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에 버리기 흑마법사가 있는 것처럼 매직 더 개더링에도 디스카드를 주 전략으로 하는 덱들이 있습니다. 얼왕 오픈도 하루 남았고 일퀘도 다 해서 한가한 김에 하스와 매직의 디스카드 시스템을 비교해 봤는데, 하스스톤의 버리기 시스템이 얼마나 성의없이 만들어졌는지 확실히 느껴지더군요. 매직을 그만 둔지도 10년이 넘게 지나 최신 유행과는 좀 동떨어진 이야기가 되겠지만 몇 마디 늘어놓아 보겠습니다.

매직의 디스카드 전략은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1. 내 서고(=덱)에서 카드를 버려 무덤으로 보낸다.
2. 비싸고 강한 하수인이 버려졌으면 값싼 되살리기 주문으로 전장에 꺼내놓는다.
3. 주문이 버려졌으면 주문을 집어오는 주문(?)으로 다시 집어온다.
4. 가끔은 상대와 내 핸드를 같이 털어서 무덤으로 보낸다. 물론 나는 2~3을 반복한다.
5. 심심하면 상대 무덤에 들어간 카드를 꺼내와서 써먹는다.
6. 내 핸드가 다 털렸으면 hellbent(핸드가 비면 버프를 받음) 하수인을 꺼낸다(다만 이건 주력으로 쓰인 적이 없습니다).
7. 무덤이 넘치면 scavange(무덤의 카드를 추방(=게임에서 제외)하고 공격력만큼 +1/+1을 얻는다) 능력을 쓴다.
8. 기타 등등...

물론 하나의 덱에 이런 전략이 전부 들어가는 경우는 없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하스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선택지가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하스의 버리기 흑마는 그저 버려지면 이득이 생기는 카드가 버려지기를 기도하며 플레이 하는 수밖에 없지만 매직의 마법사는 능동적으로 카드를 버리고 자유롭게 그것을 활용합니다. 한쪽이 운빨망겜이라면 한쪽은 흔히 말하는 실력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또 하나 정말 중요한 점은, 매직에서는 핸드를 건드리더라도 하스처럼 랜덤으로 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최면 스펙터처럼 공격한 상대의 핸드를 1장씩 랜덤으로 날려먹는 카드가 있기는 한데 매우 드물기도 하고 아주 강력한 효과로 취급받습니다. 사실 매직이나 하스와 같은 카드게임에서 핸드의 카드 1장은 그냥 1장이 아니지요.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는 핸드에 쥔 카드를 기반으로 생각하고 전술을 짜는데, 핸드가 내 의지에 반해서 날아간다는 것은 그 계획을 왕창 부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흑마는 영능이 드로우라 제작진이 핸드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모양인데 흑마의 드로우 1장은 2마나 2체력입니다. 절대 저렴하지 않습니다. 체력도 체력이고 템포도 밀립니다.

흔히들 버리기가 선택으로 되면 흑마는 사기가 된다고들 하는데, 글쎄요. 버리기가 선택으로 된다면 가장 강력하게 사기칠 수 있는 패턴은 2턴 핸드가 잘 나와서 서큐버스-식기골렘으로 필드 7/6을 까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근데 이 정도 사기는 다른 직업도 잘 풀리면 충분히 치지 않던가요? 특히 노루의 첫턴 정자-정자에 게임 터진 기억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선택 버리기로 사기가 되면 버려져서 이득을 보는 하수인을 조정하면 될 일입니다.

예를 들자면 식기골렘을 3코 3/2 버려지면 소환, 전투의 함성으로 내 하수인 하나에 공격력 +2로 바꾼다고 칩시다. 한 흑마법사가 8마나 상황에 핸드에 둠가드, 식기골렘, 그리고 다른 하수인 2장을 들고 있습니다. 현재의 흑마법사라면 당연히 5/7 돌진과 3/3 식기골렘이 깔리고 나머지 하나의 하수인을 깔기를 기도하겠지만, 바뀐 흑마법사라면 식기골렘을 버려 필드를 먹거나 둠가드+식기골렘 전투의 함성으로 즉발 7딜을 노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예로 든 전함의 효과나 식기골렘의 스탯이 아니라, 이런 선택지가 가능해야 버리기가 실력덱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현재의 버리기 흑마 시스템은 쓰레기입니다. 버려진 카드를 활용할 수도 없고, 버려진 카드가 무엇인지 한 눈에 확인하기도 어렵고, 하이리스크 로우리턴이고, 결정적으로 내 핸드도 내가 컨트롤 못 하는 운빨망덱입니다. 이것은 BB가 갑자기 버리기에 사제 용기병마냥 OP카드를 밀어줘서 1티어가 되더라도 마찬가지에요. 이 빌어먹을 랜덤성을 갈아엎지 않는 한 버리기 덱은 방패병도 전설과 반반 나눠먹을 수 있는 운빨망덱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제발 버리기 OUT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