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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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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사골국물’은 원치 않습니다.필자는 올해 34세로 조그만 PC방을 운영중인 자영업자이자 대한민국 게이머중 한 사람입니다. 게이머란? 우리의 친절한 네이버 백과사전에 의하면 “게이머(gamer)라는 용어는 전통적으로 롤플레잉 게임이나 전쟁 게임을 즐기는 사람을 보통 일컫는다”라고 나와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롤플레잉 게임과 전쟁게임을 하는 사람만 ‘게이머’라는 범주에 드는지 살짝 의문이 생겼습니다.(그렇다면, 피파온라인(스포츠)이나 던전앤파이터(액션아케이드)를 하는 사람들은 게이머가 아니란 말인가?) 하지만 백과사전 밑에 어학사전에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이라고 아주 폭넓게(?) 명시하였기에 잠시나마 “네이버도 허접한 구석이 있는걸?”이라고 생각했던 필자의 오해는 풀렸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게이머’가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7년전인 1982년 필자가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이었던 시절 여름 큰 형님의 손을 잡고 간 곳은 30평 남짓한 곳이었고 입구에는 ‘오락실’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조그마한 모니터와 핸들, 버튼이 일체형으로 된 기계들이 약 10여대 정도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어린마음에 처음 와본 오락실은 필자에게는 신기함과 놀라움도 컸지만, 머릿속에 뭔가 뜨거운 것이 타오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너무 거창한거 같지만 사실입니다^^) 필자가 처음으로 접한 게임은 조그마한 전투기가 등장해 좌우로 적들이 쏘는 총탄을 피해가며 벌이나 파리 같이 생긴 곤충들을 잡는 다소 단순한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나중에 약간 철이 들고 안 것이지만 그 게임이 1981년 출시(확실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되어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일본 남코사의 ‘갤러그’였습니다. 필자는 갤러그를 시작으로 슈팅, 액션, 아케이드 등등 가리지 않고 섭렵했고,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캡콤사의 대전액션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최강자로 군림하기 위해 일명 ‘얍삽이’까지 연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중,고교시절 패미콤 게임기로 접했던 RPG인 드래곤퀘스트, 파이날판타지 시리즈는 늘 대전액션, 슈팅 등의 비슷한 장르만 접해오던 필자에게 새로운 신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필자는 이때 갤러그를 접했던 것 이상으로 신선한 자극을 받았습니다. PC게임으로 등장했던 코에이사의 삼국지, 대항해시대 시리즈도 앞선 장르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늘 필자에게 재미와 기쁨을 주었던 게임이었지만 대학에 들어가고 군대에 가는 동안 오락실에는 매번 봐왔던 똑같은 대전액션 게임들만 존재했고, PC게임, 콘솔게임 등도 나름 시각적인 발전은 있었지만 좀 거창한 표현을 쓰자면 ‘영혼을 자극하는 게임’은 더 이상 만날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 필자가 군대에서 제대하고 대학 복학을 앞둔 1998년 또다시 놀라운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미국 블리자드사가 출시한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스타크래프트’의 등장이었습니다. 물론 스타크래프트가 등장하기 전 C&C로 잘 알려진 웨스트우드사의 커맨드엔퀀커라는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있었지만, 일부 매니아층만 즐겼을 뿐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등장은 대학가 주변을 시작으로 전국에 PC방 폭풍을 몰고 왔고, 젊은 층은 당구장 대신 PC방에서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들어 갔습니다. 이처럼 스타크래프트가 사상유례가 없는 대중적 인기를 구가했지만 필자는 앞서 새로운 장르의 게임들을 접했던 것과 같은 큰 감동은 느낄 수 없었고, 그저 친구들과 3:3 4:4로 편을 나누어 노는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필자가 다시 만난 영혼을 자극하는 뜨거운 게임은 2년뒤인 2000년 여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스타크래프트로 히트친 블리자드사가 차기작으로 내놓은 ‘디아블로2’ 였습니다. 디아블로2? 2면 분명 1탄이 있었을지언데... 왜 나는 해보지 못했을까 생각했지만, 디아블로1이 처음 나온 1997년에 필자는 군대에서 열심히 복무 하느라 만날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 이유였습니다 ;; 그렇게 처음 만난 새로운 장르의 RPG게임인 디아블로는 그간 오프라인에서만 같이 만나고 즐길 수 있었던 게이머들을 온라인 이라는 새로운 세상 속에 같이 만나 서로 돕고 경쟁하는 또다른 신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앞서 공전의 히트를 친 국내작인 리니지1이 있었지만 시각적, 청각적 요소를 중시하는 필자는 리니지1이 단순히 그래픽이 허접하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시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리니지1을 PC방에서 즐기는 유저들 중 다수가 동네 주먹으로 통하는 조폭 아저씨들이 많아 좀 안좋게 보였던 것도 사실이었죠. 디아블로2는 출시 1년뒤인 2001년 1개의 확장팩과 향후 출시될 게임들의 모태가 된 여러 가지 요소들을 남기고 차츰 유저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이렇게 필자가 처음 접한 ‘온라인게임’인 디아블로2는 세월이 흘러도 게임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월드컵의 인기로 국내가 떠들썩했던 2002년 대학을 졸업하고 누구나 그렇듯 취업전선에 뛰어든 필자는 군대에서처럼 맡은바 일에 충실(?)하느라 2005년 가을까지 게임과는 담을 쌓게 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리니지2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은 접했지만 애통하게도 일과 게임은 병행할 수 없다는 필자의 원칙아래 해볼 기회를 갖질 못했습니다.(이는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있습니다) 이후 2005년 말경 필자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간 열심히 모은 돈으로 더 나이 먹기 전에 내것을 한번 해보자는 신념하에 작은 PC방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평생 해오던 게임을 드디어 누구에게도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죠. 하지만 너무 몰입할 경우 PC방 영업에 지장을 끼칠 것 같아 온라인 게임은 하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그 다짐은 한달도 못가 깨졌습니다 ^^; 당시 피시방 단골손님들이 권해서 시작하게 됐던 ‘로한’ 이라는 게임은 게임업계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는 YNK코리아 라는 곳에서 개발했습니다. 그래픽이나 사운드 등 디아블로2에 비해 많이 발전했고, 기본적인 요소나 진행방식 등이 흡사한점이 많아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디아블로가 배틀넷 방식으로 진행됐던 반면, 로한은 서버 형식으로 특정 서버에 캐릭터를 생성하면 그 서버안에 각종 유저간의 거래와 이해관계가 조성되는 ‘월드시스템 방식’ 이었습니다. 리니지1,2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역시 같은 방식이었으나, 필자는 월드시스템 방식을 로한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필자는 이 ‘월드시스템방식’에 또다시 진화된 게임의 모습을 발견했고, 잠깐씩 쉰적은 있지만 무려 4년간이나 ‘로한’이라는 게임을 즐겼습니다. 그간 여러 게임들을 즐겨왔지만 4년간이나 한가지 게임만을 즐겨온 이유는 돌이켜보면 ‘로한’이라는 게임이 뛰어나서라기 보다는 그 속에서 알게된 사람들과의 인연이 그만큼 값지고 소중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이어 2008년 초부터 NC소프트의 차기작으로 예고된 ‘아이온’의 등장은 필자에게 또 한번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줄 희망으로 기대 됐습니다. 3번의 클로즈베타를 거쳐 2008년 11월11일 출시된 아이온. 벌써 출시된지 9개월이 지났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이온은 기대이하의 게임이라는 결론입니다. 물론 지금 아이온이 펼치고 있는 행보는 놀랍습니다. 출시와 동시에 각종 게임차트에 독보적인 기세로 1위를 질주하고 있고, 최근에는 일본 대만 중국에도 오픈베타를 시작했습니다. 아이온 출시와 동시에 NC소프트 주식은 엄청나게 올랐고(지금도 안사둔게 후회될 정도입니다) 각종 언론 및 해외에도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실망스럽다? 재미가 없다? 한번은 제가 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게임 선호도가 너무 매니아틱한 스타일로 변해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 주위에 아는 지인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이온 재미있으세요? 결론은 10이면 10 같았습니다. “요즘 할만한 게임이 없어서요” 이는 2가지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아이온이 현존하는 게임중 제일 재미 있다는 것과 근래 신작들이 실망스럽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번째 이유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게임차트 순위를 보시면 1위부터 10위까지는 늘상 봐왔던 게임들이 대부분입니다. 출시되는 게임들은 수도없이 많은데 순위차트는 늘상 고정되어 있습니다. PC방을 운영하는 사람중 하나로 참으로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만큼 최근 나온 게임들이 경쟁력이 없습니다. 그 ‘경쟁력 없는 요즘 게임’ 중에 아이온은 그래도 꾸준히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1위를 기록하고 있을까? 저는 이것을 뛰어난 기획력도, 새로운 시스템도아닌 크게 3가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NC소프트라는 브랜드의 힘과 타 게임의 추종을 불허하는 깔끔하고 뛰어난 그래픽 둘째, 하드코어 유저들과 라이트 유저간의 간격이 크지 않는 시스템 구조 셋째, 근래들어 할만한 게임이 없는 현실 아이온이 왜 재미가 없고 어떤점이 실망스러운지 구체적으로 나열하자면 A4용지로 10장이상 쓸 수 있지만 생략하겠습니다. 다들 잘 아실테니깐요. 큰 맥락으로 보면 아이온은 게임속에 스트레스만 존재할뿐 감동과 재미는 없습니다. 뛰어난 그래픽으로 무장했지만 기획 실수로 유저들에게 단순한 반복 작업만 시키고 있습니다. 그 반복작업 조차 쉽사리 할 수 없게 시도때도 없이 패치만 거듭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저들에게 스트레스는 더욱 더 가중시킵니다. 재미도 없는데 뭔가 해볼려고 하면 더 피곤하게 더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죠. 간단히 이번1.5패치만 봐도 무슨 사골 우려먹듯이 또다시 인던,인던,인던 재탕 삼탕으로 파티단위 인던만 있습니다. 또다시 3,4개월간 아이온이 만들어준 놀이터(인던)에서 기계처럼 반복작업만 해야할 것을 생각하니 숨이 막힙니다. 유저들은 인던에서 무슨 복권에 당첨되기를 기대하는양 자신의 직업템이 나오길 기대하며 매번 반복작업에 돌입합니다. 차라리 인던에서 얻은 아이템으로 천족 마족간에 대규모 싸움이 가능한 장소라도 만들어주면 그나마 다행일 것입니다.(싸울려면 어비스로 가라는 말은 이제 철지난 유행어 축에도 끼지 못합니다) 이번에 어비스 요새인던이라는 것이 생겨서 요새 수성전이 이루어 질지도 모릅니다만.. 최고사양의 PC로도 50명만 모이면 랙이 발생해 튕겨버리는 어비스에서 정상적인 요새전이 실현될리 만무합니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에서 길드 소속감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온을 하며 세삼 또 한번 느끼게 됩니다. 이는 평소에도 중요시 생각하던 것인데 아이온을 통해 더욱 절실히 와닿게 된 것 같습니다. 현재 아이온에 접속해서 하는 것이라고는 파티단위로 인던에 들어가거나 가끔 필드상에서 방황중인 상대종족을 잡는것이 전부입니다.(처음에는 채집도 하고 제작도 하지만 잠시 뿐입니다) 매일 똑같은 단순 작업일지라도 같은 레기온 사람들과 하면 다행일진데... 저마다 접속시간이 다르고 그러다보니 각자 다른 파티에 들어가서 노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자신의 파티에 신경쓰다보면 레기온 가족이 접속해도 인사조차 할 겨를이 없습니다.(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요) 실정이 이렇다 보니 같은 레기온이라 할지라도 딱히 소속감이 없습니다. 이 역시 게임에 실망스러운 점 중 큰 요소입니다. 차라리 길드대 길드간의 싸움이라도 존재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만 그럼 공동 목표로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테니. 때문에 현재 아이온 시스템상 레기온원간의 공통된 목표의식이 없습니다.(요새전이 있지 않냐고 하면 이말 역시 철지난 유행어 2탄 축에도 끼지 못합니다) 제가 이처럼 아이온에 큰 실망감을 느낀 것은 그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앞서 다른분이 말씀하신 것 처럼 저 역시 아이온 말고 다른 게임 할만한 것이 없는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이온에 접하기 싫더라도 다른 게임은 손도 대지 않고 있습니다. 솔직히 더 큰 실망감을 느낄 것이 두렵고, 국내 최대 게임업체에서 만든 아이온이 이처럼 실망스러운데 적어도 블리자드 급은 되야 새롭게 시작하지 라는 생각도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게임을 하는 대신 요즘 인기리에 방영중인 ‘선덕여왕’ 1~16편까지 다운받아 보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아이온에 접해서 인던 도는 시간보다는 훨씬 유익했습니다. 너무 답답해 길고 영양가 없는 글을 장황한 쓰게 됐습니다. 하루빨리 영혼을 자극하는 새로운 게임 출시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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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