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치를 보면 개발사도 치유성의 기피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대지의 징벌’ 상향 이후 경과를 지켜보고, 다시 ‘보호의 빛’에 피해 증폭 효과를 추가하는 등 단계적으로 파티 기여도를 올리는 조치를 이어갔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결과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치유는 예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파티 DPS 상승에 유의미한 포지션이 됐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치유가 강해진 방식이 ‘치유다운 방향’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치유가 파티에서 필요한 이유는 원래 생존과 회복 능력이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상향은 힐이나 케어 능력을 강화한 것이 아니라, 피해 증폭 같은 딜 시너지 효과를 덧붙이는 방식에 가까웠다.

그 결과, 치유는 좋아졌지만 대신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바로 호법성의 아이덴티티가 흐려졌다는 점이다.

원래 구조는 비교적 명확해야 한다.
 • 치유 = 힐/생존 특화
 • 호법 = 딜 버프/전투 지원 특화

서포터라도 역할이 분리되어 있을때 각자 존재 가치가 있다.

그런데 치유에게 지속적으로 피해 증폭 버프를 추가하면서, 치유가 자연스럽게 ‘보조 버퍼’ 역할까지 일부 가져가게 됐다.
결국 파티 입장에서는 “굳이 호법을 꼭 데려가야 하나?”라는 선택지가 생겨버렸고, 이는 곧 호법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요약하면 이렇다.

치유는 분명 상향됐다.
하지만 그 대가로 호법이 손해를 봤다.

한 직업을 살리기 위해 다른 직업의 정체성을 깎아내리는 방식은 결코 건강한 밸런스라고 보기 어렵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애초에 치유가 기피됐던 이유는 버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개인 딜 기여도가 구조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다른 직업들은 기본 패시브에 치명타, 명중, 공격력 상승 같은 전투 옵션이 다수 포함되어 있지만, 치유는 이런 요소가 거의 없고 기본 공격력도 낮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딜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개발사는 치유 개인 화력을 직접 올리는 방식은 피하고, 파티 시너지 강화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아마 ‘힐러가 딜까지 강해지는 구조’를 원하지 않는 클래스 철학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접근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치유를 억지로 버퍼나 딜러처럼 만드는 대신,
클래스별 역할을 더 명확히 구분하고 전투 설계를 바꾸는 것이 맞다.

예를 들어
 • 높은 피해량으로 힐 케어가 필수적인 패턴 도입
 • 생존 관리가 공략 핵심이 되는 기믹 설계
 • 단순 피통 증가형 DPS 체크 대신 역할 수행 중심 전투

이런 구조라면 치유는 ‘딜이 약해도 반드시 필요한 직업’이 된다.

지금처럼 단순히 피해 증가 수치 몇 %를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치유와 호법 둘 다 애매해질 뿐이다.
수치 조정이 아니라 설계 방향의 문제다.

결국 필요한 건 또 하나의 버프가 아니라, 역할에 맞는 전투 구조다.

그래야 직업 선택이 ‘딜 효율’이 아니라 ‘존재 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