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커나 힐러 역할군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서포터 유저들이라면 공감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장문글 하나 써봄.

그리고 탱커랑 힐러를 많이 하는 유저들이 왜 게임 하다가 현타가 쎄게 오는 경우가 많은지

설명을 할 수 있는 글이 될 거라 기대함.


1.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 쾌락의 차이

탱커, 힐러라는 역할군 자체가 팀의 승리를 위해 개인적인 재미, 쾌락을 포기하고

팀 시너지를 선택하는 역할군이라고 볼 수 있음.

물론, 쳐맞는 거랑 치유해주는 걸 재밌다고 느끼는 사람도 소수 있긴 하지만

그런 경우도 쳐맞는 거랑 치유 활동 그 자체가 재밌다기 보다는

그런 협력을 통해 아군을 도움으로써 팀 시너지를 만들고, 

결과적으로 팀이 승리를 할 때 오는 성취감을 재미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임.

대다수의 사람은 쳐맞거나 치유하는 것보다 직접 상대를 타격하고, 상대를 괴롭히는 것에 더 많은 쾌락을 느낌.

팀이 이기면 재밌는게 아니냐고 반론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에서 오는 성취감은 오직 팀이 이겼을 때만 느낄 수 있는 반면,

과정에서 매순간 느끼는 쾌락은 승패라는 결과와 상관없이 플레이를 하는 것만으로 항상 느낄 수 있음.

탱커나 힐러는 딜러에 비해 과정에서 매순간 느끼는 재미, 쾌락이 현저히 떨어짐.

물론, 그만큼 팀 시너지는 좋아서 오로지 승리라는 결과를 위해서는

팀원 중에 반드시 누군가는 맡아줘야 할만큼 아주 유익한 역할군인 건 분명함.


2. 아군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동시에 실망감도 커지기 쉬움

이렇게 과정에서 느끼는 일시적인 쾌락을 포기하고,

결과에서 오는 성취감을 위해 픽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팀의 승리를 주 목적으로 플레이할 수밖에 없음.

탱커나 힐러 골라 놓고 과정에서 오는 재미랑 쾌락을 기대하는 건 애초에 비효율적이니까.

그럴거면 딜러를 했겠지.

이렇게 팀의 승리를 위한 플레이에 집중하게 될 경우,

자연스럽게 같은 팀원들도 팀의 승리에 집중해줄수록 

탱커와 힐러는 더욱 동기 부여가 되고, 본인의 목적인 승리를 통한 성취감을 얻기가 쉬워짐.

즉, 탱커와 힐러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군의 협조를 더 크게 기대할 수밖에 없는 역할군임.

그런데 우리팀 딜러가 상대팀이랑 실력 차이가 많이 나거나 즐겜 마인드를 갖고 대충하고 던져버리는 경우가 생기면

탱커나 힐러 입장에서는 진짜 개빡칠 수밖에 없음.

안 그래도 개인적인 재미를 포기하고 오로지 팀의 승리를 위한 픽을 했고,

또 탱커나 힐러를 픽한 이상 팀을 위해 헌신하는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는데,

정작 아군 딜러가 너무 못하거나 지만 재밌으면 된다는 마인드로

팀의 승리는 뒷전으로 미루고 겜 ㅈ같이 하고 던져버린다?

이런 판 나올때마다 큰 기대감을 가진만큼 큰 실망감을 느끼게 됨.

이 때문에 탱커나 힐러는 아군이 던지면 유독 입을 많이 털 수밖에 없는 역할군임.

과정의 재미를 포기하고 결과에서 오는 성취감이 게임의 목적이 된 이상,

팀의 승리에 기여하지 못하는 아군을 만날 때마다 화날 수밖에 없음.

그런데 매판 협조적이고 잘하는 딜러가 걸릴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아군에 따라 재미와 성취감이 좌우되는 탱/힐보다

어떤 상황이든 항상 최소한의 재미와 쾌락은 보장되는 딜러가 선호될 수밖에 없는 거임.


3. 부캐나 즐겜러가 많을수록 탱커, 힐러의 인구는 더욱 줄 수밖에 없음

사람이 참 간사한게 탱커, 힐러 유저들도 막상 부캐로 딜러할 때는, 똑같이 이기적으로 변하기 쉬움.

일단 부캐라서 게임의 승패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데다가

딜러라는 역할군 자체가 승패와 상관없이 최소한으로 보장되는 재미와 쾌락이 있기 때문에

우리팀 탱커나 힐러가 팀을 위해 헌신하든 말든 굳이 신경을 쓸 이유가 없음.

그래서 본캐로는 티어를 올리기 위해 탱/힐을 하던 사람도

부캐로 딜러할 때는 현지인 탱/힐만큼 승리를 위해 간절하게 게임에 임하기가 어려움.

어차피 승패가 안 중요한 부캐인데다가 심지어 딜러를 하면 승패와 상관없이 챙길 수 있는 재미까지 있으니까.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부캐나 즐겜러가 많으면 많을수록

탱커나 힐러를 하는 사람들은 실망감과 현타를 느끼는 판이 많아지고,

딜러 vs 탱/힐 인구의 양극화가 더 커지기 쉬움.

실제로 부캐랑 즐겜러가 많은 낮은 티어일수록(아브실골) 인구의 양극화가 심함.


4. mmr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음

그리고 탱커나 힐러를 하는 사람은 mmr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할 수밖에 없음.

탱커나 힐러는 서포팅을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딜러보다 상대적인 캐리력이 떨어짐.

이 때문에 나보다 못하는 실력의 구간에서 탱/힐을 하게 되면 아군이 기대만큼 못해서 답답함은 더 큰데,

서포팅 역할이라 멱살 잡고 캐리할 수도 없음.

멱살 잡고 팀을 승리로 견인할 수 없다? 아까 얘기한 승리에서 오는 성취감도 당연히 느낄 수 없게 됨.

안 그래도 게임의 결과에 따라 재미와 성취감이 좌우되는데,

mmr까지 떨어지면 캐리력의 한계로 인해 더더욱 게임이 답답해지기 때문에

게임 패배 시 받는 스트레스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음.

반면, 딜러일 때는 티어 욕심이 있는게 아닌 이상,

mmr이 떨어지더라도 민감하게 반응할 이유가 전혀 없음.

딜러 역할군은 mmr이 떨어져도 캐리력이 높기 때매 금방 쉽게 복구가 가능할뿐더러,
(원딜은 아군 의존도가 높아서 예외)

심지어 mmr이 떨어져서 나보다 못하는 애들을 만나면

양학을 하면서 더 큰 재미와 쾌락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을 이기면 이기는대로 기분이 좋고, 게임을 지면 지는대로 다음판에 더 큰 재미를 기대할 수 있음.

이런 점 때문에 딜러들은 티어 욕심이 있는게 아닌 한,

게임을 패배하더라고 별로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게임을 즐기기가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