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30일), 국회 제8간담회실에서는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펼쳐졌다. 대한민국게임포럼의 주최 하에 ‘대한민국에서 게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유명 1인 크리에이터 대도서관(본명 나동현), 김병관 의원 등이 참여했다.

대한민국게임포럼의 공동대표를 맡고있는 조승래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게임은 그 실체와 상관없이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어있다”며, “이번 토론회는 그러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어낼 역할과 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토론회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김병관 의원은 “게임이란 무엇인지를 묻는 이번 주제를 보고 씁쓸했다. 냉전시대도 아니고, 왜 대한민국에서만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는 게 아쉽다”며 게임에 대한 인식을 촉구했다.


■ 게임인식의 현주소, 그리고 대처방안

▲ 전주대학교 한동숭 교수

발제를 맡은 전주대학교 한동숭 교수는 ‘게임인식의 현황과 대처방안’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게임에 대한 이해는 사회문화적 인식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밝힌 한동숭 교수는 게임이 지닌 4가지 사회적 공포를 논했다. 4가지 사회적 공포란 게임과 게이머를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주변화의 공포’, 게임을 반지성적 장애물로 간주하는 ‘미성숙의 공포’, 건강한 신체발달을 위협하는 ‘신체 훼손의 공포’, 그리고 게임세계를 현실과 유리되어 유물적 가치가 전무한 유희의 세계로 동일시하는 ‘백일몽의 공포’를 뜻한다.

이뿐만 아니라 대다수는 게임을 논할 때 폭력성, 도박성, 중독성 등의 악영향을 언급한다. 하지만 이는 게임 자체가 갖고 있는 ‘악영향’이 아니다. 한동숭 교수는 게임의 특성 중 하나인 ‘몰입’은 개인의 통제력과 환경적 요인에 크게 좌우된다고 밝혔다. 또한 폭력성 역시 폭력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폭력적인 게임을 할 때 표출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몰입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어떨까? 한동숭 교수는 우리나라가 어려운 시기를 겪어온 탓에 노동을 신성시하고, 노는 것을 거부하는 풍조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놀이에 대한 욕구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생명 유지에 대한 필수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자연스럽게 발현하는 욕구다. 게다가 최근엔 노동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 역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해 한동숭 교수는 “2030세대는 놀이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며, “놀이를 얼마나 재밌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게임이 교육에 관해 가장 적대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다고 평했다. 게임은 재미를 전달하고, 몰입을 유도하는 등 다양한 순기능을 갖추고 있음에도 교육에 대한 전근대적 인식 탓에 ‘교육’과 ‘놀이’를 완전히 구분 짓는 풍조가 남아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한동숭 교수는 “현재 시대는 ‘창의력과 콘셉의 시대’”라며, "게임을 통한 공부와 텍스트를 통한 공부 사이에는 수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게임을 하나의 뉴 미디어로서 받아들이고, 다양한 경험들을 게임 플레이 방식으로 전달하는 걸 고민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게임에 대한 다방면의 인문 사회학적 연구로 게임 리터러시를 강화하고, 산업협회 및 플레이어 단체의 자율적인 기반구축 역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 나동현 크리에이터

이후 나동현 크리에이터가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최근 0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사뭇 다른 성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사람은 성취감을 중요시하는데, 학업을 통해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학생들은 5%도 안 된다며, 그걸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플랫폼이 게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게임을 통해 분명 많은 걸 배울 수 있고,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게임도 많은 데 부정적 측면만이 너무 부각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윤준희 고문은 본인이 개발자들과 소통하고 살아오면서 느낀 바를 털어놓았다. 그는 최근 4차산업시대가 도래하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는 이미 과거 국내 온라인 게임 등에서 활용된 기술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한국 게임사의 시총을 다 합치면 약 40조 원가량 된다며, 이런 규모에 비해 정채적으로 미비한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 영산대학교 이승훈 교수

영산대학교 이승훈 교수 역시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절실한 시기라며, 게임산업진흥법의 개정을 촉구했다. 그는 현재 게임법이 아케이드 게임 위주로 구성되어있어 게임의 다양성을 반영하기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게임 플랫폼 첨단 기술의 흐름을 반영하는데도 부족함이 있기 때문에 게임의 긍정적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게임법 개정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고령화사회 관련 신경정신과 교수들로부터 “게임은 실존하는 물질이 아닌데, 어떻게 중독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오히려 게임은 치매나 파킨슨 등 질환 치료에 쓰이도록 치료/처방코드 등록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자주 듣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훈 교수는 과거 80년대에는 코미디가 바보들의 행진이라 불렸으나 오늘날에는 웃음과 풍자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게임 역시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모바일게임협회 김현규 부회장

한국모바일게임협회 김현규 부회장은 게임은 아직 대중문화로 불리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게임인식의 현주소를 짚었다. 그는 "기성세대와 젊은세대의 간극이 굉장히 크다"며, "기성세대는 어린 시절을 게임을 거의 하지 않았던 반면, 오늘날의 어린이들은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게임을 일찍 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대 간의 변화를 인지하고 게임을 바라보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은 게임 산업이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액의 55.8%를 차지하고 있는 효자 산업이라고 전했다. 또한,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게임이 TV 시청과 인터넷 검색에 이어 국민들이 3번째로 많이 즐기는 여가활동이라며 생활 전반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강조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탈피하기 위해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그는 7월 1일부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등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 토론회

▲ 게임물관리위원회 여명숙 위원장

게임인식의 현주소에 관한 발제가 끝난 뒤 본격적인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발제자 외에 여명숙 위원장, 위정현 교수 등이 자리해 발언을 이어갔다.

여명숙 위원장은 "도박과 게임의 경계를 뒤흔들어 무법지대로 만든 게 있다. 의원들이 그걸 털어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올린 각종 이론도 공연한 것이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나동현 크리에이터는 "유저들의 판단능력이 상당히 올라와있다. 이상하다 싶으면 본인들이 직접 신고하는 게 최근 유저"라며, "왜 다른 사람들이 심의를 정하는지 의문"이라 말했다. 아울러 그는 "창의력의 산실인 게임을 이야기하면서 규격에 맞추라는 건 잘못된 이야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승훈 교수는 이해관계자들이 너무 앞에 나서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해관계자들이 아이들의 수면권 보장을 계속 이야기하며 셧다운제를 주장했는데, 막상 청소년들의 발언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위정현 교수는 게임 중독 질병화 이슈를 몇몇 의사들이 이권을 걸고 주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부 의사들이 조직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게임을 공격하는 게 그들의 이권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게임 중독 질병코드 등재 보류 이후 게임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떨어진 게 느껸지다며 긴장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조승래 의원은 "게임 그 자체와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혼재되어있다"며,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게임 이용자들과 함께 할 NGO 같은 단체가 없다. 전문가들이 그 역할을 대신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