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스벅에서 와이프를 기다리며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쪼압쪼압 깔고 있는데 

대각선 방향에 아주 잘생긴 젊은이가 앉아있었음.

모델인가 싶을정도로 키도 커 보이고 얼굴도 작고..

내가 남잔데도 아 고놈 잘생겼다...하면서 눈이 가더라.

나말고도 주변에서 남녀 가릴 것 없이 슬쩍 슬쩍 그 남자를 쳐다보는게 느껴질 정도였음.

근데 갑자기 웬 예쁜 여자가 그 사람앞에 와서 탁 앉는 거임.

맨 처음에 여친인가 싶었는데, 남자가 여자를 흘끗 보더니

낮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저 아세요?" 하더라

그랬더니 여자가 "아니요, 제가 그쪽에 좀 관심이 있어서요." 이러대?

그 순간 그테이블은 더이상 평범한 스벅 테이블이 아니라

수많은 관람객의 눈귀가 쏠린 무대였음... 안보는척, 안듣는척 하고있지만

우리는 모두들 서로가 관객임을 알고 있었지.

우리의 주연배우는 무슨 말을 할까...이 극의 엔딩은 무엇있가...

클라이막스를 향하는 하나의 소극장 이었던 거임.

남자는 아무 말 하지않고 자기 앞에 앉은 여자를 쳐다 보더니 

왼손으로 커피잔을 들어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음.

아, 거기서 우리는 보고야 말았다. 왼손 약지에서 빛나는 반지를!

멋 없는 대사보다는 일부러 왼손을 들어 반지를 보이는 세련된 거절을!

그런데... 임자 있는 남자라도 유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을까?

여자는 분명히 그 반지를 봤음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음.

끈질긴 여주인공... 아직 클라이막스는 오지 않았던 거임.

그때 남자는 결정적 대사를 날렸다.

"그냥 관심만 가지세요."

그리고 무심하게 핸드폰을 꺼내 두드리기 시작했음.

남자는 여자에게 다시 눈길을 주지 않았고 결국 여자는 자리를 떳다.

크....한편의 짧은 단막극을 감상한 우리는 여자가 자리를 뜨고 

남자마저 가게를 나섰음에도 관객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금 일어났던 사건을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곱씹었음.

아무도 입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우리모두 같은 여운에 잠겨있음을 알고있었지.

잠시후 와이프가 도착해서 내 앞에 앉았음.

나는 다르를 꼬고 목소리를 깔며 " 저 아세요?" 라고 물었지만

와이프는 "뭐래 짜증나니까 아이스 라떼로 사와." 라고 답했지

호다닥 라떼를 사러가는 내뒤의 주변테이블에서 모두 뿜는 소리가 들렸지만

관객이 아니였던 와이프는 아직도 그이유를 알지 못한다...  - 강남 스벅에서의 어느날




때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8월의 어느날

영화관에는 태양보다 빛나는 잘생긴배우의 영화 한편이 개봉했다.

배우의 이름은 원빈, 그리고 영화의 제목은 아저씨

꽃미남 배우 존잘남의 정석인 원빈이 아저씨라... 

아저씨라 함은 자고로 나처럼 자의든 타의든 배필을 맞이하고

배도 좀 나오고 머리좀 벗겨지고(다행이 나는 풍성충이다.)

그런 남자에게나 어울리는 칭호가 아닌가?

영화를 보기전까지는 왜 원빈이 아저씨인가? 

제목이 그리고 아저씨가 뭔가? 라는 의문만이 가득했지만

영화를 보면서 의문은 확신으로 바꼈고 이는 비록 나뿐만이 아니라

옆에서 원빈을 보고 눈망울을 반짝이던 와이프와 

극장에 와하고 감탄사를 지를 틈도없이 모기를 먹어도 상관없다는듯 

그저 입만 와 벌리고 감탄하고 있던 관객들도 알았을것이다. 

왜 원빈이여야 했는지, 원빈이 차태식이 된순간 제목따위는 

아저씨가 아니라 놈팽이여도 하등 상관 없었다는 사실을...

영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어두웠던 상영관이 환해지고

관객들이 하나둘 출구를 향해 빠져나와 저마다의 차량을 찾아

옥외 주차장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모두들 원빈, 

극중 차태식이 보여줬던 모든 순간에 매료되어 여운에 젖어있었다.

그리고 한편에 주차되어있는 나의 하얀색 차량을 보는 순간 나는 그 여운을 

이기지 못했다. 뚜벅뚜벅 아직 할부가 남은 차를 향해 걸어가 조심스럽게 찌그러지지않게

살짝 본네트위로 올라간 나는 손으로 총모양을 하고 앞유리를 겨누면서 그 대사를 내 뱉었다.

"아직 한발 남았다."  그리고 그모습을 인상을 찌프리며 한심하게 쳐다보던 와이프님은 

"꼴깝떨지말고 시동이나 걸어 더워." 라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뿜는 수준이 아니고, 대놓고 대폭소를 하며 비웃는 장면이 

연출되었지만 아직도 나는 확신한다. 남자라면 누구나 그장면을 

한번쯤 따라해보고 싶었으리라는 것을.  - 그여름 나는 아저씨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