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채널 04 ‘The IT Crown’ 진행을 맡은 팀 코구의 프로그래머, 김혜민입니다.

TOBOR는 CCTV를 통해 타겟들을 관찰하는 게임입니다.

우리의 작은 스파이 로봇, 토버는 전문가용 CCTV 패널을 이용해 기묘한 공간의 인물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대화를 도청하고, 화면 속 물건을 스캔합니다. 가끔 고장나는 패널도 고치고, 관찰해 얻은 단서를 이용해 더 깊은 내용도 추리해야 하죠


이런 게임은 어떻게 구체화되었고,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요?

첫 번째 개발 일지에서는 TOBOR의 제작 과정을 공개합니다.

모두가 참여하고 싶어 하는 세계관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TOBOR는 코구의 전작인 Rocco’s Island 이전 시간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Rocco’s Island에서 깊게 이야기하지 않았던 고랄리니와 클론, 마법과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였습니다.

천재 과학자 고랄리니가 수장으로 있는 회사의 말단 사원이 되어 정보를 수집하고, 그에게 보고하는 게임을 만들자.

이 문장이 TOBOR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먼저 고민했던 것은 전작에서 시도해 본 적 있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도 세계관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많은 캐릭터들을 정해진 순서대로 만나며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세계관에 대해 알아가는 것보다 더 독특하고 재미있는 방법을 고안한 것입니다. 그렇게 찾게 된 것이 CCTV와 연극 Sleep No More의 조합이었습니다. 연극 Sleep No More처럼 많은 캐릭터들은 하나의 거대한 공간 안에서 모두 자기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플레이어는 CCTV를 이용해 원하는 캐릭터를 골라 따라갑니다. 이런 게임 플레이 방식을 통해 플레이어는 하나의 사건, 동일한 순간을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문장으로만 정리해도 실현시키기 어려운 게임처럼 보입니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검증해야 할 질문들이 생겨납니다.


Q. 그나저나 이 게임, 재미있을까?



TOBOR의 코어 두 가지의 재미를 증명하는 과정입니다.

  • CCTV (공간마다 다른 스토리텔링, 보고자 하는 공간을 직접 선택하는 방식의 게임 플레이)

  • 대화를 도청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게임 플레이

결론은 아주 간결했습니다. '어, 이 게임 재미있는데?'라는 생각이 든 것이죠.

머릿속에서 떠다니던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우리의 게임’이 된 순간입니다.

관전 포인트: TOBOR의 첫 번째 CCTV와 다양한 아트 스타일 시도

  • 첫 번째 CCTV는 확대된 화면 밑에 16개 화면 중 네 개씩을 가로로 길게 배치한 형태입니다. 마우스 클릭만으로 빠르게 화면을 전환할 수 있고, 확대한 화면을 보고 있을 때에도 다른 화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고안한 모양입니다.

  • 이 시점에 다양한 아트 스타일을 시도하기도 하였습니다. 아트 스타일 확립 과정에 대한 내용은 다음 개발 로그를 기다려 주세요.

Q. 다양한 공간과 캐릭터, 실현 가능할까?



CCTV를 사용하기 때문에 모든 화면에 ‘보는 재미’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므로 게임 기획의 초반부부터 다채로운 구도의 배경, 다양한 외형의 캐릭터를 구상하였습니다.

우리 머릿속의 캐릭터들을 실체화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기 위해 간단하게 캐릭터와 배경을 만들고, 2D 게임에서 표현할 수 있는 구도와 표현할 수 없는 구도를 구분해 정리하였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라는 문장이 “캐릭터가 멀리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은 자연스럽지만, 캐릭터 정면 상단에 카메라가 있을 때 걸어들어오는 모습은 조금 어색하다.”라는 문장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입니다.

공간과 배우 점검하기


‘이 게임 재미있다.’ 라는 확신, 우리가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을 기반으로 배경, 캐릭터, 스토리가 구체화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이제 모든 요소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차례입니다.

연극의 감독이 된 것처럼 배우들의 동선과 이동 속도 등을 점검합니다.

시나리오를 짜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캐릭터가 그저 스프라이트가 아니라 진짜 캐릭터로서 존재하게 되는 첫 번째 순간입니다.

관전 포인트: 변경된 CCTV와 정보 스캐너

  • 플레이어가 선택한 화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나의 화면을 확대했을 때 다른 화면들은 보이지 않게 변경한 모양입니다. 이는 현재 CCTV 패널의 초안이 되었고, 확대하지 않은 화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려 줄 수 있는 방식을 고안하기 위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 정보 스캐너는 한때 카드를 사용했습니다. “카드를 쓰는 건 언제나 재미있으니까, 실제로 신용카드를 쓰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카드에 정보를 저장하게 하면 어떨까?”라는 물음에서 탄생했죠.


그렇게 게임은 만들어지고…

게임을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은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캐릭터와 배경에 설정을 입히고, 배우가 정해진 위치에서 정해진 대사를 하도록 하고, 모든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나 배경과 상호작용 하도록 하는 일입니다. 이 일을 수백 번 반복하면 CCTV 안의 세계가 만들어집니다.


지금은 화면이 꺼져 있지만, 이 화면이 켜지면 그 세계가 눈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토버는 어떤 세계에서, 어떤 이야기를 마주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