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셀 안띠 수말라 디자이너

최근 슈퍼셀의 신작 브롤스타즈가 전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간단하고 직관적인 조작, 절묘한 밸런스와 비즈니스 모델, 그 속에 숨어있는 ‘깊이’까지 그야말로 모바일 슈터의 모범생이라는 평가다. 이러한 인기를 방증하듯, 브롤스타즈는 정식 런칭 2달 만에 5천만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며 슈퍼셀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떠올랐다.

정말 '슈퍼셀스럽게 잘 만든 게임’ 브롤스타즈, 그 개발 과정은 어땠을까? 안띠 수말라(Antti Summala) 게임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통해 그 과거를 파헤쳐본다.

안띠 수말라는 현재까지 8년간 슈퍼셀에서 근무 중인 게임 디자이너로 붐비치, 헤이데이, 클래시 로얄 그리고 브롤스타즈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그는 브롤스타즈를 개발하면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어떻게 베타 과정을 거쳐왔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 주요 작품에 꾸준히 참여해온 안띠 수말라

브롤스타즈에 관한 기획을 처음 구상할 당시 시장에는 이렇다 할만한 ‘모바일 슈터 게임’이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사람들의 인식과 수요 그리고 하드웨어적 성능 등 세상은 충분히 준비되어있다고 느꼈고 이에 슈퍼셀의 머리 속에서 브롤스타즈라는 아이디어가 처음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규모 인원으로 멀티플레이 액션 슈터 장르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내부적인 마일스톤을 지니고 개발에 임해왔다. 당시 프로토타입은 현재의 브롤스타즈와는 사뭇 다른 형태였다.

브롤스타즈는 캐나다에 iOS 플랫폼으로 소프트 런칭된 바 있다. 슈퍼셀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세 가지다. 캐나다가 굉장히 산업적 표준에 가까운 환경을 지닌 시장이라 전작의 지표와 비교를 하기에 용이했다는 점, 한 플랫폼에만 집중하는 것이 개발 및 테스트를 하기에 간단했다는 점, 아직 미완성된 게임의 apk를 무방비하게 노출하는 것을 방지하고 싶었다는 점이다.

▲ 초창기 프로토타입,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

브롤스타즈의 베타 서비스 기간은 정말 길었다. 총 545일이 걸렸는데, 그 이유는 글로벌 런칭에 대한 슈퍼셀 내부의 높은 기준 탓이었다. 슈퍼셀은 그간 꾸준히 성공을 거둬왔기에 그만큼 높은 기준을 내걸었다.

가장 크게 다듬은 것은 조작 체계다. 브롤스타즈는 가상 조이스틱으로 이동과 공격을 모두 수행하는 게임이다. 프로토타입은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움직이기만 하면, 시야 내에 들어온 적을 자동 공격하는 방식이었다. 이 역시 꽤나 재밌었지만, 슈퍼셀은 이 이상의 재미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위 버전은 소프트 런칭 당시에 가까운 빌드다. 수동으로 목표 지점을 지정해 공격을 수행할 수 있도록 수정됐으며, 자동 공격 기능은 일부 제한되었다.

그런데, 17년도 3월, 해당 빌드를 기반으로 유저 테스트를 진행해 얻은 결과는 예상과 상당히 달랐다. 테스터는 정신없이 두 엄지손가락을 움직여야 했고, 이는 누가 봐도 너무나 어려워 보였다. 실제로 테스터들은 1분에 250번은 탭을 해야 하는 거 같다며 너무 힘들다고 피드백을 남겼다. 안띠 수말라 역시 당시 테스트 결과가 자신이 생각했던 ‘간단하고 배우기 쉬운 게임’과는 한참 동떨어진 모습이었다고 고백했다.

▲ 생각보다 어려운 조작 방식에 당황한 테스터들

이후 슈퍼셀 측은 탭과 가상 조이스틱을 놓고 신중한 선택을 하게 된다. 탭으로 이동하고 조이스틱으로 슈팅을 하는 방식, 반대로 조이스틱으로 이동하고 탭으로 슈팅하는 방식 중 어떤 것이 나을지 내부에서 치열한 고민을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슈퍼셀은 플레이어에게 두 가지 옵션을 모두 남겼다. 플레이어가 원하는 방식을 채택해 즐기도록 하고, 그 테스트 결과를 이후 정식 론칭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처음에는 명확한 승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많은 유저가 조이스틱 조작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동과 공격 모두 조이스틱에서 좋은 결과를 보였으며, 이에 모든 기능을 조이스틱으로 대체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 조이스틱으로 조작 체계를 통일했다

성장 시스템 역시 여러모로 복잡한 변천사를 지니고 있다. 과거 브롤스타즈는 캐릭터 별로 체력, 공격, 슈퍼 총 3가지의 스테이터스를 지니고 있었으며, 각각 엘릭서를 통해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이러한 성장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건 어떤 식으로든 유저 간의 격차가 발생한다는 뜻이므로 파워 스케일링을 25%로 적게 가져갔다. 클래시 로얄의 유닛 파워 스케일링이 200%에 달하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적은 수치다.

성장 자원인 엘릭서는 루트 박스에서 나오도록 설정했는데, 유저들은 이에 상당히 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였으며 슈퍼셀 측 역시 실착임을 깨닫고 대대적인 개선을 진행하게 됐다.

베타 6개월차에 성장 시스템 관련 리메이크가 이루어졌다. 25%의 파워스케일링은 그대로 유지하되, 핀, 뱃지, 메달 그리고 훈장 등 다양한 업그레이드 아이템으로 비선형적인 성장을 추구했다. 엘릭서는 토큰으로 대체했으며, 이 역시 루트 박스에 포함되어 있었다. 스타 파워 역시 이 때 도입됐는데, 이로 인해 밸런싱이 난해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베타 9개월 차에 또 한번 리메이크를 거치게 됐다. 성장 시스템이 너무 지저분하다는 판단이었다. 캐릭터 별 고유의 파워포인트를 모아 코인을 소비해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바뀌었으며, 이는 클래시 로얄과 상당히 유사했다. 우선 메달, 뱃지, 훈장 등 지저분한 요소가 사라져 훨씬 깔끔하고 직관적으로 바뀌어 내부적인 평가 역시 좋았다. 다만, 성장의 재미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캐릭터의 파워 스케일링을 40%로 늘려 레벨업을 할 때 마다 강해지는 것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초창기 캐릭터의 성장 시스템

▲ 몇번의 수정을 거쳐 깔끔하게 바뀌었다

브롤 스타즈는 조작과 성장 외에도 여러 부분에서 다양한 변화를 추구해왔다.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다양한 맵과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왔으며, 소셜 플레이 기능 역시 기존에 비해 한층 강력해졌다. 또한, 경제 체계에 대한 전체적인 조율이 이루어져 절묘한 밸런스가 생겨났고, 트로피 단계별로 고정형 보상을 추가해 플레이에 대한 동기를 부여했다.

안띠 수말라 디자이너는 강연 말미에 “혁신을 하는 데 망설이거나 두려워하지 말라”며, “그를 두려워해 검증된 디자인으로 돌아가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고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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