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라스는 강원기 체제에서 작품성이 가장 뛰어난 스토리입니다. 모라스와 에스페라, 차도 456 등 강원기 체제의 고퀄리티의 작품들 중에서도 셀라스는 게임 연출 측면에서도, 문학적으로도 정말 뛰어납니다.

심해라는 배경과 고래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슈맷의 공포를 실감나게 표현했고, 심해와 별, 전혀 연관이 없어보이는 두 소재를 완벽하게 연결지었죠. 빛나는 별과 잠수부. 아름다운 은유는 잔잔한 감동까지 이끌어 내었습니다.

셀라스의 핵심적인 상징인 슈맷의 인식표와 타나의 반마력석 목걸이를 중점적으로 이야기 해보려고 해요. 뜬금 없으시죠? 비중이 낮아서 그냥 지나치셨을텐데 이게 왜 핵심이냐,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두 상징물은 각각 슈맷과 타나가 구원자로부터 받은 물건입니다. 좌초당한 상황, 자신 대신 희생한 동료들의 인식표. 트뤼에페에 수감되어 그저 무생물처럼 감정없이 살아만 있던 타나에게 진정한 삶을 찾아주려 한 쟝의 목걸이.

즉 슈맷의 인식표와 타나의 반마력석 목걸이는 '구원'을 상징합니다.

쟝의 목걸이 덕분에 타나는 헤카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완전한 구원이 아니었죠. 결국 타나는 다시 아카이럼에게 구속당하고 맙니다.

슈맷 또한 완전한 구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동료들의 희생으로 생명은 구했으나 ptsd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에스페라 작전이 끝난 후 지긋지긋한 바다를 떠나며, 잊혀지지 않는 그날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슈맷은 인식표를 버려 버립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타나는 크리티아스에서 벗어나 아케인리버를 지나오는 중에도 쟝의 유품, 반마력석 목걸이를 품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다에 잠겼던 사이에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말죠.

구원을 잃어버린 이들은 위기에 처합니다. 타나는 검은마법사에게 흡수당해 버렸으며, 슈맷은 셀라스에서 재현된 그날의 풍경에 완전히 겁에 질리고 두려움에 휩싸였죠. 하지만 슈맷은 올리를 통해 용기를 얻고, 고래로 실체화된 두려움을 이겨냅니다. 심해에서 탈출하며, 슈맷은 대적자에게 인식표를 건네받고 진정한 구원을 얻습니다.

슈맷의 행적을 통해서 타나의 이후 행적도 유추해볼 수 있겠네요. 구원을 잃어버린 타나의 위기는 검은마법사가 소멸한 이후에도 끝나지 않았을 겁니다. 아마도 제른다르모어가 그녀를 낚아채가지 않았을까, 그래서 크로니카처럼 어딘가에 유폐당해서 쟝을 찾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슈맷에게 대적자가 인식표를 건네준 것처럼, 언젠가 대적자가 타나에게 쟝의 목걸이를 건네주고, 타나 또한 진정한 구원을 얻게 되겠지요. 목걸이를 전달받는 그 날까지 고통받고 있을 타나... 어쩌면 영원히 고통받는 역할일지도 모르겠네요. 그 언젠가 쟝으로 둔갑한 날치가 재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그란디스 스토리는 테네브리스 꼴이 나지 않고 조연 한명 한명 깔끔한 결말이 되기를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