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리워크된 레킹볼의 스킬셋을 봤어. 보호막을 아군에게 나눠줄 수 있게 되었더라? 힐 안 받으면서 아군 헤집어야 하는 영웅한테 보호막 나눠주기가 뭔 쓸모가 있냐는 사람들도 있고, 쓸 데가 있다는 사람들도 있더라. 난 레킹볼 유저가 아니라 그 문제는 잘 모르겠는데, 그걸 보고 생각난 게 하나 있어.

오버워치 2에서 추가되거나 리워크된 탱커는 누가 있지? 맞아.
오리사, 둠피스트, 라마트라, 로드호그. 여기에 정커퀸, 마우가, 이번에 리워크된 레킹볼이 있지.

그런데 뒤의 세 탱커는 자기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아군들에게도 치료나 방어막을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오리사나 둠피스트가 막강한 단일 체급을 살려서 자리싸움을 하고 한타를 유리하게 가져간다면 정커퀸이나 마우가는 그 자리싸움의 지분을 아군들에게 위탁하는 상황도 상정하고 있다는 거야.

일전에 탱커를 없애고 대신 딜러를 브루저화시켜야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 Ai가 아닌 사람을 상대하는 게임에서 대신 맞아준다는 탱커의 콘셉트는 불필요하고, 자리싸움이라는 역할도 탱커의 고유한 것도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현재의 탱커의 역할은 그냥 유저들한테 스트레스만 줄 뿐이라는 글이었지.

그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아. 오버워치는 오브젝트를 관리하는 게임이라서 상대가 물러나지 못하는 곳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지점을 공략할 때 자리싸움에 특화된 직업군은 (개선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효용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었어. 예를 들자면, 굳이 자리싸움이 탱커랑 일부 섭딜의, 그들만의 몫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

레킹볼한테 보호막 나눠주기가 생긴 건 솔직히 다소 뜬금없어. 그런데 그 스킬이 물리는 아군을 케어하는 스킬이 아니라 아군을 강화하는 스킬이라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져.

우선, 볼과 함께 자리싸움을 하고, 카운터픽인 솜브라를 견제해줘야 하는 섭딜의 부담이 줄어들어. 이건 섭딜의 호응을 유도하고, 그럼으로써 탱커 독박 문제를 완화하는 장치야.

그리고 두 번째, 생존기가 없는 캐릭터들도 보호막을 받으면 은근히 단단해질 수가 있단 말이야. 이건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생체장 있는 솔져나 피흡 있는 리퍼 정도라면, 보호막을 3~4명분 정도 받는다치면 잠깐이나마 적한테 들이댈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건 히트스캔에게 탱커롤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스킬이 되지. 물론 아직은 이론상의 여지겠지만 말이야.

두 번째 방향을 블리자드가 의도한 거라면, 블리자드는 아주 제한적으로나마 딜힐의 브루저화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돼.
탱커를 없애는 건 아닐 거야. 오히려 그 브루저화를 주도하고 조율하는 역할군으로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겠지. 하지만 탱커의 부담을 아군에게 나눠준다는 그 기조 자체는,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아도 될 거야.
앞으로 나올 다른 신규 탱커에게도 이런 식의 스킬이 주어진다면, 이건 우연이 아니라 블리자드의 개발 방향이라고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