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의 삶 앞에서 -

[서옥인]

어제 오후,
준혁이 손을 잡고 시장에 갔었습니다.

여기저기 들러 장을 보고
마지막으로 정육점에 들렀습니다.

정육점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계산대 앞에 있는 종이 뭉치가 눈에 잡혔습니다.
뭘까?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건만
시력도 안 좋은 제 눈에 감지가 된 이상 손이 먼저 갔습니다.

˝꺼져가는 윤아의 생명을 살려주세요.˝

재생불량성 빈혈로 일 주일에 헌혈증서 8장이 필요하다...

월 수백만원 병원비 부담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못 받고 있다...

......

<어둠>

미워할 것이냐 나의 마음을
복받쳐오르는 설움을
어둠의 씨앗이 커지고 길어질수록
나는 더 이상 내 자신이 아니다.
나의 커다란 포부는 이미 묻혀버렸다.
나의 가슴 속에 작은 빛조차...
알 수가 없다. 나의 마음을
갈팡질팡하는 나의 희망을.
......

시인,소설가가 되기를 꿈꾸던 윤아의 <시>입니다.

동사무소 건물 3층에서 1일 찻집과 헌혈을 한답니다.
그래서 그 곳에 가려고 합니다.

가서
어린 나이에 절망과 희망을 번갈아 안으며
세상 끝을 보고 있는 윤아를 위해
가벼운 지갑이나마 주저없이 열고
병없는 피, 그 애를 위해 아낌없이 나누고 싶습니다.

이런 마음,
그저 동정심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뜨거운 것이 옵니다.
그저 안타깝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절박합니다.

우리가 사람이기에 가능한 따뜻한 나눔이 아닐까요.

윤아가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기 보다는
이웃의 관심과 사랑을 토대로
희망을 더 크게 안아 가지길 기도합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라는데
윤아의 마음에도 봄이 필 수 있었으면...

떨리는 가슴으로 가만히 소망해 봅니다.

*옥인홈에 들려보세요,http://my.dreamwiz.com/soi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