK의 안도 테츠야 대표가 인사말을 전했고, 이어서 게릴라 게임즈의 롤랜드 아이저만스 리드 컨셉 아티스트가 짤막하게 게임을 소개했다.

SIEK의 안도 테츠야 대표

'호라이즌 제로 던'은 '킬 존'을 제작한 게릴라 게임즈가 개발한 PS4 전용 오픈월드 액션 RPG다. 플레이어는 사냥꾼 '에일로이'의 역할을 수행하며 기이한 기계 생물들이 지배하는 강렬하고 멋진 세계를 탐험하게 된다. 흥미롭고 감성적인 여정을 통해서 에일로이는 세계와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을 비밀스러운 부족 사회, 고대 유물들과 엮인 여러 가지 수수께끼를 풀어나가게 된다.


■ '호라이즌 제로 던' 롤랜드 아이저만스 아티스트 인터뷰

게릴라 게임즈의 롤랜드 아이저만스 리드 컨셉 아티스트

Q. 호라이즌 제로 던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PS4에 모든 성능을 이끌어내려고 했던 것 같다. 만들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우선 이 타이틀은 게릴라 게임즈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우리는 외부의 개발자들의 도움을 받고 영입을 해서 성능을 이끌어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Q. 이번 작품에서 데시마 엔진을 사용한다고 하고 들었는데, 코지마 프로덕션도 데시마 엔진을 사용한다고 들었다. 다른 게임(데스 스트랜딩)에서도 '호라이즌 제로 던' 만큼의 그래픽을 기대해도 될까?

=질문을 해줘서 고맙다. 코지마 스튜디오 역시 엔진 개발에 대한 기술을 찾아보면서, 우리가 전수해주는 노하우와 자신만의 기술도 가지고 있다. 우리도 공생 관계를 유지하면서 PS4의 성능을 상승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코지마 프로덕션이 우리 엔진을 사용해준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Q. 호라이즌 제로 던에서 인상 깊은 부분이 세계관이었다. 자연환경과 기계 생명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했는지 궁금하다.

=자연과 기계라는 주제는 아주 흥미로웠고, 그 둘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될지 연구를 많이 했다. 현재 세계에서도 자연과 기계는 공존이 아니라 대비되는 느낌이다. 황폐화된 세계를 기계 생물들이 지배하고, 그리고 기술을 잃은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그리고 싶었다.


Q. 게릴라 게임즈 최초의 오픈월드 게임이다. 내부적인 시행착오나 고충이 많았을 것 같은데 이야기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나?

=이번 타이틀을 만드는 처음에는 킬 존의 작은 팀에서 테스트를 했던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던 부분은 '기계'를 상대로 '사냥'하는 기분을 낼 수 있는 게임 플레이의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정글에서 실제로 맹수를 사냥하는 느낌이 들도록 하고 싶었고, 우선 킬 존을 개발하면서 있던 소스를 활용해 빠르게 제작한 프로토타입이 있었다. 거기서는 활 대신 총을 사용하는 형태였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 사냥하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우리는 그래서 인간이 맹수를 사냥하는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활과 화살을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했고, 플레이어가 맹수들의 패턴을 알아내고 기교를 이용해 사냥하는 게임 플레이를 설계하고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했다.

게릴라 게임즈의 DNA는 킬 존을 만들면서 살아났다. 그동안 킬 존을 만들면서 경험했던 노하우가 '호라이즌 제로 던'에서도 아주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래서 액션 RPG에 도전하는 게 가능했지 않나 싶다. 단순히 액션 외에도 이벤트, 퀘스트 등등 다양한 부분을 킬 존에서 쌓아오지 않았다면 짜임새 있게 구현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Q. 킬 존의 게릴라 게임즈의 DNA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액션성에 있어서는 훌륭한 1인칭 FPS를 만든 경험이 있지 않나. 스튜디오 최초로 RPG를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배운 점은 무엇인가?

=우리가 설계한 로봇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 중 하나로 '썬더 조'라는 로봇이 있다. 이 로봇의 경우는 우리가 레고로 '미니 썬더조'를 만들어서 어떤 부위가 약하고 파괴할 수 있는지, 그리고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연구를 했다. 로봇이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움직이는가, 어느 정도 거리에서 위치를 파악하고 움직이는가 하는 밸런스적인 부분을 튜닝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었다.

'썬더 조'를 튜닝하는 데만도 7~8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우리는 롤플레잉성이 강한 게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Q. 수치적인 걸 좀 질문하려고 하는데. 전체 월드의 넓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 게임 내 등장하는 기계 생물들의 바리에이션이나 플레이 타임이 궁금하다.

=한국에 방문하기 전에 봤을 때, 게임 규모에 대해서 질문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대략 60~70시간 정도 플레이한 사람 기준으로 약 85%정도?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얼마나 게임을 깊게 팔수 있는지도 다르지 않나. 얼마나 흥미를 가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게임 속에서 숨겨진 내용 중에 로봇이나 세계의 상황, 그리고 다양한 사이드 퀘스트를 통해 유저들이 알고 싶은 만큼 파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스피드런도 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많은 요소들이 있으니 그것들을 신경 쓸 수 있게 제작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Q. 에일로이가 왕좌의 게임의 '이그리트'의 영향을 받았다고 들은 적이 있다. '호라이즌 제로 던'의 독특한 세계관을 만드는데 영향을 준 창작물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렇게 듣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는 에일로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캐릭터 자체가 눈에 띄도록 많이 연구를 했다. 캐릭터를 제작하고 FGT를 통해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피드백을 받고 그랬다. 그렇게 수정하고 또다시 테스트를 하고…

에일로이는 '사냥꾼'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도록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 뭔가 개성 있는 사냥꾼이랄까...그렇게 계속 제작을 하고 다시 피드백을 받았다. 너무 궁수 같다는 의견도 많았고 야생의 사람인데 헤어가 왜 이러냐 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피드백들을 받아 전부 다 수정했고, 날쌘 동물을 사냥하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복장도 다소 가볍게 했다. 자세히 보면 가죽 패치 같은 부분도 작은 동물들의 작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부분이 있다.

에일로이는 '노라'라는 부족 출신이다. '노라'는 세계관에서 가장 강한 사냥꾼을 자처하는 부족이다. 그래서 그들은 사냥한 기계 생물들의 파츠를 몸에 장식하기도 한다. 그런 다양한 특징들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노라' 뿐 아니라 호라이즌 내의 부족들의 개성을 살리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이런 작업을 위해 세계 대부분의 부족 문화에 대해 연구했고, '노라'는 바이킹에 근간을 둔다. 이 외에도 베트남에서 거주하는 부족이라던가, 아프리카, 에스키모 같은 부족들의 문화를 통해 각각의 흔적. 복장, 문화에 주목을 해서 부족들을 디자인했다. 게임 내의 부족들이 세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해야 하는지 설계하고 반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노라'는 기본적으로 채집과 사냥을 하는 부족이다. 그래서 모든 집이 나무로 되어있고, 목장을 꾸밀 때도 주변에 어떤 목재가 있는지에 따라서 색상이 결정되는 게 있었다. 내부에서 80장이 넘는 부족 디자인을 통해서 다소 복잡하지만 아트와 3D 모델을 디자인할 때 근간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Q. 세계의 밤낮 분위기와 플레이 스타일이 완전 다르다는 점에서 놀랐다. 이 부분은 '약육강식'이라는 걸 잘 표현한 것 같은데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나?

=자연의 무대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었다. 세계에서 CNN의 다큐멘터리의 느낌이 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게임 내 환경이 살아있는 느낌, 멈춰있지 않고 언제나 움직이는 생동감을 좋아했고 이런 걸 얻기 위해 별로 안 중요할 수 있는 구름 같은 부분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플레이어가 직접 세계의 다이나믹한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실제로 플레이어가 영향을 받도록. 그렇게 서로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밤낮의 변화는 무조건적으로 구성된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보내려면 특정 시간에 수행할 수 있는 퀘스트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낮에만 수행할 수 있는 퀘스트는 밤에 이동해서 낮에 완료하고, 반대로 낮에 먼 거리를 이동해서 흐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Q. 출시 패키지로 코스튬과 무기가 등장하던데, 추후에 이런 콘텐츠가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확장팩이나 확장 시나리오도 검토 중인지 궁금하다.

=아직 게임이 발매되지 않아서 지금은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미래의 콘텐츠는 향후에 공개하도록 하겠다.


Q. 2015년 E3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로 모든 행사에서 등장했다. 굉장한 일인 것 같은에 행사의 일정을 맞출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아주 좋은 질문이다. E3 같은 이벤트는 개발하는 과정에서 번개같이 몰려오는 일정이라 대비를 하려고 노력했다. 일단은 소규모 TM을 꾸려서 준비를 하고, 나머지는 게임 개발에 집중하는 구조로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E3는 사내 전체 일정이 한 달 밀릴 정도로 임팩트 있는 행사라서 신경을 많이 썼고, 이후로도 그런 이벤트에 최선을 다해서 참여해오고 있다.

오픈 월드 게임인 만큼 유저들에게 처음 보여줄 때 게임에 있지 않을, 사라질 콘텐츠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실제 게임에 들어갈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하는 과정도 있었다. 과거에 유저들이 게임 쇼 등의 이벤트를 통해 봤던 부분은 게임에 다 들어가 있다. 플레이하면서 다시 한 번 자세히 확인해주셨으면 좋겠다(웃음).


Q. 로봇 디자인이 '로봇'답지 않고 짐승처럼 움직이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다. 영감을 어디서 받았는지 궁금하다.

=기계 생물들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디자인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로봇 동호회를 하는 교수님을 초빙해서 조언도 들었고, 미래의 로봇은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개발되고 하는 철학을 듣기도 하는 등 여러 부문에서 도움을 얻었다. 그리고 미래의 로봇은 어떻게 협업을 하는지 조언을 듣기도 했다. 로봇 디자인의 영감은 '과학'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Q. 로봇 디자인을 보면서 프라 모델 중에 '조이드'가 게 생각이 났는데, 혹시 조이드를 보거나 영감을 받은 부분이 있나?

=음...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말을 한 것 같다. 개발진들은 80년대 아이들이라서…조이드 말고도 맥워리어, 트랜스포머 등 다양한 그런 구조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직접 개발실에서 조이드를 본다거나 했던 적은 없다.


Q. 게릴라 게임즈를 유명하게 만든 게 '헬가스트'의 디자인 아닌가. '호라이즌 제로 던'에 '헬가스트'같은 개체가 등장하지 않을까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에일로이의 세계는 킬 존 세계관과 무관하긴 하다. 하지만 우리는 킬 존과 헬가스트에 대한 많은 애정이 있고... 게임하는 도중에 자세히 보면 의상이라던가 우리가 심은 힌트를 좀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Q. 혹시 DLC나 2회차의 콘텐츠로 헬가스트를 볼 수 있을까?

=음, 게임 디자이너에게 아이디어로 전달해보겠다. 좋은 아이디어 고맙다.


Q. 오픈월드 게임인 만큼 다양한 서브 퀘스트나 콘텐츠가 있을 텐데, 유저들이 이건 좀 꼭 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나?

=강력한 대미지를 줄 수 있는 무기, '소닉 블래스트' 주는 퀘스트가 있다. 기계를 한방에 뚫어버릴 수 있는 효과가 있지만 가게에서 안 파니까 서브 퀘스트를 통해 수행해야 한다.


Q. 생김새 따라 대응방법이나 약점이 다르던데, 초기 컨셉을 만들 때 약점이나 대응법을 고려하면서 짠 건지 궁금하다.

=그렇다. 우리는 모든 기계 생물의 디자인 문서를 가지고 있고, 아티스트뿐 아니라 게임 디자인을 담당하는 디자이너와도 공동으로 작업했다.

킬 존은 비주얼과 개발팀이 다 따로 있었고 통합적이지 않은 독립 개체로 운영했었다. 하지만 호라이즌은 '로봇 팀'으로 나눠 애니메이터부터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등등 많은 직군이 다 모여서 하나의 봇이 어떤 존재가 되어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처음부터 조정을 했다고 볼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부탁한다.

=모든 한국의 플레이어들이 한국어화된 '호라이즌 제로 던' 버전을 즐길 수 있게 돼서 자랑스럽고 기쁘다. 지난 6년 동안 우리가 게임을 만들면서 느꼈던 즐거움을 플레이어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사랑과 애정이 있는 작품이 있는 만큼 여러 가지 해답, 궁금점을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우셨으면 한다. 즐거운 사냥이 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