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세줄 요약
1. RPG게임에서 사냥을 비롯한 노가다 컨텐츠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쾌적함'이다.
2. 하락 확률은 상승 시에 더 큰 도파민을 줄지는 모르겠으나 ㅈㄴ게 불쾌한 요소다.
3. 무역왕 하락확률 없어져야 한다.


 보상이 하락할 확률은 RPG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요소다. '강화' 라는 컨텐츠는 어느 RPG게임을 보아도 존재하는 요소이고, 특히 메이플과 같은 게임에서는 강화 컨텐츠는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강화에 있어 하락 확률은 재화의 소모, 단계가 거듭될수록 리스크와 보상이 모두 커지는 구조의 도파민 등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앞서 얘기한 바 있듯, 메이플스토리에서 '강화'는 다른 RPG 게임에서 차지하는 것보다 그 비중이 다소는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견, 메이플스토리에서의 하락 확률은 곧 당연한 것으로 보이게 하고, 무역왕 이벤트는 그 결과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RPG 게임, 특히 메이플 스토리의 컨텐츠를 약간은 세분화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메이플스토리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 개의 컨텐츠를 뽑아보라면 사냥, 강화, 보스일 것이다. 이 셋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사냥은 강화를 할 수 있게 하는 재화(경험치, 메소, 재료 등)를 주고, 강화는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어 상위보스를 트라이해볼 수 있는 권리를 캐릭터에게 부여한다. 그리고 보스는 다시 강화에 도움을 주며 다시 연결고리를 만든다. 따라서 세 요소 중 어떤 요소도 현재의 메이플스토리에서 빠질 수 없고, 세 요소 중 한 요소라도 소홀히 하면 게임 자체를 즐길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다른 요소가 어느 한 요소에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것으로 보이게 할 수 있고, 나머지 컨텐츠를 한 컨텐츠의 하위요소 쯤으로 여기게 할 수도 있지만 그는 적절치 않다. 세 요소는 모두 게임의 분명한 한 축이다. 
 몇 년 전부터 게임 회사들이 곧잘 호출하는 단어 중 하나는 '경험'이다. 그들의 말처럼 게임을 운영해 돈을 번다는 것은 곧 '경험'을 판매하는 일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세 컨텐츠가 모두 게임의 한 축이라면, 세 컨텐츠는 모두 나름의 '경험'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메이플스토리는 그 중 두 컨텐츠, 강화와 보스에 있어서는 그 일을 잘 해내는 것처럼 보였다.

 보스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은 가장 분명하다. '성취감'일 것이다. 강화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 역시 비교적 분명하다. '성취감'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그 성격이 약간은 다른 '도박성에 따른 쾌감' 요즘 유저들의 말로는 '도파민'일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한 컨텐츠, 사냥의 경험은 나머지와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 두 컨텐츠의 경험이 극적인 것에 치우쳐 있다면, 사냥의 경험은 오랜 시간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쾌적함'이 중요하다. 이는 쾌감과는 다르다. 본인이 거듭 연습할수록 성공에 가까워지는 성취감, "딸각" 한 번으로 얼마든 벌 수 있는 '도파민'. 그러나 사냥은 내가 착실히 키보드를 누르는 만큼 적지만 보상이 들어오는 구조이고, 이는 커다란 쾌감과 연결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자연히 긴 시간을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행위이고, 이런 행위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경험은 가능한 적은 불쾌함, 즉 '쾌적함'인 것이다. 이 문제에 있어 메이플스토리는 오래도록 골머리를 앓아왔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는, 어느 정도 답을 찾는 것처럼도 보였다. 폴로 프리토 삭제와 보물상자, 축복의 룬의 추가, 사냥터 개인화 등, 메이플 스토리는 사냥의 '쾌적함'을 위해 오래도록 공을 들였다. 그러나 이번 목요일 추가된 '무역왕 이벤트'는 이러한 행보와는 반대된다.

 앞서 살펴보았듯, 하락확률은 강화 컨텐츠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고, 강화 컨텐츠는 메이플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기에 하락확률은 메이플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그러나 사냥과 보스는 강화와는 다르다. 보스는 강화와 연습을 통한 성취감이 중요한 요소이기에 강화와 같은 불확실성은 제거되는 편이 좋은 '경험'을 준다(더스크 공포 패턴 때와 듄켈의 운석 삭제 등). 그리고 사냥은 적지만 착실히 보상이 들어오는 구조이니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조각, 젬스톤 솔 에르다 등)은 용납이 되나, 주었던 것을 다시 뺏는 행위 즉 하락확률은 추가되지 않는 편이 좋다. 하락확률은 상승 시에 더 큰 도파민, 재화 관리 등을 위해 필요한 요소겠으나, 그 자체만으로 본다면 유저에게 상당한 '불쾌함'을 안기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락 확률이 있는 컨텐츠가 사냥에 추가된 것은 '쾌적함'에 반하는 일이 된다. 

 혹자는 이벤트가 있다면 최악의 확률을 만나더라도 공짜 재화를 조금이라도 얻는 것이 아니냐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 있듯, 게임에 있어 중요한 것은 얻는 재화의 양이 아니다. 그 재화를 얻는 '경험'이다. 우리가 보물상자의 레어부터 레전드리까지의 확률에 따른 경험치 차등 지급, 조각, 솔 에르다 등의 재화의 낮은 드랍 확률을 용납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얻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보물상자는 반드시 레어 등급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등급 상승을 이루지 못할 지언정 레어보다 낮은 등급으로 '하락'하지는 않는다. 조각과 솔 에르다 등은 낮은 확률로 드랍되긴 하지만, 얻었던 것을 다시 뺏길 확률은 0이다. 우리는 보지 못한 것은 더 쉽게 포기할 수 있다. 보물상자에는 레전드리 등급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레어에서 보물상자가 깨지더라도 레전드리로 올라간 것을 보지는 못했으니, 그것은 내 것이 아니라 여길 수 있고, 금방 잊을 수 있다. 이처럼 보상에 확률적인 차등이 있더라도 하락 확률이 없다면, 불쾌한 경험은 유의미한 수준으로 조절이 된다.

 그러나 이번 무역왕 이벤트는 다르다. 무역왕 이벤트의 경험은 말하자면 '강화' 컨텐츠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과 비슷하다. 높은 확률의 불쾌함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쾌적함'이 중요한 사냥 컨텐츠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사냥 컨텐츠에 필요한 것은 더 큰 도파민이 아닌, 오래도록 가능한 불쾌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쾌적함이니까. 무역왕 이벤트는 대부분의 강화 컨텐츠가 그러하듯, 높은 확률의 불쾌함과 적은 확률의 큰 도파민을 가지고 있다. 이런 컨텐츠가 사냥에 붙어 있는 것은 잘못된 설계이다. 무역왕 이벤트는 보상의 양과 확률을 다소 하향 조정해서라도 낮은 등급(5에서 6레벨)까지의 하락확률을 없애야 했다. 

 앞서 문어 이벤트라는 선례가 있기에 유저의 반발이 있을 수 있으니 보상과 확률의 조정은 어렵고, 그렇다고 보상과 확률을 놔두고, 하락확률만 없애면 자신들의 계획 혹은 예상치보다 많은 재화가 풀릴 수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은 근본부터 틀렸다. 그렇다면 이미 실패한 이벤트인 문어 이벤트와 똑같은 구조의 이벤트를 재탕해서는 안 됐다. 

 인간에겐 잃은 것을 다시 찾으려는 심리가 있기에 하락확률을 만들어 놓으면 잃었던 등급을 다시 찾으려는 유저들을 통해 접속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필자만 해도 오늘 평소보다 40분 정도 사냥을 더 했으니까.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패착이다. 특히나 신규 유저의 유입이 많은 지금 같은 시즌에 '쾌적함'이 가장 중요한 경험인 사냥에 이처럼 불쾌함이 산재한 이벤트가 들어온 것은 좋지 않다. 이와 같은 불쾌한 경험은 사냥을 하는 유저들에게 알게 모르게 각인될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게임을 즐길 유저의 수를 줄이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실패가 흥행의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으나, 무역왕 이벤트는 실패한 이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