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히트스톱(Hit-sotp)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히트스톱이란 대상을 가격할 때 공격모션의 프레임이 지연되는 듯한 현상을 말하는데요.
국내에선 역경직이란 표현이 좀 더 대중적입니다.
서양권에선 Hit-lag 이라 부르는 것 같군요.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손맛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되실겁니다.



때리는 도중에 마치 랙에 걸려 일시적으로 멈춘 것 같지만 이 히트스톱은 개발자가 의도적으로 넣은 사양입니다. 
모션마다 히트 시 지연되는 시간을 데이터로 입력해뒀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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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부터는 히트스톱 대신 국내에서 쓰는 단어인 역경직이라 칭하겠습니다.


제가 게임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듣기로는 액션 게임에는 아래 4가지 요소가 있다고 합니다.

유저의 입력 – 캐릭터의 액션 – 개체의 피격 – 피격체의 리액션

각 단계마다의 이펙트와 이들의 유기적인 연결에 의해 게임의 타격감이 좌우되는데요.
역경직은 그 중 개체의 피격 단계에서 타격감을 극대화하는 도구입니다.

즉, 피격체가 없는 허공에서는 발동하지 않고요.
반대로 피격체가 여럿이면 역경직은 더 늘어나게 됩니다.

게임에 따라 게임전체가 스톱되기도 하는데, 몬스터헌터에선 캐릭터 혼자만 스톱됩니다. 따라서 공격속도가 느려지고 몬스터의 반격에 노출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타격감의 기회비용인 셈이죠.

역경직의 정도는 모션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모션치가 높은 모션일수록 크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닌지라 모션치에 비해 유별나게 지연 시간이 긴 모션들이 더러 있습니다.
가장 악명높은 녀석으로는 조충곤의 비원베기가 있죠.

히트스톱을 없애는 모드도 있다고 하는데, 정상적으로 발생하는 히트스톱의 공속 패널티를 지우는 만큼 명백한 치팅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역경직은 항상 발생하지 않습니다.
역경직이 발생하기 위한 조건이 있습니다.

그 조건은 바로 보정육질이 45이상 일 때입니다.
그 놈의 보정육질 얘기 또 나왔죠?

보정육질의 개념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고해주세요.

당시 이 보정육질 개념의 사용처가 두 군데 더 있다고 했는데요. 그 두 번째 사용처가 바로 역경직에 관여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보정육질 45 라면... 익숙한 조건이죠?
네 맞습니다.

주황색 데미지가 뜨는 조건이 바로 역경직이 뜨는 조건입니다. 아래 그림을 봅시다



좌측 : 허공에 난무 
중앙 : 빨강예리로 통나무에 난무 (보정육질= 40)
우측 : 노랑예리로 통나무에 난무 (보정육질= 80)

좌측과 중앙은 속도가 같은데 우측은 확연히 느리죠.
즉, 역경직은 육질과 예리도에 따라 ON/OFF 됩니다.

따라서 몬스터헌터에서는 아래 개념이 성립하는 것이죠

좋은 타격감 = 주황색 데미지 + 역경직

패드한정으로 진동도 하나의 요소가 되겠군요.

여러 대상을 동시에 공격하면 역경직도 누적됩니다.
아래처럼요.



쟈그라스나 랑고스타 같은 잡몹들이 꼬일 때 자주 느낀 적 있을 겁니다


조건이 보정육질인 만큼 예리도와 육질이 동시에 고려되겠죠. 아래는 예리도별 역경직이 발생하지 않기 위한 최소 육질입니다.

예리도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

최소육질

90

60

45

43

38

35

33


표에 주어진 값 이상에서는 역경직이 발생합니다.
그렇다고 역경직을 없애려고 예리도를 낮출 순 없는 노릇입니다. 높은 예리도는 데미지에 직결되니까요.
즉, 근접무기에게 역경직은 안고 가야 할 요소이지 피해야 할 요소가 아닙니다

다만 예리도를 적당히 맞춰 역경직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전략이 유효할 때도 있습니다. 
현 메타에서 흰예리 vs 보예리 대결은 무승부로 보는 게 대세이지만, 육질이 33~34 인 부위에서 흰예리는 역경직에 의한 공속저하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보라예리를 앞설 수 있습니다.

그런 부위가 있느냐고요?
대표적인 예로 무페토-지바 꼬리의 참격 육질이 있습니다.
꼬리의 가운데 부분 육질(18)이 상처 시 33 이죠.

아래는 보예리vs흰예리 대검 3-3-3 콤보 비교입니다.



좌측이 참모아 1타 들어갈 때 우측은 강격까지 다 꽂았습니다. 보예리와는 달리 흰예리에선 히트스톱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죠.
(손가락 입력 차이도 있겠지만 미미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보예리를 포기하고 흰예리로 공격력에 좀 더 투자하는 게 훨씬 이득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물론 흰예리라도 육질이 좀 더 연한 꼬리 안쪽/바깥쪽은 역경직이 발생하는데요.
아래는 참모아1타 히트지점에 따른 시간 비교입니다.



왼쪽은 1타(흰) 2타(주황), 오른쪽은 1타(주황), 2타(흰) 입니다. 오른쪽이 참모아 1타의 Hit-lag 만큼 지연돼서 좀 더 느리죠. 단단한 부위에서 역경직없이 때리는 게 좀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 부분의 타점이 더 좋기도 하고요.


이 외에도 활용할 만한 상황이 또 있으려나요?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
물리육질이 드럽고 속성육질이 좋은 부위를 공략할 때 쌍검같은 무기로 상처를 내지 않고 역경직이 발생하지 않는 조건을 충족시켜서 공속으로 승부보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전략이 되겠군요.


역경직 발생에 한가지 예외가 있는데요.
대검 참모아베기(강격) 막타는 보정육질이 45 미만일 때도 역경직이 발생합니다. 
또한 오버히트 상태의 차액은 보정육질과 상관없이 역경직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역경직의 개념과 발생조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더불어 보정육질의 또 다른 사용처에 대해서도요.

하나만 더 보태자면,
역경직은 PC보다 콘솔에서 좀 더 크게 나타납니다.
그 이유는 양 기종의 프레임 차이때문인데요. 이는 PC와 콘솔의 TA가 양립할 수 없는 근거 중 하나로 주장되기도 합니다.
PC에선 들어가야 할 콤보가 콘솔에선 안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하니까요.
자세한 건 이 글과 무관하니 넘어가기로 하고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