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적에 마비노기 라는 게임을 했습니다.
마영전 말고, 그 조상겜이요. 지금도 서비스하고 있죠.


게임을 하던 언젠가에 당시 마비노기 개발진이었던 데브캣에서,
마비노기의 시간대 이전을 배경으로 하는 같은 세계관의 게임을 새로 만든다고 했습니다.


아마 그때 청소년 이용불가였는지, 유료게임이었는지 했을겁니다.
저는 12세 이용가인 조상겜 조차 누나 계정을 빌려 써야 할 정도로 어린 나이였던데다가
당시까지만 해도 게임에 현금을 쓴다는게 엄빠 귀에 들어가면 그 날이 제삿날이라고 굳게 믿던 순진무구한 초딩이었기에
계정을 만들어 플레이를 하기는 커녕 옆에서 영상 보는 것 만으로도 오금이 쪼그라들었습니다만,


액션 프리미엄, 사실적이고 적나라한 전투방식,
그 시기 기준으로 상당히 진보해있던 그래픽 등
깊은 스토리와 심오한 배경에 대한건 차치하고서라도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나중에 크면 꼭 한번 해보고 싶다, 하고 생각했죠.





그로부터 몇년 뒤에 15세 이용가로 낮아졌던가요...?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제가 성인이 되기 전에 마영전을 제 계정으로 직접 해본 기억이 있으니 아마 그럴겁니다.
만 15세 생일 지나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망설임 없이 피오나를 만들어 게임을 시작했죠.


그때까지 했던 게임들 중 타격감이 가장 손에 잘 맞아서 익숙해지기 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맨 처음 했을 때에는 저레벨 구간에서 뺑뺑이만 돌다가 질려서 접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도 마영전 특유의 타격감이 눈 앞에 아른거려서 다시 돌아오고,
조금 하다가 어려워서 또 떠나가고, 그러기를 반복하다가,
시즌2 업데이트가 될 때 쯤에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게렌 저 ㅅㄲ를 죽이기 위해 다크나이트를 선택했다가 이것들이 날 속였어!! 하기도 하고
마영전 역사에 길이 남을 루더렉 성님의 육성(넌 그럴 자격이 업써!!!!)을 듣기도 하고
엘쿨루스보다 지그린트가 더 힘들어서 뭐지 이거 싶기도 하고
카단 2페이즈 들어가면서 파티원들 수고하셨습니다 누르는거 보고 전율하기도 하고...


그 뒤로 시즌2를 하긴 했는데
당시 시즌2는 컨텐츠 상 시즌1에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었기에 레벨 난이도를 바꿀 수 있었고,
70~80제 시즌2 레이드는 공제방과 온갖 기믹들로 점철되어 있었기에 제가 갈 곳이 아니었고
그럼에도 스토리는 밀고 싶어서 3~29, 30~49제 난이도로 얼렁뚱땅 해치우고는 더이상 눈길도 주지 않았습니다.

당시의 70~80제 엘라한이나 죽신을 돌아본 경험이 없다는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 당시의 제가 갔어봤자 좋은 기억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50~69제 바크1호에서 어마어마하게 민폐를 끼쳤던 기억이 있어서...


그러고 나서 시즌3가 열렸고...
수직상승하는 난이도, 흥미로운 스토리, 신선한 장비 시스템,
하지만 그에 따라가지 못하며 점점 뒤쳐지고
퀘맵 호스트라는 명분 아래 무능하게 업혀가는 제 자신을 보며 점점 흥미를 잃어갔습니다.
루 라바다 나올 때 쯤에 결국 접었죠. 꽤 오래 접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다시 돌아오고 싶어서,
돌아왔다가도 또 다시 질려서,
그러기를 반복하다가, 2018년 10월달에 다시 복귀했습니다.


그 뒤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죠.
본캐도 바뀌고, 다른 캐릭터도 키워보고,
예전과는 분명히 달라졌지만, 처음의 '액션 프리미엄' 만큼은 남아있는 이 게임에 남아있습니다.
컨트롤도 컨트롤이지만 솔직히 마영전 캐릭터만큼 준수한 캐릭터 모델링 다른 게임에서 못 찾음 ㄹㅇ










지금도 최종 컨텐츠에 해당하는 시즌4는 가기 껄끄럽지만,
맘 먹고 가려면 언젠가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 시즌2 시절에 공제방을 볼 때 느끼던 무력감은 더 이상 없어요.
시즌3 레이드들도 충분히 돌 동기가 있고, 매 골탐마다, 매 이벤트마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한때 매크로 이슈로 개판날 뻔도 했고,
당장 최근만 해도 패치가 마냥 좋게 이루어진다고 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저는 여전히 이 게임이 좋습니다.








그 조상겜 최대 커뮤니티에서
옆동네처럼 우리도 트럭 보내야 한다 개돼지 취급 받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하다가
펫 랜덤박스 나와서 지르고 인증하는 사람들 조리돌림 하면서 니들이 개돼지지 그럼 뭐냐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한 쪽에서는 아니 사고말고는 내 맘인데 지들이 뭔데 개돼지래? 게임따위에 과몰입 ㄴㄴ 하고
지들끼리 물고 뜯고 자빠지는 와중에 정작 게임 자체의 패치는 귀찮고 힘들기만 해져가서

진짜 이 게임은 날이 갈수록 바닥이 꺼져가는구나 싶은 광경을 보다가
나름 평화롭고 준수하게 흘러가는 자손겜 마영전의 커뮤니티와 인게임 분위기를 봐서 그런지,
11주년인데 뭐 별다른 것도 없네 라는 생각보다는
그래도 역시 마영전 정도면 양반이구나 하는 생각이 더 듭니다.



여러 우여곡절도 있었고 그래서 지금 디렉터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앞으로도 어떻게든 굴러갔으면 좋겠습니다.
게임이든, 커뮤니티든.



11주년을 축하합니다. 11주년을 축하합시다.
앞으로도 더 나은 게임을 만들어주세요. 앞으로도 더 나은 게임을 즐깁시다.
운영진도, 유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