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섬에서 장로는 그냥 NPC 취급이었지.
그러다 어디선가 고렙 기사가 와서 장로를 한 대 치는 순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서 단체로 장로에 붙는다.

오토마우스 켜고
(우클릭하면 화살표 다다다닥 튀어나오면서 토굴하는 그거)
“먹자 먹자” 외치다가,
정작 그 기사가 장로한테 밀려서 텔하면
다 같이 아쉬워하고 허탈해하던 그 분위기.

순간이동 주문서 한 장 쓰는 것도 아까워서
엠피 꽉 채워서 텔리포트 쓰고,
데이 한 장 먹으면 손이 덜덜 떨리고.

친구들한테 부러움 한 몸에 받으면서
“뽀찌 간다” 하고 돈 돌리고.

그때 데이 시세가 12만 아덴 하던 시절.
10만 9999아덴 + 젤 한 개에 산다길래
“아싸 개이득” 하고 거래 눌렀는데,
상대가 1만 9999아덴 + 젤 올려놓고 사기치고 튀면
멘탈 박살.

분노에 나도 똑같이 사기치려다
쌍욕만 한 바가지 먹고,
아쉬워하다가 친구들한테 위로받고
“야 다시 가자” 하면서 또 같이 으쌰으쌰 하던 게임.

말섬에서 글말 나가겠다고 선착장 가려면
길목마다 길막 PK들 때문에 몇 번은 꼭 죽고,
겨우겨우 부활해서 다시 뛰고 또 뛰어
마침내 배에 타던 그 순간의 안도감.

글말 선착장에 도착했더니
이름도 모르는 혈들이 혈전 중이고,
그 와중에 짱센 기사 둘이 1:1 뜨는데
주홍이랑 말갱이를 빠는 장면 보고
괜히 가슴이 두근거려서 팬이 돼버리고.

그러면서도 난
그 주변에서 슬쩍 오토스펠을 돌리고 있었지.

어느 순간 보니까
내가 떨군 장비를 지나가던 오크가 주워 먹고 있고,
급하게 친구들한테 좌표 찍고 귓말 날리고,
그 자리 좌표 메모장에 적어두고
겨우 다시 가서 그 동네 오크를 다 쓸어버렸는데,

채팅창에
“오크한테 먹은 붉검 팝니다”
이 한 줄 뜨는 거 보고 멍해지던 순간.

가스트랑 1:1 붙어서
주홍이 한 번 빨아보고,
가스트 잡는 데 쓴 돈은 500아덴이 넘는데
드랍은 40아덴 하나.

오크숲에서 오크 스카우트 보자마자 도망치다가
‘여기서 베르하면 글말로 떨어지나, 화말로 떨어지나’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글말 떨어질까 봐
그렇게 아끼던 용기 물약 먹고 도주.

용기 빤 게 아까워서
“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 무리해서 사냥하다 죽고.

…그래도.

아,
그때가 진짜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