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노스 서버 천족 진영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아저씨 유저입니다.

레기온에 가입해 고정으로 루드라를 다니고 있고, 원정 마지막 던전인 두르바티도 꾸준히 클리어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려움 난이도는 딜 부족으로 여전히 쉽지 않더군요.
투력은 3000을 조금 넘겼고, 종종 불신에서 어려움을 호소하시는 분들이나 초보 유저분들을 모아 학원팟도 혼자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드는 양보받고, 보이스를 켜서 패턴을 설명해 주며 하나하나 맞춰 가는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네요.

누군가에게는 엄청 쉬운 콘텐츠가, 또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제 지인 중에도 아직 지켈을 못 깨 힘들어하시는 분이 있고, 게임 센스가 있는 젊은 친구들은 금방 익숙해지기도 하죠. 하지만 누구에게나 서툰 처음은 있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호성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인식이 정말 좋지 않았습니다.
파티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입장 투력이라는 이유로 강퇴당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 시작이 아마 바크론이었을 겁니다.

오기가 생겼습니다.
입장 투력에 맞는 사람들끼리 직접 파티를 모집해 숙련될 때까지 계속 헤딩했고, 딜 타임을 어떻게든 짜내며 공략법을 만들어 갔습니다. 그 과정 덕분에 수호성의 PVE 이해도는 상당히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수호성은 딜보다 파티의 안정성에 크게 기여하는 직업입니다.
두르바티에서도 돌진으로 벽을 깨지 않게 고정하고, 독 장판을 버리고 와서 합류 거리를 줄이며 보스를 중앙에 고정시키는 역할이 딜 수치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몬스터의 정면을 볼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기에 어떤 짤패턴을 막아 공증을 걸 것인지, 어떤 공격은 피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방식도 딜러와는 전혀 다릅니다.
물론 게임 디렉터는 “탱커는 없다”고 말했지만, 수호성을 제대로 해 본 분들이라면 이 역할의 의미를 충분히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밤늦게 갑자기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게임이 점점 병들어 가는 느낌이 들어 넋두리 삼아 남겨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방금 전 두르바티를 도는 도중, 궁성 한 분이 딜 부족으로 광폭을 보자마자 아무 말 없이 파티를 나가버렸습니다. 투력은 3000 정도였고, 장판과 꼬리치기에 계속 녹으며 딜 로스도 많던 분이었습니다.

저 역시 이런 장면을 한두 번 본 건 아닙니다.
그래도 함께 고생해서 네임드들을 잡고 막보까지 왔다면 “조금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같이 도전해 보는 게 MMORPG의 재미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니 이를 강요할 수는 없겠지요.

트라이하며 성장하는 재미보다, 쉽게쉽게 클리어하는 게 더 재미있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제가 와우도 해보고, 로아도 해보고, MMORPG를 오래 즐기며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게임이 남는 게 아니라 사람이 남는 게임이 오래 갑니다.

던전을 깨는 재미가 좋아 지인에게 추천해 함께 시작했는데, 지금은 제가 없으면 원정 자체를 돌기 힘든 환경이 되어버린 게 참 안타깝더군요.

성장은 분명 MMORPG의 가장 큰 재미 요소입니다.
하지만 입장 투력이 되어도 함께 트라이해 보자는 파티는 거의 없고, 하위 던전은 이미 버스 문화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초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스템의 문제도 분명 있겠지만, 요즘 게임을 즐기는 문화 자체가 예전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낍니다.

대부분이 플레이어라기보다 소비자 마인드에 가깝습니다.
“이 정도 스펙을 만들었으니 편하게 깨야 한다”는 인식이 당연해졌고, 막히면 도전하기보다 파티를 바꾸거나 나가버리는 선택이 먼저 나오죠.

두르바티가 나오자마자 치유성 기피 현상이 생긴 것도 비슷한 흐름이라 생각합니다.
루드라 때는 그렇게 찾던 직업이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고 바로 외면당하는 모습이 참 씁쓸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은,
우리가 게임 속에서조차 사람의 가치를 너무 쉽게 소비해 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하려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이유를 찾는다.

지금 많은 유저들은 어떻게 깨볼지를 고민하기보다, 왜 이 파티가 별로인지부터 찾고 있는 건 아닐까요.

성장 과정이 사라지고, 도전이 손해로 여겨지는 순간,
MMORPG는 더 이상 함께 만들어 가는 세계가 아니라 빠르게 소비하고 버리는 콘텐츠가 되어버립니다.

게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사람과 과정이 남지 않는 게임은 결국 오래 가지 못했다는 걸, 우리는 이미 수많은 MMO의 역사를 통해 봐왔습니다.


사람을 남기세요. 나한테는 쉽지만 누구에겐 어려운 그 던전을 내가 도움을 줘서 그 사람과 친구가 되는 그런 게임을 한번 즐겨보십쇼.


새벽감성에 젖어서 늙은이가 헛소리한다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즐거운 아이온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