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구어체로 서술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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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스톤 인벤을 항상 db용도로만 사용하다가 처음으로 이런곳에 집필하게됐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화가 나기 때문이다.

하스스톤은 앞서 '메타의 고착화와 게임의 다양한 파해법을 증진'하기 위해 야생/정규전의 도입은 물론 최근 6종의 오리지널 카드까지 예외적으로 정규전에서 배제한 바 있다. 그러나 운고로를 향한 여정 확장팩에서 등장한 '퀘스트'카드는 지나치게 성능이 좋아 '안쓰면 멍청한' 카드가 되었다.

이유를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퀘스트 카드의 보상이 상당히 좋다.
2. 상황 여하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게임을 이길 수 밖에 없는 요소를 제공한다.
3. 퀘스트조건은 기본적으로 해당 직업군이 가지고 있는 직업카드의 특성이나 고유 운영 메커니즘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달성이 특히 어려운 직업군 역시 없다. Ex) 도적:하수인 회수, 성기사:하수인 대상 효과, 전사:도발 하수인, 사냥꾼:1코스트 하수인 등.

멀리건에 확정적으로 잡히는 이 퀘스트 자체를 달성하기 위해 덱 구성 전체가 그에 맞춰지고, 플레이시에도 덱 운영의 모든 초점이 퀘스트 달성에 맞춰진다.

그런데, 이 퀘스트 보상이 너무나도 좋은 바람에 이전 확팩에서 제아무리 굴러먹던 강력한 덱이라도, 이들을 이기는것이 사실상 힘들다. 확장팩 출시와 동시에 미드레인지 정령술사를 계속 돌리고 있는 입장에서, 퀘스트를 사용하는 상대로 이겨본 적은 극소수 사냥꾼이나 성기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퀘스트 보상을 하수인 형식으로 내놓는 경우는 남은 제압기와 필드정리로 어느정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퀘스트 카드의 비약적인 성능이 알려지자, 확장팩 출시 하루만에 정규전에서 해적전사나 비취드루의 개체수가 눈에띄게 줄었고, 오늘 오후 5시간 동안 퀘스트 도적과 퀘스트 전사가 가장 많이 나타났다.

퀘스트를 달성해야한다는 리스크가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 바로 그 퀘스트의 진행을 상대하는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방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가장 수가 많은 퀘스트도적을 예로 들어보자.
필자는 주술사를 주로 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당하고 나서는 상대가 그밟이나 양조사를 어떤 하수인에게 쓰는지를 보고, 그 하수인에게 제압기를 걸거나 주문으로 사살하는 등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끔 해보았으나, 화강암 정령이나 반딧불 정령 등 인플레이션 카드를 주는 하수인을 이용하여 남은 횟수를 채우고, 급기야 사술이 걸린 개구리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횟수를 채우고 말았다. 메커니즘만 있으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

퀘스트 전사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필드클리어가 가능했던 컨트롤 주술사의 '파괴의 정기' 마저도 낮은 공격력을 내세워 높은 생명력과 도발을 가진 저코스트의 하수인(1,4 도발, 2,7 도발, 6,9 도발, 생명력 6의 블러드후프 용사, 생명력 11의 잿멍울 군주 등) 들을 처리하기 쉽지 않다. 이렇게 하수인 자체의 성능만으로도 필드 주도권이 넘어가버리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설퍼라스의 영웅능력은 상대로하여금 필드 주도권 회복은 꿈도 꿀 수 없게 만든다.

그 다음으로 많이 만난 퀘스트 주술사 역시 멀록의 소환자체가 조건이기 때문에 멀록단 출동이나 전투의함성으로 소환하는 멀록 등 소환물은 방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카드 버리기가 조건인 퀘스트 흑마 역시 방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나마 변수가 있는 성기사, 사냥꾼, 마법사 등을 상대로는 간혹 승리하기도 했으나, 특히 상대의 패가 말린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들의 OTK콤보를 속수무책으로 구경해야만 했다. 그래도 이 직업군들은 퀘스트의 밸런스 자체가 그나마 잘 맞는 편인 것이, 어느정도 예측과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성기사의 퀘스트 보상 갈바돈은 단일하수인 형태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제압이 쉽고, 상대하는 입장에서도 예측, 준비 및 대응이 가능하다.
사냥꾼의 퀘스트 보상 갈나사의 전투의함성을 통한 덱의 랩터들은 1코에 3/2, 카드를 1장 드로우하는 효과로 무한 루프가 가능하지만 어디까지나 돌진이 아니며, 드로우에서 랩터드로우가 끊겨버리면 그 흐름조차 끊긴다.
마법사의 퀘스트 보상 시간 왜곡은 수습생의 증식과 즉시 이어지는 다음턴의 안토니다스로 하스스톤을 피지컬게임으로 만들어 즉사시키지만, 얼회 얼회 눈보라 눈보라 얼보 얼보 얼방 얼방이 다 뚫릴때까지 필요카드들이 모이지 않으면 써보지도 못하고 질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의 퀘스트 진행 자체를 방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 많은 예시들이 있지만 요지는 '상대방이 퀘스트의 진행을 능동적으로 방해할 수 없다'는 것이고, 이는 곧 일방적인 퀘스트 완료로 이어지며, 이를 통한 승리의 보장이 결국 퀘스트 덱을 만들게끔 할 것이다. 추측이 아니라 정규전은 지금 실제로 그렇다.

이 '퀘스트'카드 하나로 어느정도의 승리를 보장해준다면, 누가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결국, 각 영웅 하나 당 한가지 퀘스트로 덱 컨셉이 통일될 것이며, 획일적인 덱구성이 반복될 것이다.

퀘스트 조건이 비교적 능동적인 방해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거나, 멀리건에 확정적으로 잡히는 것만 아니라도, 이러한 고착은 상당부분 완화된다. 퀘스트 카드의 위력 자체는 줄어들겠지만 이 메커니즘의 등장으로 대부분의 게임이 더욱 고속, 정체화 되었으며, 게임의 컨셉인 두뇌싸움과 상대와의 심리전, 예측가능한 요소들의 간파 등은 온데간데 없고 자신의 퀘스트 달성만을 위한 요소들에 대한 고려로 전락하였다. 어처구니 없게도 그것은 승리를 가져다 준다.

출시 하루 만에 이것이 메타 고착과 특정 계층의 폭리를 방지하기 위한 방도로 적절했는지 심히 의문스럽다. 야생과 병행하는 유저로써, 가젯잔 출시 이전의 야생보다 지금의 정규전이 훨씬 야생스럽다.



*내용추가
소수 유저들이 어그로덱을 사용하면 퀘스크덱을 이기는 게 가능하다고 하는데, 해적전사와 어그로 주술사로 굴려본 결과, 그렇지만도 않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어그로가 승기를 잡는 턴은 6턴 내외이고 하수인 전개와 필드 주도권 장악 등 쉴새없이 카드를 소모해야만 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퀘스트의 달성을 방해할 수 없기 때문에 1234가 늘상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퀘스트의 완료를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 했으며, 어그로 덱을 힘들게하는 도발 하수인이나 빙결류 주문등에 저항당하거나, 도적은 그냥 상대를 신경쓰지 않고 순식간에 완료가 가능하다.

하스스톤에 입문하게 해준 동생은 야생이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있다고 말했었다.

1. 파마와
2. 파마인 척 하는 놈과
3. 파마를 잡으려는 놈.

이제 정규전이 이렇게 되는건 아닌가 싶다.

1. 퀘스트인 놈 (척 할수는 없으니)
2. 퀘스트를 잡으려는 어그로.

멀리건 획득 방지, 능동적 방해요소 삽입, 보상의 감축등 또는 시작부터 퀘스트 카운팅은 하되, 보상카드가 즉시지급이 아니라 드로우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