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는 추방당하지 않으려면 딜을 올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그래서 악세와 무기부터 돌파하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고, 실제로 딜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파티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저 역시 드라마타 시절부터 보통 난이도 콘텐츠에서도 거의 매일 추방을 경험했습니다. 상향 지원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었고, 단순히 세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또 방어구를 돌파한 치유를 찾습니다. 기준이 바뀌는 것 자체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그때그때 바뀌는 기준에 따른 부담을 전부 치유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필요할 때는 딜 치유를 찾고, 또 필요할 때는 단단한 치유를 찾으면서 어느 쪽을 맞춰도 결국 불만이 나온다면, 문제는 개인 세팅이 아니라 요구 방식 자체에 있는 것 아닙니까?


성역만 반복하는 것도 아닙니다. 원정이나 초월처럼 더 자주 가는 콘텐츠에서는 또 다른 기준이 적용됩니다. 방어구 중심 세팅이면 클리어 타임이 느리다고 기피하거나 추방하고, 본캐 치유에게도 결국 달리기나 하라는 말이 나옵니다. 상황은 계속 반복되는데 왜 유독 치유에게만 불만이 집중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솔직히 억울한 건 치유 쪽입니다.


추방이 없었다는 말에도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모든 파티가 그랬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당시 분위기 자체가 추방을 당연하게 여기는 흐름이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흐름에 맞춰 플레이하다 보니 지금은 40돌까지 오게 된 겁니다. 그런데 최근에도 하향 지원으로 갔음에도 달려줄 수 있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게 역할 수행의 문제입니까, 아니면 진행 방식 자체가 왜곡된 겁니까? 달리기를 요구하기보다 보스를 자연스럽게 이어서 진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게 더 근본적인 방향 아닙니까?


저는 달리려고 치유를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파티 안정성과 호흡을 맞추는 재미 때문에 치유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역할 수행보다 상황에 맞게 세팅을 얼마나 빨리 바꿀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처럼 느껴집니다. 딜이 부족하면 악세를 올리라고 하고, 생존이 부족하면 방어구를 올리라고 하고, 조율까지 계속 바꾸라고 합니다.


하지만 자원은 한정적입니다.
악세, 무기, 방어구, 조율까지 기준이 바뀔 때마다 모두 맞추라는 요구는 결국 치유에게 책임을 몰아주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요구만 달라지고 어느 쪽을 선택해도 불만이 나온다면, 그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모순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커뮤니티를 보면 생산적인 논의보다 감정적인 반응이 더 많아 보입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해도 내용을 두고 이야기하기보다, 특정 표현 하나만 물고 늘어지면서 혐오 섞인 말이나 조롱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싫은 것도 단순한 피로감이 아닙니다. 치유에 대한 적대감이 너무 쉽게 혐오성 표현으로 번지고, 그걸 당연한 반응처럼 소비하는 분위기 자체가 불쾌한 겁니다. 이런 문제는 치유 개인에게 할 것이 아니라 역할 설계와 콘텐츠 구조를 만든 게임사에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도 이제 커뮤니티에서 글이나 댓글은 여기까지 하려고 합니다.
기준은 계속 바뀌고 그 부담은 개인에게 남는 흐름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인게임에서는 이런 문제로 불필요한 갈등을 더 겪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