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5-2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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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를 하는이유디아블로 세계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그날은 유독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어느 날, 어머니께서 작은 비닐봉지 하나를 건네주셨다. 그 안에는 반짝이는 게임 CD가 들어 있었다. 바로 디아블로 2였다.
어린 마음에 가슴이 설렜다. 누군가는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던 나이에, 필자는 생애 첫 PC 게임을 손에 넣었다. 어머니는 게임에 대해 잘 알지 못하셨지만, 한참을 바라보던 내 모습을 보고 조용히 사주신 것이었다. 그 순간은 지금도 필자의 마음 한켠에 따뜻하게 남아 있다. 그렇게 시작된 디아블로와의 인연은 오랜 세월을 함께 걸어왔다. 동네 친구들과 집에 모여 앉아 작은 CRT 모니터 앞에서 밤늦도록 사냥을 하던 기억, 아이템 하나에 환호성을 지르던 순간들, 그리고 마우스를 잡은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몰입했던 그 시간들. 남들이 메이플스토리나 던전앤파이터에 빠져 있던 시절, 필자는 묵묵히 디아블로의 어둠 속을 걸었다. 때론 시대에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선택이 후회되지는 않았다. 디아블로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추억이 담겨 있었고, 함께했던 사람들이 있었으며, 어린 시절의 열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후 디아블로 3, 디아블로 4를 거치면서 시대가 변했고, 게임도 변했다. 사람들은 전작에 비해 감동이 덜하다고 말했지만, 필자에게는 여전히 그 세계가 소중했다. 전투의 손맛, 배경 음악, 던전의 공기감마저도 익숙하고 따뜻했다. 추억 보정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감정이 진짜인 건 분명했다. 아마 디아블로 5가 출시된다면, 그것이 어떤 게임이든, 재미가 있든 없든 필자는 결국 다시 마우스를 잡을 것이다. 왜냐하면 디아블로는 단지 하나의 게임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나와, 그때의 어머니와, 친구들과, 그 모든 기억을 이어주는 하나의 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끈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 같다.
Arse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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