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3주간 비숍 게시판에서 유저들의 의견을 모아 비숍 리마스터 종합 개선안을 작성했던 사람입니다. 

본섭의 비숍 리마스터 패치 결과는 다들 만족하시나요? 
많은 분들이 흡족한 반응을 보이셨지만, 이번 리마스터의 한계 또한 존재해서 여전히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한편으론 '내가 유저 분들의 의견을 더 좋은 개선글로 만들었으면, 더 나은 리마스터가 이뤄졌을까?'하는 아쉬움도 들어서, 그러한 부분에 대해선 여러분들에게 아쉽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오늘은 개선글이 아닌, 개선글을 작성했던 3주 간의 소감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비숍으로서 레벨과 스펙이 평범한 작성자

저는 그 흔한 자유전직이나 본캐 변경 한 번 없이, 메접 기간을 제외하고 줄곧 엘리시움에서 비숍을 본캐로 플레이하고 있는 유저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저는 그렇게 높은 레벨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스펙도 하스데루윌슬+노더 정도를 3~4인 파티격(격수2, 비숍1+보조격1)으로 다니고 있을 정도로 평범합니다. 물론 라이트하게 즐기는 인게임 유저 입장에서는 충분히 높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레벨과 스펙이 높은 유저들이 많은 메벤에서는 평범하거나 그 이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 말을 듣고, '저 정도 밖에 안 되는 비숍 유저가 개선안을 썼던거야?'라고 놀라실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그런 부분 때문에 종합 개선안을 쓰려고 마음 먹는 게 처음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옛날 인소야 시절부터 지금의 메벤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동안 지켜보면서, 밸런스 패치와 같은 중요한 시기에 "멍청한 아군"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 멍청한 아군이 되는건 아닌지, 막연한 걱정 때문에 개선안을 쓰는 것이 처음엔 조심스러웠습니다.

2. 그럼에도 종합 개선글을 작성하게 된 이유 (개선안 글이 꽤나 길어졌던 이유)

그럼에도 제가 개선안을 쓰려고 마음 먹은 건, "비숍의 플레이 경험이 많은 것과 종합 개선안을 작성하는 건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종합개선안을 작성할 때에도 비숍의 플레이 경험이 많을수록 좋은 건 사실입니다. 종합 개선안 외에도, 많은 플레이 경험이 그 글에 신뢰성을 부여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공략에 관한 글"입니다.

하지만 "공략글"과 "종합개선안"은 글의 목적, 전달 대상과 방식, 전하려는 메세지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대개 개선안은 유저가 원하는 부분을 패치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지만, "개발진에게 불합리함을 토로하고 그들을 설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개선요구 사항이 개발진이 의도한 바라면 개선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의도한 바가 아니며 타당한 요구라면 유저들의 요구대로 수정해줄 테니까요. 즉, 개선안 대로 바꿔달라고 유저들이 요구할 때, 그 내용을 개발진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할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겁니다. 만약 개선을 요구한 사항이 개발진이 원래 의도한 현상이라면, 이를 뒤바꿀 수 있도록 개선안에서 논리적인 이유를 기반으로 그들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신 스킬과 기존 스킬들의 변화를 통해 개발진이 의도적으로 비숍의 플레이 난이도를 올리려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조작감과 다이나믹함이라는 틀 안에서 나름대로 재밌게 만든다고 그렇게 만든 것인지 등 여러 측면에서 정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들의 패치 의도를 조금이라도 파악해야 개선안의 방향이 조금이라도 개선이 가능한 방향으로 이루어질테니까요. 사실 그렇게 때문에 개선글에서 설명이 길어진 면도 있습니다. 아마 눈에 잘 들어오는 깔끔하고 간략한 형태의 개선안을 원했던 분들도 있었을텐데, 이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길어졌다는 점 양해를 구하고 싶었습니다.

또, 이번 패치는 신규직업이 아닌 기존 직업을 리마스터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저들 간에도 "의견 취합은 물론 의견 조율"까지 필요합니다. 비숍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의견은 정말 다양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의견 중에서 공통된 개선 요구나 중요 개선 사항을 찾아 개선안에 집어 넣고, 과도한 개선 요구나 중요성이 떨어지는 사항은 제외해야 합니다. 그렇게 선별하더라도 개선안을 실제로 적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현상이 많거나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면 또 제외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몇몇 분들은 자신의 의견을 묵살했다고 여기셨던 것 같아, 참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양질의 개선안을 쓰기 위해선 "비숍에 대한 애착, 기본적인 플레이 경험과 이해도는 물론, 경우에 따라선 개발진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력, 다수의 의견을 조율하여 유저들의 여론을 형성하고 때때로 결단할 수 있는 능력, 최종적으로 이를 글로 녹여내는 능력"까지 필요한 일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도 소모"됩니다. 저 역시도 때때로 밤잠 줄여가며 열심히 작성하기도 했다는 점을 조금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ㅎㅎ

그래도 비숍게시판 유저 분들은 착한 힐러 유저들이라 그런지, 비숍 유저들 간에 큰 다툼이나 의견분열 없이 잘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3. 마무리하며..

이제 비숍 리마스터도 끝났고, 저는 리마스터 때문에 인벤을 가입하게 된 거라 이제 메벤에 얼마나 자주 올지는 잘 모르겠네요. 가끔 글을 쓰러 오겠지만, 아마 예전처럼 눈팅만 주로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나 제가 개선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저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꼈던 분들이 있다면, 그것은 다 제가 모자르고 부덕한 탓이기에 너그럽게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또, 지난 3주 간 저를 종종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그리고 엘리시움에서 플레이하시다가, 혹시 저와 마주치게 된다면 정겹게 인사라도 한 번 해주세요 ㅎㅎ

끝으로 비숍 여러분들에게 항상 광영이 함께 하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메이플 월드 최고의 직업", 비숍 화이팅! :)

- 많은 비숍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했던, 비숍 리마스터 종합 개선글 작성자 드림 -


P. S. 리마스터가 적용된 뒤에 비숍 유저 분들과 한 번쯤 꼭 논의해보고 싶은 의제가 있습니다. 조만간 이에 관한 글 한 번 올리겠습니다.

------------------------------------------------------------------------------
<4줄 요약>
1. 비숍 개선안을 적은 작성자는 메벤 비숍게 기준 평범한 비숍 유저이며, 그래서 종합 개선안을 쓰는 걸 처음엔 망설였습니다.
2. 하지만 양질의 개선안을 만드려면 비숍에 대한 애착, 기본적인 플레이 경험과 이해도 뿐만 아니라, 논리력, 의견 조율 능력과 결단력, 작문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3. 그래서 잠도 줄여가며 나름대로 개선글을 열심히 작성했고, 그 과정에서 작성자에 대해 서운함을 느낀 분들께는 미안하고, 응원해준 분들께는 감사드립니다.
4. 다들 행복한 메생 보내길 바랍니다. 비숍 조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